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지 못한 문장들 (아이들의 사회는 생각보다 가볍고 보기보다 단단하다)

밑줄 긋지 못한 문장들 (아이들의 사회는 생각보다 가볍고 보기보다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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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회 선생님은 사회를 가르치지 않는다
서른 명이 부딪치며 굴러가는,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선생님, 교실에 CCTV 좀 달아 주세요”
나는 이 말에 밑줄을 그을 수 없었다
다툼이 생길 때마다 아이들은 CCTV를 찾는다. 누가 옳은지 화면이 대신 판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교과서에는 여러 주장이 있고 나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이 부탁 앞에서는 그 어느 쪽 손도 들어줄 수 없었다.
신뢰는 공짜가 아니다. 서로를 믿기까지 아이들은 오해하고, 기다리고, 몇 번씩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번거롭고 더디다. 그래도 나는 판사가 되기를 거부한다. 명쾌한 판결문 대신, 느리더라도 서로의 눈을 보고 대화하고 사과할 시간을 주고 싶다. 그건 교과서나 문제집에서는 끝내 배울 수 없다.
그렇게 배우는 자리가 따로 있다.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와 서른 명 중 하나가 되어 보는 곳, 바로 교실이다. 그렇게 누군가를 책임지고 누군가에게 양보해 본 아이들은, 어느새 내가 가르친 그 어떤 문장보다 단단해진다. 밑줄 긋지 못한 문장들이 결국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
저자

조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