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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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 강의의 새로운 지평을 연 철학자 김진영의 세계문학 강의록!
故 김진영 철학아카데미 대표의 1주기를 맞아 저자가 가장 정력적으로 문학을 강의하던 2010년,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 ‘전복적 소설 읽기: 소설을 읽는 8개의 키워드’ 강의를 녹취, 정리한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카프카의 《변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카뮈의 《이방인》,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 볼랴뇨의 《칠레의 밤》 등 여덟 편의 작품을 죽음, 괴물, 기억, 광기, 동성애, 부조리, 고독, 정치, 여덟 가지 키워드로 다룬다.

독자에게 읽히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독자라는 그물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작가들이 숨겨놓은 메시지를 찾아 소설의 미로를 헤치고, 교훈과 전형에 갇힌 작품 설명을 뛰어넘어 철학과 문화 이론을 동원한 심층적인 읽기를 시도하고, 전복적이고 독창적인 해석, 소설을 해방시키는 능동적 독서를 한다. 자의적 해석을 경계하기 위해 최근 문학 연구에서 활발한 역사와 철학 담론을 작품 해석에 폭넓게 적용하기도 하며 관습화된 읽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

김진영

저자:김진영
고려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박사과정을밟았다.아도르노와벤야민의철학과미학을공부했다.홍익대학교,서울예술대학교,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등에서예술과철학강의를했으며,(사)철학아카데미를비롯한여러인문학기관에서철학과미학을주제로강의했다.(사)철학아카데미의대표를지냈다.
대표작으로는산문집『아침의피아노』,『이별의푸가』,역서『애도일기』,강의록『희망은과거에서온다』,저서『처음읽는프랑스현대철학』(공저)이있다.

목차

강의를시작하며:주관적소설읽기

1강죽음/『이반일리치의죽음』,레프톨스토이
2강괴물/『변신』,프란츠카프카
3강기억/『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마르셀프루스트
4강광기/『모래사나이』,에른스트호프만
5강동성애/『베니스에서의죽음』,토마스만
6강부조리/『이방인』,알베르카뮈
7강고독/『왼손잡이여인』,페터한트케
8강정치/『칠레의밤』,로베르토볼라뇨

『철학자김진영의전복적소설읽기』발간에부쳐―변광배

출판사 서평

“『아침의피아노』『이별의푸가』이후
또한번의놀라움과감동을맛본책”
―변광배(한국외대미네르바교양대학교수)

“고독이두려워서,죽음이두려워서,덧없음이두려워서,
심지어미움이커서힘을잃을때몇번이고펼쳐서읽고싶은책”
―정혜윤(CBS라디오프로듀서)

‘감동을주는강의’‘인문학강의의정수’라는찬사를받았던
철학자김진영의세계문학강의록

故김진영철학아카데미대표의1주기를맞아,깊이있는독해와풍부한감성으로문학강의의새로운지평을열었다고평가받는그의세계문학강의록이출간되었다.수강생들로부터‘감동을주는강의’‘인문학강의의정수’라는찬사를얻었던선생의소설강의는2007년부터2017년투병전까지이어지며100여종이넘는세계문학과한국문학의대표작을다루었다.이책은선생이가장정력적으로문학을강의하던2010년,총10회에걸쳐진행된「전복적소설읽기:소설을읽는8개의키워드」강의를녹취,정리한것이다.
선생은생의전반기,소설읽기를통해사유능력과상상력의자양분을얻었다고말한다.10여년에걸친그의소설강의는감성과사유를빚진문학에대한사의의표현이었을까.잔잔한강물아래소용돌이치는물살처럼,이책은그가평생간직했던소설에대한열정과사랑을보여주는하나의증표이다.

"오랫동안소설을읽었다.그사이에소설들은자꾸만얼굴을바꾸었다.사춘기시절소설은뗏목이었다.대책없이어디론가떠내려가게만드는.젊은시절소설은미지의여인이었다.프루스트가그랬듯만난적도없고이름도모르지만이미오래전부터사랑해버린어떤여인.나이들고환상대신환멸을배우게되었어도소설읽기를그만두지는않았다.소설도얼굴바꾸기를멈추지않았다.어느때소설은카산드라의운명이었다.진실을외치는그러나아무도믿어주지않는고독하고참담한예언.또어느때소설은고르곤의눈이었다.결코마주볼수없는그러나언제나정면으로응시하는어떤시선.또어느때소설은화이트노이즈였다.사실은들리지않는그러나달팽이관속의무슨벌레처럼끊임없이사각거리는소리.또어느때소설은심지어신처럼여겨졌다.없음이분명하지만그러나그마저없으면안되므로있어야하는어떤것."
―「소설들혹은봉인된혀들」강좌소개에서


2.
죽음,괴물,기억,광기,동성애,부조리,고독,정치
여덟가지키워드로세계문학의고전을읽다

이책에서김진영선생은죽음,괴물,기억,광기,동성애,부조리,고독,정치,여덟가지키워드로여덟편의소설을읽는다.톨스토이의『이반일리치의죽음』에서‘빼앗긴죽음과죽음의권리찾기’를,카프카의『변신』에서‘괴물과흡혈행위’를,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에서‘감각과이성,그리고기억문제’를,호프만의『모래사나이』에서‘어두운낭만주의와광기’를,토마스만의『베니스에서의죽음』에서‘건강한시민성과동성애적관능,그리고진리문제’를,카뮈의『이방인』에서‘부조리한삶에대한반항과삶의본질인이동성을되찾기위한태양살인’을,한트케의『왼손잡이여인』에서‘고독의긍정적이고혁명적인측면’을,볼랴뇨의『칠레의밤』에서‘문학이라고부르는제도가자기를유지하는방법,특히정치및역사와연결되었을때문학과문학가가어떤기능을맡는지에대한가열한비판’을이야기한다.


3.
작가들이숨겨놓은메시지를찾아소설의미로를헤치고,
교훈과전형에갇힌해석에서소설을해방시키는능동적독자

얼마나많이읽느냐가아니라어떻게읽고,어떻게기억할지가중요하다.작가의‘피’로쓰였다고해도과언이아닌세계문학의대표작들을어떻게읽어야할까?김진영선생에게소설읽기는“숨으려고하는글을끝까지세상의제단위에올리려고하는동시에그것을세상으로부터구원해내는”(80쪽)작업이다.그는독자에게읽히고싶지만한편으로는독자라는그물에걸리지않기위해작가들이숨겨놓은메시지를찾아소설의미로를헤치고,교훈과전형에갇힌작품설명을뛰어넘어전복적이고독창적인해석으로소설을해방시키는능동적독서를한다.
선생의주관적이고전복적인텍스트읽기몇가지를살펴보자.『변신』을비극으로읽는다는점은통상적으로합의가되었다.그러나선생은이소설을갑충의영역에서다른데로빠져나가는‘성공적인탈출’로읽어내고,탈출의전략을‘흡혈’로해석한다.죽어가던갑충은누이동생의목에키스(즉목을문다)를한다.그렇다면마지막장면에나오는아름답고생기로가득찬누이동생의신체는누구의것일까?『베니스에서의죽음』은아주높은지적작업을완성한사람이열정이나도취라는디오니소스적인것에우연히빠지면서스스로명예를실추하는치욕적이야기로읽힌다.이몰락의이야기를선생은토마스만의건강한예술미가완성되는과정으로해석한다.즉주인공아셴바흐가죽어가는과정은,타치오의완벽한아름다움을불멸의것으로만들기위해타치오에게들어있는썩는치아를대신먹는과정인것이다.이밖에도『이방인』의뫼르소가사형집행을기다리는마지막장면을‘존재를발견하는축제’의장면으로읽고,『이반일리치의죽음』에서는예수의십자가사건과일치하는서사로서이반일리치의죽음을이야기한다.
한편선생은자의적해석을경계하기위해최근문학연구에서활발한역사와철학담론을작품해석에폭넓게적용하기도한다.필리프아리에스의죽음사연구,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과‘운하임리히(unheimlich:낯선친숙함,으스스함)’개념,베르그송의무의적(無意的)기억,벤야민의프루스트분석과멜랑콜리개념,들뢰즈와과타리의카프카분석외에도라캉,아도르노,마르크스,푸코,바르트등의철학과문화이론을동원해심층적인읽기를시도한다.이는작품해석의풍요로움에직결되며선생의문학강의가‘인문학강의의정수’로평가받는이유이기도하다.

책속에서

“문학은원래우리가알고있는것의연결을끊는힘입니다.이미아는것을또이어간다면의미가없죠.저는늘독서가전복이라고말합니다.다르게읽어야합니다.바로이것때문에함께읽어야합니다.”-35쪽

“예술은대체로어둠에대한충동이있어요.카프카를생각해보세요.읽으면우울해지는데도이상하게자꾸읽게됩니다.문학적,인문학적으로본어둠충동은무엇에굴복해서나오는현상이아니라무엇을찾아가는현상일수도있습니다.이사회,세계가가져서는안된다고하는것을찾아가는과감한행위일수있어요.이렇게하는사람들이자기행위에대해인식하는가는다른문제고,그들의행위는대단히긍정적인행위일수있습니다.우리처럼이세계의관념속에깊이뿌리박힌소시민이절대허물수없는벽너머를그들이알수도있어요.”-50쪽

“프루스트에대해제가흥미롭게느끼는지점은당대귀족사회와타락한부르주아사회를예리하게분석해내는관상학적이고해부학적인시선과용서없는응징의시선입니다.저는우리사회가이런면에더주목해야한다고봅니다.”-97~98쪽

“임종의침상은획기적인사건입니다.우리가평생살면서한번도체험해보지않은시간대,현재에머무는겁니다.미래로부터처음해방되는현재,이순간에사유대상이될수있는것은과거밖에없습니다.그래서시간이역류하죠.기억이역류하는겁니다.과거로몰입하죠.과거로몰입하다보면벽을만납니다.우리의기억작용에의식적인수렴이있기때문에어느선까지밖에못갑니다.즉망각이라는경계선과만납니다.미래가차단되면기억의물길이역류해망각의영역과만납니다.망각의영역에는살면서수없이시선을마주친사람,바람과꽃향기,읽은문장,우리몸이끊임없이접촉한부분들이있습니다.”-103~104쪽

“『베니스에서의죽음』을얼핏보면토마스만이아셴바흐라는인물을통해자기가구축한정신적아름다움,시민적건강함의아름다움에서신체적인영역으로끌려들어가는몰락의이야기로읽힐수있지만실상은전혀그렇지않습니다.이‘몰락의이야기’가사실은정신적으로만들어낸만의건강한예술미가완성되는과정입니다.만은건강한시민의아름다움을결코포기하지않습니다.다시말해,만은결코아폴론적인것을디오니소스적인것으로갖고들어가지않아요.끌려들어가면서디오니소스적인것을다시아폴론적인것에포함시켜서아폴론적인것을완벽하게하는것이만이지향하는예술미라고저는생각합니다.”―212쪽

“뫼르소가감옥에서‘나’를인식하고아름다운‘세계’와마주치는축복을경험합니다.이만족과행복은곧축제죠.이축제에서어떻게혼자있겠습니까?축제를즐기고싶어서,내가죽는날아침에많은사람이와주면좋겠다고이야기합니다.”―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