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학번 승연이 (박선경 장편소설)

86학번 승연이 (박선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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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선경은 이번이 첫 소설이다. 그러나 발표만 하지 않았지 이미 늘 작가였고 다만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어 머릿속 구상들을 이번에 글로 엮었을 뿐이다. 소설의 현실적 배경이 되는 것이 2022년 대선이고 책의 출간이 2024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것이 그 증명이겠다. 문학적으로는 글의 수준을 논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소설로 한국 문학이 80년대를 대표할 수 있는 이름으로 오승연이라는 캐릭터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80년대가 궁금하다고요? 그럼 이 여자를 만나보세요, 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선경이라는 중량감 있는 작가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이제껏 어설프게 그리고 외눈으로 절반의 사실을 외면한 채 80년대를 묘사한 작가들에게 박근형 연극의 대사 하나를 먹이는 것으로 이 소설에 대한 평을 대신한다. - 남정욱(소설가·전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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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선경

1965년출생
한신대철학과졸
서강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졸
인하대인터랙티브콘텐츠학박사
전)준앤홍컨설팅대표
전)전자신문칼럼니스트
전)남서울대학교겸임교수
프리덤뉴스논설위원
굿소사이어티조사연구소공동대표
《망설이지마,지금이야》,《마침표라니쉼표지》등에세이집출간

목차

소금
물의시간
불의시간
시간의시간
기억에대한존중

·작가의말
·해설:80년대가궁금하다고?그럼오승연을만나봐-남정욱

출판사 서평

80년대가궁금하다고?그럼오승연을만나봐

경아가있었다.이화와영자도있었다.거칠고폭력적인산업화를통과하면서농촌과여성은내내도시와남성의식민지였고그들의풍파많은이야기들은문학을통해다시태어났다.당사자들이야눈에서피가나올삶이었겠지만일천한문학전통에도불구하고한시대를상징하는여성들의이름이남아대를잇는것은어쨌거나기특한일이다.그런데80년대는그상징적인이름이없다.파란만장했던그시대를여성들은단체로비껴가기라도했단말인가.그럴리없다.그누구도해학적으로폭압이었던80년대를샛길로지나갈수는없었다.어떤분은노은림이나한윤희가있지않으냐물으실지모르겠다.오래된고등어라는,꽤재미를본소설의주인공들이다.미안하지만둘은아니다.일단캐릭터의완성도에서함량미달이다.그들에게서느껴지는것은밀교집회에처음참석한초심자들이흔히보이는,호기심과불안감섞인흥미그리고빨리저무리에합류해야겠다는까닭모를조바심뿐이다.여자는대부분호기심때문에망한다.그둘도그렇게망했을뿐80년대는그저병풍이거나차창밖으로빠르게지나가는풍경이었다.차라리그보다는86년늦은봄날한강에몸을던진현실의여대생하나가더문학적이고상징적이다.전위에서지도못하고민중을사랑할수도,사랑하는척흉내도낼수없어떠난다는그녀의유서를듣고오래술을마셨던기억이다.

문학적인물의부재도문제지만시각도문제다.80년대를다룬소설의주인공들은이른바서울의메이저대학출신들이다.80년대학생운동사의절반이서울대운동사라는말이있을정도니이해는간다.그러나그들만시대에뛰어들어목청을높인것은아니다.그숫자의열배,스무배의서울변두리와경기도그리고지방아이들이있었다.한열이와종철이가같은과친구고미문화원을점거한것이‘우리학교’애들인아이들과달리이들은시위를하기위해시외버스를타고서울로가야했다.그들에게도고민과열정은있었지만발산의통로는제한적이었고주체라기보다는항상객체나보조였다.그들의이야기를듣고싶었다.다수였고열정적이었지만한번도스포트라이트를받아본적이없었던마이너캠퍼스아이들의이야기를.누군가는그이야기를다뤄주길바랐지만,없었다.경기도변두리학교가무대인이소설이반갑고고마운이유다.거기서끝?아니다.이소설의진짜는그‘운동’이라는것의실상이었다.미화되고사후편집되어하나같이아름다운희생으로분칠한그실체.

무인정권은물리적인힘으로무장했지만총기소지도안되는나라에서‘운동의아이들’이선택할수있는것은도덕밖에없었다.옳고그름의잣대로이들은무인정권을공격했고자신들을도덕으로포장했다.그러나도덕은개인의몫이지집단의지침이될수없다.도덕이집단의정체성이나목적이된끝에벌어진것이1991년문을닫은볼셰비즘의수많은폐악이고크메르루주의악행이다.그러니까,가짜도덕이었다.집단최면에홀려있던운동의아이들은허언증환자처럼몸과마음과머리가따로놀기시작했다.입으로는도덕을외쳤지만몸은부도덕이너무좋았다.고맙게도목적은수단을정당화한다는운동의논리가있었고군사정권을작살낼수있다면시시한도덕적위반은얼마든지저질러도되는하찮은일이되었다.그래서이들의도덕은다만보여주기위한‘척’이었다.착한척,선한척,정의로운척.그3척으로운동의아이들은갑주를지어입었다.약자일때는결함이드러나지않는다.그러나세월이바뀌고아이들이어른이되면서이들의가짜도덕은악취를풍기며하나씩본모습을드러내기시작했다.현재586세대가저지르는온갖구역질나는행태의기원이자이들의특징인자기동정,자기연민이가소롭고짜증나는이유다.박선경의소설은이지점을파고든다.운동의아이들이가진도덕적우월감그리고그연장선상에있는선민의식이얼마나허상이며사기이고기만인지사정없이폭로한다.도덕적우월감이저지르는범죄는한마디로너와나는같지않으며거대담론을끌고나가는자신들은타인의삶을사소하게여겨도좋다는놀라운발상이다.따라서이들에겐애초부터죄책감이자랄토양이없다.소설에서변태섭은윤희숙을정신적,육체적으로망가뜨리면서도일말의반성이나책임의식을느끼지않는다.민주를위해민을겁탈하고학살하면서어쩔수없는콜래트럴데미지로치부하는동시에자신은그럴권리가있다고믿어의심치않는것이다.위선과정신질환이뒤섞인변태섭의정신세계는특별히유난한것도아니고그들세계에서는보편이고일상이다.그래서자기여자를상납하고받는자도태연히받아먹는것이다(직유법이다).‘척’도박선경은놓치지않는다.성적자기결정권을가져야한다며여학생들에게가슴을까보이게하는이진보‘척’은또얼마나불쾌하고불결한가.물론소설이지만소문으로만들었던그이벤트를글로접하는것은상당한충격이다.또하나박선경이족집게로집어내고있는것이이들의심각한무지다.문화대혁명과대약진운동을미화하여아이들의머릿속을파괴하고환상을심어준한언론인의세계관을그대로믿고따르는바보들과한반도중심의우물안사고로협소한역사관을가진머저리들을제대로풍자한다.박선경에게운동의아이들은‘척’하는바보들이었고덕분에80년대는참담한지적빈곤의시대였다.문제는그초라한사고와철지난이념이아직도통용되고있다는사실이다.아마도작가가이소설을쓰게된이유중의하나였을것이다.

원고를읽으면서많이놀랐다.타인의글을읽으면그작업에들어간속칭‘공사비’견적이나온다.시간과노력이투여된만큼나오는것이글이고그게박선경의소설에서는거의무제한으로투하되었다.학생운동과관련된자료는다읽고가담했던사람들은다만난것일까싶을정도로엄청난자료조사와크로스체크로작가는어쩌면운동의아이들도잘알지못할이야기들을저인망으로수집했고이를기가막히게풀어냈다.덕분에주인공인승연아버지의죽음이나남자친구인태주가1987년당시대통령선거당시사망한것은실제있었던사건들과겹치면서짜릿한독서체험을안겨준다.물론사실의문학적형상화사례는더있지만스포일러가될것같아이쯤에서줄인다.성적묘사는사실좀당황스러웠다.첫페이지부터박선경은거침이없다.그러나이도색적인문장들이하나도자극적으로느껴지지않으니그또한재주다.평소성적으로예민하다고자부하던내가왜윤희숙의포르노에가까운고백을들으면서흥분은커녕슬퍼졌는지모르겠다.그방면으로도소질이충분하니다음에는오로지흥분이넘치는소설을기대한다.

박선경은이번이첫소설이다.그러나발표만하지않았지이미늘작가였고다만더이상은침묵할수없어머릿속구상들을이번에글로엮었을뿐이다.소설의현실적배경이되는것이2022년대선이고책의출간이2024년총선을앞둔시점이라는것이그증명이겠다.문학적으로는글의수준을논하는것은내능력밖의일이다.다만확실한것은이소설로한국문학이80년대를대표할수있는이름으로오승연이라는캐릭터를얻었다는사실이다.80년대가궁금하다고요?그럼이여자를만나보세요,라고대답할수있게된것이다.박선경이라는중량감있는작가의탄생을축하하면서이제껏어설프게그리고외눈으로절반의사실을외면한채80년대를묘사한작가들에게박근형연극의대사하나를먹이는것으로이소설에대한평을대신한다.

“니들이창조와기록의차이를알아?”
-해설[남정욱(소설가·전숭실대문예창작학과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