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 - 예술문화총서 10

잃어버린 콩나물을 찾아서 - 예술문화총서 10

$18.00
Description
▶ 악보 속 콩나물을 연주하는 멋지고 애달픈 음악가의 삶
그 유쾌하고 궁핍한 진짜 일상을 그리다
부산의 음악평론가 김창욱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음악비평 에세이. 웅장하고 우아한 클래식 음악 공연. 말쑥하고 멋들어진 정장을 차려입고 무대를 장악하는 음악가. 그러나 무대 밑 지역 음악가의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부산의 음악평론가 김창욱은 자신을 포함한 클래식 음악 종사자들의 일화들을 풀어놓으며 이러한 현실을 진솔하게 전한다. 이렇다 할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도 없고, 예술과 금전을 결부시키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분위기 때문에 발생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 빚을 내면서 오케스트라를 이어가는 동료 음악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콩나물 그려진 악보를 소중한 듯 껴안으며 무대로 향한다. 무대 밑의 애달픈 일상과 무대 위의 박수갈채 사이에서 그들이 사랑하는 음악과 음악의 길이 펼쳐진다.
저자

김창욱

金昌旭

1966년부산강서출생
동아대학교대학원음악문화학과졸업(음악학박사)
한국연구재단(한국학술진흥재단후신)신진연구인력지원사업대상자선정
부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부산발전연구원,5·18기념재단공모논문선정
한국음악사학회신인논문상수상
부산음악협회부산음악상수상
경성대,계명대,동아대,동의대,부경대강사
한국연구재단등재학술지『음악과민족』(음악과현실전신)편집팀장
부산예술단체총연합회『예술부산』편집위원
국제신문·부산일보객원평론가
부산광역시의회정책연구위원(문화·관광분야)
현재,전문예술단체음악풍경대표

저작으로『부산음악의지평』,『나는이렇게들었다』,『청중의발견』,『홍난파음악연구』(대한민국학술원우수학술도서)등이있음

목차


서문

제1장일기
생활의즐거움
유치원에서
휴가안가세요
49재에가서
살맛
통큰큰형님
20년후
이런음악회
놀토음악회
수상쩍은일기
찾아가는음악회
성철이라는사람

제2장음악의날개
지휘자양반,다리좀치워주시오!
인기악기와비인기악기
악당의출현
목사님의금일봉
잃어버린‘콩나물’을찾아서
성악가의실수
묘약의효과
그날밤,그방에서무슨일이
한자유예술가를추억함
어떤야외음악회
산새,‘응새’되어날다
어느시간강사이야기
어느대학교수이야기
어느콘트라베이스연주자
어느레슨선생이야기
어느악장이야기
어느합창단이야기
어느음악교사이야기
오페라에서생긴일
어느음악학자이야기
어느악기제작자이야기
청중의풍경
어느성악가의술이야기
어느기타리스트이야기
어느지휘자이야기
어느만학도이야기

제3장나를적시고간노래들
나이도어린데
예써,아이캔부기
저타는불길을보라
플랜더스의개
소녀의기도
명태
미소를띄우며나를보낸그모습처럼
점이
에버그린
서른즈음에
검은장갑
사랑의서약
오!거룩한밤
귀에익은그대음성
티벳자비송
은발
어느60대노부부이야기
부라보콘
즐거운나의집
졸업식노래
편지
원티드
나홀로길을가네
오빠는풍각쟁이야
사쿠라
그네

출판사 서평

▶국도못끓이는콩나물대가리가뭐그리대수라고!

공연전악보를잃어버렸다는것을깨달은음악단장이급하게악보를찾아헤맨다.공중전화부스에놔두고왔나? 퍼뜩생각이든단장은청소아줌마를찾는다.구원처럼만난청소아줌마에게다급하게악보의행방을묻는단장.청소아줌마는“콩나물그림말잉교?”하고답한다.주섬주섬꺼내든악보뭉치를낚아채부리나케뛰어가는단장의어깨너머로청소아줌마가외친다.“국도못끓이는콩나물대가리가뭐그리대수라고!”

저자는유쾌한문장속에음악가의고달픈현실과음악에의사랑을담는다.「잃어버린콩나물을찾아서」는이러한특징이잘담겨있는에피소드로,널리알려진비유인콩나물음표와악보를소중하게안고뛰어가는음악가,그런그를이해하지못하는청소아줌마의일화가재미있고애달프게느껴지는챕터이다.

콩나물에피소드를비롯하여,악단이악당으로변해버린사연,성악가의실수에관객이외친한마디,아버지합창단의일화등무대위와아래에서음악가들이겪은에피소드가흥미롭게펼쳐진다.더불어오케스트라를유지하기위해몇십년간자신의통장하나개설하지못한악장,생업과악단의생활을번갈아반복하며음악을이어나가는콘트라베이스연주자,부조리에맞서는시간강사작곡가등동료음악가들이걸어가는고달프고다양한음악의길을풀어놓는다.

▶나를적시고간노래,에세이적비평의시작

오늘날음악비평은지나치게딱딱하고규범적이어서수용자대중과의적극적인소통과공감이즐겨이루어지지않는것도사실이다.이에,저자는『잃어버린콩나물을찾아서』를통해부드럽고말랑말랑한에세이적비평,혹은비평적에세이를선보이고,이전과다른음악비평의새로운지평을열어보고자한다._〈서문〉중에서

저자는음악가의생활과일화뿐아니라자신이공감하고영향을받은노래들의단상을엮었다.1970년도유행했던CM송〈부라보콘〉을들으며큰형이처음사주었던아이스크림속도회지의맛을느끼고,군생활을하는동안절대부르지않았던〈점이〉를들으며마음따뜻했던군대선임을떠올린다.추억을불러일으키는노래들속에서저자는엄밀하고딱딱한음악비평에서벗어나보다개인적이고말랑말랑한에세이적비평을시도한다.그러면서도청중의자발적참여를이끌어내지못하는음악회의‘여전한’형식과내용을날카롭게꼬집으며,변화의필요성을강조하고건전한음악문화의모색을촉구한다.

음악가들의삶과일화,노래와음악문화에대한단상이담긴김창욱의음악에세이는새로운음악의지평을열며독자를음악의세계로끌어들인다.

책속에서

의기양양한지휘자는짐짓근엄한표정을지으며,가능한멋진포즈로지휘를시작했다.오케스트라의풍부한음향이장내를가득메웠고,청중은귀를쫑긋세워음악에침묵했다.그때였다.무대아래에옹기종기앉아있던몇몇가운데하나가갑자기일어나서소리쳤다.
“지휘자양반,제발그다리좀치워주시오!”
그는단상의지휘자다리사이로연주모습을구경하던관객이었다.자신의눈앞에서지휘자다리가자꾸만왔다갔다하는통에구경거리에차마몰두하지못하겠다는것이었다.기실그관객은음악을듣기보다현악기주자의활켜는솜씨를더보고싶었으리라.
---pp.41~42

지체높은분들이대거자리했던터에,그것은여느음악회와는달리자연스럽지못했고,분위기또한적잖이경직되어있었다.아버지단원들이차례로무대에등장하고있는데,객석에서별안간“앗,우리아버지닷!”하며일곱살쯤으로보이는꼬마하나가일어나소리쳤다.순간여기저기서새하얀웃음꽃들이피어나기시작했다.긴장된객석의분위기가일순누그러지면서음악회도차츰무르익어갔다.무대위에서노래하는아버지를지켜본그아이는아버지와의소중한추억은물론,차마잊을수없는또하나의문화를경험한셈이다.아버지합창단은아마추어합창단이다.그러나오히려아마추어이기때문에직업합창단이나전문적인프로합창단이못하는것을할수있는경우도많다.
---p.113

그날큰형은어린동생들에게부라보콘을하나씩사주었다.촌에서는뭉툭한모양의아이스케키밖에없는데,이리도요상하게생긴얼음과자가다있다니.난생처음먹어보는것이기도하려니와난생처음느껴보는맛이기도했다.우리는희디흰아이스콘입자를입술에묻혀가며먹었다.아껴가며핥았다.부드럽고달콤한부라보콘은여지껏촌에서먹던아이스케키와는가위비견될수없었다.
---p.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