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인간 (식과 생의 숭고함에 관하여)

먹는 인간 (식과 생의 숭고함에 관하여)

$19.00
Description
식(食)과 생(生)을 통해 보는 ‘삶의 근원’
‘먹다’를 주제로 ‘생(生)의 근원‘을 탐구한『먹는 인간』. 이 책은 교도통신 외신부 데스크로 일하던 헨미 요가 1992년 말부터 1994년 봄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음식에 관한 현장 보고이다. 저자는 ’먹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 정치, 사회적으로 분쟁을 겪었거나 여전히 위험과 갈등이 산재하는 15개국을 찾아, 그곳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활력이 넘치게 먹는 행위에 열중하는 사람들, 민족과 종교도 어쩌지 못하는 맹렬한 식욕의 굶주린 사람들, 전쟁의 공포에 짓눌려 식욕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에 밀착해 들어가 그들이 간직해온 이야기와 기억을 담아냈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인 브리야사바랭은 [미식 예찬]에서 “짐승은 먹이를 먹고, 인간은 음식을 먹는다.”라고 말했지만 저자는 “사람도 가끔 짐승과 똑같이 ‘먹이’를 먹는다.”라고 답한다. 어떤 이들에게 먹는 일은 음식의 부패, 감염, 오염, 여부를 떠나 생존을 건 절박한 사투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은 때론 질투와 분쟁, 갈등의 원인이나 차별과 생존의 도구가 되기도 하며, 사람을 죽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먹다’라는 인간의 필수불가결한 영역으로 파고 들어가서 저자가 본 장면들은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말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잊게 해주고 영혼의 위로가 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식(食)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헨미 요는 ‘먹는 행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을 찾아 떠났다. 저자가 세계 도처에서 만난 ‘먹는 인간’의 장면은 결국 인간에게 먹는 행위가 얼마나 순수하며 정직한 일인지, 그리고 먹고 살아가는 행위가 얼마나 숭고한지를 이 책은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기자의 본능적인 감각과 작고 미미한 것들을 읽어내는 작가의 섬세한 눈길이 결합되어 묘사된 책 속의 풍경은 저널리즘과 문학이 아름답게 결합돼 있다. 저자의 여행 원칙은 ‘현지 사람들이 먹는 것을 함께 먹을 것‘이었다. 그 원칙 아래서 저자는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 간직한 사연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따라서 헨미 요가 너덜너덜한 인간세계의 풍경에서 포착한 ‘먹는 인간’의 모습은 애잔하고 슬프지만 풍요롭다.
저자

헨미요

저자:헨미요(邊見庸)는1944년생으로일본의대표적인저널리스트이자시인,소설가,에세이스트이다.와세다대학교문학부를졸업하고1970년에교도통신사에입사했다.베이징특파원,하노이지국장,편집위원등을거쳐1996년에퇴사하면서본격적으로집필활동을시작했다.1978년에중국보도로일본신문협회상,1991년에『자동기상장치(自動起床?置)』로아쿠타가와상,1994년에『먹는인간(もの食う人びと)』으로고단샤논픽션상,2011년시집『효수한목(生首)』으로나카하라주야상,시집『눈의바다(眼の海)』로다카미준상,『1★9★3★7』(이쿠미나)로시로야마사부로상을받았다.이밖에도『붉은다리아래의미지근한물(赤い橋の下のぬるい水)』,『삶은달걀(ゆで卵)』,『영원한불복종을위해서(永遠の不服?のために)』,『지금이자리에있는수치(いまここに在ることの恥)』,『나와마리오자코멜리‘생’과‘사’의경계를찾아서(私とマリオ?ジャコメッリ〈生〉と〈死〉のあわいを見つめて)』,『미와파국(美と破局)』,『물의투시화법(水の透視?法)』등여러저작이있다.“타자의눈으로자신을응시하고자율적인윤리적갱생”의길을걷는드문일본작가로‘싸우는아쿠타가와상작가’,‘방랑의아나키스트’,‘상처입은코즈모폴리턴’,‘전투적염세주의자’,‘무뢰파(無賴派)언론인’등으로불린다.2004년뇌경색으로쓰러져투병생활을하다가2006년『자신을향한심문(自分自身への審問)』으로복귀해다시정력적으로집필을하고있다.

역자:박성민
도쿄외국어대학교대학원에서일본어학을전공하고통번역사로일했다.

목차

여행을떠나기전에

1장가난한아시아의맛

#방글라데시
먹다남은음식을먹다
음식의한

#필리핀
피나투보에서잊혀버린맛
인어를먹다
민다나오섬의비극

#타이
음식과상상력
위장의연대

#베트남
쌀국수의사회주의
베트남의은하철도

2장갈등하는유럽의맛

#독일
담장안의식사
음식과네오나치

#폴란드
숯검정을먹다
패자의맛
서커스단의의미있는공복

#크로아티아
보리수향이나는마을
다양한식탁
생선을먹는다정한사내들

#세르비아
성스러운빵과권총

#오스트리아
대관람차안의식사

3장뜨거운아프리카의맛

#소말리아
모가디슈의불볕더위일지

#에티오피아
아름다운커피로드

#우간다
바나나밭에별이쏟아지다
왕의식사

4장얼음과불이빚은혼돈의맛

#러시아
병사는왜죽었나
첼로를켜는소녀
아름다운바람이부는섬에서

#우크라이나
금단의숲

5장가깝지만낯선한국의맛

#대한민국
유생에게식사예절을배우다
27번선수의고독한싸움
그날의기억을지우려고

맺음말
문고판맺음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1.아쿠타가와상수상작가헨미요,
그가이방의도시에서건져올린장대한식(食)의인간드라마

이책은교도통신외신부데스크로일하던헨미요(?見庸)가1992년말부터1994년봄까지세계를여행하며만난사람과음식에관한현장보고로고단샤논픽션상을수상한작품이다.교도통신칼럼으로연재되던당시화제를불러일으키다가1994년단행본으로출간된후에비평가들의절찬을받은저자의대표작이기도하다.
‘먹는인간’이라는주제를품고떠난저자가찾은나라는방글라데시,베트남,필리핀,독일,폴란드,크로아티아,에티오피아,우간다,러시아,우크라이나,한국등15개국.역사,정치,사회적으로분쟁을겪었거나여전히위험과갈등이산재하는곳들이다.
글전체를관통하는주제는식(食)과생(生).먹는것을둘러싸고벌어지는인간의복잡미묘한행위를통해‘삶의근원’이무엇인지되돌아본다.여행의원칙은현지사람들이먹는것을함께먹을것.그원칙아래저자가접한음식은헤아릴수없이많고,그음식을먹는사람이간직한사연은가늠할수없을정도로깊고넓다.저자는생존을위해어쩔수없이음식을먹는사람들,침샘을자극할정도로활력이넘치게먹는행위에열중하는사람들,민족과종교도어쩌지못하는맹렬한식욕의굶주린사람들,전쟁의공포에짓눌려식욕을잃어버린사람들의삶에밀착해들어가그들이간직해온이야기와기억을나누어받아먹는다.
‘취재’라고하면모든것을거시적으로바라보게된다.저자는사건과사고에판에박힌듯한의미를부여하는기자의습성을벗어던지고평소에는스쳐지나칠무의미해보이는것들을포착해내려고한다.이책이“너덜너덜한인간세계”의풍경에서포착한‘먹는인간’의모습은애잔하고슬프지만풍요롭고아름답다.이는겉으로드러나지않는함몰된풍경을끝까지추적하는저널리스트의본능적인감각에,작고미미한것들을읽어내는작가의섬세한눈길이더해진덕분이다.
저자는『자동기상장치(自動起床?置)』로아쿠타가와상,『1★9★3★7』(이쿠미나)로시로야마사부로상을받은소설가이자,시집『효수한목(生首)』으로나카하라주야상,『눈의바다(眼の海)』로다카미준상을받은시인이기도하다.이는저널리즘과문학이아름답게결합된명저로평가받는이책에서여행기나취재기를넘어서는오묘한빛과질주하는힘,그리고팽팽한긴장을맛볼수있는이유일것이다.

2.“보이지않는모습을보고,들리지않는소리를들어라.”
거시에함몰된미시적풍경을찾아떠난2년의기록

저자는교도통신베이징특파원으로일하면서특종을연거푸터뜨리다가결국중국공안의감시를받고국외퇴거처분을받았을정도로집요한기자정신의소유자였다.하지만어느날분노와슬픔을제거한채냉정하고재빠르게세상을분석하는일상에균열이생기기시작한다.타자의기쁨,괴로움,신음을느끼지못하게온몸이차단된듯감각의마비상태가왔기때문이다.몇십,몇백줄의기사로세계를해석할수있다고믿은자만과오만의대가라고여겼다.2년여간세계를떠돌며1주일동안취재하고글을쓴뒤다음지역으로이동하는강행군을지속한것은이렇듯잃어버린신체성을되찾기위한저자만의지독한방식이기도했다.
그즈음‘기갈’과는거리가먼일본의‘포식’상황도저자의여행을부추겼다.광풍처럼몰아친미식열기에혀와위는점차값비싸고고급스런맛에길들여졌다.지금,여기한국과다를바없는광경이다.게다가일본은모든가치와의미를상품화와소비로환원해버리는고도의소비자본주의사회.이사회에서는사람이먹고사는일의본래가치와의미도벗겨버린다.‘식(食)’의본질은무엇인가?여기에대한답을찾기위해저자는‘먹는행위’의가장원초적인모습을간직한곳을찾아떠난다.

3.기아,전쟁,재해,빈곤의현장에서마주친
속절없이애절한식(食)의장면들

18세기프랑스의미식가인브리야사바랭(JeanAnthelmeBrillat-Savarin)은『미식예찬(Physiologiedugout)』에서“짐승은먹이를먹고,인간은음식을먹는다.교양있는사람만이비로소먹는법을안다.”라고말했다.하지만저자는“사람도가끔짐승과똑같이‘먹이를먹는다.’”라고답한다.잔반(殘飯)을먹는방글라데시다카의빈민,에이즈에감염되었지만달리먹일게없어아기에게젖을물리는우간다의엄마와아기,원자력발전소사고후에도마을을떠나지못하고그곳에서살아가고있는체르노빌사람들…….이들에게먹는일은음식의부패,감염,오염여부를떠나생존을건절박한사투다.
음식은때론질투와분쟁,갈등의원인이나차별과살해의도구가되기도한다.방글라데시로힝야난민(미얀마의탄압과인종청소를피해방글라데시로피란온이슬람소수민족)캠프에감도는주민과난민사이의묘한긴장은구호식품을둘러싼원망과질투가빚은‘음식의한’때문이다.일본이재일한국인,중국인,오키나와출신자들을‘먹는것’의차이로차별했듯이,독일의네오나치는‘냄새가난다’‘야만인’이라며양고기와향신료를많이쓰는터키음식을빌미삼아터키이민자들을공격한다.영양실조와결핵으로죽어가는소녀파르히아처럼배고픔과질병으로죽어가는소말리아난민들이받은구호식품은싸구려개밥보다못하다.반면,소말리아를도우러온각국부대의휴대식에는쇠고기적포도주찜,리소토,테린,포타주같은파티음식이넘쳐난다.음식때문에사람을죽이기도한다.1993년러시아함대에서는장교들의조직적인식량부정유출이있었고,그피해자들인신병을대상으로군대내가혹행위까지더해져네명의신병이죽음에이른다.이는미필적고의에의한‘음식살인’이다.먹기위해사람을사냥한일도있다.2차세계대전이끝나고필리핀민다나오섬키탄그라드산속에숨어있던일본군30여명은인근마을주민수십명을살해하고‘먹었다’.당시산에는멧돼지,사슴,원숭이도있었고산을조금내려가면토란도자라고있었다.먹을게없어서가아니었다.잔류일본군토벌에나섰다가자기도모르게사람고기를먹게된알레한드로살레라는노인의안내를받고현장을찾은저자는무엇이인류최대의금기를깨게만들었는지,그이유를도저히알수없다고읊조린다.
그럼에도음식만큼고통스러운시간을잊게해주고영혼의위로가되는것은없다.저자는1994년일본대사관앞에서자살시도를한위안부할머니들(김복선,이용수,문옥주)이또다시자결하는일을막기위해10여일간이들을따라다닌다.죽겠다는의지를꺾지않는그들도밥을먹는다.50년전퍼석퍼석한밥과된장국,단무지를허겁지겁먹고나면끝도없이시작되던그일이‘끼니’를먹는동안에는잊히기때문이다.그모습을본저자는울면서“그래도드십시오.언제까지고밥을드십시오.”하고바란다.

4.체제와종교,권위주의의억압에
틈새와균열을내는‘먹는쾌락’을포착해내다

‘먹는것’만큼인간에게쾌락을주는것도없다.왜감옥,종교,독재자가인간의가장원초적인욕구인‘식욕’을관리하려드는지보라.그러나식욕은억누르기쉽지않다.언제든틈새를찾아정직하게분출한다.통일전동독이운영하던브란덴부르크교도소를찾은저자는채소의풍미가빠지고짠맛만나는‘죄인의식사’를함께한다.이들이형편없는식사에길들여진듯하지만감자를훔쳐서몰래술을만들어마신다.폴란드공산정권의마지막독재자인야루젤스키전대통령은평생을군인으로살아온사람이다.그에게식사는맛을음미하는것이아니라허기를달래기위한목적일뿐이었다.그러나권력을내려놓은후‘와플’의맛을알아버렸다고죄의식가득한목소리로저자에게고백한다.크로아티아와세르비아인사이에피로피를씻는분쟁이한창일때크로아티아자그레브의난민급식소를찾은저자는예순여덟살의이슬람여성니콜라가얼굴빛도변하지않은채돼지고기를씹어먹는모습을본다.민족이나종교에대한자부심보다먹고사는일이중요한것이다.‘먹다’라는인간의필수불가결한영역으로파고들어가서저자가본장면들은이렇듯“실존이본질에앞선다”는말을여실히드러내준다.

5.탄탄한단편소설읽는기분을전해주는문학적필치의글들

이책이가진펄떡이는생명력,관능성은저자가세계곳곳에서만난맹렬하고도활력넘치게먹는인간들덕분이다.베트남하노이에서호찌민으로가는열차를탄저자는난파선화물창같은곳에서도어떻게든자세를잡고음식을먹는사람들과함께먹고마시며48시간을보낸다.정차할때마다먹을거리를파는상인들이우르르차안에밀려들어와땀에젖은손이음식을건네고,지폐가날아다니는풍경은그무엇보다생기와활력이넘치는필치로쓰였다.또폴란드탄광마을에서맛본수프보그라치,아드리아해의고기잡이배에서먹은정어리,러시아이투루프섬에서먹은우하(생선)수프에관한일화는‘먹는인간’과‘먹는행위’에대한저자의한없는애정을담고있다.탄탄한구성의단편소설을읽는느낌을주는이문학적필치의글들은저자가세계도처에서만난애처롭고슬픈‘먹는인간’의장면을넘어,결국인간에게먹는행위가얼마나순수하며정직한일인지,그리고먹고살아가는행위가얼마나숭고한지를아름답게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