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먹는 염소 (진주현 장편소설)

커피 먹는 염소 (진주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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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진주현의 첫 장편소설『커피 먹는 염소』. 이 소설은 고요하고 한적한 소도시의 골목에 자리한 동명의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먼지처럼 달라붙어 있는 상처를 발견하고, 어느새 서로의 생에 깊이 스며들고, 지독한 우연과 불행으로 나락으로 데려가기 직전에서야 서로를 버팀목 삼아 치유에 이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진주현은 다른 이들의 상처에, 트라우마에 무뎌지다 못해 냉담해지는 세상 속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종(種)을 연상케 한다.

쉽게 뜨거워졌다가 식어 버리고, 이내 눈을 감거나 졸음에 빠져드는 염소 무리들 속에도 더는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분투하는 야경꾼 같은 염소들이 우리 주위에는 있다. 작가도 기꺼이 독자들에게 그런 염소가 되어 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소망한다. 생의 창밖으로 때로는 정체 모를 안개가, 때로는 거센 소나기가 찾아오더라도 자기 고통과 두려움만 보고 벌벌 떠는 염소 무리는 되지 않기를, 날마다 유리창을 닦아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슬픔까지도 훤히 비출 수 있기를….
저자

진주현

저자진주현은프랑스영화,바다,야구와몽상을좋아하는보통의은밀한사람.
저녁이면동네가게에서음악을듣고글을쓰며혼자노는것에능통한사람.
조금더고백하자면별로달콤하지도,기력이넘치지도,부지런하지도못하지만고집스럽고사소한것에는많은생각을소모하면서도큰일에는주저없는사람.
낯을가리지만착한이에게는한없이약한사람.
어쩌면타인에게호불호가강한사람.
노년에는텃밭을가꾸고눈을뜨자마자아리아를들으며하루를시작하고저녁이면아주맛있는맥주를마시며노을을보고곱고현명하게늙어지고싶은사람.
더고백하자면세상에아주작은빛이라도되고픈소망을아직버리지못한사람.
명지대학교영미문예과를졸업했으며현재소설작업과작사공부를하고있다.
거리에서만나는떠돌이개와길고양이들을지나치지못하고돌보며치료해주는동물애호가이기도하다.

목차

프롤로그인간이인간을구원할수있을까

1.안개
2.열살의여름
3.최고의예술
4.타인들이원하는실패
5.창(窓)

에필로그소망이가진성분

추천의글
천천히,차근차근,꼭읽어내고싶은소설을만나다-양재선(작사가)
찬란한사물들의세계-이수연(연극연출가)

출판사 서평

노랫말의연금술사양재선,아티스트김바다ㆍ심현보가극찬한
신예작가진주현의놀라운데뷔작!


“여성의마음을이토록낱낱이드러내준작가는이제껏없었다.”-이수연(연극연출가)
“켜켜이쌓인마음들이섬세한문장으로정제되어가슴에차오른다.두고두고읽으며위로받을것같은소설.”-양재선(작사가)
“작가가풀어나가는의식의흐름과심리적디테일에놀라움을숨길수없었다.”-김바다(록뮤지션)
“반짝이는상상들은재미있고,펼쳐지는이야기들은풍성하다.”-심현보(싱어송라이터)

“인간이인간을구원할수있을까?”

어느고요하고한적한소도시.이곳에는작은카페와헌책방과공방들이모여있는‘상인의골목’이있고,저마다독특한개성을품은가게들은약속이나한듯입구에물고기풍경(風磬)을걸어놓았다.《커피먹는염소》는바로이골목에자리한동명(同名)의카페에서만난사람들이서로에게묵은먼지처럼달라붙어있는상처를발견하고,어느새서로의생에깊이스며들고,지독한우연과불행이그들을한꺼번에나락으로데려가기직전,마침내서로를버팀목삼아치유에이르는이야기다.
소설속인물들은저마다결핍,혹은상실이라는공통점을갖고있다.이들은모두자신의존재자체가곧누군가의부재,혹은소멸에대한증거라는죄책감에괴로워하지만,끝끝내지워낼수없는상실의고통속에서도자신보다더약한존재를‘딛고’(현실세계의게임의법칙처럼약자를‘밟고’서가아니라),그존재를한껏보듬음으로써구원에이른다.
작가진주현은다른이들의상처에,트라우마에점점더무뎌지다못해냉담해지는세상속에서소멸위기에처한종(種)을연상케한다.자신이다칠지,혹은죽을지조차알수없는데도빛을향해대책없이달려드는주광성(走光性)생물처럼,두려움보다는다가가지않고바라만보는것이더견딜수없어서마침내그빛가장자리에라도기어이제날개를태우고야마는부나방처럼,작가는상처입은사람들에게,그상처에서배어나는슬픔에,깊은우물같은절망에거의본능적으로라고할만큼예민하게반응한다.

“여성의마음을이토록낱낱이드러내준작가는이제껏없었다.”

첫장편소설을내놓은작가라고믿을수없을만큼,진주현의문장들은“빼어난색조를지닌뱀이천천히감아도는듯유려하고찬란하”며,이내가슴을“조여오고자아내고슬픔을실어나른다.”그리고“뜨거웠다차가웠다를수만번반복하며켜켜이쌓인마음들이섬세한문장으로정제되어가슴에차”올라서“마치유리공예가처럼이문장들을늘이고줄이고구부려모양을만들며공을들여다듬었을그시간들이참고맙게느껴”지기까지한다.
또한독자들은이책을읽는내내안개,비,유리창,온도계,염소,사탕,물고기,고양이……처럼익숙하고도평범한사물들이나현상이소설속에서얼마나중층적으로묘사되고반짝이는상징을획득하는가를확인하게될것이다.소설의앞부분에서주인공의조각난기억속에잠복해있던정체불명의사물과현상들은그의미를드러내려는순간,저항할틈도없이기습적으로덮쳐오는잠과함께다시기억밑바닥으로가라앉는다.그러나무의식적으로복원도해석도원치않았던그기억들은그리움의깊이가고통의무게를이겨내는순간,마침내“눈물로,달리기로,안개로녹아내”리며가슴저릿한카타르시스를선사한다.
무엇보다주목할점은작가가이책을통해풀어나가는의식의흐름과심리적디테일이“우리언어권에살아가는젊은여성들이겪는가슴속세계를솔직히드러”내고있다는것이다.“동시대우리나라여성들은섬세한사건들을시간을두고철학”하며,“그것을충분히표현하지못한채가슴에묻어”두곤한다.그리하여“마이크로세상의세심한감각이상처를스쳐지나갈때우리는작가의말대로‘매일매일배어내야하는목재가빼곡한숲’의총체가된다.”이책을읽은여성독자들이라면“정말이지여성의마음을이토록낱낱이드러내준작가는이제껏없었다”라는평가에기꺼이동의하게될것이다.

생의온기가필요한당신이라면,
‘커피먹는염소’가게로들어오길.


우리가점점다른이들의상처에둔감해지는것은어쩌면셀수없이많은그상처를일일이보듬을수없을바에야차라리눈을감는쪽을선택했기때문인지도모른다.그러다점점자신이나타인의고통에민감하게반응하는사람이불편해지고,시간이흘러도휘발되지않는절대적인“슬픔의노예가된자”들을“슬픔을무기로삼은자로오해”하기에이른다.
이소설속에도“사람들은결국다비슷한거예요.비슷한아픔,비슷한감정,비슷한경험과반응.그러니당신이기억을잃었다고해서특별한사람은아니라는거지요.”라거나“구원은생각보다쉬워요.마음먹기나름이죠.”라고말하는,소위‘전문가’들이등장한다.그러나주인공유리는타인에대한진정한이해없이내뱉어지는그런말들에상처받지도,휘둘리지도않는다.그렇다고제상처를훈장처럼드러내보이지도,무기처럼휘두르는법도없이,마치좀비에게들키지않기위해무표정의가면을쓴생존자처럼최대한평범함속에자신을숨기고살아간다.
어린시절,엄마의갑작스런죽음이자기탓이라며수군대는어른들의이야기를들은후자기이름의무게에매몰된유리,자신의실수로누나를잃고어린조카봄이와살아가는영재,어른들의부재속에빛나는영혼봄이,아내를잃고혼자아들을키우며더치커피가떨어지는속도만큼이나느리게흘러가는시간을견뎌내고있는염소아저씨,심지어유기견바우까지……소설속에등장하는존재들은거의예외없이가족의상실을경험한이들이다.그러나자신의슬픔만돌보는대신이들은마치서정주의〈자화상〉처럼서로의눈에서죄인을읽어내고,서로를보듬기시작한다.유리는같은아픔을지닌어린봄이를만나자신의엄마라면기꺼이했을,혹은절대로하지않았을일들을헤아리며따뜻하게품어주고,열살에갇혀있던자기자신을성장시킨다.그리고너무나다행스럽게도,이한없이여리고부서지기쉬운존재들곁에는“우주의빛쪽에속한인물”들이있다.유리의오랜친구인민주와남편,그리고‘커피먹는염소’의주인인염소아저씨가바로그들이다.

쉽게뜨거워졌다가쉽게식어버리고,이내눈을감거나졸음에빠져드는염소무리들속에도미온을유지하며더는아무도다치지않도록분투하는,야경꾼같은염소들이우리주위에는있다.작가도기꺼이독자들에게그런염소가되어주겠다고말한다.그리고작가는소망한다.생의창밖으로때로는정체모를안개가,때로는거센소나기가찾아오더라도자기고통과두려움만보고벌벌떠는염소무리는되지않기를.날마다유리창을반짝반짝닦으며자신의상처뿐만아니라다른이들의슬픔까지도훤히비출수있기를.그리하여최초로빨간커피열매를먹고낯선불면의밤을보내야했을에티오피아의염소처럼,오분마다숨을쉬러물위로올라와야하는듀공처럼,우리도늘깨어있는고통을감내하며누군가에게따뜻한‘커피먹는염소’가되어줄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