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무는국어지식과우리말어휘12,000가지
대화하듯문답으로풀어가는우리말에대한궁금증
국어실력도어휘력이좌우한다
‘모국어의바다’로찬사받는『혼불』의고최명희작가(1947~1998)가1998년호암상을수상하면서“언어는정신의지문이고모국어는모국의혼”이라는소감을남겼다.우리말은정신의지문이지만일상에서바르게,나아가더욱풍부하게쓰려는노력은태부족하다.이땅에태어나면저절로익히는게우리말인데일부러찾아서공부할필요가있을까?만일공부를해야한다면,국어도외국어처럼실력을집중적으로향상시킬방법이있기는한걸까?이런의문을갖는사람에게권할만한더할나위없이좋은책이바로〈열공우리말〉이다.
〈열공우리말〉이라는도서명은‘국어실력열배로늘려주는우리말공부’에서나온제목이자우리말을‘열심히공부하자’는중의적의미도담고있다.
언어실력을늘리기위해서는풍부한어휘력이필수라는것은상식이다.국어도언어의하나인이상,예외일수없다.영어,중국어,일본어를배우기위해서는『Vocabulary22000』등의어휘집이필수라고생각하면서유독국어에대해서만큼은어휘력의중요성을못느끼는것또한선입견일뿐이다.『표준국어대사전』에는50만여어휘를수록하고있지만실제로우리가일상어휘로쓰는단어는3천단어수준에불과하다.영어는1만단어,프랑스어는3만단어가일상어휘로쓰이는것과비교하면우리의빈약한어휘력이국어의풍요로움을얼마나제한하고있는지짐작가능하다.
〈열공우리말〉은우리말에대한130가지질문과답을통해1천여표제어의뜻을정확히파악하고다시그표제어와분류별,유형별,실생활사용례별로연관된1만2천여단어를쉽게익힐수있도록설명한우리말어휘공부의보고이다.
제시어하나에서출발해수십가지관련어휘익히는구성
〈열공우리말〉은하나의제시어에서시작해그에대한궁금증과지식을풀어가면서관련되는수십가지우리말어휘를익힐수있게구성했다.
예를들어302쪽을보자.‘담배가기호식품이라는데,정말식품이긴한건가요?’라는질문에이책은먼저‘기호품’의정의를자세히알려준뒤,찾아온손님에게담배한대를권하며인사를나누는옛풍습에서나온‘대객초인사(對客初人事)’라는말을설명한다.피우면걱정근심을잊는다는뜻으로‘망우초(忘憂草)’,심심풀이로피우는풀이라서‘심심초’등담배자체를일컫는어휘를익힐때쯤이면어느덧‘담뱃대’,‘물부리’,‘고불통’등흡연기구에대한낱말을지나‘골초’,‘철록어미(담배를쉬지않고늘피우는사람을놀리는말)’,‘담배씨네외손자(성질이매우잘거나마음이좁은사람의비유)’등흡연자를지칭하는낱말과‘담배씨로뒤웅박을판다’같은흡연에서비롯된속담과관용어까지익힐수있다.결국담배라는제시어에서시작한설명이꼬리에꼬리를물고이어져담배와관련한낱말,속담등45가지우리말어휘를상세히이해하는구성이다.
우리나라에는독특한흡연예절이있어“술상을앞에놓고노소가같이즐기는일은있어도담배만큼은맞담배질하지않는것이예의로되어”있습니다.나이차이가나는사람앞에서맞담배질(서로마주대하여담배를피우는짓을낮잡는말)을하다가는버릇없는놈이라고혼쭐나기마련입니다.다른나라에서는좀처럼볼수없는예의규범이죠.
‘맞담배’와발음이유사한막담배는“품질이좋지아니한담배”인데,예전에시골아낙네나머슴들이많이피우던살담배(칼따위로썬담배)로유명했던상표명풍년초가그런막담배라할수있습니다.담배를많이피우는사람을놀림조로‘골초’라고하는데,실은골초의으뜸의미는“품질이낮은,쓰고독한담배”라는뜻이랍니다.막담배보다도못한담배이니골초는막담배의사촌쯤되려나요.(304쪽)
우리말,순우리말,한자어,외래어의차이를아십니까?
이책은무엇보다우리말의개념을바로잡아밝히는데특히공을들였다.풍부한어휘가국어실력의세포들이라면,정확한개념은우리말의뼈대를이루기때문이다.책의첫질문과답은‘비행기를우리말로하면날틀이됩니다’라는문장에담긴오류를풀어주는것으로시작한다.사실많은한국인들이국어,우리말,순우리말,한자어,외래어,표준어각각의개념차이를정확히알지못한다.
우리말과순우리말(토박이말)을같은말로착각하기쉬운데,두말은서로다른뜻을지닌말들이랍니다.비행기나철수를飛行機나哲秀로적으면우리말이아니지만(외국어이지만)비행기나철수로적으면우리말입니다.한자어와외래어는한글로적으면우리말이됩니다.이를테면,알파벳으로적은bus는외국어이지만한글로적은버스는외래어로서우리말에듭니다....(중략)...다만,외국어를한글로표기한다고해서모두외래어가되는것은아닙니다.국어심의회에서심의를거쳐외래어로인정을받으면국립국어원이발간ㆍ관리하는《표준국어대사전》에표제어로오릅니다.
이런식으로책의1장은표준어와비표준어를2장은옛말,북한어,사전에오르지못한토박이말등공인받지못한우리말의내력을3장은우리말의중요한원천인한자어를4장은우리말에서점차비중이높아지는외래어를집중적으로설명한다.1장부터4장까지를읽으면국어라는넓은바다가어떻게구성된세계인지충분히이해할수있다.
5장부터8장까지는먹을거리,식생활,생활용어,동물과관련된말,단위등일상에켜켜이쌓인우리말의깊은자취를더듬는다.자주접하면서도그뜻이나유래를제대로알지못했던말들을비롯해몇가지단어만사용하던언어생활을풍성하게해줄수많은어휘와국어지식을다룬다.5장~8장의이후반부는대륙붕처럼얕은바다에서깊은심해까지국어의바다에얼마나다양한층위가있는지알려준다.
넓고깊은우리말의바다를헤엄치는기쁨
‘열공’이라해서학교졸업한지언젠데다시공부냐며부담부터느낄필요는없다.〈열공우리말〉은수록된130개의문답하나하나가우리말산책을나서는기분으로읽을수있는칼럼이기도하다.
최명희의소설《혼불》을보면주인공이강모와허효원의첫날밤장면이나옵니다.거기서신부효원은다리속곳,속속곳,단속곳,고쟁이를입고그위에또너른바지와대슘치마,무지기를입고서마지막으로다홍치마를입은것으로되어있지요.모두해서여덟가지인데,겉치마인다홍치마를빼도속옷만자그마치일곱가지가됩니다.소설속에서표현된대로“몇몇겹으로싸고감”은탓에신부는마치옷을“갑옷처럼입고앉은”셈이라할수있습니다.나중에대슘치마,무지기가어떤것인지를알고나면,무지기를입고서그처럼앉아있는일이실제로가능할지는여러분들의판단에맡겨야하겠지만요.(412쪽)
이책에는또한마디마디에60여항목의‘덤’을두어우리말에관한뜻밖의재미와정보를선사한다.‘역사로보는우리말팔자’(24쪽),‘성서에북한어표기가상당수들어간까닭’(99쪽),‘한자어의경제적조어능력’(124쪽),‘한국인열의아홉이실수하는외래어’(267쪽),‘엉덩이/궁둥이/방둥이는어떻게다를까?’(288쪽),‘마블링과소고기등급이야기’(495쪽),‘탕과국은어떻게다른가?’(540쪽),‘낱말안에서글자의순서’(589쪽),‘한국인이가장많이쓰는말’(591쪽),‘옥스퍼드콤마’(602쪽)등평소에궁금하거나알쏭달쏭했던문제들,한국어의현황과역사에대한다양한지식이흥미진진한외전(外傳)처럼펼쳐진다.
〈열공우리말〉은영어환경에서도리어국어의필요성을느끼고모국어를천착해온저자의30년간우리말농사의알곡을담았다.1장부터체계적으로읽으면우리말개념이바로잡히고,어느페이지나내키는대로펼쳐읽어도꼬리를무는국어지식과어휘실력을가외로얻을수있다.초심자부터국어공부를제대로깊게해보고자하는독자모두에게넓고깊은우리말의바다를자유로이헤엄치는기쁨을알려줄책이다.
[추천사]
이책은우리말의넓고깊은바다를헤엄치도록도와준다.술술읽기만해도쌓여가는우리말어휘실력은덤이다._김남미(서강대학교교수,『100명중98명이틀리는한글맞춤법』저자)
외국에서생활하면서고대미술의도상학(圖像學,Iconography)을연구하고가르치는동안,독일어ㆍ중국어ㆍ영어는자연히그나라의문화와함께내삶의일부가되었다.귀국후오히려모국어앞에서자신감을잃은나에게우리말로생각하는법을일깨워준이책은,오랜가뭄끝의단비와도같다._고혜련(단국대학교교수)
“신의언어는스웨덴어다”,“신은당연히세계에서가장완전한언어인독일어를사용했을것이다”유럽인들은오만하게자신의모국어를상찬했다.나도이런찬사를당당히한국어에바치고싶다.우리주위에는기품있고제대로된한국어가귀하다.이책은한국인이라면당연히갖추어야할국어의기본을이야기하고있다.거친광석에서금을뽑아내듯우리말실력도다듬고키워야한다._한상권(KBS아나운서)
[책속으로추가]
여기서주의할것은,고등어한손을무조건두마리로생각하기쉬운데손이라는단위는무조건두마리가아니라본래‘한손에잡을만한분량을세는단위’이므로조기/고등어/배추같은것은큰것하나와작은것하나를합한것을이릅니다.그래서두마리/개가맞지만,미나리/파따위에서의한손은‘한줌분량’을뜻한답니다.즉,한손이라고해서무조건두개를뜻하는것은아니라는걸알아두시면좋겠네요.(571쪽)
우리가일상생활에서가장많이사용하는말은무엇일까?‘없다’란다.하기야이‘-없다’가접사로쓰여만들어진말을보면어림잡아도140여개나된다.반면에‘없다’의상대어인‘있다’가접사로쓰인말은몇개나될까?열두어개밖에되지않는다.흔히쓰는말로는재미있다/맛있다/멋있다/뜻있다/관계있다[關係-]/상관있다/값있다/가만있다가있고,드물게쓰이는것으로는빛있다(곱거나아름답다)/지멸있다(꾸준하고성실하다.또는직심스럽고참을성이있다)/다기있다[多氣-]=다기지다(마음이굳고야무지다)정도이다.
이건무엇을뜻할까.우리가부정적인쪽에훨씬더많이치우쳐살아내고있다는것을은연중에드러내고있는것은아닐까.긍정적으로살기.그출발은어쩌면쉬운일인지도모르겠다.‘-있다’가들어간말을될수록자주사용하는거다.그출발로우선멋있다/맛있다/뜻있다/재미있다네가지말만이라도자주써보면어떨까.(5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