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가싸운건
우리가엄마아빠를자꾸불렀기때문이에요.
피곤한아빠를깨웠고요
바쁜엄마를귀찮게했지요.
보여주고싶었으니까요.
우리가좋아한것을
엄마아빠도좋아할줄알았거든요……
엄마아빠도좋아할줄알았는데……
어느휴일오후아이들과고양이는,다른집들이모두나들이를떠났는지텅빈주차장에서놀았습니다.그리고집으로들어와낮잠한숨자고났을때,거실작은화분에탐스럽게맺힌꽃망울을발견했지요.고양이가다가가향기를맡으려하자,꽃망울하나가톡터졌어요.꽃이활...
엄마아빠가싸운건
우리가엄마아빠를자꾸불렀기때문이에요.
피곤한아빠를깨웠고요
바쁜엄마를귀찮게했지요.
보여주고싶었으니까요.
우리가좋아한것을
엄마아빠도좋아할줄알았거든요……
엄마아빠도좋아할줄알았는데……
어느휴일오후아이들과고양이는,다른집들이모두나들이를떠났는지텅빈주차장에서놀았습니다.그리고집으로들어와낮잠한숨자고났을때,거실작은화분에탐스럽게맺힌꽃망울을발견했지요.고양이가다가가향기를맡으려하자,꽃망울하나가톡터졌어요.꽃이활짝핀거예요!
어찌나신기하던지,아이들은무척기뻤습니다.예쁜꽃송이가정말좋았어요.그래서엄마에게달려갔지요.엄마도좋아할줄알고요.엄마,엄마!저것좀보시라고요.하지만엄마는너무바빴습니다.설거지에,청소에,밀린빨래에,일주일치밑반찬을장만하기에…….
그래서아빠에게달려갔지요.아빠도좋아할줄알고요.아빠,아빠!저것좀보시라고요.하지만아빠는너무피곤했습니다.야근에,자기계발에,주식투자에,일주일치밀린잠을보충하기에…….
아빠가버럭화를냈나봐요.나가놀든지,엄마한테얘기하든지하라고요!엄마가발끈소리쳤나봐요.낮잠그만자고,애들이랑놀아주면안되냐고요!한바탕다툼이일었지요.으르렁거리는두거인사이에서아이들은몹시놀랐어요,무서웠어요,작아졌어요.고양이도몹시놀랐어요,무서웠어요,작아졌어요.
아빠가탁자를쾅!내리친순간,고양이는깜짝놀라펄쩍뛰어올랐어요.그바람에화분이툭떨어졌어요.와장창깨졌어요.아빠가깨진조각에발을다쳤어요!
싸움은끝났지만,화는삭지않았습니다.엄마가소리쳤지요.
“저놈의고양이,당장밖에내다놔!”
주섬주섬고양이랑고양이집이랑고양이밥이랑챙겨,그사이자동차들이돌아온주차장한구석에내다놓고,아이들이울어요.고양이가물끄러미아이들을바라보네요.젖은눈동자에우는아이들모습이맺혔어요.고양이는생각해요.‘나때문에…….’
엄마,아빠!우리와함께기뻐해줘요!
이그림책이간결한글과풍성한그림으로들려주는이야기는위에적은것과같습니다.그런데이그림책은이야기를순서대로전개하지않습니다.역순으로시간을거슬러올라가지요.결과를먼저보여주고,원인을제시하는것입니다.
이렇게되풀이되는‘과(果)-인(因)관계’는,여느이야기들처럼사건의결과를궁금하게하는것이아니라원인에주목하게합니다.아이들이왜우는지,고양이가왜쫓겨났는지,아빠는왜발을다쳤고고양이는왜펄쩍뛰어올랐는지,고양이와아이들은왜깜짝놀랐는지,엄마아빠는왜싸웠는지,아이들은왜엄마아빠를‘귀찮게’했는지…….
그‘과-인관계’의양끝에고양이가있습니다.쫓겨난것도고양이이고,쫓겨나게된원인도고양이인것이지요.그러나그것은이야기의겉모습일뿐,한꺼풀만벗기면우리는이야기속의고양이가아이들마음,곧‘동심’의은유임을금방알수있습니다.그러니이이야기의양끝에있는것은바로‘동심’이지요.엄마아빠에게쫓겨난것도동심이요,그렇게된원인또한동심이었던것입니다.꽃망울우연히터진것을그리도신기해하는아이들의마음,‘우리가좋아한것을엄마아빠도좋아할줄알았던’아이들의맑은마음말입니다.
그래서이그림책은어른들을불편하게합니다.바쁘다는핑계로,피곤하다는이유로얼마나자주아이들의맑은마음을외면했는지,무시했는지,무참히내쫓았는지돌아보게하니까요.그러면서한편으로성찰하게합니다.도대체무엇때문에,그리고무얼위해서아이들의맑은마음을외면하면서까지,이토록바쁘고피곤하게살고있는지를말입니다.그렇다면이그림책은어른들이보아야할작품인듯합니다.
그럼,흔히그림책의주인이라여겨지는아이들에게이그림책은어떤것일까요?“엄마,아빠!우리마음을알아주세요!”“우리가좋아하는것을함께좋아해주세요!”“우리와함께기뻐해주세요!”이렇게외치고싶은마음을알아주고대변해주는속시원한작품일까요?또는자신들의마음이쉽게외면당하고심지어내쫓김까지당하는현실을깨닫게해주는슬픈작품일까요?
아이와어른의마음을이어줄수있다면,어른과아이의대화를매개할수있다면,이그림책이누구에게전해지든,어느쪽으로와닿게되든상관이없습니다.그림책은누구의것이기이전에,생각과마음을전하고나누는미디어니까요.삶을환기하는예술이니까요.
이야기꽃
이야기꽃출판사는2012년에설립된그림책전문출판사입니다.어린이는물론,모든사람들이그림책을통해소통하고공감하여평화에이르기를꿈꾸며,진심과열정가득한작가들과함께품격있는그림책을출간하고자노력하고있습니다.세상의모든책이디지털로바뀌어도,그림책만큼은아날로그의정서를지닌종이책으로남아인간의따뜻한온기를전해줄거라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