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로 (남편 이황에게 전하는 권씨 부인의 마음)

당신에게로 (남편 이황에게 전하는 권씨 부인의 마음)

$15.00
Description
인상적인 이미지나 사건, 혹은 특정 시기에 주목하여 한 인물의 삶과 그가 살았던 사회와 역사를 포착한 역사 교양 시리즈 ‘역사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두 번째 책. 『당신에게로』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마지막 문장』과 함께 『책만 보는 바보』 『시인 동주』 등으로 “사실로 문살을 반듯하게 짠 다음, 상상으로 만든 은은한 창호지를 그 위에 덧붙이는” 작업을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성취해 낸 안소영 작가가 집필했다. 『시인 동주』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이 상처(喪妻)한 다음, 새로 맞이한 부인 권씨 이야기이다.

퇴계와 지적 장애인 권씨 부인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거니와 이들 부부의 일화는 대개 퇴계의 인간적 매력과 온화한 인품을 보여 주는 예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살아생전 권씨 부인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소영 작가는 혼인한 뒤 한 번도 터놓지 못했을 부인의 마음에 깊은 연민을 느끼며, 그녀가 혼백으로나마 속말을 한다면 어떠할지 상상하여 이를 아름답고도 슬픈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 책은 또 조선 성리학을 체계화하고 발전시킨 대학자 이황의 가장 사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권씨와의 혼인을 결심한 순간부터 그녀의 실수를 감싸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 누구보다 자상하고 따듯한 남편이었다. 작가는 권씨 부인의 고백을 통해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한 고매하고도 정중한 인간 이황의 면모도 드러낸다. 그밖에 권씨 부인의 영구가 장지인 예안 온혜로 향하는 길을 아름답게 표현한 김동성 화가의 그림은 글의 분위기를 더욱 애잔하고 먹먹하게 만들어 준다.
저자

안소영

저자:안소영
1967년대구에서태어나서울에서자랐다.서강대학교철학과를졸업했다.
지은책으로는조선시대실학자이덕무와백탑파벗들의이야기『책만보는바보』,정약용의둘째아들학유의눈으로아버지다산을그리는책『다산의아버님께』,조선후기젊은이들의개혁에대한열정을담은『갑신년의세친구』,시인윤동주의고뇌를세밀히탐구한책『시인동주』가있다.

목차

들어가며/못다한말

1.당신에게로
남한강뱃길
혼백이되어
다홍빛댕기
사화로집안이풍비박산나다
"내딸을거두어주시지않겠는가?"
당신의아내가되어
어버이가되어주신어머님
산기슭달팽이집


2.예안을떠나서울에서
여강은굽이져흐르고
역적의사위
멍에멘망아지신세
서소문집안주인
또릿또릿한마음
불길한조짐
사직원을올리다
아몽의천자문

3.영영이별
발묶인황강나루
아버님의부고
귀향길에데려가기어려우니
거센급류,지독한난산
아기는성문밖에

4.다시온혜로
마지막나루
죽령고개에서
달빛에젖어
마침내온혜에

원문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1.‘생의한갈피에서포착한한인물의삶과그의시대
―역사에서걸어나온사람들’

소설읽는재미와지적즐거움을동시에얻을수있는
성인과청소년을위한역사교양서

날카로운눈빛으로무언가를쏘아보는황현의초상화처럼강력한잔상을남기는역사의이미지혹은장면들이있다.‘역사에서걸어나온사람들’은인상적인이미지나사건,혹은특정시기에주목하여한인물의삶과그가살았던사회와역사를포착한역사교양시리즈이다.이시리즈는한권에한주제로한명에서서너명의인물을다루면서,밀도있는중편으로생의한지점을서술한것이특징이다.역사적사실에위배되지않는한에서소설적요소를가미했는데,이는인물이가진독특하고도인간적인매력을되살리면서작가의눈으로당대사회를해석하는데주안점을두었기때문이다.내용이해를도우면서읽는즐거움을배가하기위해텍스트와어우러진아름다운그림도삽입했다.소설읽는재미와한국사를배우는지적즐거움을동시에얻을수있는,성인과청소년을위한역사서로서손색이없는시리즈이다.


2.『책만보는바보』『시인동주』안소영작가5년만의신작
아름답고슬픈문장으로그려낸퇴계이황의부인권씨이야기

시리즈의첫번째와두번째책인『마지막문장』과『당신에게로』는『책만보는바보』『시인동주』등으로“사실로문살을반듯하게짠다음,상상으로만든은은한창호지를그위에덧붙이는”작업을섬세하고도정교하게성취해낸안소영작가가집필했다.촘촘한고증을바탕으로시대와인물에대한얼개를짠후비로소상상력을덧대어한인물의삶에생동감을불어넣는일은만만치않은내공이필요한작업이다.‘역사에서걸어나온사람들’은여기서한발더나아가중단편길이의글에인물의전체실루엣을스케치하면서시대상을보여주어야하는어려운작업이다.이를위해작가는자신의글쓰기스타일에서과감히벗어나원고지200~400매에인물과시대를집중력있게서술하면서보다극적인이야기를탄생시켰다.
18세기지식인이덕무에서일제강점기시인윤동주까지,안소영작가의서정적이고따뜻한문체로되살아난인물들은시대의한계와아픔에고뇌하고번민했던맑고고운청년들이많았다.『당신에게로』는『마지막문장』과함께작가가『시인동주』이후5년만에내놓은신작으로,퇴계이황(李滉,1501~1570)이상처(喪妻)한다음,새로맞이한부인권씨이야기이다.이름이남아있지않은그녀가어렸을때,조광조등이희생된기묘사화(1519)에연루되어숙부권전이참형당하고아버지권질은예안으로유배된다.하루아침에멸문되다시피한와중에그녀는정신을놓아버린다.총명하던딸이지적장애인이되어혼기를넘어서자근심하던권질은예안의젊은선비이황에게자신의딸을아내로맞이해달라는어려운부탁을건넨다.이집안이겪고있는고초에마음아파하던이황은기꺼이혼인을받아들인다.결혼생활에우여곡절이많았을터이나이황은한결같은마음으로부인의실수를감싼다.그러나서른이조금넘은나이에부인은산고(産苦)끝에이세상을떠나고만다.
퇴계와권씨부인의이야기는많이알려져있지도않거니와이들부부의일화는대개퇴계의인간적매력과온화한인품을보여주는예로언급되는경우가많다.살아생전권씨부인은자신의마음을제대로표현하지못했을것이다.안소영작가는혼인한뒤한번도터놓지못했을부인의마음에깊은연민을느끼며,그녀가혼백으로나마속말을한다면어떠할지상상하여이를아름답고도슬픈문장으로그려내었다.


3.영구(靈柩)에실려남한강뱃길따라예안온혜로가는길,
혼백이되어비로소남편이황에게전하는권씨부인의마음

1545년장인권질의초상을당하자서울서관직생활을하던이황은이듬해봄에휴가를받고출산이임박한권씨를서울에남겨두고예안으로내려간다.1546년음력7월초이틀서소문집에서출산하다생을달리한권씨부인은발인후영구(靈柩)에실려예안장지로향한다.영구는남한강물줄기따라열흘넘게뱃길을갔고,단양하진나루를끝으로뱃길에서육로로이송된다.죽령고개를넘어풍기,영주를거쳐마침내남편이황이있는예안온혜(溫惠)에닿을때까지열엿새가걸렸다.
소설은남한강뱃길이시작되는지점에서이미혼백이된권씨의독백으로시작한다.열흘넘은뱃길을가는동안배는순탄히나아가는가하면험한여울목을만나기도하고,큰비에어려움을겪기도한다.뱃길따라남편이황에게전하는말도이어진다.유배지의가시울타리안에서처음이황을보았을때,그와함께지내던산속작은집의추억,언제나자신을다독여주던따듯한말들,대궐일에지쳐돌아온남편의쓸쓸한얼굴,그리고난산끝에먼저숨을거두고뒤이어아이마저세상을등진후에도미처토해내지못한아픔과슬픔까지….
권씨부인의마음을그리면서작가는이황의모습이더또렷이보였다고한다.이황이살던시대에참혹한사화가네번이나일어났다.이황자신도관직을여러번빼앗겼고,넷째형은결국사화에희생되고말았다.그는조선중기의혼란한정치상황에서조선성리학을체계화하고발전시킨대학자이지만권씨와의혼인을결심한순간부터그녀의실수를감싸고든든한울타리가되어준,누구보다자상하고따듯한남편이기도했다.작가는권씨부인의고백을통해모든사람을차별없이대한고매하고도정중한인간이황의면모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