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특별한 딸 (『한중록』으로 본 혜경궁 홍씨)

아버지의 특별한 딸 (『한중록』으로 본 혜경궁 홍씨)

$14.00
Description
소설만큼 사실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궁중 역사 기록이자 궁중풍속의 보고(寶庫)인 『한중록』. 상허 이태준이 일찍이 ‘조선 산문 고전’이라 했을 정도로 『한중록』은 문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빼어난 가치가 있는 사료이다. 한 인물의 삶과 그가 살았던 사회와 역사를 포착한 역사 교양서 시리즈 ‘역사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세 번째 책은,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박정애 작가가 『한중록』을 바탕으로 혜경궁 홍씨의 일생을 톺아본 『아버지의 특별한 딸』이다. 네 차례에 걸쳐 쓰인 『한중록』의 2, 3편이 정순왕후 집권기에 친정 가문이 맞닥뜨린 위기 때문에 집필된 점을 보아도, 어린 시절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혜경궁은 아버지의 딸, 집안의 대표자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엄청난 기억력과 투지를 가지고 궁중 역사를 기록한 혜경궁은 끝내 홍씨 집안의 인물들을 거의 복권시키고 1815년에는 그토록 소망하던 아버지의 문집을 손에 쥔 후 여든한 살의 나이로 창경궁 경춘전에서 눈을 감는다.

본문은, 『한중록』을 시간 순으로 다시 서술하여 혜경궁의 일생을 이야기체로 재구성한 1부와 정치적 쟁점 몇 가지를 살펴보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세자빈으로 간택된 일, 세손(정조) 출산, 사도세자의 대리청정, 임오화변, 갑신년의 처분(후일의 정조인 세손을 요절한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시킨 일), 정조의 즉위, 아버지 홍봉한의 죽음, 손자(후일의 순조)의 탄생, 회갑연, 정조의 죽음 등 주요 사건과 『한중록』의 기록을 교차 서술하면서 압축적이고 생동감 있게 혜경궁의 일생담을 전개한다. 2부에서는 임오화변의 실체적 진실과 혜경궁과 홍봉한에 관한 역사적 평가, 영조가 세자를 폐위하지 않은 까닭, 혜경궁의 작은아버지 홍인한이 세손(후일의 정조)의 대리청정의 필요성을 부인하며 ‘세 가지를 반드시 알 필요는 없다’고 했던 삼불필지설(1775년, 영조 51) 등에 대해 살피면서 당대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저자

박정애

저자:박정애
1970년경상북도청도군에서태어났다.강원대학교영상문화학과에서‘서사창작’을가르치고있다.지은책으로소설『한포물선이다른포물선에게』,『에덴의서쪽』,『물의말』,『강빈』,『덴동어미전』,청소년소설『환절기』,『괴물선이』,『용의고기를먹은소녀』,『첫날밤이야기』,『벽란도의새끼호랑이』,동화『사랑은어려워』,『똥땅나라에서온친구』,『친구가필요해』,『사람빌려주는도서관』등이있다.

그림:손은경
순수미술을전공했고현재프리랜스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고있다.그리는즐거움을잃지않으려고애정이있는것들을많이그리고있다.

목차

들어가며/혜경궁덕분에

1부:아버지의특별한딸,혜경궁홍씨

1.안국동아씨에서빈궁마마로
작은어른같았던어린시절
세자빈으로간택되다
세손을낳다

2.부당(父黨)?자당(子黨)의틈바구니에서
내속을누가알꼬
말도많고탈도많은대리청정
점점살길이없노라
백가지이간질과천가지험담으로
누구편을들것인가

3.하늘아,하늘아,차마어찌이리만드는가
임오화변
모자보전함이모두성은이로소이다
갑신년의처분

4.임금아드님둔보람
홍봉한의위기
부녀의마지막상봉
생일이같은손자
회갑연

5.세월을이기리라
아들과아우의죽음
세월을이기리라

2부:기록하는자가이긴다

1.누구말을믿어야할까
응답하라,1762
내아버님은억울하게돌아가셨다!
차마듣지못할,감히쓸수없는

2.혜경궁홍씨,어떻게볼것인가
아이때부터이름이‘혜경궁?’
혜경궁과홍봉한은냉혹한정치꾼인가?
삼종의혈맥이란?
홍인한의‘삼불필지설’
기록하는자가이긴다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1.지적이며탁월한여성회고록이자
18세기궁중역사의내밀한기록『한중록』을통해
영조의며느리,사도세자의아내,정조의어머니로살았지만
무엇보다‘홍봉한의딸’이었던혜경궁홍씨의일생을톺아보다

소설만큼사실적이고박진감넘치는궁중역사기록이자궁중풍속의보고(寶庫)인『한중록』.상허이태준이일찍이‘조선산문고전’이라했을정도로『한중록』은문학적으로도역사적으로도빼어난가치가있는사료이다.한인물의삶과그가살았던사회와역사를포착한역사교양서시리즈‘역사에서걸어나온사람들’세번째책은,한겨레문학상을수상한박정애작가가『한중록』을바탕으로혜경궁홍씨의일생을톺아본『아버지의특별한딸』이다.
‘아버지의딸’은분석심리학에서아버지에게서근원적으로영향을받은딸을일컫는다.박정애작가가『한중록』을통해본혜경궁홍씨는‘아들(정조)의어머니’라기보다‘아버지(홍봉한)의딸’이었다.혜경궁의아버지홍봉한은영조만큼은아니지만아들에겐엄격하고딸에겐자애로운아버지였다.아버지영조의눈먼사랑을받으며시샘많고교만한이기주의자로자란화완옹주와달리,혜경궁은그런아버지의기대에부응하려고애쓴완벽주의자였다.언제나아버지를닮으려애썼고,아버지가불행을겪을때그것이모두제탓인양괴로워했다.네차례에걸쳐쓰인『한중록』의2,3편이정순왕후집권기에친정가문이맞닥뜨린위기때문에집필된점을보아도,어린시절부터늙어죽을때까지혜경궁은아버지의딸,집안의대표자라는무거운짐을짊어지고살았음을알수있다.
엄청난기억력과투지를가지고궁중역사를기록한혜경궁은끝내홍씨집안의인물들을거의복권시키고1815년에는그토록소망하던아버지의문집을손에쥔후여든한살의나이로창경궁경춘전에서눈을감는다.박정애작가는혜경궁이남긴기록은역사라는기억싸움의전쟁터에서그녀가던진마지막승부수였다고평가한다.


2.『한중록』과혜경궁을둘러싼논란을재검토하다

『한중록』을소재로소설을쓰기도한영국작가마거릿드리블은『한중록』에나오는탁월한심리묘사와관련,“혜경궁홍씨의심리분석적기록이프로이트나융보다앞선것으로느껴진다.”고말한바있다.『한중록』은아버지영조가아들사도세자를뒤주에가두어죽인임오화변의전말에대해가장생생하고구체적으로증언한기록이다.그렇다면이기록으로조선시대에일어난가장극적인사건의실체를알수있을까?혜경궁홍씨는‘세자가부왕의사랑을받지못해생긴극심한정신병이있었다.병은죄가아니므로세자는죄인이아니고세손도죄인의아들이아니다.임금영조가어쩔수없이그런처분을내렸고,풍산홍씨집안은절대로그일에관여하지않았다.’라는입장이다.그러나현대의일부역사학자들은‘세자는당쟁의희생양이고노론의나라에서소론을비호하다참변을당했다.『한중록』은뼛속깊이노론인혜경궁홍씨가친정을변호하고자쓴거짓투성이소설이다.’라고주장하며그증거로정조가쓴『현륭원행장』을든다.정조는임오화변전후의『승정원일기』를삭제할정도로진실의맨얼굴이드러나는것을꺼려했던인물이다.박정애작가는『영조실록』과『대천록』『현고기』같은개인문집도참고하여,『한중록』이혜경궁의정치적이해를반영한기록으로객관적한계를지니고있지만놀라울정도로사실관계가정확하다는점을확인하면서『한중록』의역사적가치를평가한다.
혜경궁과홍봉한은냉혹한정치꾼일까?역사학자중에는고립무원의세자를적극적으로보호하지않았다는이유로홍봉한부녀를피도눈물도없는냉혹한정치꾼으로몰아붙이는이도있다.“생모마저포기한세자.그세자를,아내와장인이포기했다고해서과연냉혹한정치꾼이란비난을들어야마땅할까.”라고말하는작가는,근래발굴된사료를참고하면서세자의병이깊어져완전히가망이없어지기전까지이들이세자를위해노심초사했음을보여준다.이를테면최근에야마구치현립도서관에서발견된사도세자의편지를보면,부왕에게사랑받지못하고부당한대접을받는데서오는울분,나을기약이없는병으로얻은고통이구구절절담겨있다.장인홍봉한에게답답증과울증을치료하는약을구해달라고하는가하면,서적과지도를구해달라고하는내용도있어,그들이오랫동안깊이신뢰하는사이였음을알수있다.

“나는본디남모르는울화의증세가있는데다가,(…)이런증세는의관과더불어말할수없습니다.(…)약을지어남몰래보내주면어떻겠습니까.”(1753년또는1754년모월모일,사도세자의편지에서)

“번거로우시겠지만남한형지양향군무도서를보내주심이어떨는지요.”(1756년2월2일,사도세자의편지에서)


3.‘역사에서걸어나온사람들’
소설읽는재미와지적즐거움을동시에얻을수있는
성인과청소년을위한역사교양서시리즈

날카로운눈빛으로무언가를쏘아보는황현의초상화처럼강력한잔상을남기는역사의이미지혹은장면들이있다.‘역사에서걸어나온사람들’은인상적인이미지나사건,혹은특정시기에주목하여한인물의삶과그가살았던사회와역사를포착한역사교양서시리즈이다.이시리즈는한권에한주제로한명에서서너명의인물을다루면서,밀도있는중편으로생의한지점을서술한것이특징이다.역사적사실에위배되지않는한에서소설적요소를가미했는데,이는인물이가진독특하고도인간적인매력을되살리면서작가의눈으로당대사회를해석하는데주안점을두었기때문이다.내용이해를도우면서읽는즐거움을배가하기위해텍스트와어우러진아름다운그림도삽입했다.소설읽는재미와한국사를배우는지적즐거움을동시에얻을수있는,성인과청소년을위한역사서로서손색이없는시리즈이다.


책속에서

“『한중록』을통해저에게다가온혜경궁은‘아들의어머니’라기보다‘아버지의딸’이었습니다.‘아버지의딸(father’sdaughter)’은카를융(CarlJung)이창안한분석심리학에서아버지에게서근원적으로영향을받은딸을일컫는용어입니다.혜경궁홍씨의아버지홍봉한은,영조보다는덜했지만,아들에겐엄격하고딸에게는자애로운아버지였습니다.아버지영조의눈먼사랑을받고자란화완옹주가시샘많고교만한이기주의자라면,혜경궁은행여나아버지의기대에부응하지못할까전전긍긍하는완벽주의자였습니다.언제나아버지를닮으려애썼고,아버지에게더잘하지못해안달했고,아버지가불행을겪을때는그것이모두제탓인양괴로워했고,아버지사후에는절절한감사와과도한죄책감으로아버지를그리워했습니다.어린시절부터늙어죽을때까지아버지의딸,홍씨집안의‘대표선수’라는무거운짐을스스로제머리위에올려두고는그무게에짓눌려살았다고볼수있습니다.”―「들어가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