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리스(Endless)시리즈는도서출판넥서스가‘문학의영원함’을캐치프레이즈로삼아,세대를초월하는탁월한한국문학작품을엄선하여독자들에게널리소개하고자2024년새롭게시작한재출간프로젝트입니다.
Endless5
≪숨은골짜기의단풍나무한그루≫
소설가윤영수가20년간혼신의힘을기울여완성한
천의무봉天衣無縫의환상소설,
이책은우리문학계에기록될경이로운사건이다.
200자원고지3,000매분량의방대한장편소설인윤영수의《숨은골짜기의단풍나무한그루》는작가가20년의긴세월동안집필해완성한,그야말로놀라운한국형판타지의대서사시다.작가스스로도자신의대표작으로남길바란다고고백할정도로,섬세하고치밀한구상과상상력에의해탄생한이소설은지상의반대쪽에존재하는‘동굴국’이라는환상세계를완벽하게구현해냈다.인간을‘검은머리짐승’으로설정하고땅속세상에거주하는‘나무인간’의관점에서지상세계의인간을신랄하게비판하며깨달음을얻어가는과정이깊은감동을선사한다.또한나무인간인주인공‘연토’가성장하면서세상을향해끊임없이던지는질문들은인간인우리개인의삶과인생을반성하고성찰하게한다.독자는빛과어둠을지향하는두존재의의미있는여정을통해삶의소중함과살아있음의위대함을깨닫게될것이다.
“이소설은『금오신화』이래
한국형본격판타지의부활을알리는획기적작품이다.”_정재서(신화학자·문학평론가)
“이제비로소우리도‘환상문학’이라는이름에값할만한작품을갖게되었다.”
_장경렬(문학평론가·서울대영문과교수)
●한국형환상문학의아름다운부활
소설가윤영수는<사랑하라,희망없이>,<착한사람문성현>,<소설쓰는밤>등완성도높은작품을발표하며한국일보문학상과만해문학상등을수상했다.주로사회적약자를소재로다룬소설과가족의붕괴,소시민의삶을그린밀도높은작품을통해독자적인문학세계를확보해왔다.인간에대한깊이있는통찰력으로독자와평단의사랑을받았던작가는그간알려진작품들과는완전히다른형식의‘환상소설’인《숨은골짜기의단풍나무한그루》로다시우리곁에찾아왔다.소설속주인공의‘변신’만큼이나놀라운성공을거둔환상문학작가로서의변신을보여주는이작품은,작가가오랫동안감춰온뛰어난상상력의세계를여실히드러내는역작이다.무려20년이라는오랜세월동안베틀앞에앉아직물을짜듯섬세하게완성해낸이작품은그야말로선녀가만든옷처럼바느질자국조차없다는‘천의무봉天衣無縫’의정교함을보여준다.철저한작가정신과치열한예술혼으로빚어낸이소설을통해독자들은진정한한국형환상문학의품격과아우라를느끼게될것이다.신화학자정재서는이소설이김시습의《금오신화》이래한국판타지의현대적부활을고지하는획기적작품이라고언명했다.
●상상속환상세계가현실이되는마술
체외생식을통해수정된알로땅속에서50여년동안키워진후부모가될사람에게캐어져성체로태어나는나무인간은나이를먹는것도인간과정반대의방향으로진행으로된다.또한태어나는순간부터부모를눈으로확인하고평생그순간을기억할수있다.이러한생태는인간의삶과질서를근본으로생각하는인간중심적인사고관을여지없이깨버린다.동굴국에서의인간은그저하찮고냄새나는가축과같은존재일뿐이다.책을펼치면어른이세상의주무대인단풍동집안의가계도가나오고맑은이,하얀이를비롯한어른이족들의특징,13진법을사용해시간과세월을계산하는방법이소개된다.인간과다른주기로살아가는나무인간들의세상은,하루도13시간으로나뉘어져있다.거대한지하세계의하늘에는천장이존재하고그안에빛이들어오는빛구멍이있다.소설의주요무대인단풍동은어미산의빛바위에서흐르는샘을중심으로여러개의마을이형성돼있다.숲을벗어나면아버지강과계곡이있고거대한사막도있다.이책에는작가가직접그린지도와설명을바탕으로실제생생하게묘사된지하세계의입체컬러지도가수록돼있다.
●살아있는존재,그자체로빛나는가치
이기적인삶을살것인가,이타적인삶을추구할것인가.어느것도선택할수없는상황에서사라지고싶은충동을느꼈던늙은산부인과의사준호는지하세계의동굴국어른이세상으로떨어진다.그는그곳에서다시젊음을얻고연토의도움으로새로운삶을이어나간다.그러나어른이세상에서인간준호는,‘검은머리짐승’으로불리며오물냄새가나는한낱미천한짐승으로천대를받는다.지상세계와는판이한계급과힘겨운삶에서다시인간들의세상을꿈꾸게된준호는쉴새없이지상으로나가는통로를찾아헤맨다.헌신적으로자기를보호해준연토를떠나결국준호는제갈길을떠나고,그와반대로준호에대한그리움과인간의생태를동경한연토는급기야인간의교접을흉내내다단풍동에서쫓겨나온갖위험과함정이도사린드넓은어른이세상을여행하게된다.그러나연토는단풍동이위험하다는소식을접하고‘운명의예언’대로고향에돌아와위기에처한단풍동을구한다.
나무인간(樹人)인연토의모험담과,지상세계로돌아가는통로를찾아헤매는검은머리짐승(人間)준호의여정이생동감있게펼쳐진다.빛과어둠을지향하는세계의대비처럼두존재는각기이기적인삶과이타적인삶을선택하지만서로의존재에대해따뜻하고긍정적인이해에도달하며사랑과신뢰를회복한다.
●인간으로태어난특권과기회의소중함에대하여
소설의도입부인<시작>에서손주와할머니가낙엽이수북이쌓인골짜기를찾아와인간의말을하는‘단풍나무’를발견한다.이소설은작가인할머니가그로부터들은이야기를기록한것이다.산속의‘단풍나무’는다름아닌소설의주인공인연토의변신이었다.그는단풍동에서일생을보낸후인간이사는지상세계가궁금해문득밖으로나왔다가“땅에뿌리가박혀”움직일수없는신세가되었다.연토가작가에게들려준놀라운이야기는땅밑나라나무인간의일대기였지만결국인간과인간의삶을돌아보게하는이야기였다.
우리는인간으로태어나기적같은삶의하루하루를살아가고있다.미래를보는능력이없으므로옳다고믿는일을향해나아가고,핏줄이라는끈이있어서절대적이고맹목적인사랑의울타리안에서살아간다.또한서서히젊음을잃고늙어가지만,인생의경험을통해지혜를얻고삶을보는안목,즉빛의축복을받는다.비록더럽고냄새나는존재이고한계를벗어나지못하는결함투성이의인간이지만우리의삶은그자체로살아갈가치가있고아름다운것이다.작가윤영수의환상소설《숨은골짜기의단풍나무한그루》가소중한까닭이다.
“우리는살아있다.
살아있으므로판단하고선택할수있다.
살아있으므로우리자신을지금까지와는다르게발전시킬수있다.
죽음이아니라삶이답인것이다.”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