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평범한 은행원이 인문학을 만나 변화된 자기 삶을, 그리스-로마철학 및 동양의 문학 등과 더불어 풀어낸 독특한 인문서. 저자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가 그리스-로마철학에서 발굴해낸 개념인 ‘자기배려’(“단 한번도 되어 본 적 없는 자기가 되는 실천”)를 키워드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세네카, 루쉰, 소세키 등의 사유를 누비며, 이를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부모이고 중년 남성인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풀어낸다. 아이를 혼낸 일은 세네카의 철학과 어우러지고, 회사의 프로젝트 때문에 힘들었던 일은 플라톤과 만나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이야기는 에피쿠로스의 우정을 불러오는 것이다.
인문학과 만난 후 술·담배를 끊고, 회식으로 보내던 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책을 읽는 저자는 ‘철학이 자신의 삶을 바꾼다’는 걸 진지하게 믿는다. 하여 철학의 대중화보다는 대중의 철학화가 먼저라고, 대중 스스로가 철학을 읽고 말해야 한다고, 그럴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리고 이런 저자가 안내하는 철학과 문학, 그리고 글쓰기는, 우리에게 지식인들의 대중지성이 아닌 진짜 ‘대중지성’의 탄생을 엿보게 하며, 우리 자신의 철학, 우리 자신의 글쓰기에 도전할 용기를 품게 만든다.
▶지은이의 말
“이렇게 보면 소수자 플라톤과 세네카, 에피쿠로스, 니체, 푸코, 루쉰, 소세키, 연암 등은 같은 ‘사유의 공동체’에 거주한다. 나는 ‘인문학’을 이 공동체의 일원들에게 배웠다. 그들은 항상 자기로부터 출발하고, 자기와 세상을 바꾸고, 자기로 되돌아간다. 인문학이 있다면 오로지 이런 인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바꾸지 못하는 공부가 어찌 인문학일 수 있겠는가. 지금 가만히 있으라는 체제와 싸우지 못하는 공부가 어찌 인문학일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 책은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인문학을 통해 자신을 어떻게 변신시켰는지를 기록한 보고서이다. 그래서 감히 ‘자기배려의 인문학’이다.”
“나는 여전히 평범한 은행원이지만, 철학이 내 삶을 바꾼다는 걸 진지하게 믿는다. 나는 그 진지함과 믿음을 미래로 확장하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지성의 영토로 침투할 것이다. 대중이 자신을 바꾸는 이 여정에 끝까지 같이 있어 주는 일이야말로 철학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끝까지 가서 철학이 이 임무를 다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따라서 우선해야 할 일은 ‘철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철학화’이다. 대중이 철학을 입법할 수 있을 때, 그때서야 철학은 그 임무를 다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대중이 쓴 ‘대중지성의 인문학’이다. 부디 나 같은 사람
들이 많이 나와서, 대중이 쓰고, 대중이 읽는 철학 공동체를 이루어 갔으면 좋겠다. 따라서 대중의 철학화는 반드시 ‘철학의 대중화’가 되어야 한다. 수많은 오독과 결함으로 가득할 이 책이 많이 부끄럽지만, 나는 오로지 이것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고 싶다.”
[자기배려의 인문학] 저자 인터뷰
- 인문학을 만난 날, 바로 끊게 된 술 담배,
그리고 ‘철학의 대중화’보다는 ‘대중의 철학화’에 대한 이야기
1. 은행에서 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은행업무와 철학은 잘 연결이 안 될 만큼 거리가 먼데요, 어떻게 철학 공부를 하고 책까지 쓰시게 되었는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철학공부를 하게 된 지는 6~7년 정도 됐어요. 한 7년 됐죠? 7년 전에 사실 제가 회사에서 꽤 큰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어요. 한 4년짜리 굉장히 긴 프로젝트였고, 나름대로 저도 열심히 해 보려고 했던 프로젝트였죠. 부서에서 한 4~5명이 또 해당 프로젝트를 하는 데로 파견을 나갔고, 그 프로젝트가 11시, 12시까지 진행이 되니까 은행에서 제공하는 합숙소로 나와 가지고 일을 할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잘 마무리는 됐지만 그 과정에서 굉장히 힘들었었죠. 또 그때 당시에는 제가 술을 그렇게 많이 했어요. 술, 뭐 보통 직장인들이 많이 한다고 하지만, 저는 진짜 많이 해서, 저희 집사람도 굉장히 싫어했고, 또 담배도 제가 하루에 세 갑씩 피웠어요. 술 담배, 하면 제가 회사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굉장히 골초에다가 술도 많이 마셔서 집사람이 아주 싫어했죠. 그렇다 보니까 가정생활을 내팽개쳤다기보다는 소홀했던 것 같기도 했고. 그러고 보면 집이나 가정이나 회사나 그리고 또 내 건강도 좀 문제였을 때였어요.
그런데도 저는 그런 걸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죠. 그냥 그게 당연한 듯이 하고 살았는데. 한 7년 전 어느 날인데, 토요일날 아침에 일어나질 못했어요. 술도 많이 마시고, 프로젝트를 할 때는 한 11시에 보통 끝나고 아침 7시 반이면 출근하고 회의하고……, 그 생활을 한 3~4년을 계속했으니까. 그리고 틈나면 술 마시고. 그랬던 시절이라 몸이 남아나질 않았죠. 저만 그렇지는 않았을 거예요. 회사 다니시는 분들이 대개 그렇게들 삽니다. 그런데 아침에 못 일어나서 집사람이 병원을 데려갔는데, 대개 의사 선생님들이 그렇잖아요. 이렇게 살면 죽는다, 그런 얘기들을 하죠. 저도 평소 그런 얘기들을 듣고 살았는데, 전에는 안 들렸어요, 그런 얘기가. 그런데 그날 정말 제가 몸이 아파서 그랬는지, 상황이 그렇게 돼서 그랬는지 몰라도 의사 선생님이 진지하게 얘기하신 “선생님, 술 담배를 그렇게 하시면 정말 죽습니다”라는 이야기가, 그게 제 귀에 들어왔어요.
지금 과거를 회고하니까 더 미화되어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 얘기가 아주 진지하게 들렸어요. 보통 그럴 때 대개 직장인들은 종교를 찾는다거나 아니면 운동을 좀해서 건강을 키운다거나 아니면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자기 업무 분야와 관련된 혹은 어학과 관련된 자기계발을 한다거나 뭐 이렇게들 가잖아요. 저도 당연히 똑같은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때 제가 정말 변하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수유+너머’라는 데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신문에서도 많이 봤었고, 평소에는 공부하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데여서. 그런데 그때 갑자기 거기 가고 싶어가지고 인터넷 조회를 했죠. 보자마자 제일 눈에 띄는 녀석으로 등록을 했는데, 그게 뭐 알지도 못하는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강좌였어요. 등록을 하고 그때까지도 술을 또 마시고(^^;;) 그날 화요일인가 수요일 저녁엔가 갔어요. 눈이 펄펄 오는 날인데, 제가 서른아홉 살이(었으)니까 이제 거의 중년에 다 들어선 때였는데, 강의실에 딱 들어갔더니, 아, 너무 아름다운 거야, 정말! 제가 이런 표현을 잘 안 쓰거든요. 젊을 때만 해도 정말 뭐 지성이나 책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약간 냉소적이었고, 소녀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 왔던 사람이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그다지 마음이 안 갔던 사람이에요. 단지 책을 읽는다는 건 중요하고 좋은 일이라고 알고 있었지 그걸 내가 푹 빠져가지고 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죠. 근데 거기 가서 봤더니 형광등 밑에서 사람들이 한 30명 정도 앉아서 강의를 듣는데 거기서 왔다갔다 하는 언어가 우리 회사에서 쓰던 언어하고 완전히 다른 거야. 그리고 그런 세계가 정말 있구나 하는 실체감이랄까, 어떤 실재감이 딱 느껴지니까 가고 싶다는 느낌, 매혹적인 느낌이 들더라구요.
제가 그날 술 담배를 끊었어요. 그날 술 담배를 끊고 지금 6년 반, 7년 가까이 되는데 술 담배를 안 해요.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죠. 제가 직접 찾아가고, 강의를 듣는 그 순간에 술 담배를 끊었으니까. 나는 다른 걸 다 떠나도 술 담배를 끊은 것만으로도 공부하길 잘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인데, 하여튼 그날 저는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죠. 그런데 또 평일 날엔 더 못 가요. 그땐 어쨌든 프로젝트 기간이어서 회사일에 투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토요일날 오전까지도 근무했어요. 그래서 토요일 오후에는 대중지성이라는 강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토요일날 수업을 받고, 일요일날은 아침에 니체 세미나를 하고 점심 땐 불교 세미나를 하고 저녁에는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세미나를 하고……, 이런 식으로 토요일?일요일을 책을 읽고 생각하는 데, 사람들 만나서 책을 읽고 세미나 하는 데 투신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 생활을 한 2년 정도 했어요. 평일엔 엄청 야근을 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세미나를 하고 그러면서. 그러고 나니까 자기계발이라는, (어학이나 건강을 챙기는) 그런 데 처음부터 안 가게 됐어요. 철학을 공부하면서 자기계발이란 것 자체가, 결코 자기를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자기계발이라는 것에 대해서 제가 어떤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저는 철학을 지금 만나서 공부하게 된 게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을 보면 맥락하고 아주 딱 맞지는 않는데, 세네카하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분석을 하면서 로마 공무원에 대해서 분석을 해요. 로마 공무원들은 어쩌면 현대에서 직장인들, 정규직이라든지 진짜 공무원들 하고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훌륭한 공무원이 어떤 사람이냐, 자기 여가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여가의 시간을 확보할 때 문예에 자기가 그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어야만 자기 직분에 맞는 일을 한다. 그래야 자신이 갖고 있는 그 알량한 권력을 자기 직분을 넘어서서 왕의 권력인 양 행사하지 않게 된다, 이런 식의 문구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아주 바쁘고 일이 많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어떻게 확보해서 어떻게 자기 정신의 자기배려나 아니면 자기 정신의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지, 특히 철학이나 글쓰기에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거에 따라서 직장인들도 자기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게 전 어떤 의미에서 더 진정한 자기계발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되네요.
2. 책 제목이 『자기배려의 인문학』입니다. 언뜻 ‘자기배려’라고 하면 말 그대로 자기를 배려하는 것, 그러니까, 좀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이 ‘자기배려’와 ‘인문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자기배려’라는 말이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아주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낯선 단어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