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 페니실린에서 플루오로퀴놀론까지 항생제 개발의 진짜 역사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 페니실린에서 플루오로퀴놀론까지 항생제 개발의 진짜 역사

$18.00
Description
세균이 자라지 않는 ‘투명한 빈 자리(taches vierges)’
항생제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놀라운 과학적 발전을 이루고,
노벨상의 영광에 빛나고,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항생제의 발견과 개발에 얽힌 진짜 역사를 알아본다.
'항생제'라고 하면 보통 페니실린을 떠올리지만, 항생제는 그 종류가 엄청나다. 이런 수많은 항생제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페니실린처럼 극적인 탄생 스토리가 있을까? 그런데 이들 항생제를 만든 사람의 이름은 왜 플레밍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 책은 살바르산과 페니실린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다양한 항생제 개발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또한 병원과 약국에서 처방되는 대표적인 항생제의 핵심 구조와 작용 기전을 살짝 엿보면서, 이들 항생제의 개발에 얽힌 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과학이란, 과학자란, 혹은 기억되는 과학자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과학자의 보상이란,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과학자의 이름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현재와 같이 수많은 사람이 역할을 나눠 참여한 연구에서 '누구'의 연구란 과연 어떤 것인지도 함께 알아본다.

“2023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고관수

서울대학교미생물학과를졸업하고,박사학위도같은대학에서받았다.아시아태평양감염연구재단(APFID)연구실장을거쳐2007년부터성균관대학교의과대학미생물학교실에서항생제내성세균을연구하며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고등학생때문과와이과선택의갈림길에서한참을고민했는데,글은나중에도쓸수있다는선생님의말씀을듣고이과를선택했고지금까지그길을가고있다.300편가까이논문을발표할정도로세균과항생제내성연구를열심히하고있지만,교양과학을비롯해소설,인문,역사등다양한분야의책도틈만나면찾아읽곤한다.
예전선생님의말씀대로이제글을쓰기시작해,첫책《세균과사람》을냈고,이번이두번째책이다.

목차

여는글
사람의기억에오래남는과학자는별로없다
항생제의거인,항생제의영웅도기억못하는데
시약병꼬리표에붙은항생제의진짜역사
1부항생제를발견하다
1장페니실린은누가발견했는가-최초의항생물질페니실린의발견|에르네스트뒤셴
1912년4월,프랑스남부의시골요양원
푸른곰팡이는원래약이었다
뒤셴,푸른곰팡이를연구하다
재발견된뒤셴의연구
페니실린을항생제라고하는이유
그럼페니실린을가장먼저찾은사람은누구인가
뒤셴은진짜'푸른곰팡이'로실험했을까
그래도여전히뒤셴을기억해야하는이유
2장그가없었다면,페니실린도없었다-첫번째항생제페니실린의개발|노먼히틀리
1990년,옥스퍼드대학의명예학위수여식
플레밍의업적은페니실린의발견까지만
페니실린을약으로만든사람은플로리의연구팀
옥스퍼드의페니실린삼총사
손재주탁월한실험의장인
항생제의효능을분석하고추출법을개발하다
기적의약,페니실린
페니실린을대량생산하기위해서는
히틀리가없었다면,페니실린도없었다
3장하수구에서나온보물-가장많이처방되는항생제,세팔로스포린|주세페브로추,에드워드에이브러햄,가이뉴턴
1974년4월,이탈리아사르데냐
우리나라에서가장많이처방되는항생제
하수배출구에서찾아내다
이탈리아의사르데냐에서영국의옥스퍼드로
다시미국의거대제약회사로
예리한관찰자,탁월한행정가,꼿꼿한정치가
세균이자라지않는투명한빈자리
설파제가살린또한명의과학자
세팔로스포린의구조를밝히다
약으로만들려면수많은기초연구가쌓여야한다
벽돌한장을올리고,이음매하나를넣는다는것
2부.노벨상의영광뒤에는
4장'그들의도움으로'라는말한마디-첫번째매독치료제,살바르산|알프레드베르트하임,하타사하치로
1938년11월,일본게이오대학의부속병원
마법의탄환,살바르산
치료할수없었던병,매독
화학자,베르트하임
하타,에를리히를만나다
'누구누구의도움으로'라는말의의미
5장연구는함께,명예는한사람에게-합성항생제의시대를연프론토실|요제프클라러,프리츠미치,다니엘보베
1947년12월,'1939년의유물'을받으며
도마크와프론토실의개발
무용지물인특허
프론토실은어떻게작용할까
프론토실이살리고죽인사람들
정반대라오히려잘맞은두사람
빨간승용차는하얀엔진을빼면껍데기
월드컵우승트로피를한사람에게만준다면
6장이것은누구의연구인가-최초의결핵치료제,스트렙토마이신|앨버트샤츠
1952년12월,노벨상수상연설을들으며
낭만적질병에서낙인찍기좋은질병으로
최초의결핵치료제,스트렙토마이신
너무힘들게찾은'발견자'라는이름
샤츠의지도교수였던왁스먼
연구업적의배분을둘러싼논란
과연'누구'의연구일까
3부흙에서찾아내다
7장생태학이찾은항생제-테트라사이클린,그라미시딘|벤저민더거,게오르기가우제,르네뒤보스
1986년,소련의모스크바
광범위하게쓰이면서도부작용이적은
73살에이룬인생최고의업적
소련의항생제,그라미시딘-S
생태학연구에서항생제개발로
항생제개발에서생태운동으로
큰업적과낯선이름사이의거리
8장생물자원의소유권-에리트로마이신,반코마이신|아벨라르도아귈라,에드먼드콘펠드
1993년,필리핀
커다란고리를가진항생제
필리핀의의사,아귈라
거대제약회사와의싸움
나고야의정서
페니실린이더이상듣지않는다
반코마이신,또는미시시피진흙
보르네오섬에서보내온흙
9장지워지는연구자의이름-리팜피신,날리딕스산|피에로센시,조지레셔
2013년,이탈리아
느와르영화를좋아해서
회사가곧나의이름
역사의각주가된과학자들
그들이잊혀지는이유
4부세상의절반은여자
10장히든피겨스-페니실린,테라마이신,클로람페니콜|엘리자베스버기,마티에드나존슨,밀드레드렙스톡
2001년,미국의노동절피크닉에서
숨겨진영웅들,'히든피겨스'
엘리자베스버기와0.5퍼센트
마티에드나존슨의전투적삶
밀드레드렙스톡,예쁜영광과단단한차별
여성연구원에게는종종그렇지않았다
11장사소한연구는없다-최초의항진균제,니스타틴|엘리자베스헤이즌,레이첼브라운
1975년6월,한사람이먼저가다
점점심각해지는곰팡이감염
다양한항진균제
최초의항진균제,니스타틴
곰팡이가피지않게하라
소포로해낸장거리연구
평생을함께한실험파트너
닫지만다시여는글
짐오닐의보고서,오바마의발표
장밋빛기대의좌절
항생제내성,무엇이문제일까

감사의글
참고한책과글
그림출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커다란영광과막대한이익뒤로,
이름도없이사라져버린사람들,
항생제를개발했던그들은왜역사에서잊혀졌을까

자동차와비행기가우리의이동방식을바꾸는동안,냉장고와엘리베이터는우리의생활을새롭게했고,컴퓨터와인터넷은우리의사고체계를뒤흔들고있다.예전같으면안타깝게죽거나평생장애를안고살아야할사람들이온전하게그리고건강하게우리곁에서생활하고있다.말그대로세상이달라진,혹은누군가세상을바꿔놓은것이다.
몇십년전이라면상상조차하기힘든생활에익숙해지면서우리는이제이런변화의감각마저무뎌졌다.역사책이나다큐멘터리로예전생활을떠올려보지만,이제는‘있어서새롭다’는느낌보다오히려‘없는것이낯설게’느껴진다.항생제가바로딱그렇다.장미가시에찔려죽었다는어느독일시인의낭만이애처로우면서도,다른한편으론어이없는것처럼말이다.
우리몸이아픈것은외부의미생물이우리몸에들어와그런것이고,항생제는우리몸은가만히놔둔채그런세균만골라죽이는물질을말한다.이제는어린이들도알고있는이런의학상식이새로운이야기로우리곁에등장한게채이백년이되지않는다.이책은이런항생제를발견하고,연구하고,개발한사람들의파란만장한이야기다.
알렉산더플레밍이페니실린을찾아낸1928년부터지금까지수많은항생제가발견되었다.그하나하나의개발과정에는세월의흔적이고스란히묻어있다.전쟁의참화가불러온상처를낫게하고야말겠다는인류애도있었고,돈과영광에눈이아득해흩뿌린더러운얼룩도또렷이남아있다.일흔이넘어시작한연구로엄청난돈과평생얻지못한영광을얻기도했고,자신의연구를지도교수에게‘도둑’맞아노벨상을놓쳤다는하소연이예사롭지않은희대의스캔들도있었다.탁월한결과를낸과학자지만그가만약여성이라면,‘예쁜’영광은기꺼이줄수있어도돈과지위는주지않았던지난시절허리조차펼수없던낮은천정도여지없이들어있다.제3세계의전통지식과토종자원이눈밝은선진국사람들에게아무동의없이그대로흘러들어가엄청난수익을창출했지만,보상에서는철저히배제된차별과수탈의역사도남아있다.개인의호기심차원에서진행되던‘소박한’연구가,이제는다양한분야수십명의전문가들이모인거대한조직에서대규모의예산과장기적계획에따라추진되는공장제프로젝트가되었다.이렇게연구와개발이체계화되면서더많은종류의항생제가개발되었고,사람들은더많은혜택을볼수있었다.
이과정에서탁월한통찰과끈질긴실행력으로성과를얻은사람들은노벨상의영광과많은돈을손에넣었고,체계적으로항생제를개발해상품화한회사는엄청난돈과영향력을거머쥐었다.하지만이제더이상‘플레밍’이나‘왁스먼’은찾을수없다.OO회사신약개발팀의분석담당OOO만이있을뿐이다.회사에서돈을받고연구한사람들은자신의이름대신조직의명칭으로불리웠고,그들의이름은논문과특허의각주로만남았다.이것또한세상의변화였다.항생제는세상을바꾸었고,그과정에서항생제를개발하는사람들의모습도크게달라졌다.이책에는그러한과정과변화의모습을조금이나마입체적으로들여다보고싶은마음도담겨있다.
"들판에는커다란나무도있고화려한꽃도있지만,이름이알려지지않은수많은작은꽃들이있고,이른바잡초라불리는식물은그보다훨씬더많다.누군가는화려한꽃을찍어사진으로보관하겠지만,나는밝게빛나는그꽃주변의고요하면서도치열하고,넉넉하면서도치사한풍경을함께보여주고싶었다.항생제발견의역사는몇몇스타과학자의영웅서사가아니라,다양한곳에서활약한수많은과학자와주변의온갖사람들이얽혀있는다채롭고,일상적이고,연속적인이야기일때한층더실제에가깝고가치있는역사가될것이라고생각했다.나는그모습을조금이나마복원하고싶었다.”

“더러울수록,더좋다”
하수구에서흘러나온폐수에서찾은항생제
20세기초반,이탈리아의사르데냐에는장티푸스가유행했다.많은사람들이고열로고생했고,설사와복통으로생활조차제대로할수없었다.그곳의의사와과학자들은원인을찾아질병을퇴치할방법을찾았지만오리무중이었다.그러던많은이들중에바다로버려지는폐수와하수구를유심히살펴보는사람이하나있었다.그는하수구이곳저곳에서폐수를조심스럽게수집했고,실험실로돌아가서는그곳에무슨세균이있는지꼼꼼히살펴보았다.도시에는장티푸스가유행했지만,도시하수가모여버려지던그곳폐수에는놀랍게도장티푸스를일으키는살모넬라균이하나도없었다.바로하수구근처의곰팡이가살모넬라균을모두죽여버린것이었다.이렇게태어난항생제가바로세팔로스포린이다.2022년우리나라에서가장많이처방된항생제가바로이세팔로스포린계열의항생제이고,세팔로스포린이널리처방되는경향은우리뿐아니라전세계대부분의국가에서비슷하게나타난다.
더러운폐수에서세균을물리치는항생물질을찾아낸사르데냐대학의주세페브로추는이탈리아에서이물질로약을만들고싶었다.하지만2차세계대전에서패한이탈리아에서는연구를지속하기가쉽지않았다.그때전승국의일원으로이탈리아에와있던영국군의사가이소식을듣고,옥스퍼드의페니실린팀에해당샘플을보내주었다.이탈리아의지중해한가운데있던섬에서발견된항생물질이멀고먼영국의옥스퍼드에서놀라운약으로탄생한것이다.개인의역량만큼이나어느조직에서어떤네트워크로일을하느냐도중요할까?세팔로스포린개발은그둘은우열을가릴수없다고말한다.

제3세계산골짝의진흙한움큼에서찾은항생제,
‘공정한’연구를묻다
필리핀의의사아벨라르도아귈라는죽음의순간에도‘그말’을했다.자신이수집한토양샘플에서에리트로마이신을찾아냈으니,글로벌제약회사일라이릴리는자신의기여를인정하고,정당한보상을해주어야한다고.
그는일라이릴리의정식직원으로근무하면서,수년간필리핀각지의흙을수집해그중항생물질이있을만한샘플을일라이릴리의미국연구소로보내는작업을했다.일라이릴리에서는2년간의연구끝에이흙을기반으로탁월한효능의항생제를개발했다.그항생제가바로현재도꾸준히사용되는에리트로마이신이다.이약을개발하고판매한일라이릴리의개발팀과영업팀은엄청난판매량에다들환호했지만,아귈라만은그럴수가없었다.그는이약의탄생과정에서철저히배제되었기때문이었다.억울한아귈라는미국본사를방문해자신의활동을소명하고싶었지만,그런기회도그에게는허락되지않았다.그는모든활동을문서화해놓지않은자신을한탄했지만,필리핀의한도시에서이름을딴항생제의명칭부터시작해너무나도분명한자신의기여가어처구니없이무시당하는데는가만히있을수가없었다.필리핀정부에서도.GATT를비롯한각종다자간협정과무형자산,생물자원의공정한이용을내세웠지만,일라이릴리는꿈쩍도하지않았다.특허와각종법률은물론로비와영향력앞에서는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이제는상황이조금씩바뀌고있다.생물다양성협약이하나둘효력을발휘하고2014년이후나고야의정서가발효되면서,제3세계의어떤생물자원도관련자의동의없이국외로반출이불가능하다.동의나허락도없이마음대로가져다쓴미국을비롯한제약업계의선진국들에게이제제동이걸렸다.그들은이제다른나라의풀한포기,흙한줌도마음대로가져갈수없다.우리나라도예외는아니다.

‘항생제의겨울’이왔다
1980년대에서2000년대까지는
항생제‘혁신의실종’과‘발견의공백기’
1950년대부터1970년대까지엄청나게쏟아져나오던항생제가어느시점부터개발이더뎌지기시작했다.사실우리가현재알고있는대부분의항생제가바로1950년대에서1970년대사이에개발된되었거나,이때개발된항생제를변형한것이다.하지만거대제약회사,소윅빅파마(BigPharma)들이항생제를더이상개발하지않았고,연구파이프라인에도항생제는더이상계획에없었다.항생제개발이1980년대들어와뚝끊어진것이다.
항생제는개발자체가쉽지않다.항생제는사람에게는없고세균에게만있는구조나효소혹은생합성과정을표적으로삼는다.그렇지않으면사람에게부작용이생겨사용할수가없다.그런데세균과사람이정말많이다른것같지만,사실또자세히들여다보면정말그렇지만도않다.요즘새로운항생제가개발되더라도이전과완전히다른항생제는아닌경우가대부분이다.표적자체가완전히다른,전혀새로운항생제가아닌이상기존항생제에의한내성문제를극복할수없다는문제도있다.
항생제내성의문제는개발자체의어려움에더해항생제개발을지체시키는요인이다.새로운표적을찾지못해기존항생제의내성문제를극복하는항생제개발이어렵다는문제뿐아니라,새로운계열의항생제를개발했다하더라도세균의능력은그항생제에대해서도금방내성을획득해버린다.
신약개발의어려움외에항생제개발에는‘항생제내성’이라는문제까지추가로있는것이다.빠르게개발해많이팔고싶은제약회사입장에서는개발도어렵고약의수명도짧은항생제를굳이개발할필요가없어진것이다.‘더많은사람들이더많이원하는약’을만드는게훨씬유리했다.

“쓸수있는항생제가없다”
항생제에내성이생긴슈퍼박테리아

녹슨못에쓸려세균에감염될수도,수술을위해병원에입원했는데바로그병원에서세균에감염될수도,여름철물놀이장에서신나게놀았는데누군지도모르는사람에게세균이옮아감염될수도있다.그런데그렇게사소한이유로감염되었는데사용할수있는항생제가없어죽음을기다리는처지가된다는공포물같은예상은그저겁주기위한시나리오가아니다.다시한번짐오닐의보고서를보자.‘한해’에‘천만명’이‘항생제내성’으로인해‘추가로’‘죽는다.’이상황이지속된다면.
진화의원리는코끼리에게도맞지만,세균이라고다르지않다.세균이진화를거듭해항생제에대한내성을획득하고나면,그이후항생제는그병원균에소용이없다.병을고치는데필요하다고의사가처방한만큼의항생제를꼭지켜먹어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항생제내성에관한짐오닐의보고서는이런경고까지내놓았다.이책에서나온많은숫자중가장섬뜩한숫자다.
‘한해’에‘천만명’이‘항생제내성’으로인해‘추가로’‘죽는다.’이상황이지속된다면.
추가로죽는천만명에는내가포함이안될수도있다.천만분의일일뿐이다.하지만그낮은확률에나혹은내가족이해당되면그때는죽을확률이얼마나될지.확률은참잔인하다.그래서이책의맨마지막장은항생제내성으로끝을맺는다.이상황을바꿀수있기를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