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30여 인의 사적 기록으로 꿰어낸 한국사 큰 줄기
조선을 일러 ‘기록의 왕국’이라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국민문화재연구소가 조사, 번역, 해제한 개인 일기만 1,600여 건에 달한다. 당시 출판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품을 감안하면 조선 사람들이 ‘기록’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 책은 15세기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굳이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식 없이 쓰인 일기, 육아기, 여행기, 문집, 피란기, 취재기 등 다양한 개인적 글쓰기를 꿰어 한국사의 큰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김구의 『백범일지』, 류성룡의 『징비록』처럼 널리 알려진 책은 물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치러낸 백성의 시각을 보여주는 오희문의 『쇄미록』과 조애중의 『병자일기』에서 현대사의 상흔을 증언하는 전태일의 ‘일기’, 『5·18 특파원리포트』 등을 골라 그에 얽힌 사연과 핵심 내용을 읽노라면 한국사의 현장이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역사의 여백을 메우는 특별한 기억의 편린들
역사, 특히 교과서의 역사는 성글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서라도 이름난 인물, 큰 사건, 제도 중심으로 서술하니 보통사람들의 생활, 생각은 묻히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역사책에 잘 나오지 않는’ 뜻밖의 사실들은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 자못 충격적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조선왕조 실록은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본만 남고 모두 불탔다고 한 줄로 처리된다. 한데 그 이면에는 안의와 손홍록이란 보통 나이 든 유생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음을 누가 알까. 내장산으로 옮긴 후 고초는 안의의 『수직상체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존여비의 가부장제가 판쳤다는 통념과 달리 조선 중기까지는 사대부 여인들도 “도리는 다하고 할 말은 하는” 상황이었다거나(『미암일기』 속 덕봉 송종개) 개항 이후 일본에 처음 파견된 조선의 수신사 일행이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메이지 근대화를 접하며 시달려야 했음(김기수의 『일동기유』)은 어느 역사책에서 만날 수 있을까.
시대 상황을 보태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사학을 전공하고 고교 역사교사를 지낸 지은이의 탄탄한 배경 지식에 밝은 눈이 더해진 덕에 이 책은 단순한 ‘일기’ 발췌본을 넘어선다. 독립협회장을 지내는 등 개화파의 기수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친일로 변신한 윤치호의 일기에서 “거의 절망적인 사업에 모험을 할 정도로 나는 영웅적인 인간이 아니다”란 구절을 골라내면서 대중운동의 좌절과 가족 상황에 대한 고민을 짚어내는가 하면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프란체스카 여사의 일기에서 피란 수도 부산의 댄스홀과 비밀요정이 흥청거리고 부유한 사람들은 나라 밖으로 떠날 생각뿐이었던 상황을 지적한 것이 그런 예들이라 할 수 있다.
이승만 정부가 실시했던 의무교육에 의해 자라난 ‘이승만 키즈’들이 학교에서 배운 자유민주주의 기치 아래 이승만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 역시 설득력 있게 읽히는 대목이다.
단순한 역사 교보재를 뛰어넘는 재미와 의미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이 “모성애를 본성으로 여겨 의무로 간주하던 당시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한” 도발적인 글 「모(母)된 감상기」나 청춘의 고뇌와 몸부림을 담아낸 전태일·이한열의 일기를 일반적인 ‘역사’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주류와의 불화이든 시대가 일러서든 말이다. 그러기에 지난날을 보는 눈을 틔워주는 이 책을 역사교육을 위한 읽을거리로만 여기기엔 아깝다. 임진왜란 당시 왜와의 강화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명군 제독 이여송에 의해 곤장을 맞을 뻔했던 류성룡의 일화 같은 대목을 그저 보아넘길 수만은 없지 않을까.
조선을 일러 ‘기록의 왕국’이라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국민문화재연구소가 조사, 번역, 해제한 개인 일기만 1,600여 건에 달한다. 당시 출판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품을 감안하면 조선 사람들이 ‘기록’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 책은 15세기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굳이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식 없이 쓰인 일기, 육아기, 여행기, 문집, 피란기, 취재기 등 다양한 개인적 글쓰기를 꿰어 한국사의 큰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김구의 『백범일지』, 류성룡의 『징비록』처럼 널리 알려진 책은 물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치러낸 백성의 시각을 보여주는 오희문의 『쇄미록』과 조애중의 『병자일기』에서 현대사의 상흔을 증언하는 전태일의 ‘일기’, 『5·18 특파원리포트』 등을 골라 그에 얽힌 사연과 핵심 내용을 읽노라면 한국사의 현장이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역사의 여백을 메우는 특별한 기억의 편린들
역사, 특히 교과서의 역사는 성글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서라도 이름난 인물, 큰 사건, 제도 중심으로 서술하니 보통사람들의 생활, 생각은 묻히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역사책에 잘 나오지 않는’ 뜻밖의 사실들은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 자못 충격적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조선왕조 실록은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본만 남고 모두 불탔다고 한 줄로 처리된다. 한데 그 이면에는 안의와 손홍록이란 보통 나이 든 유생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음을 누가 알까. 내장산으로 옮긴 후 고초는 안의의 『수직상체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존여비의 가부장제가 판쳤다는 통념과 달리 조선 중기까지는 사대부 여인들도 “도리는 다하고 할 말은 하는” 상황이었다거나(『미암일기』 속 덕봉 송종개) 개항 이후 일본에 처음 파견된 조선의 수신사 일행이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메이지 근대화를 접하며 시달려야 했음(김기수의 『일동기유』)은 어느 역사책에서 만날 수 있을까.
시대 상황을 보태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사학을 전공하고 고교 역사교사를 지낸 지은이의 탄탄한 배경 지식에 밝은 눈이 더해진 덕에 이 책은 단순한 ‘일기’ 발췌본을 넘어선다. 독립협회장을 지내는 등 개화파의 기수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친일로 변신한 윤치호의 일기에서 “거의 절망적인 사업에 모험을 할 정도로 나는 영웅적인 인간이 아니다”란 구절을 골라내면서 대중운동의 좌절과 가족 상황에 대한 고민을 짚어내는가 하면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프란체스카 여사의 일기에서 피란 수도 부산의 댄스홀과 비밀요정이 흥청거리고 부유한 사람들은 나라 밖으로 떠날 생각뿐이었던 상황을 지적한 것이 그런 예들이라 할 수 있다.
이승만 정부가 실시했던 의무교육에 의해 자라난 ‘이승만 키즈’들이 학교에서 배운 자유민주주의 기치 아래 이승만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 역시 설득력 있게 읽히는 대목이다.
단순한 역사 교보재를 뛰어넘는 재미와 의미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이 “모성애를 본성으로 여겨 의무로 간주하던 당시 담론에 정면으로 도전한” 도발적인 글 「모(母)된 감상기」나 청춘의 고뇌와 몸부림을 담아낸 전태일·이한열의 일기를 일반적인 ‘역사’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주류와의 불화이든 시대가 일러서든 말이다. 그러기에 지난날을 보는 눈을 틔워주는 이 책을 역사교육을 위한 읽을거리로만 여기기엔 아깝다. 임진왜란 당시 왜와의 강화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명군 제독 이여송에 의해 곤장을 맞을 뻔했던 류성룡의 일화 같은 대목을 그저 보아넘길 수만은 없지 않을까.
아주 개인적인 한국사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