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씨앗

사람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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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누군가를 돕는 일은 우리의 희망을 붙잡는 일이기도 하다”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해온
우리 시대의 고전학자 전호근 경희대 교수의 첫 인문에세이
옛사람의 글을 오래도록 깊이 음미해온 동양철학의 권위자인 전호근 경희대학교 교수가 첫 산문집을 펴냈다. 글 대부분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경희대학교 대학주보》 《경인일보》 등에 발표한 칼럼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던 것들이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100여 편의 에세이에는 우리가 대체로 잊고 지내지만 때가 되면 불쑥불쑥 돋아나는 물음,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관한 그만의 고민과 사색의 결과가 담겼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마음”이다. 이는 표제 ‘사람의 씨앗’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응답이기도 하다.

책 제목 ‘사람의 씨앗’은 공자가 평생을 통틀어 가장 자주 말했던 ‘인(仁)’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자 맹자의 ‘측은지심’을 가리키는 말이다. 맹자는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도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일단 아이를 불쌍히 여기고 가슴 아파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저자는 측은지심을 인간의 조건으로 보는데, 그 마음을 맹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삶에서 배웠노라고 말한다. 책에는 옛사람의 책에서 배운 바가 적지 않게 녹아 있지만 저자 스스로 말하듯 그의 삶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하게 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꽉 차 있다.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에게 과자를 건네던 어린아이, 커피를 타주면서 돈을 받을 수 없다던 할머니, 불길을 뚫고 장애인을 구출해낸 세 청년의 이야기 등은 우리가 놓쳐버린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고, 삶에서 소중히 여겨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인간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답변을 유학 고전 강의에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한 제자의 말(「편지」, 129쪽)처럼, 좋은 글과 사람에 의지하여 길을 가다 보면 “바라는 곳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이 고전학자의 생각에서 우리는 ‘가장 오래되었지만 그 무엇보다 새로운 사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전호근

田好根
대학과대학원에서공맹유학과조선성리학을전공했고,16세기조선성리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경희대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은사이신안병주선생과함께『역주장자』를펴냈다.아내와더불어『공자지하철을타다』를쓰고,아이들을위해『열네살에읽는사기열전』을썼다.또『한국철학사』,『고전함께읽기』,『대학강의』,『장자강의』,『번역된철학,착종된근대』(공저),『강좌한국철학』(공저),『논쟁으로보는한국철학』(공저),『동양철학산책』(공저),『동서양고전의이해』(공저),『철학자가사랑한그림』(공저)등을펴냈다.

목차

들어가며

1부“사람이다쳤느냐?”
“사람이다쳤느냐?”
역사는승자의기록이아니다
일한사람이쉴수있는세상
사람의씨앗
생각할겨를도없이
성자(聖者,‘聖’字)의조건
뜻을지니고있어도
마치바늘이내몸을찌르는것처럼
바보안연(?淵)
바보이반과바보김펠
탕임금의목욕통
죄(罪)와용서에관하여
사광의거문고
가장오래된책의운명
부와권력에관하여
마음을실어쓴글,『목민심서』
마음의북극성

2부글읽은자되기의어려움
주희
다윈의지렁이
나의생명줄
글읽은자되기의어려움
홍위병(紅衛兵)의『논어』
책도둑
이름이야기
무(無)를보여주는방법
번역에관하여
강의
불평등한세상을바꾸는법
도정일선생을뵙고
정성껏물을주면
문지기를만드는대학
채점없는세상
오지않은학생들의이야기
편지

3부정직의죽음을슬퍼하며
차가운우동
조선인의사김익남의시선(視線)
위대한패배
아침에도를듣고자하면
누군가의이름을부른다는것
소년들에게
정직(正直)의죽음을슬퍼하며
늦게도착한시집
베르메르와쉼보르스카와희망
태국사람들의셈법
유교와갑질
에오윈의승리
침팬지와인간
하마의죽음
그레타툰베리
우한과우정
모두의생명은소중하다
더나은세상

4부어떻게살아야하지?
어떻게살아야하지?
빵과물,시인과도둑
잃어버린‘나’에관하여
꼬리그을린거문고
데죄란키와에픽테토스
돈으로살수없는것
백양사가는길
베토벤의유서
정언명령과군인
위험한일
천고비전의성공비결
좋은것에관하여
잃어버린사진에관한기억
?호모마테마티카(HomoMathematica)
5촌아저씨
울음
어느가족이본〈어느가족〉
맛에관하여
루저가족의세상밀기〈미스리틀선샤인〉
호우부지시절(豪雨不知時節)
덕분에

5부시로삶을다독이다
연암의글을뽑으며
그림으로그린시
유종원과두보
왕안석과술
이름이전해지는까닭
시로삶을다독이다
첫문장의탄식
시인(詩人)을존경한다
戰戰兢兢(전전긍긍)
나무심는사람
혜월스님
너희는대학에가지마라
〈보리밭〉
글보다아름다운것
〈미안해요,리키〉
비대면의대면

6부부끄러움에관하여
부끄러움에관하여
죽음에관하여
희망에관하여
쓸모없는것에관하여
떨림에관하여
친절에관하여
숭고함에관하여
아픔에관하여
느림에관하여
혼자있는것에관하여
가난에관하여
벗에관하여
이야기에관하여
성찰에관하여
이긴다는것에관하여
깨달음에관하여
반복에관하여
새로움에관하여
독서에관하여

출판사 서평

“‘어떻게살아야하는가?’
당신이이물음에답하려고애쓰는한,
이세상은희망을놓아버릴자격이없다”

속도,효율,돈에포획된우리삶을돌아보고
사람다움,공동체,시,그리고나를지키는것에관해이야기하다

“일등들은꼴찌들앞에서겸손해야한다.그들은단지당신들처럼모든것을던지지않았을뿐이다.당신들이던져버린것중에,그리고꼴찌들이던지지않은것중에혹던지지말아야할무엇이있는지어찌알겠는가.”-「오지않은학생들의이야기」,127쪽

“남보다빨리움직여먼저목적지에도착하는것은능력이아니다.장자가이야기한것처럼메아리가싫다고큰소리를지르면더시끄러운소리로되돌아오고,그림자가싫다고더빨리달리면그림자도더빨리따라오는법이다.삶은정지한순간이많을수록풍요로워지는법이다.”-「느림에관하여」334쪽

이책은속도와효율,시장에삶을내맡기고질주하는한국사회에서‘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무거운물음에전호근교수가내놓은응답에다름아니다.그의글은우리가살아가는방식과사고를근본에서부터뒤흔드는힘이있다.이는깊고넓은공부로얻은지적통찰력에,타인의고통과아픔에예민하게반응하는공감력이더해졌기에가능한일일것이다.
본문은총6부로나뉘어있다.1부에서는『논어』『맹자』『사기』등의옛글로우리현실을해석하고,퇴계,다산같은옛사람의삶에서배워야할것들을이야기한다.2부는주희,다윈같은사람이무릇어떤자세로학문을해왔는지돌아보고교양교육에대한생각과대학의현실,가르치는자로서의책임의식을말한다.3부는우리역사의깊은상처와세월호등지난수년간벌어진우리사회의아픔을돌아보는글들이많다.“끼이고깔리고떨어져목숨을잃는”이나라노동자들의처지를탄식하며,시장만능주의와성장지상주의에포획된우리가무엇을잃어버리고살아가는지뼈아프게성찰하는글들이다.4부에서그는‘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질문을껴안고사는것자체에희망이있음을말한다.나를지키는일,행복의비결,돈으로살수없는것,덕성과인격,그리고윤리에관한이야기는‘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물음에대한그의응답으로읽어도좋으리라.5부는시읽는즐거움과고전의향기를전하는글들이다.연암박지원의산문,유종원과두보의시,나희덕,쉼보르스카,박남준시인의시로그가어떻게위로받았는지전한다.6부에는부끄러움,죽음,희망,숭고함,가난,느림,반복,독서등에대한짧지만강한여운을남기는단상들을담았다.

고전은현실을해석하는가장강력한도구이자
현재의지배적가치에균열을낼수있는유용한무기

『논어』『맹자』같은옛글을현재를성찰하는텍스트로삼을것인가,케케묵은이야기로읽을것인가?당연하게들리겠지만어떻게읽느냐에따라고전의가치는달라진다.저자에게고전은현실을해석하는가장강력한도구이자현재의지배적가치에균열을낼수있는유용한무기이기도하다.그는공자와마구간일화(마구간이불탔다는소식을들은공자가당시사람보다훨씬값어치가나갔던말[馬]에대해묻지않고“사람이다쳤느냐?”라고물었다는이야기)를세상의가치서열을송두리째뒤엎는놀라운이야기로읽는다.또수고롭게일한자들의처지를대변한묵자의철학으로오늘날한국사회노동자들의처지를반추하며,‘생각할겨를도없이’불길에뛰어들어휠체어를타고있던할머니를구한춘천의세청년에게서‘출척측은지심’을발견한다.공자는목수에게서정직을배웠는데,왜우리는목숨을걸고아이들의시신을꺼내려고바다에들어간세월호잠수사에게서는배우지못하는지한탄하기도한다.
한문텍스트에대한정밀한해석력으로정평이나있는전호근교수는문자를풀이하면서도옛사람들이공동체를일구어온오랜방식과지혜를발견한다.이를테면,그는羊(양),美(미),善(선),義(의)자를풀이하면서고대동아시아사회에서최선의가치로생각한일이소유를나누는일,즉‘분배’였음을말한다.고대동아시아인들이가장중시한가치를가리키는글자인美(미),善(선),義(의)자에는모두羊(양)이들어가있다.이를통해보면그들이가장아름답다고여긴것[美]은커다란양[羊+大]이고,최선이라고생각했던가치[善]는양을골고루나누어먹는것〔羊+?〕이다.정의를뜻하는義(의)자또한창이나칼따위의날카로운물건으로양고기를썰어내는모습〔羊+手+戈〕을그린글자다.왜썰까?나누어먹기위해서다.(「좋은것에관하여」,232~233쪽)
물론그는권력화된전통은깨야한다고생각한다.그러나선대지식인들이오랫동안지켜왔던삶의태도는되살리고자한다.사대부의윤리를체화한퇴계이황,죽을때까지백성의삶을생각한율곡이이,끝까지세상을바꾸겠다는뜻을접지않은다산정약용,나라가망하자‘평소에읽은글을저버리지않기위해’목숨을끊은매천황현의결기를이야기할때는지식인으로서의그가느끼는무거운책임의식과매서운자기반성을엿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