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동학사 일초 스님과 비구니 스님들의 편지)

우리가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동학사 일초 스님과 비구니 스님들의 편지)

$14.50
Description
일초 스님과 학인들이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우리가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이 책의 제목은 일초 스님의 시, 〈내가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에서 비롯되었다. 74세에 쓴 이 시에서 스님은 세상 모든 것이 사랑임을, 사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역설한다. 일초 스님에게 보낸 서림 스님의 마치 속살을 엿본 듯 너무나도 진솔한 편지 내용을 읽으면서 가슴이 찡해진다. 스님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아플 때 위로받으면 눈물이 흐르는 존재임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가 된다. 스님들과 더욱 친밀해진다.
저자

일초

저자 일초(一超) 스님은 1963년 광주 신광사로 출가, 경인 스님을 은사로 득도하였다. 고암 큰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1964년)를, 자운 화상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1968년)하였다. 1965년 7월 5일 동학사 전문강원에 입학하였으며, 1971년 동학사 전문강원을 수료(대교)하였다. 같은 해 동학사 전문강원 중강으로 취임, 1977년 4월 10일 호경(湖鏡) 강백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았다.
내원사에서 수선 안거(1977년)하였으며, 1980년 동학사 승가대학 학장으로 취임하였다. 1986년 동학사 주지를 역임, 동학사 승가대학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BBS라디오 경전공부 강의(1988년~2001년: 초발심자경문, 선가귀감, 능엄경, 금강경오가해, 열반경 등)를 통해 경전에 대한 안목을 열어주고 불교의 참된 가르침을 일깨워주었다.
2002년 대한불교 조계종 단일계단 도감 겸 교수사, 2006년 14대 종회의원, 조계종 고시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 2011년 교수사, 尼 존중아사리, 2015년 尼 갈마아사리를 역임하였다. 2017년 현재 尼 갈마아사리, 동학사 승가대학원장 및 화엄학림 학장으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전법에 힘쓰고 있다. 역저서로 『대총상법문』, 『화엄경게송집』, 『대승기신론소필삭기회편』, 『우리가 살아숨쉰다는 것은』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선생님의 서간집을 내면서

1장 바라만 봐도 그저 좋은 사람들에게…
:: 일초 스님이 보낸 편지
2장 때론 풀꽃처럼 때론 허공처럼
:: 서림 스님이 일초 스님에게 보낸 편지
3장 그리운 스승 가슴에 품고…
:: 동학사 비구니스님들이 일초 스님께 보낸 편지
4장 흔들릴 때마다 힘이 되어 주시는 스님
:: 세상 사람들이 일초 스님께 보낸 편지

출판사 서평

첫 줄을 읽는 그 순간 힐링이다!
편지와 마주치는 그 순간 마음의 휴식이다.

동학사 비구니 스님들의 삶과 수행 이야기를 담은 편지!
법문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비구니 스님들의 잔잔한 이야기!

동학사 승가대학에서 40여 년 동안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일초 스님의 편지!
일초 스님과 학인들이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

근현대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강원 동학사!
승가대학원장 일초 스님과 비구니 학인스님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편지.

편지에는 스님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유체계, 가치관, 숨기고 싶은 감정과 인간관계, 그 시대의 사회상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다가 이 책은 동학사 일초 스님과 비구니스님들의 편지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비구니스님들의 편지이다. 그것만으로도 책장을 들추기 전부터 설렌다. 첫 줄을 읽는 그 순간 마음은 초록색 힐링이다.

수채화 같은 비구니스님들의 편지를 읽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고 힐링이 된다.


■21쪽~22쪽
“스님, 청안 청락하시지요.
불혹不惑의 나이에 들어서면서 저는 내 영혼과 육체가 파도에 부딪쳐 녹아내리는 거품처럼 꺼져가는 어떤 의미를 잃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존재의 의미, 소유의 의미, 그것들과 아무 관계도 없는 이방인이 되어 버린 것은, 이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어느 날 가방 하나 달랑 메고 길을 떠나고 싶어서 소녀 때나 생각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역으로 향했어요.
‘어떤 기차를 탈까’ 어린 시절에는 기차요금을 먼저 생각하고 기차를 탔다면, 이제는 삶을 생각하면서 기차를 타고 싶더군요.”

“차는 서서히 이십대 인생의 서원처럼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창밖에는 들녘 새색시의 곱게 빗어 올린 머리처럼 갓 피어난 억새들의 수줍음이 바람에 하늘거리더군요. 그 억새 앞에 보라색 청초한 들국화라도 몇 송이 앉아 있으면 얼마나 잘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창 밖으로 펼쳐진 들녘 너머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정말 감동이었어요.
‘초가을 하늘은 청정 그것이련가!’ ‘내 마음도 저리 맑을 수는 없을까’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은 왜 만족할 수 없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 속에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 때문에 괴롭다.”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부처님도 만족할 줄 모르는 중생 때문에 고뇌하셨을 거예요. 1987년 어느 겨울날에 일초 합장

■28쪽
“스님, 잘 지내시는지요? 건강은 어떠세요.
나는 며칠 동안 심하게 감기몸살을 앓았습니다. 몸은 아프지만 한편으론 푹 내 안에 잠겨 상념에 젖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자기로 돌아와 성성하게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보면, 번뇌 속에 헤매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면서 서글퍼집니다. ‘공부를 하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탄식도 하게 됩니다.
진리는 처처에서 나타나고, 무상은 보이는 것이 다 그것인데도 말입니다. 석불의 차가움보다는 중생의 뜨거운 번뇌에 더 가까운 자신 속에서 자신을 챙기는 일념一念이 더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무상의 흔적을 엿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일 초


■33쪽
“있으면 번거롭고 없으면 섭섭한 것이 중의 마음인가? 중이란 참으로 고약한 인생을 배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0대의 1년은 20대의 5년과 같은 것입니다.
어느 날 훌쩍 누구 하나 곁에서 사라지면 그 빈자리 메우기 위하여 가슴 아파야 하는 뜨거움 안고 살아야 하는 나이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별’에 대해 써놓은 게 생각나네요.
스님, 스님도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싶어서 보냅니다.
모쪼록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1991년 1월 30일 꿈에 들지 못하는 한밤중에
일초 합장

■39쪽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누구에겐가 편지를 쓰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텅 빈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풀꽃이 모여 여름을 만들면 매미들이 오페라 만들 연습을 하고, 나무들은 화려한 무희가 되어 춤을 추며 여름을 즐깁니다. 인간은 청중이 되어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 있음을 만끽합니다.
보란 듯이 높고 곧게 땅을 디디고 서서 시원스레 바스락대는 대나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푸른 공기가 참 달디 다네요. 보이는 모든 것이 다 감사하고 충만한 행복을 줍니다. 마음의 눈으로 볼 줄 모른다면 이러한 행복을 느낄 수 없겠지요.
아쉬운 점은 바로 그겁니다.
2006년 어느 비오는 날에 불사를 마치고…
일초 합장

■41쪽
“스님,
밤이 꽤 깊은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잠을 놓친 것 같아요. 이 생명이 있는 한 벗어날 수 없는 늙음이라는 고苦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정말 아름다운 계절, 봄입니다. 왜 이렇게 봄은 해가 갈수록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가슴 시리게 아끼고 싶은 푸른 잎새 하나에도 마음을 담곤 합니다.
멀리 바라다보면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은 붉은 영산홍ㆍ철쭉의 꽃잔치가 자못 흥겹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나뭇잎들의 아름다움도 그 무엇에 견줄 수 없을 만큼 황홀합니다.
산하대지가 모두 모여 축제를 합니다. 그 중에 오직 사람만이 축제에 내 놓을 것 없이 남의 축제에 기웃거리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몇 자 적어보았어요.
2006년 봄날 일초 합장

■43쪽
“바라만 봐도 그저 좋은 사람들에게
꿈이 꿈인 줄 알면 꿈이 꿈이 아니다
스님, 새벽예불 끝에 조용히 앉아 있노라면 아무런 번뇌 없이 적막하고 고요한 마음속에 비추이는 자신을 봅니다. 요즈음은 제가 동학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인과 더불어 살려면 자주 시비를 하여 가르쳐야 하는데, 몇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대중공사를 하지 않았으니 강사의 자격이 없지요.
제 마음속에 학인들의 잘못이 보이지 않아 경책할 마음이 나지 않으니 강사가 아니고, 그들을 향하여 할 말이 없어져 버렸으니 강사가 아니지요.
지금은 담담한 마음으로 혼자 있고 싶습니다. 그것은 귀찮아서도 아니고 더불어 있기 싫어서도 아닌데, 그냥 있고 싶었는데 또 인연의 고리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2008년 봄 일초
■57쪽

선승禪僧

햇볕에 그을린 까만 얼굴은
차갑게 쏟아지는 달빛에 바래고
한 점 티 없는 그 마음은
그대로 보살이어라.
억겁을 흐르는 고요는
수많은 세월 동안 고독의 성城을 쌓고
아주 잊어도 좋은 듯이
앉아 있는 그대는
하나의 소녀이어라.
화산火山처럼 터지는 번뇌를 잠재우기 위하여
영원한 진리 앞에
단정히 앉은 그 모습은
하나의 청정한 샘물이어라.

1977년 여름 일초 합장


■59쪽
스님,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건강하신지 생각이 나서 올립니다.
이런 것이 인연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밤이면 겨울로 걸어가는 낙엽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죽음보다도 더 슬픈 그리고 자존심 상하는 것이 늙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빛을 잃고 모두 하나 되어 춤추던 나뭇잎들이 자기의 모습으로 돌아와 빨갛고 노랗고 제각기의 모습을 자랑하지만 그것도 다 가을을 알리는 낙엽임을 어찌하겠습니까.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것은 몸이 늙으면 마음도 따라 늙으면 좋으련만 따라 늙지 않음은 마음에 선근을 갖지 못한 중생에게 내리는 형벌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은 다 자기의 소리를 한다더니 방문 열어두고 달을 찾으니(모두 자신이 생긴 대로) 아직은 초승인데 둥근달을 기다려 주지 아니하고, 나무들은 손을 놓아 버립니다.

2007년 가을이 깊어가는 날
금화사에서 일초 합장

■64쪽

단풍이 들고 낙엽이 뚝뚝 떨어져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들며 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이 나라 산천의 가을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아니한 곳이 없겠지만 동학의 가을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에 비유한다면 봄 가을이 온통 아름다운 곳은 동학이 으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을 부추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벗을 생각하며 몇 자 쓴 것을 전하니 가슴에 담아 두었다가 조만간 동학의 가을을 함께 즐겼으면 합니다. 사실은 스님이 풀어낼 세상 이야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2013년 9월 24일

■78쪽

스님,
겨울은 여러 모로 공부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자연이 그대로 공부를 시켜 주는 것 같아요. 잎이 뚝뚝 떨어진 빈 가지들을 이고 있는 겨울 나목을 보면서 무소유無所有를 배웁니다. 코끝이 시릴 정도의 맹렬한 추위 속에서 “기한飢寒에 발도심發道心한다, 춥고 배고픈 가운데 도 닦을 마음을 낸다”는 옛말을 되새기며 수행자의 분상을 다잡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가슴 한 켠이 에일 듯 아리네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