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을 품은 나리송이 (이미은 장편소설)

랑을 품은 나리송이 (이미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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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호국 건국 이래 황실을 수호하던 랑(狼)가의 수장이 제 임무를 방기한 지 어언 오륙십년, 미친 선황의 손에 의해 수많은 황족의 목이 베이고 하늘 아래 그 피는 오직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황족마저 황실에서 벗어나려 웅크렸던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황좌가 무에 그리 좋다고 난리들인지.’ 제 뿌리를 그대로 뽑아내 온몸을 옥죄는 족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호 시연. 그러나 고작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그저 옛 신화라 생각했던 얘기들이 실제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붙잡기 시작한다. ‘정녕 당신은 신이란 말입니까?’ 오백년 전부터 예견되어 있던, 천신의 마지막 후손과 가장 강한 지신(地神)의 만남.
저자

이미은

저자이미은은사랑하는가족과,DS그리고PS가있기에오늘도포기하지않고도전중

출간작
인당수에핀연꽃송이

목차

1.신화의서막…7
2.하늘신의피…103
3.그래야했던이유…213
4.돌고돌아,맞물리다…297
5.유한함의가치…367
6.맹약의대가…399
외전…413

출판사 서평

《인당수에핀연꽃송이》와이어지는세계관의동양판타지!
신과요괴,그리고인간이어우러지는신비한이야기속으로의여행!

맹약에묶여오백년을기다린늑대신!
그리고마침내이루어진약속!


호국건국이래황실을수호하던랑(狼)가의수장이제임무를방기한지어언오륙십년,미친선황의손에의해수많은황족의목이베이고하늘아래그피는오직하나만남았다.
그리고마지막황족마저황실에서벗어나려웅크렸던몸을움직이기시작한다.
‘사람을미치게만드는황좌가무에그리좋다고난리들인지.’
제뿌리를그대로뽑아내온몸을옥죄는족쇄에서벗어나고자하는호시연.
그러나고작한걸음을내디뎠을뿐인데,그저옛신화라생각했던얘기들이실제가되어그녀의발목을붙잡기시작한다.
‘정녕당신은신이란말입니까?’
오백년전부터예견되어있던,천신의마지막후손과가장강한지신(地神)의만남.

뒷카피

[하면반려를주마.
네게,온전한,반쪽을주마,외로운늑대야.]

맹약은오백년이흘러쇠하고,
모든것을포기한채눈을돌린늑대의앞에그녀가나타난다.

“저를보십시오.불행해보입니까?물론과거는좀불행했을지도모릅니다.그러나전지금목표가있습니다.같이그것을이룰이들도있죠.보세요.당신의선택은절불행하게하지않았습니다.”
자신의손으로미래를개척해나가기위해움직이는여인,호시연.

“그렇게라도부르지않으면,속에서들끓는이감정이무엇인지알수가없어서나는결국미칠지도몰라.반쯤미친채로자격없는황비의손을잘라서라도옥새를빼앗을게분명해.”
맹약과제감정사이에서손을뻗는늑대신,랑키안.

“그렇다면,내옆에있어요.나는당신의옆에있어줄게요.”

※출판사리뷰

<랑을품은나리송이>는<인당수에핀연꽃송이>와연작으로,같은작가의동일한세계관을기반으로한소설이다.신이존재하는세계,그러나사람들의믿음을잃은신들은힘을잃어가는세계에서신이존재함을,그리고자신이그신의핏줄임을알게된여자와신으로서,오백년이넘는시간동안맹약에묶인채삶의의지를잃어가고있던가장강한신의이야기는독자들을동양적인환상의세계로초대하기에충분하다.


※편집자코멘트

운명을개척하려는나리꽃을닮은그녀호시연,오백년전맹약에묶여지쳐가던늑대신랑키안.이둘의인연이얽히면서풀어나가는이야기를보면신화라는것이어떻게탄생되었나를느끼게해준다./(편집자C)

황족은신의후손이라하였다.하지만그말을정말로믿는사람은이제적어진시대에황족으로태어난여자는스스로설자리를찾기위해제게주어진것들을포기하고세상과맞서려한다.그과정에서그녀는진짜운명과맞닥뜨리고저를둘러싼모든것들에혼란을느끼기도하면서성장해나간다./(편집자L)

책속으로추가
“무……쿨럭쿨럭!무에?늑대신말인가?아니어찌천신의후예와늑대신이가례를올린단말이야?”
“에라이,이사람순진한것보게.세상천지신이어디있는가!그것들다아헛소리야,헛소리.꾸며낸얘기다,이말이지.”
“쉬이!미쳤나.황족들은신이여!그머리칼이며눈이며땅의것이아니잖어.게다가‘하늘’을움직…….”
잔뜩겁먹은사내의모습에주변에서잇따라웃음이터져나왔다.대낮부터술을입에퍼다나르는사내들의목청은걸걸해서,순식간에주점안이시끌벅적해졌다.그중에서도흥미진진하게전개되는두사내의얘기에귀를기울이던또다른사내가술병을들어올리며말했다.
“푸흐하핫!저사람은어디동굴에처박혀있다나왔나.보게,내가상단일을하는데말일세.저―먼서역어딘가엔갈색머리통이흔해빠졌다네.그피가이어진게지.그리고‘하늘’이라고?푸하하!사람이비를내리고천둥을친다고?그걸대체누가보았단말인가.정녕황족들이신의후예라면어찌하여작년가뭄때비를내려주지않았단말이야?여태껏그걸믿는순진한인간이과연있을까싶었더니바로예있었구만그려.”
상인이라스스로를밝힌남자의박장대소에이번엔주모가얘기에끼어들었다.그녀는물묻은손을치맛자락에대충문질러닦고는상인의등짝을있는힘껏내려쳤다.
철썩!살갗이맞부딪치는찰진소리사이로사내가비명을내질렀다.
“아악!왜,왜그러는게야!”
“예끼!예서하늘이노할얘기하지마!저예국에서수룡을부리는이가수신에게가서약을받아왔다는얘길아직도못들었어?신이노해서내가게에벼락이라도떨어지면등짝으로는안끝날줄알어!”
“아이고,아거참신이어디있다고이난리야,난리가!아파죽겠네.”
상인이라스스로를칭한사내는사내들중에서도복장이꽤나멀끔해서,겁을집어먹었던사내가주모의눈치를보며슬쩍운을뗐다.
“하면그,황자는뭐란말이오.”
뜬금없는질문에,상인은얼얼한등을매만지며되물었다.
“황자가왜?”
“거황족들이머리색이며눈색이서역에서온것이라면황자는뭐냔말이오.듣자하니황자는머리고눈이고시꺼멓다더만.우리들처럼.그럼황자는…….”
사내는여기서한껏목소리를낮췄다.
“소문처럼황비가사통(私通)해낳은…….”
사내의말은우물거리다입안으로숨어버렸다.주모의매서운눈빛에겁을집어먹은탓이다.그러나이미뱉어진말만으로도뒷내용은충분히짐작할만한것이라,상인은눈을반짝이면서도꽤나근엄한척턱을쓸어내렸다.
“흐음.글쎄,모를일이지.황비가다른남자와정을통한것일수도있고.”
상인의의견에사내들이웅성이며서로머리를맞댔다.해가쨍하니떠있는하늘아래에서술안주로높으신분들의부정얘기보다더맛난것이어디있겠는가.웅성거림사이에서의견은대체로둘로나뉘었다.황비가부정을저질렀다는이들과,황자가무능력해까만색을갖고있다는쪽으로.사내들의반응을즐기듯상인은눈을가늘게뜨며말을이었다.
“그래도그뭐냐,황족들중에는검은머리도몇있었다하니아닐수도있고…….”
“아거맞다는거여아니란거여?”
한사람이짜증을내자상인은어깨를으쓱였다.
“모를일이지.그걸내가어찌아나?배맞은인간들이알일이지.”
에라이,모르는데왜그리말을질질끌어?술이거나하게취한몇몇이불평을늘어놓자,상인은입술을비틀어올렸다.그는술을가득채운술잔을들어올리며의뭉스럽게말을이어나갔다.
“황비가정신이나가입을열지않는이상아무도모를일이지않은가.한데참으로이상하지.왜,십인의열사말일세.고관대작이하나도아니고열이나목이잘렸어.왜그랬을까…….황비가미치지않고서야그만한이유가있지않겠는가.아하!그러고보니황비외가가그,뭐냐,무가로유명하지않았던가?허어,그게또그리되는구먼.”
십인의열사하면얼마전치러진황녀의가례다음으로저잣거리에서유명한얘기였다.정통한계승자인황녀를밀어내고억지로가례를진행시킨황비에게맞서다정의롭게목숨을잃은열명의고관대작.그들의영웅적인행보에대한얘기는암암리에호국전역으로퍼진지오래였다.의도가고스란히드러난말은술에취한이들이라할지라도알아들을수있을정도로쉬웠다.옹기종기모여앉은사내들이서로의미심장한시선을주고받았다.술이거나하게취해시뻘건얼굴들과는달리,서로주고받는목소리는낮고또진중했다.그런사내들의모습에상인은남몰래입술을비틀어올렸다.대낮에주점에모인사내들.이들중절반은보부상이고,이야기꾼이고,상인이었다.말을전하고퍼뜨리는이들.소문을내기에이보다좋은장소는없으리라.웅성거림중에퉁명스러운말이툭하고튀어나왔다.
“황녀는무슨죄람!”
이번에는주모도말리는대신혀를차며가여운황녀가안쓰럽다는생각을했다.
소문은그렇게퍼진다.작은의심에누군가가돌을던지면,거기에살이붙고덩치가거대해져저잣거리를휘감고도는것이다.
저마다의생각에빠진이들은,술상에돈을올려놓은상인이어느새사라졌다는것도눈치채지못했다.
(중략)
초봄,아직겨울의추위가전부가시지않은그날은호국의적통계승자이자제1황녀인호시연이궁을나서는날이었다.하늘도배다른오라비에게제자리를빼앗기는신의후예를가엾게여기는지혼례의서막이오르자추적추적비가내리기시작했다.황실의혼례였기에새빨간색으로가득한그곳에서고작열여덟,혹은열아홉쯤되었을황녀는무심한시선으로빗방울이떨어지는하늘과,억지로울음을삼키는궁녀들을바라봤다.그러나바라‘봤다’는표현이무색할정도로그녀의얼굴엔별다른표정이없었다.그저고개가그쪽을향했다는표현이더걸맞을터였다.
세상에알려진바에따르면원치않는가례를올리고있음에도,황녀의얼굴엔한줌의슬픔도보이지않았다.대신그자리를채우고있는것은완벽한무관심이었다.
이상한일이아닐수없다.객관적으로황녀의삶은눈물없이는들을수없었다.황녀가여황의자리에오를수있는성년식을맞이할때까지등뒤에서지켜줘야할선황은의문사했으며,황녀를잉태했던황후는황녀를낳은뒤사망하였으니기댈곳없는황녀는고작3년을버티곤제위다툼에서밀려나버렸다.
아직성년이되지못한황녀는,아무런힘이없었기에.
‘황비마마!이리할수는없습니다!’
‘황족이궁을나서는일은전례에없던일이옵니다!’
황녀의편에서있는그녀의외가와무수히많은권문세가들이이를악물고달려들었으나이미옥새는황비의손안에있었다.고작마흔줄에들어서는황비는궁에남은유일한어른이자관을쓰지못한황제였기에,그녀는입술을비틀어올리며하나하나제뜻을관철시켜나갔다.
전국의유생들이올린수많은상소문들은모두내쳐졌고,목에핏대를세우며소리를높이던문인들은황비의편인무인들의앞에서차례로목이떨어졌다.
그누가붓이검보다강하다하였는가?글로써부당함을바로잡을수있으리라믿는문인들을비웃듯,고관대작열의목이가장먼저떨어졌다.세간에선그들을십인의열사(烈士)라고들치켜세웠으나이미죽은이는저들의이름석자가역사에아로새겨진것을알지못했다.그리고……호국의건국때부터흥망성쇠를같이한고관대작들의목마저추풍낙엽처럼떨어지자상황은급변했다.
유생들은입을닫았다.몇몇은호국에망조가들었다며스스로목을맸다.이름을남긴이가열,이름조차남기지못한이들수십이죽어나간뒤에야날카롭게벼려진검앞에서문관들은파리한안색으로물러섰다.
그리하여호국의역사상없던혼례의서막은,양손으로도모자랄만큼수많은이의목이떨어진뒤에야오를수있었다.황족의비밀을아는가의여부와는무관하게모든문무관이이번혼례에대해가진생각은같았다.황녀를궁에서쫓아내는부당한혼례.그러나모든권력자가올바른선택을하던가.멀리갈필요도없었다.약과술에취해일생을낭비한호국의선황만보아도알수있는일이었다.권력을쥔자가곧정의였고,역사였다.황후는황녀를밀어내고자했고,이를위해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았다.그런황후의밑에서단지그들은선택을했을뿐이다.검을쥐고있는황후의뜻에반대해목을내밀지,아니면그입을다물지.
이것이황실에서가장귀한적통의피를이은황녀가랑(狼)가로쫓겨나듯혼례를치르게된,‘세상’이알고있는이유였다.명분은아이러니하게도궁내에서몇번이고죽을위협에노출되어있던황녀의신변보호였다.
톡,톡,쏴아아─.
“비가…….”
몇방울떨어지던것이일순간쏟아져내리기시작하자,시연은연지를칠해열매처럼붉은입술을달싹여중얼거렸다.봄비라가벼이넘기기엔그양이많았다.그러나신랑을맞이하기위해서있는신부에게비를피하라불러들일수있는것은오직그녀보다신분이높은자뿐이었다.귀한황녀가비를맞기시작하자내관들이발을동동굴렀다.하지만그녀의등뒤에놓여있는,신부가떠나기전까지자리를지켜야할황비의좌(座)는텅비어있었다.혼례가치러지는곳으로는눈길조차주지않고있다는황비가새삼황녀가비맞는것이걱정되어달려올리없음을이자리에있는이들중모르는자는없었다.
하여비를막는것은오로지그녀의머리위로드리워진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