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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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쓸쓸한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들의 주문, 잘가라 밤이여
상처와 절망으로 얼룩진 〈나성여관〉에서 희망을 말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양귀자 소설의 재미와 감동
작가 양귀자가 1990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1986년,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로 80년대 한국 사회의 척박한 시대 지형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그려내 주목을 받았던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장편소설이다. 90년 초판의 제목은 『잘가라 밤이여』였으나 다음 해 『희망』으로 제목을 바꾸어 재출간했다. “잘가라 밤이여”의 은유에서 벗어나 명료하게 “희망”으로 가고 싶다는 작가의 뜻을 반영했다.

이 소설은 특히 작가 고유의 연민과 따스한 시선이, 그리고 양귀자 특유의 활달하고 서슴없는 문체가 휘몰아치는 시대의 거칠고 황량한 삽화들을 어떻게 이야기로 보듬어 완성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양귀자의 문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저자

양귀자

1955년전북전주에서태어났고원광대학교국문학과를졸업했다.1978년에『다시시작하는아침』으로[문학사상]신인상을수상하면서문단에등장한후,창작집『귀머거리새』와『원미동사람들』을출간,“단편문학의정수를보여주고있다”는비평가들의찬사를받았다.1990년대들어서양귀자는장편소설에주력했다.한때출판계에퍼져있던‘양귀자3년주기설’이말해주듯『희망』『나는소망한다내게금지...

목차

1.나성여관_7
2.길위의친구들_55
3.기도·빵·석양_117
4.고통의우물_187
5.40세의노트_243
6.장마_311
7.철새들도집을짓는다_365
8.복수_421
9.잘가라밤이여_475
10.눈꽃_535

작가의말_578
작품해설_여관에서집으로,집에서마을로/김훈_583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나성여관에좋은점이있다면뒷문이있다는사실이다.손님들이야앞문으로들어왔다가앞문으로나가지만우리식구들은뒷문으로잘다녔다.특히누나와나는절대로뒷문만을이용하였다.

-찌르레기아저씨의어디가괜찮은지묻는다면사실할말도없다.어디가어떻다고딱부러지게대답할수있을만큼그에대해잘알지도못했다.그냥,아무이유도댈수없지만그냥내마음에어긋나지않고역겹지않으면정답다.그렇지만나는나의이‘그냥’에한해서는대단한자부심을가지고있다.여태까지살면서특별하고거창한사람이나물건이흡족하게제몫을다하는것을나는본적이없다.그런것을쫓아다니다간시간만헝클어놓기딱알맞다.나는그런것을믿지않는다.나는그냥나의‘그냥’을믿는다.

-이거야말로누나의눈이어떻게잘못되지않고서는있을수없는일이었다.누나는이런사람이아니었다.세상의아름다움,그것이빚어내는색깔,멋진것에는즉각감응하던그경이로운감수성은대체다어디로사라져버렸단말인가.나는너무나분해서고기를씹어대며울었다.눈으로는눈물을씹고,입으로는고기를씹었고,가슴으로는늙은남자를짓씹어댔다.너무많은것들을씹어대느라식사를마쳤을때는기운이하나도없을지경이었다.

-그가말했었다.의분(義憤)이많은땅에평화가있다.나는붉은피와그을음으로더럽혀진그의얼굴을보며자신에게되물었다.피투성이가되도록우리는왜싸우는가.

-누나는꼭올것이다.나는그것을믿었다.다른사람은모른다.누나와형,그리고내가나성여관에품고있는사랑을.그것은때로누추했고더러는끔찍했으나그보다더많이오밀조밀했고아늑했었다.우리들의사랑속에담긴분노와증오와슬픔없이어찌이처럼질긴애정의끈을묶어낼수있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