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두

막두

$16.12
저자

정희선

부산에서태어나고대학에서산업디자인을,작가공동체힐스에서그림책을공부했습니다.고향인부산에살면서사람의온기가느껴지는그림책을만드는일에열중하고있습니다.이책을만들면서3년동안자갈치시장을제집처럼드나들며수많은‘막두’들을만났습니다.힘들지만포기하지않고당당하게살아온세상의모든‘막두’들이행복하길바랍니다.

출판사 서평

왁자지껄,시끌시끌한자갈치시장에막두할매가있습니다.
“할매요,도미얼맙니까?”
“싸게줄게.함보소.도미싱싱하다.”
“별론것같은데.아가미가덜붉다.살도덜탱탱하고.”
“아이구,당신보다싱싱하요!안살라면
그냥가이소,마!”

“내육십년가까이장사한사람이요.거짓말안하요!사지도않을거면서멀라꼬도미만꾹꾹눌러쌌노!”

거칠고투박해보이지만,알고보면할매는속이따뜻한사람입니다.

“왔나!오늘은뭐줄까?”
“글쎄...,뭐가좋을까요?울어매가요즘밥도
통안먹고,옷에다똥도싸고힘드네요...”
“그기치매도치매지만기운이떨어져그런기다.
광어큼지막한놈으로하나가가미역넣고
푹고아드려라.도미이거는그냥줄게,
소금뿌려가꾸어드리고.”

그런할매가무서워하는것이있었습니다.
60여년전,부모님을찾아헤매던영도다리위에서마주친거대한벽.
그그그그그,육중한소리를내며일어서어린막두의앞길을가로막던괴물같은다리였습니다.

그렇습니다.막두는전쟁통에가족과헤어진피란민아이였습니다.
혹시헤어지게되면부산영도다리를찾아오라는엄마의말대로걷고또걸어그곳을찾아왔건만끝내가족을찾지못하고거대한벽앞에섰던어린소녀.

‘언젠가는만날수있겠지.’
막두는영도다리가보이는자갈치시장에
자리를잡고생계를이어가며
틈날때마다다리를찾아갔습니다.
하지만종소리가울리면달아나듯
시장으로돌아왔습니다.
심장이쿵쾅거려그거대한벽을
마주볼수없었습니다.
십년,이십년,삼십년...그렇게세월이
흘러어느덧막두는아지매가되고,
할매가되었습니다.
어린막두의앞을가로막던영도다리는
언제부턴가올라가지않게되었습니다.
그리고오늘,티브이에서영도다리가다시올라간다는소식이나왔습니다.


‘아이고야,얼마만이고...
저게지금도그렇게무섭을까?
내일개통식에가서직접한번봐볼란다.’

그때처럼사람이구름같이모여있었습니다.할매는한쪽에서서숨을크게들이쉬었습니다.
땡그랑,땡그랑!종이울리고이윽고그때처럼그그그그,다리가올라가기시작했습니다.
하지만할매는이제무섭지않았습니다.
눈을크게뜬채끄덕끄덕올라가는다리를똑바로쳐다보았습니다.
60여년전어린막두가있던그자리에막두할매가우뚝서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