떡 (김유정의 소설)

떡 (김유정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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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즉 떡에게 먹히는 이야기렷다. 좀 황당한 소리인 듯싶으나 그 사람이란 게 역시 황당한 존재라 하릴없다. 인제 겨우 일곱 살 난 계집애로 게다가 겨울이 왔건만 솜옷 하나 못 얻어 입고 겹저고리 두렝이로 떨고 있는 옥이 말이다. 이것도 한 개의 완전한 사람으로 칠는지 혹은 말는지!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_김유정, 〈떡〉 중에서

서두 단 두 문장만으로 〈떡〉은 낯선 세계로 통하는 블랙홀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그 자체로도, 유정의 작품 세계 안에서도 낯선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라니! 익히 우리가 아는 〈동백꽃〉이나 〈봄ㆍ봄〉의 세계가 아닌, 낭만과 유머와 따뜻한 시선 대신, 사실적 알레고리와 날카로운 냉소와 건조한 관찰로 가득한 김유정답지 않지만 김유정이 분명한 그 낯선 세계로《떡》은 독자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봄ㆍ봄〉의 ‘낭만적 사실주의’와 〈동백꽃〉의 ‘서정적 낭만주의’, 〈만무방〉, 〈땡볕〉, 〈따라지〉 등 비참하고 비루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되 종국에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을 담은 작품으로 우리 문학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김유정은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는 불과 5년 만에, 수필 12편, 편지와 일기 6편, 번역 소설 2편 외에 무려 30편의 소설을 남긴 다작의 작가기도 하다. ‘풍자와 아이러니’가 가득한 작품으로 ‘우리 소설계에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받는 김유정, 그리고 ‘한국 단편 문학의 결정체’라 평가되는 유정의 소설은 현실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지만 ‘계몽’의 욕망도, ‘고발’에 대한 강박도, 당대 지식인이라면 대개는 가지고 있던 ‘사상’의 억압도 없다. 그의 소설에는 다만 투명한 현실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오롯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무게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낭만성과 유머(페이소스), 그리고 삶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모두 없는, 대신 사실적 알레고리(정확히는 알레고리화된 현실)와 날카로운 냉소와 건조한 관찰만이 가득한 작품이 바로 〈떡〉이다.
저자

김유정

1908년1월11일,우리나라최초의인명(人名)기차역인‘김유정역’이있는강원도춘천실레마을에서2남6녀중일곱째이자그로서는안타깝게차남으로태어난다.1914년,유정일가는서울진골(현종로구운니동)의1백여칸짜리저택으로이사하는데,셋째누이김유경은이곳을유정의출생지로증언한다.1915년어머니가,2년뒤인1917년아버지가세상을떠나고아가된다.9살,유정은아직따뜻한보살핌이필요했지만,가장이된형유근은동생을돌보는대신주색잡기에빠져산다.유정은책상위에놓인어머니사진을들여다보곤하며,친구들에게어머니가미인임을자랑하기도하며,횟배를자주앓으며소년기를보낸다.
1929년,한번의휴학을거쳐휘문보고를졸업한다.그동안형의금광사업실패와방탕한생활로가세는몰락한다.1930년,연희전문학교문과에입학하지만결석으로인해곧제적당한다.스스로는더배울것이없어자퇴했다고했지만.이후얼마간의방랑생활을거친후귀향,야학당을여는한편농우회,노인회,부인회를조직농촌계몽활동을벌인다.그와중늑막염이폐결핵으로악화한다.
1933년,서울로돌아온유정은누나들집을전전하며폐결핵을견뎌야하는삶을산다.그런유정을안타까워하던친구안회남이소설쓰기를권유,〈산골나그네〉와〈총각과맹꽁이〉를연이어발표한다.그리고1935년,〈조선일보〉와〈조선중앙일보〉신춘문예에〈소낙비〉와〈노다지〉가각각1등과입선으로당선,문단의부러움을한몸에받으며정식으로등단한다.이후1937년,스물아홉의나이로죽을때까지소설30편,수필12편,그리고번역소설2편을남긴다.
죽기한해전인1936년가을,이상으로부터“유정!유정만싫지않다면나는오늘밤으로치러버릴작정입니다.일개요물에부상당해죽는것이아니라27세를일기로불우한천재가되기위해죽는것입니다!”라는동반자살제의를받지만,“명일의희망이이글이글끓습니다”라는말로거절한다.하지만이듬해3월29일,세상을떠나고만다.자살을먼저제의한이상보다19일먼저.사인은둘모두폐결핵.같은해5월15일,요절한두천재의죽음을기리는합동추도식이치러진다.발기인은이광수,주요한,최재서,정지용,이태준,박태원,그리고안회남등25명.1938년,김유정의첫책이삼문사에서출간된다.제목은《동백꽃》.
죽기열하루전,번역으로“돈100원을만들어볼작정”을한유정은안회남에게“아주대중화되고,흥미있는”탐정소설두어권을보내줄것을편지로요청한다.“그돈이되면우선닭을한30마리고아먹겠다.그리고땅꾼을들여살모사,구렁이를10여마리먹어보겠다.그래야내가다시살아날것이다”라며.“책상위에는‘겸허(謙虛)’라는두글자”를커다랗게써붙여놓은채.스물아홉의피끓는삶에의몸부림과죽음에대한겸허한자세사이에서.

목차


만무방
봄ㆍ봄
아내
동백꽃
생의반려
따라지
땡볕

출판사 서평

내용및특징

먹는다는것혹은산다는것의비루함
〈떡〉이라는이야기가담고있는상황자체는물론유머러스하고,그유머는페이소스를느끼게하기에충분하다.너무많이먹어죽을뻔한아이의이야기니우스울밖에.그웃음이‘먹는다는것’,즉먹고사는일과관련된것이다보니페이소스가느껴질수밖에없다.하지만유정은충분히김유정다운세계로그려보일수있었던이‘황당’한해프닝을의외의냉소와건조한관찰로그저전달하기만한다.그리고이로인해소설속현실은무게의균형을잃고알레고리로기운다.〈떡〉은유정의다른작품과는다르다.주인공시점이거나관찰자시점이거나,그의작품속목소리는작품안인물들과밀착되어있지만〈떡〉의목소리는거의리포터에가깝다.그만큼인물들과멀고,그만큼건조하다.심지어〈떡〉에는‘증언’이라는객관적이고건조한서술방식까지담겨있다.이렇게건조한목소리로그려지다보니〈떡〉의세계는차갑기만하다.그리고이차가움은그나마인물과목소리가밀착되는결말부분,즉‘덕희’의내심(內心)을냉소적으로힐난하는부분에서절정을이룬다.물론〈떡〉의이같은특징은이작품의주제라할‘먹는다는것혹은산다는것의비루함’을전하기위한전략적선택이다.“들여다보는얼굴이다무색할만치꼴들이말”이아닌사람들의삶을더잘전하기위한이선택은김유정답지않은목소리지만,김유정만이만들어낼수있는분명한울림을준다.

사실과낭만,서정과서사사이,그리고유머
〈떡〉외에이책에실린유정의작품들은크게두개의유형으로나눌수있다.첫번째유형은사실,정확히는현실을투명하게그리되낭만성을잃지않는,서사임이분명하나서정성이가득한,비참하고비루한삶을이야기하면서도유머를잃지않는예의김유정만의세계를보여주는작품들이다.이중〈봄ㆍ봄〉과〈동백꽃〉은유정의독자라면누구라도대표작으로꼽을작품으로전혀다른두개의사랑이야기다.전자는결혼을빌미로노동력을수탈당하는‘나’의삶을‘점순’과의풋풋한로맨스로,한바탕드잡이로유머러스하게그린유머러스하지만씁쓸한웃음,즉페이소스를느끼게하는이야기다.제목인‘봄ㆍ봄’은이아이러니한상황의비유로읽을수있는데,봄의강조로도봄을본다는것으로도해석할수있다.
한편후자〈동백꽃〉은우리나라농촌낭만소설의효시라할수있는작품으로청춘남녀의로맨스를그리되,현실의척박함을최대한덜어낸소설이다.특히〈봄ㆍ봄〉의여주인공이름과같은이름의여주인공‘점순’의적극성은잔잔한웃음을자아냄과동시에‘여성스러움’이라는고정관념에대해다시한번생각하게해준다.200자원고지로채38매가안되지만,우리나라단편소설의백미중하나로손꼽히는작품이기도하다.
〈만무방〉은백석시의한구절을연상케하는서정적정경묘사와응칠형제의비참한현실이아이러니하게공존하고있는말그대로의김유정식소설이다.작품은‘농사는열심히하는것같은데알고보면남는건겨우남의빚뿐’인‘가슴이답답할만치되우’괴로운‘응칠’과‘응오’형제의삶을그리면서도씁쓸하나마웃음이나올수밖에없는에피소드와‘이것이응칠이가팔자를고치던첫날이었다’같은반어적표현을통해현실과문학사이의균형을잃지않고있다.
다른두작품,〈아내〉와〈땡볕〉은모두부부간의이야기다.하지만분위기나결말은정반대인데(물론정반대라고만할수는없다.두이야기모두비참하다할수밖에없는가난한삶이배경이자이야기를이끌어가는동력이니말이다),전자가김동인의〈감자〉에서고발(혹은비판)의무거움을덜어내고유머를더한작품이라면,후자는현진건의〈운수좋은날〉에농담같은에피소드와아내의뼈아픈목소리(유언)를더한작품이라할수있다.특히김승옥의〈무진기행〉서두부분의정경묘사를떠올리게하는(문학사적전ㆍ후를따르자면반대가되어야하지만)부부의상황과대비되는〈땡볕〉의‘뜨거운땡볕’을묘사한부분이나아내의유언같은말,“저사촌형님께쌀두되꿔다먹은거부대잊지말구갚우”등은〈아내〉와는너무나도다른세계를우리앞에펼쳐놓는다.〈땡볕〉은‘땡볕’이라는비유적배경과‘권연’과‘채미(참외)’라는욕망의대상,그리고병을고치려는마음과실험대상이되어‘월급’을받았으면하는모순된마음이뒤섞인‘덕순’부부의비참한현실이절묘하게조화를이루는,단편소설의모범같은작품이기도하다.

자전적소설혹은소설적자전
유정의작품중두번째유형은인간김유정의삶을소재로한작품들로〈생의반려〉와〈따라지〉가이에속한다.먼저〈생의반려〉는연상녀이자명창이며기생이었던박녹주를‘스토킹’했던유정자신의이야기를작품화한자전적소설이다.친구‘명렬’을주인공이자관찰자로내세우고여성의이름을‘나명주’로바꾸긴했지만말이다.소설을통해유정은스토킹이라부르는것이훨씬적절할자신의사랑에대해변명한다.연상의여인을사랑하게된것을너무어렸을때어머니를잃은것과연결시켜자신의사랑에대한정신분석을제시함으로써,“연애란것은상대에게서향기를찾고,아름다움을찾고,다시말하면상대를생긴그대로요구하는상태의명칭”이지만“그의연애는상대에게서제자신을찾아내고자거반발광을하다시피하는”“결코연애가아니라하는것이가당하리라”는일종의‘사랑론’을더하고,형이라는“잔인무도한이주정꾼의주정받이로태어난일종의장난감”으로살아야했고,“성질이급하고변덕이죽끓듯”해마치히스테리환자같던누이의핍박속에서살아야했던비참한처지를토로한다.하지만안타깝게도변명은중간에끊기고만다.지병이악화돼2회연재를끝으로이미완의장편소설은이어지지못했기때문이다.
〈따라지〉는유정이죽기약2개월전발표한소설로‘주인마누라’내외와그들집에세들어사는‘뻐스걸’모녀,‘톨스토이’남매,그리고‘아끼꼬’와‘영애’의,지금의삶을기준으로보면과장으로읽힐수밖에없는비루한삶과말과행위가셋돈받기라는한바탕소동을통해유머러스하게그려진작품이다.또한이작품은‘아끼꼬’에의해‘톨스토이’로불리는유정의삶,누이의집에서마치기생하듯살수밖에없었던,하여온갖핍박을감내할수밖에없었던인간김유정의이야기가큰비중을차지하는〈생의반려〉와‘반려’같은소설이기도하다.그래서인지작품속‘톨스토이’에대한‘아끼꼬’의짝사랑은인간김유정의대리만족처럼읽히기도한다.물론이작품의진정한의미는‘따라지’들의동병상련,그애잔함과함께그려지는삶에의애정과유머를잃지않은채‘따라지’들의삶을그려보이는작가김유정의따뜻한시선에있지만말이다.
김유정은‘새로운문학의목표를어디에둘것인가’라는설문에“우리정서에맞는우리정조(情調)를찾아쓰는일”에둘것이라말했다.그가말하는‘우리정조’란흔히얘기하는,이제는구태의연한규정이된‘한(恨)’같은것이결코아니다.그것은유머이자비애고,비애이자유머인아주묘한웃음의세계이다.비참한삶속에서도웃음을잃지않는해학의세계다.죽기직전,그가문우(文友)이자문학적후견인이었던안회남에게보낸편지에서‘다시살아’나기위해먹겠다며말한닭30마리와살모사,구렁이10여마리는인간김유정의삶에대한절실함의표현이기도하겠지만,바로그‘아주묘한웃음’인해학을마지막까지잃지않으려는작가김유정의문학적농담같은것이었는지도모른다.

김유정에대한평가

김유정문학촌장으로부임한다음거의매일선생님동상앞에서선생님과대화를나눕니다.한번은이렇게여쭌적이있습니다.“선생님〈떡〉은너무슬프고가슴이아파요.”그러자선생님께서빙그레웃으며대답했습니다.“그게그시절아이들대하고바라보는어른들의일반적인생각이었어요.우리가쓰는소설은미래의사람을위해서도자기가살고있는시대를그대로보여주는거지요.”2012년노벨문학상을받은중국의모옌도우리문학촌을방문해김유정선생에대해“억압받는민중이어느정도까지극한상황으로내몰릴수있는가.당대에이런문제를가장생생하게파헤친작가가한국의김유정”이라고말했습니다.독자여러분들도자신의삶과몸이아플수록해학은점점깊고넓어져간김유정의작품세계를느껴보시기바랍니다.
_김유정문학촌장소설가이순원

모자를홱벗어던지고두루마기도마고자도민첩하게턱벗어던지고두팔훌떡부르걷고주먹으로는적의볼따구니를발길로는적의사타구니를격파하고도오히려행유여력에엉덩방아를찧고야그치는희유의투사가있으니김유정이다.
_소설가이상,〈김유정〉중에서

사백자원고지한장에오십전의원고료를바라고그는피섞인침을뱉어가면서도아니쓰지를못했든것이다.이렇게해서쓴원고의원고료를받어가지고그는밥을먹었다.그러다가유정은죽었다.그러나이것이어데사람이밥을먹은것이냐?버럿하게밥이사람을잡아먹은것이지!
_소설가채만식,〈밥이사람을먹다〉중에서

생각건대조선의향토색과민속을제멋대로가장잘표현한작가가그였으며이땅의언어와문장이가지는고유한전통에다제일곱고멋진재조를부려완성한문인이유정입니다.
_소설가안회남,〈작가유정론〉중에서

김유정의단편소설들은우리옛이야기가그렇듯해학적이고토속적이어서예리한현실비판을하거나세련된형식미를갖추고있지는않다.그러나그의작품에나오는인물들과줄거리를음미해보면,절박하고잔잔한애조를지닌채로언제나낙천적인웃음을잃지않고있어서그야말로‘조선백성’의살아가는이야기이다.
_소설가황석영,《황석영의한국명단편읽기5》중에서

오랜세월김유정에미쳐살았다.그시절어떻게저런작품을썼단말인가.단연빼어나고독특하다.오랜세월이흘러도그빛이바래지않는다.변하기는커녕날이갈수록더욱반짝였다.김유정은아직도우리곁에‘영원한청년작가’로살아있다.
_소설가전상국,《봄ㆍ봄》엮는말중에서

갈수만있다면가난이릴케의시처럼위대한장미꽃이되는불쌍한가난뱅이의젊은시절로돌아가고싶다.그막다를골목으로돌아가서김유정의팔엔의지하며광명을찾고싶다.그리고참말로다시일어나고싶다.
_소설가최인호,김유정문학촌방명록중에서

작가김유정은특유의토속적이고질퍽한어휘,유머와풍자적수법등으로지극히평범한일상사를소설속에서새로운형태로살아나게해우리문학에‘혈맥’이통하게한다.
_시인장석주,《20세기한국문학의탐험2》중에서

김유정소설의미학은한국의전통적토착어의해학과고향의식에있다.그의소설에는도식이나계몽이없다.아마그것이이광수,심훈과는다른현대소설의한장을열었다고보인다.
_소설가신경숙,〈다시보는김유정〉중에서

김유정은한국문학의천재이며창작이나삶모두가나에게귀감이되고있다.억압받는민중이어느정도까지극한상황으로내몰릴수있는가.당대에이러한문제를가장생생하게파헤친작가가김유정이라고생각한다.
_노벨문학상수상작가모옌,김유정문학촌방명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