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희망 일기 : 조정변호사가 써 내려간 미움과 용서, 그 경계의 순간들

법정 희망 일기 : 조정변호사가 써 내려간 미움과 용서, 그 경계의 순간들

$15.00
Description
조정변호사가 써 내려간
미움과 용서, 그 경계의 순간들
새엄마와 의붓딸이 법정에 섰다. 의붓딸이 새엄마에게 소송을 건 사건인데,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속마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친엄마는 두 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열 살에 새엄마를 만났습니다. 정이 많은 새엄마는 엄마 없이 자란 오빠와 나를 친자식처럼 키워주셨죠.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준 적이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새엄마가 우리를 먹여 살렸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바람을 피웠습니다. 새엄마는 이것만은 참을 수 없다며 이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빠에게 위자료와 친정에서 꿔준 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돈이 없다며 5년 동안 다달이 나눠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빠를 믿을 수 없었던 엄마는 오빠와 나에게 보증을 서라고 했습니다. 평생 우리를 키워준 엄마가 아빠 잘못으로 빈손으로 헤어지는데, 차마 각서에 사인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아빠는 엄마에게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돈을 못 준 달이면, 엄마가 전화해서 나를 들들 볶았습니다. 그러면 할 수 없이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대신 드렸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에게까지 짐을 떠넘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엄마 전화도 잘 받지 않았고 아빠 대신 돈을 갚아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은행에서 압류가 걸렸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새엄마가 압류를 걸었던 거죠. 어떻게든 엄마 편에 서려고 했던 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딸아이가 열 살일 때 처음 만났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처음부터 나에게 살갑게 구는 것이 정이 갔습니다. 내 자식처럼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딸은 야무지게 자기 앞가림을 잘했고, 어렵고 고달픈 인생에 친딸은 아니어도 의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남편과 이혼하면서는 내 인생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남의 자식만 키워주고 돈 한 푼 없이 집을 나서려니 억울함이 복받쳤습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각서를 받았습니다. 애들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어쩌겠습니까.
이혼 후, 갈 곳이 없어 늙으신 친정엄마를 찾아갔습니다. 낮에는 복지센터에서 일하며 푼돈을 벌고 집에 오면 아픈 엄마를 돌봐야 했죠. 전남편은 예상대로 약속한 돈을 다 갚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딸이 가끔 찾아와 같이 술도 마셔주고 용돈도 주고 가 힘이 되었습니다. 결혼을 한다기에 없는 살림을 털어 축의금도 내주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더니 갑자기 전화를 안 받는 게 아니겠습니까. 남편 직업도 번듯하고 이제 좀 살 만해지니 날 외면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친엄마라도 이렇게 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의 통장에 압류를 걸었습니다. 전남편에 대한 미움, 딸에 대한 서운함에 한 행동이었습니다. 또 이렇게라도 해서 전남편에게 못 받은 돈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돈을 받을 수가 없고 계속 비참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정 전문 변호사(재판 전이나 재판 과정 중 원고와 피고가 대화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조정절차를 주재하는 역할)이자 소년재판의 국선변호사로 활동한 저자가 실제 담당했던 사건을 이야기로 푼 것이다.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딸의 심정이, 새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새엄마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난감한 상황이다. 만약 내가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이들의 싸움을 말리고 화해시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
탁월한 법정 전문 지식으로 이들을 설득하거나 일반인은 생각지도 못할 비상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가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은 의외로 매우 본질적이며 단순했다.

“그저 한 사람씩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귀 기울여 듣기만 했습니다. 처음 두 사람이 함께 마주한 조정실에서 이렇게 운을 뗐을 뿐이죠. 이런 곳에서 만나실 두 분이 아니신데, 여기에 오시기까지 말 못 할 사연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오시면서도 마음이 많이 무거우셨지요? 기록을 읽어보니 두 분이 서로 애정을 갖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애정이 있으니 화도 나는 게 아니겠어요? 어렵고 길게 재판을 하기보다는 모쪼록 오늘 잘 이야기해서 해결하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시라고 하자 딸은 울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그래도 엄마가 있잖아!”

그런 딸을 보며 ‘엄마 아닌 엄마’도 함께 눈물을 훔쳤고, 결국 서로 양보해서 합의하고 압류도 취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세상의 다양한 다툼 속에서 소년재판의 국선변호사이자 조정변호사로서 일하며 느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깊은 통찰과 울림이 있다.

“산업재해 사고나 교통사고,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조정실에서 많이 하는 말이 상대방이 한 번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사고로 다쳐 수술을 받고 병원에 누워 있는데 찾아와 보지도 않느냐고 한다. 만약 미안하다고 한 마디라도 했다면 이렇게 소송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도 말한다. 학교 폭력 사건이나 직장 내 성추행 사건, 명예훼손 사건도 비슷하다. 가장 바라는 것은 진정한 사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많은 개인 간의 소송은 상대방으로부터 사과와 승복을 받아내기 위한 감정싸움 내지는 자존심 싸움인 경우가 많다. 내가 잘못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나에게 준 상처를 생각하면 오히려 괘씸한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는 것은 사실 재판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목표만을 보고 달려가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재판에 임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지만, 막상 승소 판결을 받고 나면 판결을 받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밥퍼’의 최일도 목사는 “(저자는)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이 세상 가운데, 미움과 용서의 경계선에서 과연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디딜 것인지를 (우리에게) 묻는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많은 이들이 타협 없는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보면 우리는 가히 분노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갈등과 싸움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장소인 법정, 서로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오게 된 이곳에서, 이들이 극적으로 화해하고 상대를 용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우리 사회에도 희망의 실마리가 있음을 찾아볼 수 있길 바란다.

저자

안지현

20년차변호사이자두아이를키우는워킹맘이다.17년간치열하게싸우는변호사로살아온끝에,2019년부터는싸움을말리고화해시키는조정전문변호사로변신했다.현재법원에서상임조정위원으로일하면서,수많은사람들을만나그들의아픈사연을귀기울여듣고갈등을해결하기위해노력하고있다.대화와협상을통해스스로분쟁을해결하는‘조정’의장점을더많은사람들이알았으면좋겠다는소망을담아,2021년《민사조정:싸우기싫지만지기는더싫어》(안지현·김혜영공저)를출간했다.사법연수원과대한변호사협회등에서민사조정업무와소통및협상방법에대해강의도하고있다.

에세이와웹툰작가로도활동중이다.2018년브런치작가로데뷔한이래꾸준히에세이를써왔으며,아이들과함께〈로투니LAWTOONY〉라는법률웹툰을그리고있다(http://brunch.co.kr/@jjinnylaw).2021년에는시집《마음의오솔길1》(가족공저)을출간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세상의모든싸움을조정해드립니다
조정의달인?화해의기술!
싸우기싫지만,지기는더싫어
잘듣는다는것,제대로듣는다는것
오,나의고객님!
칭찬은변호사도춤추게한다
봉우리
조정은약분과통분
“그렇다고해서내가지는것은아니다”
그게화가날일입니까?
결핍에대하여
이런MBTI로좋은법률가가될수있을까?

2부소년재판에서만난,길위의아이들
국선변호의시작
어린엄마,예진이
현실판〈나의아저씨〉속지안을만나다
이아이들에게필요한것은…
보이스피싱중간책,동수
우리가서로화해하기까지
n번방피해자들에게
더불어살아가는세상을위하여
내가워킹맘이되어보니…
SNS와외로움,그리고분노
소년재판후,다시연락못한이유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조정변호사가써내려간
미움과용서,그경계의순간들

새엄마와의붓딸이법정에섰다.의붓딸이새엄마에게소송을건사건인데,동일한사건을바라보는두사람의속마음이달라도너무다르다.

“친엄마는두살때돌아가셨습니다.열살에새엄마를만났습니다.정이많은새엄마는엄마없이자란오빠와나를친자식처럼키워주셨죠.집에생활비를가져다준적이없는아버지를대신해새엄마가우리를먹여살렸습니다.그런데아빠가바람을피웠습니다.새엄마는이것만은참을수없다며이혼하겠다고했습니다.그리고아빠에게위자료와친정에서꿔준돈을달라고요구했습니다.하지만아빠는돈이없다며5년동안다달이나눠주겠다고했습니다.아빠를믿을수없었던엄마는오빠와나에게보증을서라고했습니다.평생우리를키워준엄마가아빠잘못으로빈손으로헤어지는데,차마각서에사인을안할수가없었습니다.

그후아빠는엄마에게약속한돈을주지않았습니다.아빠가돈을못준달이면,엄마가전화해서나를들들볶았습니다.그러면할수없이내가아르바이트를해서번돈을대신드렸습니다.그러던중작년에결혼을하게되었습니다.남편에게까지짐을떠넘기고싶지않았습니다.그래서엄마전화도잘받지않았고아빠대신돈을갚아주지도않았습니다.그런데갑자기은행에서압류가걸렸다는연락이왔습니다.새엄마가압류를걸었던거죠.어떻게든엄마편에서려고했던내게어떻게이럴수가있냐는생각이들어잠을잘수가없었습니다.”

“딸아이가열살일때처음만났습니다.얼굴도예쁘고처음부터나에게살갑게구는것이정이갔습니다.내자식처럼키워야겠다고마음먹었죠.딸은야무지게자기앞가림을잘했고,어렵고고달픈인생에친딸은아니어도의지가되었습니다.그러나남편과이혼하면서는내인생이무너지는것같았습니다.남의자식만키워주고돈한푼없이집을나서려니억울함이복받쳤습니다.그래서자식들에게각서를받았습니다.애들한테그러면안되는걸알지만어쩌겠습니까.

이혼후,갈곳이없어늙으신친정엄마를찾아갔습니다.낮에는복지센터에서일하며푼돈을벌고집에오면아픈엄마를돌봐야했죠.전남편은예상대로약속한돈을다갚지못했습니다.그나마딸이가끔찾아와같이술도마셔주고용돈도주고가힘이되었습니다.결혼을한다기에없는살림을털어축의금도내주었습니다.그런데결혼을하더니갑자기전화를안받는게아니겠습니까.남편직업도번듯하고이제좀살만해지니날외면하나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내가친엄마라도이렇게했을까생각이들었습니다.딸의통장에압류를걸었습니다.전남편에대한미움,딸에대한서운함에한행동이었습니다.또이렇게라도해서전남편에게못받은돈이라도받아야겠다는생각을했습니다.이렇게라도하지않으면영영돈을받을수가없고계속비참하게살아야한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조정전문변호사(재판전이나재판과정중원고와피고가대화와합의를통해문제를해결하는조정절차를주재하는역할)이자소년재판의국선변호사로활동한저자가실제담당했던사건을이야기로푼것이다.딸의이야기를들어보면딸의심정이,새엄마의이야기를들어보면새엄마의심정이이해가되는난감한상황이다.만약내가판사라면어떤판결을내릴수있을까.이들의싸움을말리고화해시킬수있는뾰족한방법이있을까.탁월한법정전문지식으로이들을설득하거나일반인은생각지도못할비상한아이디어가필요하다고생각할지모르겠지만,이책의저자가문제를해결했던방법은의외로매우본질적이며단순했다.

“그저한사람씩자신의이야기를하는걸귀기울여듣기만했습니다.처음두사람이함께마주한조정실에서이렇게운을뗐을뿐이죠.이런곳에서만나실두분이아니신데,여기에오시기까지말못할사연이있었을것같습니다.오늘오시면서도마음이많이무거우셨지요?기록을읽어보니두분이서로애정을갖고있는게느껴졌습니다.애정이있으니화도나는게아니겠어요?어렵고길게재판을하기보다는모쪼록오늘잘이야기해서해결하고가시면좋겠습니다.저도힘껏돕겠습니다.”
그렇게한참동안그들의이야기를들어본후,마지막으로서로에게하고싶은말이있으면해보시라고하자딸은울음을터뜨리며이렇게말했다.

“엄마는그래도엄마가있잖아!”

그런딸을보며‘엄마아닌엄마’도함께눈물을훔쳤고,결국서로양보해서합의하고압류도취하하기로했다고한다.

이처럼이책은드라마보다더드라마같은세상의다양한다툼속에서소년재판의국선변호사이자조정변호사로서일하며느낀사람과세상에대한이야기를담았다.이야기하나하나마다깊은통찰과울림이있다.

“산업재해사고나교통사고,의료사고피해자들이조정실에서많이하는말이상대방이한번도사과를하지않았다는것이다.어떻게사고로다쳐수술을받고병원에누워있는데찾아와보지도않느냐고한다.만약미안하다고한마디라도했다면이렇게소송까지는오지않았을거라고도말한다.학교폭력사건이나직장내성추행사건,명예훼손사건도비슷하다.가장바라는것은진정한사과라는말을자주듣는다.”

“많은개인간의소송은상대방으로부터사과와승복을받아내기위한감정싸움내지는자존심싸움인경우가많다.내가잘못한점이있다고하더라도,상대방이나에게준상처를생각하면오히려괘씸한마음이더크기때문이다.그래서상대방에게진심어린마음을전하는것은사실재판을하는것보다더큰용기가필요한일일수도있다.괴물과싸우는사람은그싸움중괴물이되지않도록조심해야한다.”

“우리는종종목표만을보고달려가다가정작중요한것을놓치는경우가많은것같다.재판에임하는자세도마찬가지다.재판에서이기기위해전력을다해싸우지만,막상승소판결을받고나면판결을받는다고모든게해결되는것은아님을깨닫게되는경우도많다.”

무료급식소를운영하고있는‘밥퍼’의최일도목사는“(저자는)분노와증오가가득한이세상가운데,미움과용서의경계선에서과연어느쪽으로발을내디딜것인지를(우리에게)묻는다”라며이책을추천했다.많은이들이타협없는대립으로치닫고있는현실을보면우리는가히분노사회에살고있다고할만하다.그중에서도갈등과싸움이펼쳐지는대표적인장소인법정,서로에게더이상희망이없어갈데까지가보자는심정으로오게된이곳에서,이들이극적으로화해하고상대를용서하게된이유는무엇일까.이책을통해날이갈수록삭막해지는우리사회에도희망의실마리가있음을찾아볼수있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