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14.52
저자

고미숙,박지원(원저)

고전평론가.20대에는청년백수,30대중반에박사학위를받았지만40대초,중년백수가되었다.혼자는너무심심하고외로워서공부공동체를꾸렸다.현재[감이당]&[남산강학원]이나의본거지다.2080세대가함께꾸려가는지성의네트워크라생각하면된다.주요활동은‘읽고쓰고말하기’.이렇게살아도밥벌이가되고수많은벗들을만날수있다는사실이놀랍고신기하다.이행운을많은이들과나...

목차

목차
ㆍ머리말:열하일기,숨은보석을찾아라!
Intro그대,길을아는가?
출발
벗은‘제2의나’다
연암이‘연암’으로들어간까닭은?
청나라로부터배우다-북학北學
검문
길은‘사이’에있다
1.소경의평등안:이용후생,그리고정덕正德
책문
여래와소경
득룡이
정덕正德을환기하라!
잠꼬대
‘청문명의장관은기와조각과똥부스러기에있다’
덧달기-쌍림과장복의대화
2.호곡장好哭場:아,참좋은울음터로구나!
투전

말꼬리
호곡장好哭場
갓난아기가울음을터뜨리는이유는?
덧달기
3.호질虎叱:너희가‘범’을아느냐?
천하제일관天下第一關
의‘발견’
미스터리
주인공은‘범’
인간,너는누구인가?
4.허생許生:황금을보기를뱀처럼하라
연경도착!
옥갑에서의‘야화’
변승업卞承業
허생을인터뷰하다
5.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만리장성에담긴뜻은?
아닌밤중에홍두깨!
열하로
굶주림과잠고문
창대의수난
혹부리여인들
밤에고북구를나서며(夜出古北口記)
원혼들에대한비가悲歌
덧달기
6.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내이제야도를알았도다!
말(馬)에대한깊은성찰
위태로움에대하여
하룻밤에아홉번강을건너다(一夜九渡河記)
마음의행로
마침내열하!
잠과꿈의‘사이’
7.상기象記:코끼리를통해본우주의비의
상방탐방기
코끼리의형상,코끼리의힘
하늘이코끼리를낸뜻은?
차이를사유하라!
덧달기-지전설
8.판첸라마대소동:천하의형세를헤아리다
폼생폼사
서곡
판첸라마
황제
황금궁전
파사팔巴思八
정탐꾼
천하의형세
9.환희기幻戱記:도로눈을감고가시오
호기심제왕
신기한요술나라
엽기적인너무나엽기적인
눈속임
꿈속에또꿈
소경의눈물
길위의삶
ㆍ더읽을책들
ㆍ박지원연보
ㆍ열하일기원목차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열하일기』는조선이1780년청나라건륭제의고희를축하하기위해파견한사행단에연암박지원이공식임무가없는수행원자격으로5개월간동행하면서남긴연행기록이다.조선의연행사들이남?긴500권에이르는연행록중에서도『열하일기』는백미로손꼽힌다.그러나고종재위기간에우의정까지지낸손자박규수도조부의문집을간행할엄두를내지못했을정도로『열하일기』는문제작이었다.만주족오랑캐가명을몰락시키고청을건국한이래조선은명에대한존숭과의리를지킨다는명분으로소중화사상과북벌론을지배적인이념으로...
『열하일기』는조선이1780년청나라건륭제의고희를축하하기위해파견한사행단에연암박지원이공식임무가없는수행원자격으로5개월간동행하면서남긴연행기록이다.조선의연행사들이남긴500권에이르는연행록중에서도『열하일기』는백미로손꼽힌다.그러나고종재위기간에우의정까지지낸손자박규수도조부의문집을간행할엄두를내지못했을정도로『열하일기』는문제작이었다.만주족오랑캐가명을몰락시키고청을건국한이래조선은명에대한존숭과의리를지킨다는명분으로소중화사상과북벌론을지배적인이념으로떠받들고있었다.이것이얼마나허망한논리인지그뿌리부터근거가빈약할뿐더러한톨의실리조차건질게없음을꿰뚫어보고,도도한논리와장대한비전으로이를공략한사상가이자문장가가연암박지원이었다.그리고그러한사상과문장의진수를보여주는텍스트가바로『열하일기』이다.
원전의진면목을온전히전하면서도고전을읽는현재적의미까지담아내는작은길출판사의‘고전찬찬히읽기’시리즈는,첫책으로저자고미숙의『삶과문명의눈부신비전열하일기』를새롭게선보인다.장장십년동안『열하일기』를통해연암과우정을나누어온저자는,연암으로부터지금도변함없이선물공세를받는다.이번에받은선물은『열하일기』라는고원곳곳에서‘채굴한’10편의명문장들이다.저자는‘보물찾기’를하는아이같은설레는마음으로숨은보석들을발굴하여그영롱한빛을지금여기의독자들에게선사한다.
ㆍ문화체육관광부선정우수교양도서
ㆍ대한출판문화협회선정올해의청소년도서
ㆍ‘책읽는청주’대표도서
ㆍ‘행복한아침독서’추천도서
저자가5년전청소년독자들에게도열하일기의진수를선물하고자썼던『삶과문명의눈부신비전열하일기』의개정판이다.한성에서연경으로,연경에서열하로,다시연경으로돌아와한양에이르는장장5개월간의장대한여행기가한장의지도위에펼쳐지듯선명하게그려진다.이처럼『열하일기』26편의전모가한편의로드무비이자길위에서펼쳐지는흥미진진한모험,그리고사유의대여정으로생생히되살아난것은오래도록연암과,또한『열하일기』와‘찐한’우정을나누어온저자고미숙의애정과편력이살아숨쉬기에가능한것이었다.이번개정판을통해230여년전연암의여행길에동행하는행운을누리시길바란다.
유목적여정이탄생시킨“오천년래최고의문장”
조선후기내내뜨거운감자였던연암의글들은1900년이되어서야창강김택영에의해『연암집』으로묶여간행되었다.김택영은『열하일기』에수록된를삼국사기의과더불어“오천년래최고의문장”이라평했다.이같은평가의근거는무엇인가.반드시한문으로쓰인원전을읽어야만하는건아니다.그때그자리의연암이되어보는것이다.상현달마저고개너머로떨어져천지가괴괴한때,곁에는아무도없고오직한필의말에의지하여깊은골짜기를내려다보며만리장성의고북구를넘어간다.
아,슬프다!여기는예로부터수많은전쟁이벌어진곳이다.…그토록길길이날뛰며싸우던전쟁터건만지금은온천하가태평하여군대를일으키지않고있다.오히려사방으로산이둘러싸고있어수많은골짜기들이쓸쓸하고적막하기만하다.…벌레소리가사방에서일어나고긴바람이싸늘하다.숲과골짜기가함께운다.짐승같이가파른산과귀신같이음산한봉우리들은창과방패를벌여놓은듯하고,두산사이에서쏟아지는강물은사납게울부짖어철갑으로무장한말들이날뛰며쇠북을울리는듯하다.-본문174~175쪽
고북구는어떤곳인가.연경에서열하로가는길목이자,새외로통하는관문가운데험하기로는고북구만한요새가없다.이곳을통과하면산천의풍경과지세,풍속따위가자못달라지는북방오랑캐의땅이기도한터,고북구는중국역사내내치열한전쟁터이기도했다.이곳에서스러져간전쟁의원혼은그수를헤아릴수없을것이다.짙은어둠과천지의기괴한기운이어우러진가운데“연암은뭐라형용하기어려운감회에휩싸”여,남은술에먹을갈아천고의명문장을써내려갔던것이다.이에대해저자는이렇게말한다.“어찌보면,그것은연암의것이라기보다장성에깃든원혼들이연암을통해말을건넨것인지도모른다.”고.
비단만그렇게탄생된게아니다.『열하일기』를장식하는명문들은모두같은방식으로연암을통해세상으로흘러나왔다.동쪽변방조선의지식인연암은조선을규정하는어떠한주류적가치와통념에도걸림이없었던인물이다.그랬기에다양한스펙트럼으로분사되는청문명의정수를다각도로조망하고포착할수있었다.그중단연으뜸은“청문명의장관은기와조각과똥부스러기에있다”는명제이다.그것은“기와조각과똥오줌,가장낮고천한것에서가장깊고근원적인것을찾아내는”연암의통찰력이구축한“탁월한문명론”이기때문이다.연경을유람하고돌아온선비들은요동의백탑,산해관,유리창따위를제일장관이라며열거하는가하면,일류선비들은왕후장상,서민가릴것없이모조리머리를깎았다는이유로청나라사람들을개돼지라며싸잡아비난하기에바쁘다.이에연암은삼류선비를자처하며천연덕스럽게웅변한다.깨진기와조각을모아천하의그림을그려내고,똥거름마저각양으로쌓아올려금덩어리처럼모시는저제도를본받아야진정한북벌이가능하지않겠냐고.진정근원적이고도통쾌한논리가아닌가.장자가말한붕새의눈이나불가에서말하는여래의평등안으로세상을본다는것이바로이런것일게다.
연암의편견없는안목과전복적사유는열하에서더욱진가를발휘했다.천자의고희를축하하기위해천하의모든진귀한종족과산물들이열하로몰려들고있었다.길들이지않은각종야생동물들이우리안에서눈빛을번득인채수레에실려간다.“붉은굴레를씌워말을끌고가듯하는”사슴이있는가하면,키가거의말만하고용맹하기가호랑이와맞먹는‘악라사’란개도있다.난생처음타조를목도하기도한다.이미연경에서한번마주친코끼리를열하에서다시볼기회를얻는데,이번에본코끼리의행동거지와활약상은연암의상상력과사유를“우주적차원으로”비약시키면서라는명문을낳게했다.
우리가배운것이라고는생각이소ㆍ말ㆍ닭ㆍ개정도에미칠뿐,용ㆍ봉ㆍ거북ㆍ기린같은짐승에게까지는미치지못한다.코끼리가범을만나면코로때려죽이니그코야말로천하무적이다.그러나쥐를만나면코를둘데가없어서하늘을우러러멍하니서있을뿐이다.그렇다고쥐가범보다무서운존재라말한다면조금전에말한바이치에어긋나고만다.대저코끼리는오히려눈에보이는것인데도그이치를모르는것이이와같다.하물며천하사물이코끼리보다만배나더한것임에랴.-본문215쪽
저자는여기에‘코끼리철학’이라는이름을부여하면서가설파하는건‘차이’에대한사유라고지적한다.
우주의변화는실로무상한것이어서하나의단일한척도로수렴되지않는다는것.닭이나개를보고산출된가치는닭이나개에게만적용될뿐,그것을용이나거북에게까지적용하려고들면바로탈이난다.즉,아무런의미가없거나아니면억지로끼워맞추려는‘동일성의폭력’이자행되기때문이다.‘동일성의폭력’이란단하나의기준에의거하여차이들을완전무시해버리는사고방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