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인적인 한국사

아주 개인적인 한국사

$22.00
Description
30여 인의 사적 기록으로 꿰어낸 한국사 큰 줄기
조선을 일러 ‘기록의 왕국’이라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국민문화재연구소가 조사, 번역, 해제한 개인 일기만 1,600여 건에 달한다. 당시 출판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품을 감안하면 조선 사람들이 ‘기록’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 책은 15세기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굳이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식 없이 쓰인 일기, 육아기, 여행기, 문집, 피란기, 취재기 등 다양한 개인적 글쓰기를 꿰어 한국사의 큰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김구의 『백범일지』, 류성룡의 『징비록』처럼 널리 알려진 책은 물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치러낸 백성의 시각을 보여주는 오희문의 『쇄미록』과 조애중의 『병자일기』에서 현대사의 상흔을 증언하는 전태일의 ‘일기’, 『5·18 특파원리포트』 등을 골라 그에 얽힌 사연과 핵심 내용을 읽노라면 한국사의 현장이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역사의 여백을 메우는 특별한 기억의 편린들
역사, 특히 교과서의 역사는 성글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서라도 이름난 인물, 큰 사건, 제도 중심으로 서술하니 보통사람들의 생활, 생각은 묻히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역사책에 잘 나오지 않는’ 뜻밖의 사실들은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 자못 충격적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조선왕조 실록은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본만 남고 모두 불탔다고 한 줄로 처리된다. 한데 그 이면에는 안의와 손홍록이란 보통 나이 든 유생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음을 누가 알까. 내장산으로 옮긴 후 고초는 안의의 『수직상체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존여비의 가부장제가 판쳤다는 통념과 달리 조선 중기까지는 사대부 여인들도 “도리는 다하고 할 말은 하는” 상황이었다거나(『미암일기』 속 덕봉 송종개) 개항 이후 일본에 처음 파견된 조선의 수신사 일행이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메이지 근대화를 접하며 시달려야 했음(김기수의 『일동기유』)은 어느 역사책에서 만날 수 있을까.

시대 상황을 보태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사학을 전공하고 고교 역사교사를 지낸 지은이의 탄탄한 배경 지식에 밝은 눈이 더해진 덕에 이 책은 단순한 ‘일기’ 발췌본을 넘어선다. 독립협회장을 지내는 등 개화파의 기수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친일로 변신한 윤치호의 일기에서 “거의 절망적인 사업에 모험을 할 정도로 나는 영웅적인 인간이 아니다”란 구절을 골라내면서 대중운동의 좌절과 가족 상황에 대한 고민을 짚어내는가 하면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프란체스카 여사의 일기에서 피란 수도 부산의 댄스홀과 비밀요정이 흥청거리고 부유한 사람들은 나라 밖으로 떠날 생각뿐이었던 상황을 지적한 것이 그런 예들이라 할 수 있다.
이승만 정부가 실시했던 의무교육에 의해 자라난 ‘이승만 키즈’들이 학교에서 배운 자유민주주의 기치 아래 이승만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 역시 설득력 있게 읽히는 대목이다.

단순한 역사 교보재를 뛰어넘는 재미와 의미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이 “모성애를 본성으로 여겨 의무로 간주하던 당시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한” 도발적인 글 「모(母)된 감상기」나 청춘의 고뇌와 몸부림을 담아낸 전태일·이한열의 일기를 일반적인 ‘역사’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주류와의 불화이든 시대가 일러서든 말이다. 그러기에 지난날을 보는 눈을 틔워주는 이 책을 역사교육을 위한 읽을거리로만 여기기엔 아깝다. 임진왜란 당시 왜와의 강화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명군 제독 이여송에 의해 곤장을 맞을 뻔했던 류성룡의 일화 같은 대목을 그저 보아넘길 수만은 없지 않을까.

저자

모지현

역사를사랑해이화여대사학과에진학,연세대학교대학원과정을거치며임용고사를통과했다.고양시의고등학교에서십년넘게한국사와세계사수업을담당하며역사마니아제자들을배출했다.현재는학교밖청소년과부모,교사를대상으로강의하면서다양한분야에서저술활동을하고있다.역사를배워지혜를나눔으로써건강하고따뜻한사람들의세상이되기를꿈꾼다.지은책으로는『청년을위한세계사강의1,...

목차

책머리에…4

제1부조선을기록하다1
나는조선의신하다!-최부…18
어쩌다중국강남한가운데서조선을외치다사림의이름으로
사랑이라는이유로?-이문건…37
‘손자바보’가될수밖에없던속사정열혈할아버지의양육,그끝은어디?
예상밖의조선여성사-유희춘과송종개…50
부부이상의평생지우(知友),미암과덕봉조선인듯조선아닌조선같은도리는다하고,할말은하고
하늘의재변과고달픈민생앞에서-이이…66
능력자신하,반항아국왕받아들여지지못한진심
전쟁속의전쟁들-류성룡과이순신…81
『징비록』으로남은류성룡의전쟁들명장이전에인간,이순신의전쟁들
역사를기록하고지켜낸보통사람들-오희문과안의…97
하찮은사람특별한기억삼천리를피란다니며,‘조선역사’를지키다

제2부조선을기록하다2
우리속의그녀들1-조애중…118
피란생활,남편을그리며‘봉제사’를근심한사대부가안주인
13년의스침,그반향을찾아-헨드릭하멜…132
파란눈에비친17세기조선네덜란드의선택
새로운조선을꿈꾼사람들-박지원…199
북벌에서북학으로그들이품은큰뜻
저들에게무슨일이?-신유한과김기수…165
‘한류열풍’의시조,에도의번영에감탄하다일본에의한,일본을위한‘메이지일본’관람
역사속‘그날’의그들-안련과긔일,어비신…187
일렁이는조선,그속에뛰어들다좌초하는조선,그순간을기억하다

제3부일제강점기를기록하다
비판과이해의갈림길에서다-윤치호…212
개화에서친일까지극적변신인간적이긴하지만
우리속의그녀들2-나혜석과메리린리테일러…228
김우영의부인,시대와살다나혜석,시대에저항하다황금따라펼쳐진파란만장한국살이
그의그때그시절-이승만…252
애국계몽운동가에서유학생으로외교독립운동가에서대통령을향해
비범한뜻,평범한사람-김구…268
배움,실천그리고성장대한민국에대한부심,인간평등에대한확신

제4부대한민국을기록하다
엇갈리는진실.밟히거나밝히거나-푸랜시스카또나…288
전쟁이발발했습니다만피란중,전쟁을끝내야합니다만
이승만키즈,새역사를쓰다-이재영…308
1960년봄,그날들무너져야서는꿈
그의빛으로덮인세상-전태일…326
철빈(鐵貧)에서발버둥치며기억으로타오르다
기록된광주,거짓을뚫고-5·18특파원…343
1980년,오지못한봄외로운고도광주,기록되다
젊음에빚진역사-이한열…359
대학생이한열,스러진박종철1987년6월9일역사가된젊음들

참고문헌…376

출판사 서평

30여인의사적기록으로꿰어낸한국사큰줄기
조선을일러‘기록의왕국’이라한다.지은이에따르면문화재청의국민문화재연구소가조사,번역,해제한개인일기만1,600여건에달한다.당시출판에드는막대한비용과품을감안하면조선사람들이‘기록’에대한열망이얼마나대단했는지짐작이간다.이책은15세기조선에서현대에이르기까지굳이역사를기록한다는의식없이쓰인일기,육아기,여행기,문집,피란기,취재기등다양한개인적글쓰기를꿰어한국사의큰흐름을정리한것이다.
이순신의『난중일기』,김구의『백범일지』,류성룡의『징비록』처럼널리알려진책은물론,임진왜란과병자호란을치러낸백성의시각을보여주는오희문의『쇄미록』과조애중의『병자일기』에서현대사의상흔을증언하는전태일의‘일기’,『5·18특파원리포트』등을골라그에얽힌사연과핵심내용을읽노라면한국사의현장이한층가깝게다가온다.

역사의여백을메우는특별한기억의편린들
역사,특히교과서의역사는성글수밖에없다.이런저런이유를떠나서라도이름난인물,큰사건,제도중심으로서술하니보통사람들의생활,생각은묻히기일쑤다.그런점에서이책에실린‘역사책에잘나오지않는’뜻밖의사실들은흥미롭기도하고어떤면에서자못충격적이다.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오른조선왕조실록은임진왜란때전주사고본만남고모두불탔다고한줄로처리된다.한데그이면에는안의와손홍록이란보통나이든유생의희생과노고가있었음을누가알까.내장산으로옮긴후고초는안의의『수직상체일기』에고스란히담겨있다.
남존여비의가부장제가판쳤다는통념과달리조선중기까지는사대부여인들도“도리는다하고할말은하는”상황이었다거나(『미암일기』속덕봉송종개)개항이후일본에처음파견된조선의수신사일행이“일본에의한일본을위한”메이지근대화를접하며시달려야했음(김기수의『일동기유』)은어느역사책에서만날수있을까.

시대상황을보태고,설득력있게풀어내고
사학을전공하고고교역사교사를지낸지은이의탄탄한배경지식에밝은눈이더해진덕에이책은단순한‘일기’발췌본을넘어선다.독립협회장을지내는등개화파의기수였으나일제강점기에친일로변신한윤치호의일기에서“거의절망적인사업에모험을할정도로나는영웅적인인간이아니다”란구절을골라내면서대중운동의좌절과가족상황에대한고민을짚어내는가하면최초의퍼스트레이디프란체스카여사의일기에서피란수도부산의댄스홀과비밀요정이흥청거리고부유한사람들은나라밖으로떠날생각뿐이었던상황을지적한것이그런예들이라할수있다.
이승만정부가실시했던의무교육에의해자라난‘이승만키즈’들이학교에서배운자유민주주의기치아래이승만정부에반기를들었다는해석역시설득력있게읽히는대목이다.

단순한역사교보재를뛰어넘는재미와의미
시대를앞서간신여성나혜석이“모성애를본성으로여겨의무로간주하던당시담론에정면으로도전한”도발적인글「모(母)된감상기」나청춘의고뇌와몸부림을담아낸전태일·이한열의일기를일반적인‘역사’에서만나기는쉽지않다.주류와의불화이든시대가일러서든말이다.그러기에지난날을보는눈을틔워주는이책을역사교육을위한읽을거리로만여기기엔아깝다.임진왜란당시왜와의강화를반대했다는이유로명군제독이여송에의해곤장을맞을뻔했던류성룡의일화같은대목을그저보아넘길수만은없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