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통해본한국인의역사
반구대암각화에서돼지팔러시장에나가는농민들까지
주식인밥조차넉넉히먹은지얼마되지않는우리민족은,고기에대한이갈증을어떻게해소해왔을까?저자는선사시대부터일제강점기까지의고기역사를살펴본다.
울산대곡리의반구대암각화는이땅에살았던선사인들의무엇을염원했는지를보여준다.고래와사슴등바다와육지의동물그림과사냥하는장면들이묘사된이암각화는선사인들이바다와육지의동물을사냥해먹었음을보여준다.바위표면을일일이쪼며동물의그림을그렸던선사인들의의지는아마도생존에대한열망이었을것이다.부족국가시대에오면동물을사육하게되었다.《삼국지》‘부여전’에나오는마가馬加,우가牛加,저가猪加,구가狗加,견사犬使라는벼슬이름은당시주요하게사육된동물이무엇인지알려준다.말,소,돼지,개는고기와가죽,기름,그리고노동과이동의편의까지인간에게제공하는귀한자산이라공동체차원에서관리되었으리라.
삼국시대가되자계급이분화되었다.고구려의안악3호분벽화에는외양간과마구간뿐아니라고기를보관하는저장고도그려져있다.여러고기를갈고리에꿰어걸어놓은이저장고는,귀족이란고기를넉넉히먹을수있는계급이었음을알려준다.
고려와조선은각기다른이유로소의도축을금지했다.불교국가였던고려에서는살생과육식을금지하기위한우금령이여러차례반포되었다.송나라사신서긍은《고려도경》에서고려인들의고기다루는기술이형편없다고묘사했다.그러다고려말기원나라의영향으로육식이널리확산되었다.유교국가조선이우금령을계속반포한까닭은육식을금지하기위해서가아니라농경을장려하기위해서였다.고려말기부터고기맛을알게된백성들을제어하지않으면농사지을소가사라지리라우려한탓이다.조선후기에가축은매매의대상이되었다.집에서고이기른닭과돼지,개를팔러시장에나온민초들의모습을김준근의그림을통해확인할수있다.
어떤고기를,어떻게먹었나
질긴쇠고기사랑에서지금은먹지않게된야생동물고기까지
삼엄한우금령을비집고조선사람들은여러고기음식을해먹었다.귀한쇠고기를굽고삶고끓였다.살코기뿐아니라위와간,골같은내장도지져먹고데쳐먹었다.뼈와피(선지)조차버리지않고국으로끓이고순대로삶았고,우족과껍질의콜라겐으로족편,전약같은기발하면서도아름다운보양식도만들었다.이쇠고기편애는일제가정책적으로돼지고기사육을권장할때까지계속되었고,돼지사육의기술이발달해양념하지않고구워먹을수있게된1970년대후반에는삼겹살구이가‘국민외식’으로등극했다.그러나뭐니뭐니해도한국인의소울푸드는프라이드치킨이다.백숙과삼계탕으로끓이던한국인의닭요리는어느새단순히밀가루옷을입혀튀긴것으로,나아가간장양념이나고추장양념을입은한국식치킨으로발전해전세계인의사랑을받고있다.
그런데이처럼소,돼지,닭에집중된육식은여러가지문제를야기해왔다.쇠고기를먹기위해인간이먹을곡물을사료로쓰고(미국의경우생산되는곡물의60%가사료),공장식밀집사육으로돼지와닭을키우면서발생하는비윤리적동물학대는심각하다.밀집사육이원인이되는동물전염병으로인해먹거리안전성역시의심스럽다.
우리조상들은좀더다양한고기를먹었다.꿩과메추라기,토끼와사슴등을사냥해,혹은사육해먹었다.식량보장,환경보전,동물복지를위한대안이식용육류의종류를다양화하는것은아니겠지만,희소한육류자원을조금이라도잘활용하려고했던조상들의지혜를되살릴필요는있다.이는조리법에서더욱두드러지는데,저자는살코기자체를즐기는것이아니라해산물및채소를위주로하되고기를포인트로음식의맛을살리는조리법이야말로미래대안육식이될것이라주장한다.
고기,피할수없다면‘제대로’즐겨라
아직은고기가필요한이들이많다
이처럼풍요롭게된육식으로인해인간은새로운걱정거리를얻었다.비만,당뇨병,각종심혈관계질환등현대인의만성질환의주범으로고기가지목되고있다.건강을위해서는고기를먹지말아야한다는건강법도일각의사람들사이에서확산되었다.그러나저자는한국인의평균적인육류섭취수준은아직걱정할정도는아니며,또한여러성인병의원인은고기의지방보다는간식으로무심코섭취하는탄수화물(당)일수있음을여러연구결과를통해보여준다.
저자는성장기어린이,임산부,각종질환을앓고있거나회복중에있는환자,노인은질좋은단백질,즉고기의섭취가반드시필요하다고강조한다.고기단백질의충분한섭취는여전히생활수준과밀접하게관련되어있다.성장기어린이에게는체중1kg당단백질요구량이성인의2배다.저소득층어린이에게서나타나는단백질섭취부족문제를해결하기위해사회적인대책이필요한이유다.
인간의건강을위해서도,동물복지를위해서도,지구환경의보전을위해서도,중요한것은‘적당히’와‘제대로’일것이다.저자가굳이조상들의고기조리법을살펴본이유도,옛그림을통해가축을가족으로대했던당시의태도를살펴본것도,결국고기를‘잘’즐기는방법을찾기위해서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