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구상은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 니혼 대학 종교과를 졸업하였다. 해방 후 소련 점령하의 원산에서 시집 『응향凝香』의 발표로 핍박을 받게 되어 서울로 탈출하였다. 시집으로 『초토의 시』 『밭 일기』 『구상 시전집』 『홀로와 더불어』 외 다수가 있으며 수상집, 희곡, 시나리오집, 묵상집, 서간집, 사회평론집 등이 있다. 《연합신문》 문화부장, 《영남일보》 《경향신문》 《가톨릭신문》 편집국장 및 논설위원을 지냈고, 효성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서울시문화상ㆍ대한민국문학상 본상ㆍ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했으며 금성화랑 무공훈장ㆍ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금관 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북한에서 발표한 시로 필화사건을 겪으며 남하한 이래 언론계 일과 대학 강의를 해오며 그리스도의 영향 아래 꾸준히 시작을 해온 구상 시인의 대표시 42편을 엮었다. 한국대표명시선100의 하나로 엮인 이 시선집에는 시인이 ‘삶에서 영원을 보고 영원에서 삶을 보는’ 커다란 시선이 배어 있다. 시란 한갓 유희가 아니라 언어 속에 뼈가 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이 여실히 녹아 있는 시편들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추천된 바 있는 시인의 시들은 외국에서도 여럿 번역되어 잇다. 구상의 첫 시집 ‘구상’ 에 붙인 설창수 시인의 해설이 시인과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인의 말
나는 시가 신동의 신기나 천재의 도술로 믿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내 ‘생명의 소박한 실사’를 시의 본령으로 삼을 것이다. 이는 내가 시를 김동리 씨 정론대로 ‘고조된 혼의 고백’ 또는 기도로 또한 나답게 믿는 바가 있는 까닭이다
홀로와 더불어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어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배어 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어서 산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오늘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혼자서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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