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노래 1 : 가슴에 새긴 소리

불멸의 노래 1 : 가슴에 새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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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유’는 숱한 목숨을 바친 기나긴 투쟁의 산물이다. 거저 주어지는 권리는 없다. ‘종교의 자유’도 예외가 아니다. 류은경의 《불멸의 노래》는 모진 박해에도 아랑곳없이 한국 천주교의 씨를 뿌린 선구자들의 이야기다. 특정 인물 중심의 영웅 사관을 지양하고 ‘불멸’하고자 하는 두 세력을 대척점으로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자의 하늘’ 아래서 불멸하고자 하는 기득세력과 그에 맞서 ‘새로운 하늘’을 열고자 하는 개벽세력이 충돌한다. 천주교의 ‘복음’을 통해 평등사상을 깨치고 실존적으로 각성한 사람들이 개벽의 불길을 낸다. 이를 두려워한 지배계층은 무자비하게 박해하고, 그 박해를 기화로 정적을 대거 숙청한다. 그 시대,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 그리고 신성불가침의 주자학 세계와 불온한 천주학 세계의 충돌을 새로운 하늘 즉 ‘백성의 하늘’을 열어가는 시대의 함의로 풀어간다.
‘호남 최초의 천주교도’로 알려진 유항검과 그 일가는 《불멸의 노래》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는 진산사건으로 최초의 순교자가 된 윤지충과 더불어 초대 조선천주교회의 핵심인물이다. 1784년, 유항검은 권철신ㆍ권일신 형제를 통해 천주교 교리를 접하고서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는다. 이어 그는 1786년, 가성직 제도를 설립한 이승훈으로부터 신부로 임명되지만 가성직 제도의 시정을 요청하고 그 오류를 정죄(淨罪)하도록 촉구했다. 한편 유항검은 주문모 신부를 초남이로 초대하여 포교에 힘쓰는 등 천주교 발전에 혼신을 기울였다. 그러던 1801년(순조 1), 신유박해의 거센 회오리가 초남이를 덮쳤다. ‘사학(邪學)의 괴수’로 낙인찍힌 유항검을 비롯하여 성직자와 신도들 수백 명이 역도(逆徒)의 누명을 쓰고 모진 고문 끝에 처형되었다. 《불멸의 노래》의 무대는 호남으로부터 시작되어 중앙정계(한양)로 옮겨간다.
유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아 세운 조선은, 중종 재위(1506~1544)를 계기로 조광조를 비롯한 신진사대부가 정치변혁을 내걸고 대거 중앙정계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부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 변혁이란 왕권정치를 신권정치로 바꾸는 것에 불과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기존체제를 공고화하는 주자학의 도그마에 빠져 사변으로 흐르면서 정치는 오히려 초기의 사상적 유연성을 잃고 사회변혁 대신 당쟁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사민계급(四民階級)에 따른 신분제가 더욱 공고화되면서 사회는 생기를 잃고 국가는 문약에 빠졌으며 관료들의 수탈은 날로 극심해져 백성은 도탄에 빠졌다. ‘주자의 하늘’ 아래에서 지배계층은 살졌으나 피지배계층은 날로 말랐다. 이런 사정은 《불멸의 노래》의 시대 배경이 된 당시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멸의 노래》는, 조선 정조 이후 본격화된 노론세력의 천주교 박해를 씨줄로 삼아 그에 대항하여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천주교 신앙인들의 삶을 날줄로 삼아 풀어나간다.
저자

류은경

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작가세계》신인상수상으로문단에데뷔했으며,단편소설〈가위〉로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었다.작품으로는《이산정조대왕》《선덕여왕》《노견만세》《무신》《해미》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인물관계도/친인척도/붕당분파과정/참고문헌및자료

뒤바뀐아이/보이지않는힘/운명의도시/비밀스러운움직임/이벽/한밤의통곡/남겨진단서/숨겨진의미/서록을찾아서/드러나는진실/역공/끝나지않은시련/아버지라는이름으로/천진암에서/피할수없는운명/가슴에새긴소리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한국천주교는특별하다.선교사들에의해전파된세계각국의가톨릭역사와달리한국천주교는성품성사를받은사제한명없는악조건속에서평신도들에의해자생적으로뿌리를내렸다.나는이작품을통해세계교회사에서유례를찾아볼수없는한국천주교의특별한역사를당시의조선정치사와맞물려풀어내고자했다.
---「작가의말」중에서

“작년팔월보름날저녁으보리생편일곱개만먹으랑게로곱집어서열네개묵고죽은영감아…날다려가소날다려가소오오….”
“에헤에에헤에으허어으허어어어….”역부들의신음소리와널배가갯벌을지치는마찰음,바람소리만그득하던간석지에한목소리로불러대는노동요가구성지게울려퍼졌다.느린듯힘찬그소리가이벽의귀를강렬하게사로잡았다.“저게무슨노래냐?”갑작스런노랫소리에적이당황한이벽이제앞의가마니에개흙을담기시작하는항검에게물었다.“산야타령.”항검이답했다.“산야타령?”“산유화를빨리말하다보니‘산야’라고줄여서부르게됐다나봐.원래는경상도쪽에서나무할때나풀벨때부르던타령이었다는데,그소리가여기만경쪽으로건너오면서벼밸때나논맬때도불린대.특히만두리때자주불린다고하더라고.”“만두리라면…마지막논메기말하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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