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의 도시 (기적의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을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

사이의 도시 (기적의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을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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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기적의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고향을 떠나는 과정을 그린 〈건너온 사람들〉에 이은 한국전쟁 만화 연작
한국전쟁이 한참이던 1950년 크리스마스. 어려운 조건에도 흥남에서 1만 4천여 명의 피란민을 태운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기적처럼 거제도에 도착하고, 배에서 내린 주인공 경주, 경복 자매는 힘겨운 이방인의 삶과 맞닥뜨린다. 빈 교실, 헛간, 움막집을 전전하며 좌절도 하지만 어느 날은 낯선 꽃나무 이름을 익히고 어느 날에는 물동이 이는 법을 배우기도 하며, 매일매일 주어지는 새로운 시간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들.

〉〉 흑백사진 속 남루한 아이들은 어떻게 지금 내가 아는 부모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었고, 검게 그슬린 전쟁 중의 땅은 어떻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되었을까?
거제도에 수용되었던 약 20만 명의 피란민은 부산, 서울 등 더 나은 보금자리를 찾아 이동했고 그와 함께 생겨난 정착촌과 상업 지구는 국제시장, 산복도로, 개미마을 등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도시의 일부가 되었다. 현재 시점의 여행기, 과거 시점의 픽션 드라마가 혼합된 연출이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역할을 하는 한편, 작품 곳곳에 묘사된 풍경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은 물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거제도의 피란민 생활상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 폐허와 도시, 그들과 우리, 그때와 지금, 그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제 전쟁터는 번화한 도시로 바뀌었고, 피란민 신분의 이방인은 정착해서 아이들을 낳았고, 다시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고 있다. 제목의 ‘사이의 도시’란 일차적으로는 주인공들이 서울에 정착하기 전에 거쳐온 거제도와 부산을 뜻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사이’의 의미는 과거와 현재의 관계로 확장된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빛바랜 과거의 흔적일 수 있지만 한때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던 미래의 장소, 〈사이의 도시〉는 같으면서도 다른 두 장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나아가 지금의 우리가 어떻게 과거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

홍지흔

서강대학교에서종교학을공부했고,방송국조연출과애니메이션배경감독을거쳐만화가로데뷔했다.첫장편은80년대청소년들의성장기를그린〈한걸음더〉이며,2019년에한국전쟁피란민들의흥남탈출에관한만화〈건너온사람들〉을그렸고,이번에출간한〈사이의도시〉는그후의이야기를담은외전단편〈이야기의끝〉과함께한국전쟁에관한연작중하나이다.먹,연필,수묵채색화재료를주로사용하여작가본인과독자모두에게편안한그림체를추구하는한편,이야기만큼은긴여운을남기는만화를만들고자한다.그외작품으로는단편〈재구와콩나물〉,〈다른날의기억〉,〈이야기의끝〉,애니메이션회사생활을그린웹툰〈M이야기이야기〉등이있다.
홈페이지www.tabletoday.kr
인스타그램@tabletoday

목차

1부.집으로가는첫번째길.
2부.집으로가는두번째길.
3부.집으로가는세번째길.
4부.집이된사람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그때는참물자가귀해서말이지…’
‘그때너희어머니가말이야…’
어느집이나어릴적부터부모와일가친척어른에게반복해서듣는옛일이하나쯤있다.〈사이의도시〉의첫장을여는작중화자‘나’도그런집안의옛이야기를쫓아부산의한오래된골목길을찾는다.

흥남철수중에온가족이헤어짐과만남을반복하다가마침내동화처럼거제도에서재회하고,부산을거쳐서울에정착했다는전쟁피란기를듣고자란‘나’에게거제도와부산은해피엔딩으로가기위한사이의도시,중간적장소에불과하다.하지만부산에서거제도,다시서울로여행이이어지고,어머니의가족들이배급받은쌀로밥을지어먹었다는개천가나,먹을것이떨어져이웃마을에도움을청하러가야했던해안도로등을실제로밟게되자‘정말힘들었겠다’,‘옛날사람들은모두고생이많았구나’와같은막연한연민은자신과연결된구체적현실이되어다가온다.

이런‘나’의경험은대화체대사를사용해다음세대에게전달하는여행기형식으로전개되고,그위에‘나’가추측해보는과거인지작가의상상인지명확치않은또다른픽션드라마가덧입혀지며독자들을한층더구체적인이야기속으로끌어들인다.

픽션드라마속시간은1950년12월.각각열여섯,열세살의소녀인경주와경복이‘메러디스빅토리호’라는미국화물선을타고거제도에도착한다.어려운조건에도1만4천여명의이북지역피란민들을구해낸이배는후일많은표창을받고기네스북에등재되며‘기적의배’로알려지지만,당장배에서내린피란민들과주인공가족에게닥친것은힘겨운이방인의삶이다.집이없어빈교실,헛간,움막집을전전해야하고,가져온살림살이가부족해우물물을뜨기위한두레박마저마을주민에게빌려야할정도다.하루벌이노동과음식장사를하며고향에돌아갈희망으로버티는중에큰오빠가징집명령을받게되고,경주는알수없는병에걸리는등끝이보이지않는전쟁처럼이들의어려움도깊어만간다.

과거의흔적을쫓는‘나’의내레이션은적절한순간에되돌아와픽션드라마의무대가된거제도와부산을현재의풍경과대비시키거나추가적으로설명하는역할을하는데,이때‘과거는흑백,현재는컬러’라는통상적인관념을역전시킨연출방식이색다르다.‘나’가여행자로찾아다니는현재시점은과거를퇴색한것으로만보는시선을상징해묵직한갈색톤의수묵화로,과거시점인드라마는오히려생생한현실적색감을입힌만화로그려내70년전의인물과풍경을지금우리곁으로데려오는효과를준다.

여행기와픽션드라마를촘촘히직조해과거와현재를자연스럽게넘나드는이형식은어린소녀경복이보리쌀을구하러가는이야기에서정점을이룬다.
면사무소직원은배급쌀이떨어져빈손으로돌아가게된경복과이웃여자아이에게편지를써주고,두아이는반나절을걸어10킬로미터나떨어진이웃마을어느부잣집앞에선다.초라함과부끄러움으로머뭇거린아이들의우려와달리,주인아주머니는군말없이쌀자루를내주고,따뜻한밥상까지차려온다.

현재의‘나’도예전에어머니가먹을쌀을빌렸다는이웃마을부잣집에가보기위해길을나선다.허기진배를움켜쥐거나불편한검정고무신을신지않았지만어린어머니의마음을짐작해본다.몇시간후에다다른그부잣집은대통령기록전시관으로잘보존되어있었고,방안에걸린아주머니의사진앞에서‘나’는마치조금전에일어난일인것처럼감사의말을중얼거린다.

앞서언급했듯이작가는여행기속‘나’의가족이픽션드라마속주인공가족과일치하는것으로판단할결정적인단서는제시하지않고있다.주인공경복이찾아간부잣집이‘나’가도착한것과같은집일수도있고,그당시에가난한사람들에게친절을베푼또다른집이존재할수도있는셈이다.이는마찬가지로연민의마음을자아내는어린소녀들이‘나’의어머니외에도더많이있었고,책을읽고있는독자들의가족중한명일수도있었으리라는상상을열어준다.

작가가독자들에게던진상상의세계는여기서한발더나아가,‘나’가돌아오는길위에서마주친300년넘은고목으로모아진다.긴시간존재해온이생명체를사이에둔다면,지금과거에서눈물겹게애쓰며살아가고있을사람들에게마음을전할수도있지않을까?비슷하면서도줄곧평행을이루며전개되던두개의이야기가시간을뛰어넘어더가까워지는순간이고,전쟁의상처를입은과거의모든이들에게건네는작가의확장된위로가표현되는장면이기도하다.비록나무는아무반응이없고,등장인물들누구도눈치채지못한듯하지만.

시간이흘러경주는병상에서일어나고,어느정도안정을찾은가족은대부분의거제도피란민이그랬던것처럼더나은보금자리를찾아임시수도인부산으로이주를결정한다.거제도움막보다는훨씬편해도,고향에서살던집에비하면여전히초라한부산의새거처에서경복은마냥기뻐할수가없다.그러나시간은흥남의집방향으로흐르는대신새로운미래로그들을데려갈것이며,작품말미에천천히순응하듯벽시계의태엽을감는경복도그것을알고있다.희망을가진자에게도좌절한자에게도멈춤없이여전히앞으로만흘러가는무심한듯한시간.픽션드라마속주인공들이부산에도착하자마자현재시점의이야기는더빠르게시간의태엽을감아같은장소지만이제재개발로인해어떤흔적도남지않은땅을보여준다.그곳을찾은‘나’는마치전쟁터의폐허처럼허무함을느끼면서도경복이그렇듯시간의흐름을받아들인다.아버지의시계가걸린고향흥남과이곳‘사이’의길은이제영영막혀버렸지만,벽시계의시간은여전히흐르고있다.흙더미위에는다시도시가세워지다스러지길반복할것이고우리는결국하나의몸인그길을계속걸을것이다.

〈사이의도시〉는잊고있었던시공간‘사이’에묻힌수많은이야기를보물찾기처럼찾아내우리에게전해준다.과거와현재,미래라는시간의장막으로나뉘어있을뿐,지금의우리가과거와연결되어있듯앞으로살아갈아이들에게도이어질그‘사이’의의미를따뜻하게그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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