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에게

사랑하는 아내에게

$24.00
Description
사랑을 잃은 자리에서 시작된,
끝내 사랑을 증언하는 책
상흔과 연민, 사랑과 고독, 개인적 체험과 시대적 의미를 서정적으로 연결해 온 시인 황학주. 문단의 관습을 넘어 독창적인 언어를 세워 온 그는, 2018년 화가 정인희와 부부의 연을 맺고 2023년 정인희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함께한 삶을 그의 언어와 사진으로 기록했다.

예술가의 삶과 부부의 동행을 담은 이 책은 평범한 일상과 비범한 창작의 순간을 오간다. 서로에게 가장 큰 조력자로 살아낸 두 사람의 시간은, 잔잔하고도 섬세한 제주 생활의 장면들로 페이지마다 되살아난다. 제주의 집과 정원, 햇살이 쏟아지는 나무와 꽃, 두 마리 길고양이까지, 시인의 사진속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일상의 결이 고스란히 담겨 페이지마다 살아 숨 쉰다.

“시간이 흘러도 아무것도 아물지 않았다. 아내가 떠난 후로 내 생활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고백은 상실의 아픔을 생생히 전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애도가 아니다. 함께한 시간을 충실히 기록함으로써, 이별은 끝이 아니라 사랑을 다시 쓰는 방식임을 증명한다.


저자

황학주

저자:황학주
1987년시집『사람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가드디어하나님보다』『갈수없는쓸쓸함』『늦게가는것으로길을삼는다』『너무나얇은생의담요』『루시』『저녁의연인들』『노랑꼬리연』『某月某日의별자리』『사랑할때와죽을때』『사랑은살려달라고하는일아니겠나』가있고그외여러산문집이있다.서울문학대상,문학청춘작품상,서정시학작품상,애지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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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내시편어디에“사랑하고사랑해서두생째세생째당신을좇아갈수있다”는구절을써넣은적이있는데,그게우리가오래살아야한다는자기암시였다면,답변은그렇다.전생에서나는뭐였나?전생에서부터당신을좇아온사람.(1쪽)
초록이아름다운것은초록속에어둠과사막이있기때문이다.씨앗하나로,잎눈하나로완전한어둠을숨쉰아기하나가어디선가탄생을알리고,겨울을난메밀밭에새잎나고꽃필때깔리는해무는초록을꿈꾸어온어둠과사막이세상밖으로밀어낸눈물이라고도할것이다.꿈꾼만큼아름다워질수있다는말을사랑과두려움속에회의없이믿을수있는지모르지만,끝까지당신이행복했으면좋겠다.(9쪽)
“무슨생각해요”갑자기아내가묻는다.그리고당신의웃음소리.당신의웃음소리가좋다.당신하고있지만당신하고만이야기할수없고당신만을쳐다볼수는없지만,당신쳐다보기를잊을만큼좋아하는다른것이있을수는없다.안갯속같은내면에서나무에부딪히는사랑이이마를쓸며웃는,소리를들은것같다.(16쪽)
아침햇살에젖은숲을끼고귤밭딸린동네를벗어나면무적을울리며올라오는상상의배가있을것만같고마치그배를마중하러나가는듯한우리의아침산책은대흘리까지이어지고하루는또그렇게어딘가로벋어가고있다.(24쪽)
사람들이귀가하지않아밤눈이그쳐야할것같은오타루에서돌아오니제주조천은바람이무겁고사납다.윙윙거리는바람은어떤발전도이루어지지않은여행을힐난하는듯하지만.당신의눈동자는한명이면충분하다는듯발광하고,거긴사랑이라는핏방울하나가글썽이며눌러앉기좋은곳이다.(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