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되는것이아니다
대학생이되도록떠밀리고있을뿐이다”
이책을읽어본다면알수있을것이다.기대와달리,대학거부와대학입시거부가결코특별한사람들만의일은아니라는것을말이다.이책을다읽었을즈음에는오히려‘대학거부를거부하고있는현실’에이질감을느껴보기를바란다.
머리말에서
법보다더강력한힘으로관철되는‘대학진학’이데올로기
학력·학벌로인간의등급이나뉘는시대
불안하고불행한삶을강요하는대학과입시를거부한다
대학진학률70퍼센트를훌쩍넘을만큼대학이강요되는시대,주목해야할것은분명히존재하는나머지30퍼센트의이야기이다.《우리는대학을거부한다》는존재만으로도제도권교육과주류사회에일침을가할수있는이들의목소리를불러낸다.대학입시를거부하고대학에아예진학하지않은이들부터,대학에다니다가자퇴로써대학을거부한이들까지,크게는‘나는왜대학을거부하는가’를말하는1인칭의목소리들을만날수있다.대학거부의이유는저마다다르지만,자신의삶을억압하고사회적불평등과불의를조장하는제도로서의대학을거부한다는의미에서하나로맞닿는다.
대학진학이데올로기에정면으로저항하다
한국에서‘대학진학’은의무보다더가혹한의무가된지오래다.한국의대학진학률은지난2009년에77.8퍼센트로최고치를경신한이후,2014년까지죽70퍼센트이상을유지해왔다.심각한취업난속에서‘좋은대학나와봐야취업도안된다’는체념섞인푸념은,의무적이고무의미한대학진학에대한재고로이어지는것이아니라‘그러니대학못나오면사람대접이나받겠나’‘그래도대학은나와야지’등의더수세적이고강화된압박으로이어진다.대학진학률70퍼센트,10명중에7명은분명히매우큰비율이다.그러나나머지3명도결코무시할만한수가아닌데이들의존재는사회에서쉽게간과되곤한다.이건비율의문제만은아니다.어떤대상자가10명중에0.1명꼴에불과하다고해도사회에서‘필요하다면’아주큰비중으로다뤄질것이기때문이다.
이렇게다분히의도적으로조명하지않는나머지3명,즉대학에진학하지않은이들의목소리와삶에주목할필요가있다.이들은주류사회에어디까지나‘불편’한존재일수밖에없다.이들의존재자체와삶의모습이야말로,우리사회의가히폭력적인대학진학이데올로기,나아가총체적으로썩어있는교육과권위주의문제를비추는거울이되기때문이다.이는요사이대학사회와학계에서큰화두가되고있는‘대학기업화’에대한비판보다더근본적이고통렬한의미를갖는다고볼수도있다.‘모두가대학에가야하고,그러지않으면이류인간취급을받아야하는’대학진학이데올로기에정면으로저항하지않는이상,대학이기업화되고학생이상품화되는미친흐름을막을도리역시없을것이기때문이다.
‘대학거부’,아무도진짜로알려고하지않았던이야기
이책에글을쓴대학·입시거부자들은대학거부에대해처음사유하고결심하고실행하기까지,그리고그이후의삶에서도여전히이런질문또는질책들에시달려왔다.“대학안가면뭐먹고살래?”“왜안갔냐”“안간거냐못간거냐”“가서나쁠건없지않냐”……그뿐아니라모르는사람들에게서는이런질문또한일상적으로받아야했다.“학생이세요?”“어느학교다녀요?”“몇학번이세요?”대학진학이거의당연한것이되어버려서,명백한사회적배제이고차별임을의식하지도못한채내뱉는말들이다.
그런데이반대편에는아예‘묻지않는’사회의모습또한자리하고있다.상대가현재(20대초반인데도)대학생이아니거나과거에대학을나오지않았다는걸알게된순간,궁금한것이없어지든가아주조심스러워지는것이다.함부로질문하는세계와아무것도묻지않는세계는정반대편에있는것같지만,실은아주똑같은얼굴을하고있는게아닐까.‘대학에가야한다’‘대학에가지않으면불행하다’는뿌리깊은고정관념이그것이다.관념에서벗어나‘실제로대학에가지않은’어떤삶들에대해서는관심갖지않았기때문에,여태까지그들의존재는우리에게그저뭉뚱그려진별난인생에불과했는지도모른다.
책에서거부자들의진솔한이야기를하나하나읽어가다보면,이것이결코유별난사람들만의이야기가아니라우리자신도인생의어느땐가겪었던상황과생각들이며,어쩌면우리의교육이결국나아가야할지향점일지도모른다는생각을하게될것이다.
순수한대학거부vs불순한대학거부?
저자인투명가방끈은2011년열아홉살또는고3청소년들이모여‘대학입시거부’를선언하면서만들어진단체다.언뜻재미있게느껴지는이름에는,흔히‘가방끈’으로표현되는학력에대한차별을반대한다는뜻이담겨있다.투명가방끈은대학입시거부선언과대학거부선언을한거부자들과이에동의하는사람들이함께,입시경쟁교육·학벌주의와학력차별·왜곡된대학교육등을반대하는활동을한다.이들의궁극적인과제는지금의교육과사회를바꾸는것인동시에,무엇보다그에대한하나의‘대안’이자오롯한자기자신으로서계속‘살아나가는’것이다.‘대학생이아닌삶’‘대학생이어본적이없는삶’‘대학생이었다가그만두어버린삶’을살아가기에이사회는엄청난장애들을안고있다.책에서투명가방끈은그것과계속해서싸워나가기로결의한이들을총칭하는이름이라고봐도좋다.
기존체제를‘거부’하는사회운동이대개그렇지만,그중에서도대학거부운동은‘어디부터어디까지를적극적인거부로볼것이냐’하는논란이뒤따를수밖에없다.이책에서볼수있는것처럼,대학에가지않은이유,대학을다니다그만둔이유는얼마든지다양할수있고그것을‘운동의차원’과‘개인적차원’으로가르는잣대는애매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
대학입시거부자이자투명가방끈활동가인호야는《나의‘불순한’대학거부》에서,그다양한대학거부동기들에서“공통된흐름,즉입시위주의교육,학력에따른차별에대한문제의식등을모아목소리를내는것이투명가방끈의활동”이라고말한다.하지만외부에서는항상이러한대학거부동기의‘순수성’을따져묻곤한다.이를테면사회에대한문제의식에서출발한고려대생김예슬의대학거부와,대학에떨어지는바람에,또는집안형편이어려워서결심하게된대학거부는질적으로다르다고말하는셈이다.호야는글에서이러한‘불순한동기’에대한신랄한사유를보여주며,자신의“대학거부안에존재하는낙오,저항,도피,거부의속성,그리고동기의자발성과강제성의혼합자체를인정”한다고밝힌다.
‘대학에가는것은옳지못하다,그래서가지않는다.’대학거부는여느사람들이기대하듯이이렇게단순하게정의내릴수있는것이아니다.각자삶의여러가지사정들로인해대학에가지않음을선택하거나혹은선택하도록떠밀린다.그것은단지개인의상황이나선호의문제가아니라사회와체제의직간접적인압력에의한반응이다.때문에남다른이들의대쪽같은신념만으로대변할수없는그숱한평범한이유들의집합이야말로우리가‘대학거부운동’에서놓치지말아야할지점인지도모른다.대학에안/못가는이유가많은것은본래너무도자연스러운일인데,그이유를원천봉쇄하거나단하나로몰아가는사회가잘못된것이다.대학거부자들의존재,그리고투명가방끈운동의등장은바로그점을꼬집는역할을한다.
가려진‘고등학생운동’의역사와투명가방끈의등장
3부《대학·입시거부는어떻게운동이되었나》에서공현은‘대학거부’의관점으로1980년대부터‘고등학생운동’의역사를되짚는다.전통적으로한국사회에서‘학생운동’이란대학생들의운동만을가리켜왔지만,당시많은고등학생운동활동가들은입시경쟁교육과학력에대한문제의식으로인해,그리고세상을바꾸기위해서의식적으로대학에진학하지않고바로노동현장에뛰어드는길을택했다.이들이스스로대학을거부한다고의식하거나선언하지않았을지라도,넓은의미에서이는지금의대학거부운동과맥을같이한다는게공현의설명이다.
그러한역사의흐름속에서2002년당시고3학생박고형준의수능거부선언,2007년허그루의거부선언,2008년엠건(김남미)과또또(박상훈)의거부선언,2009년대안학교고34명의거부선언등이이어졌다.선언이3년째반복되면서언론과사회의주목도가낮아질때쯤2010년한국사회를떠들썩하게만든고려대생김예슬의《오늘나는대학을그만둔다,아니,거부한다》선언이있었다.이때사람들은주로“고려대라는학벌을버릴정도로‘용기있는’김예슬개인에대해주목”했고,이에대해‘대학거부도명문대생이하니까먹히는거’라는의미있는비판또한있었다.
이렇게주로개인의대학거부선언들이점점이이어지던중,2011년마침내투명가방끈이대학거부선언과대학입시거부선언을‘집단적으로’발표하며운동의시작을알리게된다.공현은이렇듯다양한결을거쳐온대학거부운동의역사를되짚어올라오면서,거부와거부아닌것의경계가사실그리뚜렷하지않음을보여준다.“거부자가있기에대학·입시거부운동이만들어질수있는것이지만,대학·입시거부운동이있기에거부자가만들어진다고도할수있는것”이고,“운동이없었다면거부자가될수없었을사람들이거부자가될수도있을것”이며,“우리들개개인에게잘못이있는게아니다,지금의교육과사회체제에잘못이있는것이다,라고외칠때우리의선택은정치적사건이되고운동이되고거부가된다”고그는말한다.
거부이후,삶은계속된다
이책은‘왜대학·입시를거부했는가’에대한당당한호소를담고있는동시에,선언을하고시간이지나면서마주한경험들과그에따른생각의변화또한섬세하게담고있다.너무도당연한말이지만,‘거부’이후에도‘삶’은계속됐기때문이다.오히려대학입시와학력·학벌체제를받아들인이들에게보다훨씬더빠르고강하게,삶은이들을강타했다.
공기는《‘끈’하나없이살아보겠다는결의》에서“‘노동현장’만큼‘학벌’이여실히드러나는곳도없지만열심히부딪쳐보고는있”는현실에대해담담하게이야기한다.그곳에서는대학을나온사람들이‘관리자’로일하며,주로30대후반~40대초중반여성노동자들(80년대후반~90년대초에대학이아닌일자리를택했던)이‘생산직’으로일한다.그여성노동자들조차도자기자식은어떻게든대학입시공부를시키고있었으며,공기에게‘이젊은시기가아깝다’고안타까워하기도했다.다영은《누구에게도억압당하지않고,누구도억압하지않는》에서‘대학생에게만허락되는청춘’의혜택에대해이야기한다.대학생이아니기때문에오히려더‘스펙’이필요했고,‘나도청춘’임을아등바등증명해야했다고말한다.호야는《나의‘불순한’대학거부》에서대안이라는환상이붕괴된뒤하루하루가불안하기짝이없는현실에대해가감없이이야기한다.“대학거부자로서의내인생이주변의대학생친구들에비해반짝인다는느낌”이있었지만“시간이지남에따라내삶과그들의삶은불안이라는공통요소로유사해져만갔다”는고백은뼈아프다.
3부《‘대학거부그이후’좌담회》에서엠건은대학거부전보다오히려대학거부이후에사회의학력·학벌차별에대해절감했다고지적한다.비슷한지향을갖고있는사람들마저도일상에서는아무렇지않게학력낮은이를비하하는것을목격했을때자신의“안에서뭔가와장창부서졌”다고말한다.자유는시민단체에서일할때마저도동일노동에대해급여를대졸자들보다적게받아야했던경험을털어놓는다.서울대에입학했다가자퇴하며대학을거부한공현은“그래도대학을가야지운동에대해서배우고식견이넓어지지않냐”고충고하는‘부드러운차별’들을겪었다고말한다.
응원이아닌체제변혁에동참하기
이렇듯‘대학거부그이후’의삶들이가리키는바는명확하다.‘거부’만으로끝나는것은아무것도없으며,그뒤본격적으로체제와의싸움이시작된다는것,그리고그과제를절대개인의몫으로떠밀어놔서는안된다는것이다.대학거부운동을지지한다고말하는사람들중에도소수의대학거부자들을영웅시하면서자신과는거리를두는이들이있다.‘넌정말대단해,나라면절대그렇게못할거야’라고떠받들어주는것,멀찍이서서그들을‘응원’하는것은대학거부운동에보탬이되지않을뿐만아니라도리어멍에를씌우는일일지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