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간의독서와연구,그리고삶을집약해
『논어』의여백을메운역설서(譯說書)
『논어』는“먹의농담을이용해몇개의선으로공자의인격을그려낸동양화같은책”으로별다른배경설명없이툭툭던져진공자의독백과대화가많다.어떤상황에서왜그런말을했는지알수없는경우가수두룩하다.역대의수많은주석서도『논어』의이러한여백을채우는작업이나마찬가지였다.고전학자황희경역시20년간의『논어』읽기와인문적교양의깊이를더해『논어』의여백을메우는작업을시도했다.『내인생최고의교양:논어』는『논어』20편을500장으로나누어전체를통독하고번역,해설[譯說]한책이다.하지만어구풀이에집중한주석서가아니라고금의주석,다양한독서,그리고인생경험을집약한품격있는고전에세이에가깝다.
“『논어』를읽은자가『논어』를모른다”는일본속담이있다고한다.실제삶에『논어』를응용할줄모르는고지식한전문가가있는반면,전문가가아닌사람들의글에서『논어』를보는혜안을발견할수도있다.얽매이면눈이멀고,새로보면오래된책도새책이된다.황희경은루쉰과소세키,피츠제럴드를통해서도『논어』를새롭게발견하고,자신의삶의경험에빗대어드러나지않은공자의내면도들여다본다.이를테면루쉰의소설「공을기(孔乙己)」의주인공인몰락한지식인공을기와‘공자’의모습을겹쳐보고,공자를답답한사람으로여기다가신산한세월을보내고평심한눈으로들여다보자“남이나를알아주지아니하여도성내지않으면또한군자답지않겠는가[人不知而不?不亦君子乎]”라고한공자의대범함이면에서“아무도나를알아주는이가없구나[莫我知也夫]!”(「헌문」)라는탄식과고통을섬세하게읽어내는식이다.
황희경은안쓰인『논어』를재창조하는즐거움을누리고,내삶의문법으로공자를이해해보라고제안한다.공자도그렇다.엄숙하고근엄한도덕군자라는인상을걷어내면,고통,고독,비애에찬공자가엿보이지만다른한편으로는현실감각과처세의지혜가뛰어났던새로운공자도발견할수있다.그렇다해도행간을읽기위한첫걸음은텍스트자체에집중하는것이다.이책은각장의해설에중복된구절,모순되거나관련있는구절을표시해서『논어』를자유자재로넘나들면서전체텍스트를입체적으로,넓게볼수있게배려했다.
2.기존주석서를넘어서는참신한번역과해설로읽는
새시대,새『논어』
『논어』주석서가운데주희의주석이특히유명하고,한국에서는그영향력이여전히크다.그러나800년이라는시간차로현대인의관념과거리가멀다는문제가있다.이책은시대흐름과현대의연구성과를반영하여주자의주석을넘어서는참신한번역과해설을선보인다.구체적인예를들자면“위인지본(爲仁之本)”을“인을행하는근본”이아니라“사람됨의근본”으로(「학이」2장),“오여여불여야(吾與女弗如也)”를“나는네가안회보다못하다는것을인정한다”가아니라“나와너는그보다못하다”로(「공야장」9장)해석하여공자의인간적인면모를부각하고,리링(李零)의견해를따라아언(雅言)을“평소에하신말”이아니라‘당시의표준말’로해석한점(「술이」18장)등이있다.
『논어』전체가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다고보고편집의도를읽어내려고시도한것도이책의특징이다.황희경은특히편명과장의순서에그간주목하지않았거나밝혀내지못한숨은의도가있다고여긴다.인간됨의도리를강조한「학이」편다음에주로정치를논한「위정」편이등장한것은인간됨의도리를논할때가장큰문제가정치이기때문이라고본해석이한예다.또공자에게정치란무너진천하의질서를바로잡는일이자무너진주례(周禮)를회복하는것이었다.따라서「위정」편을잇는「팔일」편에예악이무너진사태를비판하는구절이많이나온다.이어지는「이인」편에서는예악의근본인인(仁)에대해주로말한다.
장의배치도살펴보자.황희경은「학이」편첫머리1~5장까지공자,유자,증자가번갈아등장해『논어』전편을관통하는중요한정신을말하고있음에주목하고,증자가날마다반성한세가지의순서를거꾸로해보면정확히『논어』첫구절과대응된다고한다.(24~26쪽,45쪽)「위정」편1장에서위정이덕(爲政以德:덕으로나라를다스리다)을말하다가그다음장에서난데없이『시경』에대해언급한것은,지도자란모름지기시심(詩心)이있어야한다고뜻으로읽는다.「공야장」편에서공야장,남용,자천,자공,염옹,재여등고금의인물에대한품평이계속되다가마지막장인28장에서공자가“열집이어우러져있는조그만마을이라도반드시나와같이성실하고믿음직한사람은있겠지만나처럼배우기좋아하는이는없으리라[子曰十室之邑必有忠信如丘者焉不如丘之好學也]”라고한까닭은,“공자가자신이평한인물들을뛰어넘어성인이된데에는배움을좋아했기때문이라는,간단하지만심오한뜻이편집의도에반영되어있다”고본다.이는첸무의견해를따른것이다.
그밖에도‘예’의중요성에각별히주목(「양화」21장,「학이」9장등)한부분,공자가증점의생각에동의한이유를마르크스의이상향과결부시켜해설(「선진」25장)한부분,공안낙처(孔顔樂處:공자와안연의즐거움)를문화대혁명기간의한작가의생활과연관시켜말한부분(「옹야」11장)등의신선한견해가『논어』읽기의즐거움을배가시킨다.
3.중국고전,문화,사회에대한해박한지식과관심을녹여
『논어』에담긴중국적지혜를사유하다
시진핑중국국가주석이해외순방때마다단골로‘인자요산(仁者樂山:인자는산을좋아한다)’‘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없으면나라가존립할수없다)’‘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자기가하고싶지않은일을남에게요구하지말라)’같은『논어』의구절을인용하는점은잘알려져있다.공자를높이평가하지않았던마오쩌둥이두딸의이름인리민(李敏),리너(李訥)를『논어』의구절에서따온점도얼핏아이러니해보인다.(「이인」24장)현대중국과공자의전통이서로모순되는듯이어지고있는것이다.
황희경은현대서양사회를이해하기위해그리스로마시대를연구하듯이현대중국을알기위해고대중국을공부하는것이점점중요해지고있다고말한다.특히문명의연속성을유지하고있는중국의경우가특히그러하다고말이다.중국전문가이기도한그는중국문화에유구하게전해지는『논어』의전통을통찰하여『논어』읽기에접목했다.몇가지예를살펴보자.
「술이」4장에서는“공자께서한가롭게계실때는편안하게하시고(얼굴표정이)즐거우셨다[子之燕居申申如也夭夭如也]”를해설하면서하나의세계(차안의세계)만을가정하고이세간에서의행복과쾌락을추구하는중국문화의특징[樂感文化]과서양의죄감문화(罪感文化)와대비한다.
중국속담에“군자는10년후에원수를갚아도늦은것이아니다[君子報讐十年不晩]”라는유명한말이있다.중국에는원수뿐아니라은혜도갚아야한다고보아보(報)를중요시하는특징이있는데,이를이직보원(以直報怨:공정함〔直〕으로원한을갚으라)과연관시켜설명한다.
「이인」36장“자유가말하였다.‘임금을섬길때자주간하면욕을당하게되고,친구에게충고를자주하면사이가소원해진다[子游曰事君數斯辱矣朋友數斯疏矣].’”선진시대(진나라의시황제가중국을통일한기원전221년이전의시대)의지식인들은학파에상관없이모두처세에밝았다고한다.이것이바로지(知)다.중국에‘멋진사람은눈앞에서손해보는거래는하지않는다[好漢不吃眼前虧]’는속담이있는데비슷한말이다.중요한처세의지혜로,잘못하면제목숨을잃거나친구를잃는다.이에연관된것인데,공자가세상에처하는기본입장을보면이렇다.세상이좋다면관직에나아가자신의경륜을펼치고,세상이좋지않으면명철보신(明哲保身:총명하고사리에밝아일을잘처리하여자기몸을보존함)해야한다.명철보신하는방법은대놓고협조하지도,저항하지도않는것이다.
공자는어떤문제에대해서추상적이고보편적인정의를내리는방식으로답하지않고,질문하는사람의재목에따라구체적으로달리대답했다.이를인재시교(因材施敎)라고한다.이처럼추상을중시하지않고보편적방식을애호하지않는것이중국식사유의특징이다.
4.주희,다산뿐아니라캉유웨이,첸무,리쩌허우,간양,리링등
근현대사상가들의주석을녹이다
이책이주희,다산등의전통적인주석을참고한것은물론이다.그러나자유주의와보수주의의비조로크게조명받고있는사상가캉유웨이(康有爲,1858~1927),청(淸)말의언어문자학자인양수다(楊樹達,1885~1956),사학자이자사상가인첸무(錢穆,1895~1990),중국사상계의거목리쩌허우(李澤厚,1930~),칭화대학신아서원(新雅書院)원장인간양(甘陽,1952~),『논어』연구의권위자리링(李零)등의주석과연구를반영해서여전히‘핫’한『논어』읽기의새로운경향을소개한다.특히황희경은캉유웨이의주석을비중있게소개하는데그중몇가지를살펴보자.
『논어』에증자의말이열여덟번이나등장한것을보면『논어』는기본적으로증자의제자계열에서편찬했다고할수있다.무술변법을일으켰던풍운아캉유웨이는도덕을강조한증자계열에서『논어』를편찬했기때문에위대한공자사상의전모를담아내지못했다고보고『논어주』를쓰기도했다.「태백」3장에서캉유웨이는증자가임종의순간에신체를훼손하지말아야한다는정도의이야기를제자들에게남겼음을들어증자가공자의진정한계승자가되기에부족하다고보았다.
「자한」1장“공자께서는이익에대해서드물게말씀하시고,명(命)과인(仁)을긍정하셨다[子罕言利與命與仁]”는논란이많은구절이다.이것을캉유웨이는“공자는이익에대해드물게말했다.명과인에대해서는통달했다[子罕言利與,命與仁達]”라고하면서다음장에나오는달(達)을여기에붙여놓고,통(通)의의미로해석했다.인과명에대해서는가장잘알았고여러번언급했다고본것이다.
「계씨」2장의마지막부분“천하에도가있으면정치권력이대부에게있지않고,천하에도가있으면일반백성들이(정치에대해분분하게)논의하지않는다[天下有道則政不在大夫天下有道則庶人不議]”에나오는두개의아니불(不)자를원문에서아예빼버린다.즉“천하에도가있을때정치권력은대부에게있고,천하에도가있을때일반백성들은정치에대해논의한다[天下有道則政在大夫天下有道則庶人議]”고한것이다.
이는『논어』를재창조하는수준의능동적인독해가아닐수없다.캉유웨이의주석은황희경이“먼옛날공자의가르침과현재자신의삶사이에가로놓은시간의강물을바라”보면서공자를너무높이치켜세우지도말고,찬란해보이는과거에기대지도말고,안쓰인『논어』를재창조해보라고권하는것과일맥상통한다.이것이야말로“나만의『논어』읽기”가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