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첼라이 정원의 산책자들(큰글자책) (찬란했던 역사를 찾아 떠난 그리스문화 답사기)

루첼라이 정원의 산책자들(큰글자책) (찬란했던 역사를 찾아 떠난 그리스문화 답사기)

$43.00
Description
모든 것은 ‘루첼라이 정원’에서 시작되었다
‘루첼라이 정원’은 이탈리아 문예부흥을 이끈 피렌체의 루첼라이 가문이 16세기 초 운영했던 학당이다. 피렌체의 젊은이들이 고전을 공부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던 이 모임엔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도 참여했었다. 이 이름을 딴 서양 인문고전 강독 모임이 21세기 서울에도 있다. 여기서 연세대학고 신과대학 김상근 교수의 그리스 고전 강좌를 들은 이들이 강좌가 끝난 후 그리스 답사 여행을 떠난다. 2019년 일이다. 이 책은 거대한 그리스를 뜻하는 ‘마그나 그레치아’의 일부인 시칠리아 섬을 포함하는 두 차례 답사에 참여했던 지은이가 쓴 여행기이다.
문인도 전문가도 아닌 이가, 모두 합쳐 한 달이 채 못 되는 기간의 여행을 정리한 글이지만 책은 그렇고 그런 여행기를 뛰어넘는다. 싱그러운 감성, 신선한 시각과 친근한 어투가 그리스 문화에 대한 애정과 어우러져 현장감과 교양미를 살려낸 덕분이다.

지적 호기심에 가득찬 딜레탕트의 시선
책의 첫 번째 미덕은 경쾌함이다. 읽는 이를 가르치려 하거나 지식을 과시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신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와 역사는 물론 프랑스와 영국에 있는 그리스 문화유산, 영화, 소설, 오페라 등을 자유롭게 오간다. 파르테논 신전과 그곳 대리석 조각을 밀반출해 전시해 놓은 대영박물관의 엘긴스 룸, 그리스 영화배우 메르쿠리가 출연한 〈페드라〉에 프랑스에있던 우리 《의궤》 반환을 위해 애쓴 박병선 박사가 어우러지는 식이다. 여기에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에서 만난 ‘아가멤논의 가면’을 보며 영웅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한다든가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궁전을 발굴했던 고고학자 에번스가 시멘트 기둥으로 복원한 데 대한 아쉬움 등 소박한 감상이 더해진다. 올림픽 발상지를 찾은 일행이 경기장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는 장면은 슬며시 웃음을 자아내는 ‘우리 곁의 글쓰기’ 한 대목이다.

3년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풍미를 더하다
여행기 수준의 신변잡기나 감상만 실은 것이 아니다. 여행이 끝난 뒤 2년 여의 숙성 기간을 거친 글은 눈으로 보는 것에 더해 역사와 신화를 녹여내 읽는 맛 또한 각별하다. 에렉테이온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카리아티드 여인상 기둥이 실은 페르시아 전쟁 때 아테네를 배반했던 카리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이야기라든가 오이노마오스 왕의 마부를 매수해 마차 경주에 승리해 공주와 결혼할 수 있었던 펠롭스가 왕을 추모하는 경기를 연 것이 올림픽의 기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런 예다.
그런가 하면 황금양털의 주인공 이아손에게 배신당해 분노한 나머지 그와의 사이에 둔 자식들을 살해한 ‘천하의 악녀’ 메데이아의 ‘누명’을 벗겨준 독일의 여성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는 지은이의 노력이 범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오후 티타임에 어울릴 법한 ‘문화 다담상’
그리스 관련 서적은 숱하다. 신화는 물론이고 역사, 여행기 등 분야도 다양하다. 서양 문명의 요람이기도 하고 문학, 철학 등은 물론 민주주의까지 우리가 고대 그리스에 빚지고 있는 것이 막대하니 당연하다.
이 책은 거기에 한 권을 보태는 차원을 벗어난다. 물론 역사나 신화, 철학, 고전의 전문가가 정색을 하고 쓴 전문서가 아니다. 산해진미가 가득한 정찬 상은 아니란 의미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가을날 오후 따스한 햇볕 아래 한 잔의 차와 함께 즐길 만한 다담상에 견줄 만하다. 부담 없이 맛나게 즐길 주전부리가 있는, 센스와 정성이 돋보이는 그런 다과상.
저자

강인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불어교육학을전공했다.어릴적꿈을찾아적지않은나이에삶의공간을파리로옮기고1년동안속속들이그속내를탐구했다.돌아와첫책『파리,혼자서』를썼다.그후새롭게시작한인문학공부에서그리스를만났고,답사여행에서최초서양문명의자취를확인하며느꼈던강한인상을담아두번째책을썼다.10대시절우연히본프랑스영화한편에서시작된프랑스에대한짝사랑이지금은그원조격인고대그리스로점점기울어가는것을느낀다.

목차

들어가며8

1부그리스-아리아드네에서메르쿠리까지
건축물에도그리스철학이-파르테논신전14
정의가구현되던‘신의언덕’/파르테논신전의‘현관’프로필라이아/영광의흔적은주춧돌과돌기둥뿐/우아하고단아한여성미에렉테이온신전/약소국의아픔,부서지고뜯기고/메르쿠리와박병선박사를떠올리다

메르쿠리의문화재반환운동-뉴아크로폴리스박물관29
유리바닥아래잠든4천년전유적/눈길사로잡는신전모형들/싱그러운청춘남녀상쿠로스와코레/판아테나이아대축전조각으로‘눈호사’/애달픈사연의카리아티드상을뒤로하고/엘긴의만행,메르쿠리의아픔/목조반가사유상의수난떠올라

아가멤논의황금가면-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44
이상적남성미를보여주는포세이돈?제우스?/감탄이절로나오는미케네문명의금세공품들/가슴이먹먹해진암포라의그림/미의여신아프로디테와의만남/현대조각거장에영감을준델로스의인물상

메데이아를위한변명-코린토스운하55
수에즈운하건설한레셉스가완공/사랑을위해모든걸버린메데이아의비극/독일작가크리스타볼프가벗겨준‘누명’

나만의arete를찾아서-올림피아63
황량한길을달려올림픽발상지에서다/우승자에게주어진건명예뿐/당시신전,‘선수촌’등폐허로남아

루브르박물관따라잡기-올림피아고고학박물관74
올림픽의기원,펠롭스전차경주가부조로/펠롭스가문의비극과술수/돌에새겨진테세우스와헤라클레스/밀로의비너스에비견되는헤르메스상/부러운프랑스의문화마케팅

레판토해전의상흔을딛고-나프팍토스86
지중해패권을놓고벌인세계사적해전/아기자기하고고요했던역사의현장/레판토해전에참전했던문호세르반테스/로망과는거리가먼자갈해변

세계의중심,옴팔로스-델포이95
제우스가정한‘세상의중심’/한때폴리스중최고의부를자랑/신탁의명성은애매함에서/여사제와신을연결해준연기의비밀/지금도쓰이는야외극장의독특한분위기/미래를아는것이좋지만은않다

프랑스고고학팀의미소-델포이박물관110
한폭의풍경화같은델포이박물관전경/헤라클레스와아폴론의다툼을새긴조각/거신족과올림포스신들간의전쟁이소재/핑크빛대리석으로만들어진스핑크스/순박한인상의효자들,쌍둥이쿠로스상/뒷모습도놓칠수없는청동상‘델포이의마부’/상상력으로사라진4두마차를복원

자유가아니면죽음을-레오니다스동상124
페르시아대군에맞선스파르타용사들을이끌다/다비드의그림에선침착한모습으로/폐쇄적인마음이스파르타의발전을막아

경이로운기암절벽위수도원-메테오라131
신에게가까이가기위해짓다/수도원입구까지자동차로접근

알렉산드로스의추억-테살로니키138
끝없는수평선너머영롱한윤슬/‘피로물든탑’이‘화이트타워’로

아기자기한보물창고-이라클리온고고학박물관145
1,000여개의방이있던크노소스궁전의미로/프레스코화,여신상등볼거리가득/감탄이절로나오는고대인들의금세공솜씨/유럽문명의기원이한자리에

조르바처럼자유롭게-니코스카잔자키스묘지155
영원히잊지못할바닷가의춤/이해하기쉽지않은소설/학교문턱에도못가본실존인물이모델

아리아드네가테세우스를기다렸던미궁-크노소스궁전유적지165
영국고고학자에반스가발굴이끌어/시멘트로복원한기둥에아쉬움

폐허자체로아름다운포세이돈신전-수니온곶172
아이게우스왕의눈물인듯장대비가/검은돛을단배에절망한아버지의죽음/의붓아들을향한계모의빗나간사랑/줄스다신감독의명화〈페드라〉의모티프/파손된형태그대로인포세이돈신전

2부시칠리아-‘마그나그레치아’를찾아서
숨어있는보석같은이스탄불-중간기착지에서뜻밖의호사184
셰프가가져온아침식사를즐기는느긋함이라니/선입견을깨준경유지이스탄불시내관광

아침부터저녁까지벨리니와함께-카타니아의에트나화산191
잿더미에서일구어낸카타니아의번영/바로크장식미의극치산타아가타대성당/벨칸토오페라의대가빈센초벨리니의고향/풍미깊은에트나와인은화산재덕분

그리스극장에서에우리피데스의비극보기-시라쿠사200
아테나신전터에세워진화사한대성당/카라바조의성녀루치아그림에관광객몰려/성당옆에숨어있는‘아레투사의샘’/가장위대한반전연극〈트로이의여인들〉/돌산을통째로깎아만든야외극장서공연/무대장치없어도,대사뜻몰라도충분히공감/서울에서만난창극〈트로이의여인들〉

화합을꿈꾸는콩코르디아신전-아그리젠토216
‘인간이만든가장아름다운도시’로불려/2,500년세월을비껴간듯온전한형태/신과인간,여러민족의화합을기원하는이름/여전히생동감있는청동상‘추락한이카루스’/주변경관이빼어난헤라신전/헤라클레스등제우스아들을기리는신전도

오렌지향기는바람에날리고-타오르미나231
비현실적풍경을자랑하는‘4월광장’/고대그리스인들의삶의일부였던‘비극’/하늘과바다,태양과산이빚어내는조화

마씨모극장에서인생의아이러니를-팔레르모241
지배세력의교체를압축한관문‘포르타누오바’/이탈리아와통합을기념해22년에걸쳐세운극장/주제페베르디가주인공인극장/화려하면서도실용적인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