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둔촌아파트 (양장본 Hardcover)

나의 둔촌아파트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나는 지금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 갑니다.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습니다. 나고 자란 곳, 살던 흔적과 익숙한 풍경, 친숙한 사람들이 남아 있는 곳. 운이 좋은 경우라면, 언제든 돌아가 지친 마음을 부려놓을 집과 웃으며 나를 반겨 줄 어버이가 기다리는 곳. 하지만, 모두가 고향을 간직하는 건 아닙니다. 고향을 등진 사람도 있고, 고향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도 있으며,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고향이 무엇이기에 우리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할 수 있는 걸까요? 존재의 근거, 삶을 이루는 기억의 공간이기 때문 아닐까요. 이 그림책은 그 기억의 공간, 고향을 잃어버린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

김민지

다섯살되던해봄날에둔촌주공아파트로이사를하여어른이될때까지쭉그곳에서세상을고느끼며자랐습니다.이제역사속으로사라져버린,그러나계절이바뀔때마다여전히살갗에닿을듯생생히떠오르는그곳의시간들을오래도록간직하고싶어이책을만들었습니다.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시각디자인을전공하고,HILLS에서일러스트레이션과그림책을공부했습니다.

목차

이책은목차가없습니다.

출판사 서평

나를이루는기억의장소들을찾아서...

해마다라일락꽃필때면내마음은그곳을서성입니다.바람이실어오는꽃향기에취해학원가던발길을멈추고늦는줄도모른채한참서있던곳,유리창을지나오는오후의햇빛속에서사내애들,여자애들뛰노는소리에엉덩이가절로들썩이던곳,
저녁먹으라고부르는엄마들목소리와우르르몰려오는아이들발소리가긴복도를가득메우던곳,노을이물든복도에도마소리와따뜻한밥냄새가흐르고,창문들하나둘씩노랗게불켜지던곳,삐걱거리는시소소리,두부장수종소리,어느땐가는노란가로등아래서나를기다리던그사람도거기있던곳...나는그곳이그립습니다.그래서그곳을찾아갑니다.둔촌주공아파트.
하지만그곳은사라진고향.댐을가득채운물에잠겨버린마을처럼.아직거기있지만,이제거기없습니다.나는거기있는고향을만나고싶어물속으로들어가지요.깊이깊이내려가기억속을거닙니다.라일락나무꽃피운화단을지나현관우편함을열어옛날의편지들을찾아보다가,엘리베이터를타고5층에내려아이들뛰어다니고엄마들한담을나누는복도를지나,505호우리집문을엽니다.우리가족의손때가묻은익숙한물건들,가로수꼭대기가보이는창밖의풍경,여섯살생일파티를하던아련한기억,아!그생일에받은곰돌이인형...!곰돌이는어디에있는걸까요?두근거리는마음으로문틀가에키잰흔적이남아있는내방문을엽니다.거기아직도가만히누워있는곰돌이.눈이마주치자나는곰돌이만한작은아이가됩니다.작은아이가되어곰돌이를힘껏끌어안습니다.

그렇게기억의여행을하고돌아온나는생각합니다.두고온것이어디곰돌이뿐일까.가져오지못한것이너무많은데...

재개발의호수에잠겨버린아파트단지도간직하고싶은고향입니다.

이그림책의화자인‘나’는고층아파트로재개발공사중인둔촌주공아파트에서어린시절을보낸작가자신입니다.1970년대말이후대단지들이들어서면서부터아파트는이시대의보편적인주거형태가되어왔습니다.많은아이들이아파트에서나고자라게되었으니아파트가'고향'인세대가많아졌다는뜻이기도합니다.그시기에지어진단지들이속속재개발에들어선이즈음,그세대는자신이나고자란곳이철거되어사라지는모습을지켜보며'실향'의감정을느끼고있습니다.
오래된단지가철거되는것은건물만이아니라그세월동안무성하게자란나무도손때묻은놀이터도숱하게발길이닿았던길마저도사라지는것이니까요.또한그렇게고향이사라졌다는것은단지돌아갈곳이없어졌다는뜻만이아닙니다.개개인의정체성을이루는기억과경험의거처,정서의근거지를잃어버렸다는뜻이기도하지요.그래서기억과정서처럼비물질적인가치를존중하는사회는오래된건물이나마을을새로지어야만할때거기살던사람들이그공간의기억을되새기고어루만지며정체성을지켜나갈수있도록아카이브사업에공을들인다고합니다.
우리의경우는공적영역에서의인식과노력이부족하여주로개인들이그러한사업을수행하고있습니다.에스엔에스와독립출판물로아카이빙작업을하고있는‘안녕,둔촌주공아파트’프로젝트나최근개봉된다큐영화<집의시간들>같은경우가그러하며이그림책<나의둔촌아파트>또한그맥락위에있습니다.
그림책을만든김민지작가는공간이있던곳으로서그자리는거기있으나사람이살던곳으로서그장소는거기없는고향을대형댐의건설로물에잠긴수몰마을에빗대어실향의아픔을표현하고있습니다.수몰마을이독재적개발이데올로기의희생양이라면재개발로사라진아파트단지는맹목적자본논리의제물이라는점에서적절한비유라할수있겠습니다.
낡아져불편한주거환경을개선하는것은필요한일입니다.그러나건폐율이니용적률이니투자가치,시세차익이니하는경제논리에만함몰되어정말소중한것들을하찮게여기고쉽게폐기처분하는재개발이라면,신중하게한번더생각해볼필요가있을것입니다.이애틋하게아름다운그림책이우리사회에그러한사유의기회를한번이라도더갖게만들고고향을잃은이들에게작은위안이마나전해줄수있기를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