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농업 (먹거리와 농업을 통해 본 현대 문명의 그림자)

전쟁과 농업 (먹거리와 농업을 통해 본 현대 문명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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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논밭을 빨리 갈기 위해 만든 트랙터가 땅속의 지렁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지나가듯,
트랙터 기술을 응용해 만든 탱크에서 시작된 현대전의 무기들은
사람을 살해한다는 감각도 없이 민간인을 학살한다.
이런 기술과 감각 위에서 세워진 20세기 문명은,
과연 인류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전쟁과 농업이라니?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쟁이 식량을 제공해 사람을 살리려는 농업과 나란히 등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닐까. 그런데 전쟁은 어찌 보면 농업, 특히 현대 농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기술의 산물이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전쟁과 농업 - 먹거리와 농업을 통해 본 현대 문명의 그림자》는 농업과 전쟁을 관통하는 키워드, 즉 효율성과 즉효성을 중심으로 현대사회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살펴본다. 농업사학자이자 현대독일사학자인 저자 후지하라 다쓰시藤原辰史는 죄책감조차 상실한 대량살상, 배제를 전제한 민주주의, 폭력을 당연시하는 교육으로 얼룩진 지난 세기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해 식사 행위와 농업을 성찰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

후지하라다쓰시

1976년홋카이도에서태어났다.교토대학대학원인간·환경학연구과박사과정졸업(인간·환경학박사).교토대학인문과학연구소조수,도쿄대학대학원농학·생명과학연구과강사를거쳐현재교토대학인문과학연구소준교수로재직중이다.전공은농업기술사,음식사상사,환경사,독일현대사.저서로《분해의철학:부패와발효를둘러싼사고》(산토리학예상),《급식의역사》,《순무의겨울》,《벼의대동아공영권》,《나치의주방》,《먹기생각하기》,《트랙터의세계사》등이있다.

목차

옮긴이서문6

머리말10

제1강|농업기술로본20세기18
농업을바꾼분업화19/인구증가를가능케한네가지기술23/농업의양상을바꾼트랙터의매력26/화학비료가등장하기전32/공중질소고정의공업화35/비료회사와미나마타병38/농약의발달과피해42/유전자조작기술45

제2강|폭력의기술로본20세기52
1차세계대전의충격53/식량이무기가되다58/트랙터가탱크로,화학비료가화약으로61/살상감각의변화67/독가스에서농약으로69/지배자의살해감각72/식물공장과원자력발전74/농업에도무기에도사용할수있는기술78

제3강|기아로본20세기정치84
‘암흑의대륙’유럽85/콩고,런던,도쿄88/배제가전제된민주주의92/나치의선민적기아계획99/레닌그라드봉쇄와포로의기아103/굶주림없는민중의민주주의109/‘병참’을등한시한일본군116/토론보다행동118/재상의원점122/즉흥성과즉효성127

제4강|먹거리의종언130
먹거리사건파일131/식품안전문제의근원133/모래시계의잘록한부분137/패스트푸드의고기는어디에서오는가141/세계음식물폐기의동향144

제5강|먹거리와농업의재정의150
어디까지가먹는행위인가151/도기와도기사이156/지렁이처럼살다159/발효혁명의기본이념164/‘가베’와‘밭’그리고‘공육’169/학문의근원으로서조리174/일본농업의위기와지방의창조성179/‘기르기’의정의185

제6강|강의를마치며188
즉효성과지효성189/일할시간을아껴서먹다193/몇가지의실천을향해197

후기204

참고문헌211

출판사 서평

농업과전쟁이공유하는기술

농경을시작한신석기이래농사는인류를먹여살리는근본이자부의원천이었다.그러나불안정한수확량과고된노동때문에농민들이고통을받아온것도사실이다.19세기말에서20세기초까지,농사일의고됨을줄여주고수확량을획기적으로늘려주는기술이하나하나농업에도입되었다.트랙터,이앙기,콤바인,건조기,도정기등많은농기계가등장해농사일의대부분을떠맡게되었고,화학비료가거름을대체했으며,농약이등장해해충구제와잡초제거를해결했다.그런데이런농업의기술은전쟁에서활약하게되었다.트랙터의캐터필러는탱크에장착되어전장을누볐고,화학비료생산의핵심기술인공중질소고정법은화약제조에사용되며기관총의사용을가능케했다.거꾸로,전쟁의산물이농업으로옮겨온사례도있었으니,1차세계대전에서사용되다가그가공할살상력에사용금지돼남은독가스는이후농약으로쓸모를바꾸었다.
이와같은듀얼유스DualUse(군사기술과민생기술의이중사용)가가능했던것은,현대농업과전쟁이대량화ㆍ무차별성이라는기반을공유하기때문이다.트랙터가그바퀴아래익충이있든작은생물들이살든가리지않고밟고지나가듯,탱크에탄군사는사람을죽인다는감각을가지지않은채적군과민간인을가리지않고짓밟고포를겨누게된다.적을대면하지도않은채학살할수있는독가스가하나하나벌레를잡고잡초를뽑는노동을대체한농약이되는것도같은이치다.현대의농업은땅이나작물,혹은타인과의교감없이생산만을목적으로하고,현대의전쟁또한사람을죽인다는죄책감없이,마치컴퓨터게임을하듯이민간인까지학살한다.

정치는어떻게기아를이용했나

20세기는화려한테크놀로지를꽃피운시대가아니라폭력에물든시대였다.또한,식민지를해방하고모두에게선거권이주어지는등민주주의가정착한시대라고하지만,사실그민주주의는누군가를배제한민주주의였다.나치정부가유대인,집시등소위열등인종을차별하고학살한것은너무나잘알려진사실이다.그러나복지국가로이름높은스웨덴은1970년대까지우생계획을실행하여강제단종마저서슴지않았고,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스위스에서도지적장애인에대한강제단종이이루어졌다.
그런배제가가장잔인하게,또대규모로이뤄진것은식량을통해서였다.어떤정부든국민을굶주림에서구하겠다고약속했지만,그수단으로서내부의누군가혹은적국국민의굶주림을부추기거나심지어는무기로사용했다.
1차세계대전당시영국은독일을굶겨국력을약화시키기위해독일에식량을운반하던배를해상에서나포했고,독일은이때의고통을2차세계대전에서소련에물려준다.1941년가을부터1944년초까지900일간독일군에의해수행된레닌그라드봉쇄로인해총계약100만명의사망자가발생했다.뿐만아니라독일군은소련군포로에게는하루에700킬로칼로리밖에제공하지않았다.영국,프랑스포로에비해명백히인종적차별을가한것이다.그러나소련역시2차세계대전이전점령한동유럽에서대규모아사자가발생했던것이다.태평양전쟁에서병참을등한시한일본이일본군병사의굶주림을유발한것은물론,현지식량징발을명령해아시아대륙과도서부,태평양섬들의주민들의삶을파괴한것도기록해둘만하다.

즉효성에서지효성으로,새로운시스템을향해

기아를극복하고포식飽食의시대로접어든현재,여전히음식은논란의중심에있다.화학비료와농약은토양과물뿐아니라사람의몸에도그흔적을깊이남겼다.제초제를마음껏사용할수있도록유전자조작된작물은농민의수확량이아니라몬산토나신젠타같은다국적바이오화학기업의매출액증대에기여하고있다.가축조차대량생산하려는먹거리체계에서는광우병,조류인플루엔자,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등의유행을막을수가없다.
저자는효율성,게다가그효과를즉시확인하려는즉효성에의추구가먹거리와농업분야에서위와같은문제를일으키는근본문제라고지적한다.그런데즉효성을추구하는분야는먹거리와농업뿐만이아니다.토론보다는처리에가까워진정치도,골프장을개발하거나기업을유치하는데에만혈안이된지역개발구상의빈곤함도,대규모ㆍ대량생산ㆍ효율주의ㆍ즉효성에근거해매뉴얼화된식문화및농업의생산양식과그뿌리를공유한다.또한이러한생산양식은아이들을‘교육하는방식’과흡사하다.마치어린이가기계라도되는듯이규범과지식을투여하고,즉효를내기위해체벌도서슴지않았던교육말이다.

저자는이런즉효성에서지효성으로,즉경쟁을대신해모름지기효험이나타나기를느긋이기다리는시스템으로의전환을주장한다.교육사상가프뢰벨이고안한가베처럼,기존의시스템을무너뜨리고다시쌓아올리기위한작은실천도제안한다.기업이유발한폐해에저항하기,유기농업을높은부가가치의수단이아니라새로운시스템의핵심으로재정의하기,재래종자를되살리고종자의다양성을복원하기,식사장소재설정하기등저자가제안한실천은누군가에게는너무거대하고,누군가에게는너무사소할것이다.그러나저자의질문이주는울림은누구에게나묵직할것이다.폭력과배제에기반한현대문명을재설정하기위해서는그와뿌리를같이하고있는먹기와농업을재설정해야한다는것이다.사회의뿌리는먹기에있고먹기의뿌리는농업에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