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리브레에서학림다방까지,커피라면이들처럼
커피는무척다양한이야깃거리를가진음료다.어느철학자가,혹은어느대문호가하루에몇잔의커피를마시며글을썼으며,유럽에처음커피하우스가도입되었을때얼마나열광적인반응을얻었기에왕명에의해금지되었는가같은역사적인가십은언제나흥미롭다.한편,어느지역카페임대료가가장많이올랐다,어느프랜차이즈카페가전통의노포를몰아내고매장을냈다하는경제트렌드와갑을논쟁까지가면,커피와카페는대한민국의풍속도를그대로보여주는거울이다.이렇게다양한커피이야기속에,정작커피의맛은빠져있었다.커피는분위기로마시거나필요해서마시는,그저카페인이함유된쓴음료일뿐이었다.
그러나여기,“커피에서가장중요한것은맛”이라고,“커피도하나의음식이고,좋은재료와정성들인조리가중요하다”고말하는사람들이있다.도서출판따비의신간《열아홉바리스타,이야기를로스팅하다》는커피가인생을건열아홉카페의바리스타와로스터들의이야기를담고있다.
커피가인생이라말하는사람들
커피산업은지금제3의물결을타고있다.인스턴트커피로커피의대중화가시작된‘제1의물결’,스타벅스와같은대기업의탄생과함께새로운커피문화가전파된‘제2의물결’을지나,‘제3의물결’은산업의발전,자본의투입,고도의기술력을바탕으로커피생산과정에서부터커피본연의맛과향에집중하는흐름을가리킨다.서울의커피리브레,헬카페,콩밭커피,학림다방,부산의FM커피하우스,경주의커피플레이스,남원의산들다헌까지,《열아홉바리스타,이야기를로스팅하다》에서소개하는열아홉카페의바리스타와로스터들은,바로한국커피의제3의물결을열어젖혔고지금도이끌고있는주역들이다.
이들은커피에빠져든계기도모두다르고,카페를운영하는스타일도다르다.또한카페가입지한상이한환경-점심시간마다몰려드는손님들에게정신없이커피를제공해야하는오피스상권이있는가하면,동네사람들외엔도무지찾아올것같지않은수유동,길동,해방촌에자리잡은카페들도있으며,카페에서는달걀노른자동동띄운쌍화차를마셔야한다는어르신들이찾는카페까지다양하다-에따라커피뿐아니라여러음료에도신경을써야하는등각카페의생존전략도다를수밖에없다.그러나이들모두에게커피는어쩌면종교이고,어쩌면위안이며,로망의실현이자친구들과의소통수단이면서,무엇보다삶이다.
비정상회담에서올드스쿨로거슬러가는긴여행
1장이자책전체를여는글이라할수있는‘긴여행의시작’은서울연남동‘커피리브레’서필훈대표의이야기다.우리나라스페셜티커피1세대라할수있는서필훈은한국커피의1세대‘1서3박’중한명인박이추선생의계보를이으면서도,생두자체의품질과과학적분석을통해로스팅과추출에접근하는스페셜티커피의개척자이다.한국인최초의큐그레이더(Q-grader)가되고월드로스터스챔피언십에서우승컵을들어올린그의경력보다,‘자신만의낙관이찍힌’커피를만들어내고자하는장인정신에눈길이간다.
2장은보광동의‘헬카페’,수유동의‘세컨드커피’,길동의‘외계인커피’,창전동‘펠트’,도화동의‘프?츠커피컴퍼니’를‘비정상회담’이라는제목으로묶고있다.혼자,혹은바리스타와로스터가함께,심지어베이커까지팀을이루어카페를운영하고있지만,“비정상으로느껴질정도로커피만생각”한다는공통점이있다.이들로스터,바리스타,그린빈바이어의삶은,마치커피를섬기는사제들의이야기처럼들린다.
3장‘챔피언의커피’는말그대로‘커피챔피언’들의이야기를담고있다.복싱에서줄넘기를통해기초체력을키우듯매일반복을통해커피의기본기를닦는다는‘커피템플’의김사홍바리스타,컨테이너박스에서로스팅을하면서로스터스챔피언십우승까지이뤘지만함께하는동료들이가장소중하다는‘180커피로스터스’의이승진로스터,자신은바리스타가아니라고하지만누구보다많은챔피언을배출하고있는‘커피뎀셀브즈’의김세윤대표,그리고대회우승경력이없어도누구나챔피언임을인정하는부산‘FM커피하우스’의강무성과이지훈.이들이대회를준비하며노력을아끼지않는이유는결국매장에서손님에게내려주는한잔의커피를위해서다.
커피산업의제3의물결을이끌고있는스페셜티커피는,한편으로는비싼가격과이해하기어려운메뉴이름으로높은문턱으로작용하고있기도하다.4장‘스페셜티의맛’에서는‘누구나마실수있는커피’,‘동네스페셜티커피’를지향하는다섯곳의카페를소개하고있다.해방촌을그대로닮은‘콩밭커피’,성수동의분위기처럼신선한‘메쉬커피’,경주사람들과함께호흡하는‘커피플레이스’,쌍화차만찾던농부들의입맛까지사로잡은남원의‘산들다헌’,카페의각축장홍대상권에서고고한깊은맛을지키는‘밀로커피’가그곳이다.
4장‘프롬올드스쿨’은긴여행의출발점이자종착점이다.장인의정신으로커피를내리는스승을‘모시며’,그어깨너머로커피를배워야만했던커피1세대와2세대를잇는,그러면서도스페셜티커피에대한도전에머뭇거리지않았던2.5세대바리스타들네명이4장의주인공들이다.‘싸이펀커피랩’의사선희,사직동‘커피한잔’의이형춘,을지로‘다동커피집’의이정기,대학로‘학림다방’의이충렬.바리스터이자로스터인이들은커피서적을번역하고,로스터기를분해하고,자신만의블렌드를만들기위해연구에연구를거듭하며긴세월을보냈고,이제자신의커피에누구라도알아볼수있는낙관을찍고있다.
한커피광이커피인들에게바치는헌사
이야기는한중학생이대학생선배를따라간카페에서마신커피한잔에서시작되었다.쓰디썼지만무언가매력이있던커피맛과,의식을치르듯정성을기울여커피를내려주던바리스타의모습때문에,그중학생은혼자서도커피를마시기위해카페를드나들었고,그의시시콜콜한질문에귀찮아하지않고응대해주던바리스타로인해점점커피의세계로빠져들었다.십수년이지나성인이되어서도여전히커피를마시고커피인들과대화를나누던중학생은,자신을매료시킨바리스타들과그들의커피에대해글을쓰기로결심한다.이책《열아홉바리스타,이야기를로스팅하다》는저자가자신이존경하는커피인들에게바치는헌사인셈이다.
특히이책을빛내주는것은카페의분위기를잘전달하는한편,커피인들의내면의표정을끌어내보여주는사진이다.특히바리스타와로스터들을스튜디오로초대해찍은사진을통해서,바뒤에서커피를내리거나로스터기앞에서샘플봉을들고있는모습에서는볼수없는개성을한껏드러난다.
저자의말처럼,시간과공을들여만든이들의커피는그이야기를듣지않아도맛있다.하지만이들이늘마음속에품고있는그어떤이야기를함께듣는다면,커피에대한지식으로는설명할수없는또다른깊은맛을경험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