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온다 (공간 장소 운명애)

풍경이 온다 (공간 장소 운명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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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풍경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대와 공간과 예술 장르를 거침없이 횡단하면서 유려한 문체로 근대성의 한 단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풍경이 온다』. 20세기 후반부터 공간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이론적 화두로 등장했다. 공간적 전회(spacial turn), 곧 공간에 대한 그리고 공간을 통한 사유는 언어적 전회(linguistic turn)와 함께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커다란 이론적 전환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서영채 교수는 왜 공간이 아니라 풍경에 그렇게 이끌리고 있는가?

저자는 이런 마음의 실체를 밝히고자, 홍상수의 영화에서 시작하여 스피노자와 뉴턴, 칸트와 헤겔이라는 징검다리를 거치고 마침내 네덜란드 풍경화에 다다른다. 거기에 가까이 가자 셰익스피어와 갈릴레이가 튀어나오고, 결국 그 배후에 있는 세르반테스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렇게 시공을 가로지르다 결국 도착한 곳은 바로 공간과 장소의 불일치였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객관과 주관의 불일치, 나와 나 자신의 불일치일 테니, 돌고 돌아 마침내 다다른 곳은 곧 일그러진 근대성, 저자의 표현으로는 바로크 근대성이었다. 여기에서 ‘풍경’은 바로 공간과 장소의 불일치를 ‘습격’함으로써 주체의 존재론적 간극을 드러내주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한다. 이제 저자의 서술을 따라 근대인의 운명을 향해 다가가보자.
저자

서영채

목포에서태어나어린시절을보냈다.2013년가을부터현재까지,서울대학교인문대학아시아언어문명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대학원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문학과이론을강의한다.1995년부터2013년여름까지는한신대문예창작학과에서일했다.1994년계간『문학동네』를창간하여2015년겨울까지편집위원을지냈다.일을시작하는데는새침하지만일단하면길게하는편이다.여럿이함께공부하는걸좋아해서대학원에진학한이후꾸준히그렇게하고있다.그걸하지않았던몇년이인생의최악이었다고생각한다.글쓰는속도가너무느려스스로한심할때가많다.달리방법이없어그냥견디며산다.한국문학과근대성에관한글을주로썼고,최근10년동안에는동아시아의문학과근대성에관한글을쓰고있다.
『소설의운명』『문학의윤리』『사랑의문법』『아첨의영웅주의』『미메시스의힘』『인문학개념정원』『죄의식과부끄러움』등의책을냈다.

목차

책머리에

1장|풍경의시선
풍경의습격/공간의떨림/한사람을위한풍경/자기관여적관조와존재론적순간:황동규,김사인/세개의시선/죽음의시선:신경림,파솔리니,이창동/풍경속을걷기:칼데론,이상,바울

2장|풍경화,시간성의공간
풍경의시선과풍경화/풍경화의탄생/풍경화의자기반영성:17세기네덜란드의풍경화/하늘의시선과응시/이중의자기반영성:프리드리히의풍경화/숭고의멜랑콜리/풍경화로서의자화상/해골,바로크근대성의얼굴

3장|바로크근대성의공간:돈키호테,리바이어던,햄릿
산초판사의지혜/이신론자산초판사/서사시,소설,시계제조자로서의신/마법과기적의종말/광인,바보,속물/올바름,사랑,이익/바로크의우울/복수하지못하는햄릿과샤일록

4장|무한공간과절대공간:갈릴레이,파스칼,뉴턴,스피노자
공간이라는단어/시간창고로서의공간·장소·풍경/무한공간의괴물성:브루노와갈릴레이/무한공간의공포와존재론적간극:파스칼의역설/뉴턴과절대공간의문제성/결정론의공간,탈인격화되는신/응답하지못하는신:『프린키피아』의신학적진리로서의『에티카』/객석에숨어있는스피노자의신

5장|공간과장소:칸트,헤겔,루카치
탈(脫)신비화된공간과칸트의절대성/절대성의이율배반/섬뜩한공간,신비로운시간/도덕의우주지평선:스피노자대칸트/절대적인별이야기:루카치와칸트/존재하지않는신과의만남:루카치와우디앨런의마술/반짝이지않는헤겔의별/공간에서장소로:걸어다니는절대성

6장|장소의정치
장소,주관적공간/집과고향/주체를생산하는세개의장소/두려움과비애/장소와역사/장소의불안/장소의명분론:신분,직분,천분/진정성의변증법/장소의정치,너머

7장|절대공간으로서의풍경
‘두번째풍경’/‘두번째풍경’의속성/절대공간으로서의풍경/풍경의응시/시선과응시/홍상수의〈북촌방향〉/숭고,풍경,존재론적순간/유령과좀비의절대공간

8장|운명애
풍경과운명/운명과운명애/다시,풍경의시선:이문구/자연,시간성의폐허/현미경,단자,무한성/자연사의시선:다윈과벤야민/비애의형식:밀란쿤데라/풍경의윤리

인용및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근대성에대한공간적인문학적탐색
이책의주제는한마디로공간을통한근대성탐색이라고할수있다.이제까지우리학계와비평에서시간의흐름,곧역사적관점에서근대성을고찰한글들은많이나왔지만,공간적관점에서이를풀어놓은책은드물었다.서영채교수는자신의장기를십분살려,‘풍경’이라는키워드를가지고시대와공간과예술장르를거침없이횡단하면서유려한문체로근대성의한단면을우리에게보여주고있다.

왜풍경이문제적인가
20세기후반부터공간이라는개념이중요한이론적화두로등장했다.공간적전회(spacialturn),곧공간에대한그리고공간을통한사유는언어적전회(linguisticturn)와함께인문사회과학전반에걸쳐커다란이론적전환을가져왔다.그런데이책의저자인서영채교수는왜공간이아니라풍경에그렇게이끌리고있는가?
저자는이런마음의실체를밝히고자,홍상수의영화에서시작하여스피노자와뉴턴,칸트와헤겔이라는징검다리를거치고마침내네덜란드풍경화에다다른다.거기에가까이가자셰익스피어와갈릴레이가튀어나오고,결국그배후에있는세르반테스에까지이르렀다고한다.이렇게시공을가로지르다결국도착한곳은바로공간과장소의불일치였다.이것은달리말하면객관과주관의불일치,나와나자신의불일치일테니,돌고돌아마침내다다른곳은곧일그러진근대성,저자의표현으로는바로크근대성이었다.여기에서‘풍경’은바로공간과장소의불일치를‘습격’함으로써주체의존재론적간극을드러내주는하나의계기로작용한다.이제저자의서술을따라근대인의운명을향해다가가보자.

각장의내용
1장에서는한사람이풍경과만나는순간을스케치한다.풍경은단순히아름답거나놀라운경치가아니다.어떤장소가아무리뛰어난경치를지니고있다해도그냥그뿐이다.마음속에오래남아잊히지않아야비로소풍경이된다.그렇기에한사람의일상속에있는평범한장소나장면이라도잊을수없는풍경일수있다.풍경은어떤사람이바라보는시선끝에있는장소와,그사람의마음속에있는장소가겹쳐져격렬하게부딪쳤을때태어난다.저자는이를‘풍경의습격’이라고부른다.

2장에서는라위스달,베일리,램브란트,프리드리히등근대초기북유럽화가들의작품속에서주체와대상사이의위계전도를발견한다.풍경화는사람이없는그림인데어떻게그안에풍경의시선이담길수있는가?저자는이질문에대하여,풍경화는그장르속성상사람이없어야그시선이담길수있다고대답한다.이렇게주체와대상사이의중요성의위계는뒤집어지고,그런점에서근대성의원리적핵심을체현하고있다는것이다.

3장에서는잠시공간(풍경)으로부터시선을돌려,『돈키호테』를중심으로바로크근대에비로소본격화된신에대한관념을분석하고,그로인해구체화된세가지인간상-광인(돈키호테),바보(산초판사),속물(이들을구경하는세상사람들)-을묘사한다.근대에이르러신은이제만물을주재하는존재가아니라원리로서의신,세계라는시계를만들고나서사라져버린시계제조자(watchmaker,시계공)로서의신일뿐이다.이렇게초월성이사라진시대에서불가능한이상을꿈꾸는돈키호테와이상주의의아름다움을용납하지못하는속물근대인들,그리고그사이에있는바보산초판사,이들모두는근대성자체가지닌비애,특히그시발점으로서의바로크적우울을상징한다.

4장에서는갈릴레이와파스칼,뉴턴과스피노자등근대자연과학자와철학자들의공간관념을다룬다.갈릴레이는망원경을가지고우주를관찰함으로써무한공간을본격적으로펼쳐보였다.파스칼은그런무한공간의공포속에서신앙으로회귀하지만,이는역설적으로신의부재를반증하는것으로읽힌다.반면에뉴턴과스피노자는자연과학과철학에서절대성의새로운거처를제시한다.그거처는신의뜻이구현된스콜라적자연이아니라그자체로절대성이되는자연이었다.이렇게해서절대공간이라는관념이탄생하게되고,신은이제객석에숨어서세계라는무대를바라보는존재에불과하게되었다.

5장에서는4장에서구체화된절대성의탈(脫)신비화과정이칸트와헤겔그리고루카치에이르러어떻게진행되었는지를서술한다.먼저칸트는네가지범주(양,질,관계,양태)를통해네가지이율배반을제시함으로써,순수이성의영역에서는신을추방해버리지만실천이성의영역에서신을다시불러온다.이런관념을소설과미학이론에끌어온것이루카치였다.칸트와달리헤겔에게절대성은실체이자동시에주체로서파악되어야하는것이었다.주체,곧주관성과실체,곧객관성이하나의전체적체계를이룬것이절대성이라고생각한것이다.이는무대와객석이사라져구분되지않는연극,모든공간이무대인연극,어둠속에숨어있던신이세계라는무대안으로들어온연극에비유할수있다.

6장에서는장소가지닌상징성및그너머에숨쉬고있는윤리에관해이야기한다.장소에대한충동은오디세우스로대표되는귀향의서사에서가장잘드러나는데,고향은바로주체의고유성이깃든공간의상징이다.주체가어떤공간에의미를부여함으로써그공간이장소가되지만,이렇게생산된장소는거꾸로주체를생산해내기도한다.그렇다면주체는장소를통해무한공간을공포를해결했는가?저자는그저한숨돌렸을뿐이라고대답한다.애써무한성(무한공간)과절대성(절대공간)을담장밖으로밀어냈지만그것들이담장밖어딘가에서기다리고있을지도모른다는불안감,내가속해있는장소가진짜내것인가에관한회의등이장소의진정성에대한의문을낳는다.이것이장소너머의공간을사유하게만들고,이자리에풍경의시선이놓인다.

저자는먼길을돌아7장에이르러서야다시풍경론으로돌아온다.여기서말하는풍경이란,‘낯설고특별한경치’가아니라주체에의해평소와는다른시선으로포착된장소를의미한다.전자가낯익음에서낯섦으로이행해가는데반해후자는반대로나아간다고해서저자는이를‘두번째풍경’이라고부르는데,이‘두번째풍경’속에서어떤주체에게장소는더이상장소가아닌것으로드러난다.이런관점에서홍상수의영화<북촌방향>의클라이맥스장면을해석하는곳은이책의백미라고할수있다.그리고이는다른많은문학과예술작품에도해당되는이야기이기도하다.

그렇다면‘풍경의습격’을받은우리근대인은운명은어떠한가?8장에서는이문제를윤리적주체의책임과연관짓는다.신성한존재의계시나예언속에존재하는필연적운명같은것은근대의핵심원리와어울리지않는다.오늘날운명이라는것은한사람의마음속에서필연으로받아들여진우연을뜻한다.그리고이우연을운명으로만드는것은주관성의힘인데,이것은시간적으로는과거,공간적으로는장소를바라보는사람의시선속에존재한다.그리고이것이방향을바꿔미래를향하게될때운명에대한사랑,곧운명애가생겨난다.이순간은풍경의문이열리고그것이우리를습격하는순간에다름아니다.이것이근대를사는우리가감당해야할운명애의형식이자풍경의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