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의 꽃달 2 (이영희 장편소설)

화인의 꽃달 2 (이영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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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꽃의 나라 화가야, 그곳에서 벌어지는 꽃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
화가야의 유일 왕자인 겸은 늘 꽃달이 뜨는 밤이면 자신의 꿈에 나타나는 향기로운 여인이 누군지 궁금하다. 그러던 중, 일 년간의 외유 끝에 화가야로 돌아온 그는 꽃가루 염증병으로 그 좋아하는 꽃을 멀리하다가 드디어 병이 다 나아 내화원에 들르고, 그곳에서 얼굴과 온몸에 멍 자국이 가득한 한 여인, 솔나를 만나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에 겸은 화원장과 궁녀장 등 모두가 반대하는 것을 물리치고 여인, 솔나를 제 궁으로 데려온다.

솔나, 그녀의 정체는 백일홍 꽃의 정령이자 화인으로 겸을 만나 그를 사랑하게 되어 온전한 인간이 되고자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겸은 솔나와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솔나는 사랑하는 그의 곁에 있고자 온갖 수난을 묵묵히 감내한다. 겸은 점점 솔나에게 끌리고, 그녀를 마음에 담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이 그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이런 중 왕자의 국혼이 결정되고 그 상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물인데…….
저자

이영희

저자 이영희는 경남 진주 거주.
꽃을 사랑하는 글쟁이.
사람들의 삶과 닿아 있는 꽃의 이야기, 야생화 향기가 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2011년 <영남문학> 중편 <배꽃 이울다> 신인상 수상 및 등단
2012년 제3회 통일부 주최 창작동화 <북에서 온 지니> 수상
2013년 대한민국e작가상 가작 수상
2016년 5월 <배꽃 이울다> 출간

현재 화가야 시리즈 계속 집필 중

출간 예정작
화가야 Vol. 2 <이랑비랑 한약국>

작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jjjgarden

목차

1. 혹시 나를 잊으셨나요?
2. 우리가 함께한 추억
3. 내게 행복인 사람
4. 기억은 매일 새롭고
5. 나의 연모는 변치 않는다
6. 비밀은 흐드러진다
7. 숨겨진 보화와 같이
8. 국혼의 초야
9. 다정하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10. 당신이라서 고맙습니다
11. 외사랑이 앗은 생명
12. 행복 그러나 비탄
13. 모든 인연이 풀리다
14. 무화과나무에 첫눈 스치고
15. 피어나는 봄날
작가 후기

출판사 서평

죽음이 갈라놓은 연모
당신은 생의 편에서, 나는 사의 편에서!
하지만 끊지 못한 마음은
또 한 번의 연모를 허락받을 수 있는 것일까?


“꽃 중에 제일 많은 색이 무엇이냐?”
“아무래도 붉은색이 아닐까 하옵니다.”
“맞아. 하면 사람의 피의 색깔은 무엇이냐?”
“또한 붉은색이옵지요.”
“바로 그것이야. 사내의 몸에 여인은 피처럼 새겨지는 존재란다.
온몸을 붉게 휘감아 도는 피가 사람을 살게 하는 것처럼
연모하는 여인은 사내에게 목숨이 되는 법이지.
넌 나한테 그래.”

이제 영원히 생(生)도 함께! 사(死)도 함께!

※편집자 코멘트

꽃의 나라 화가야 그곳에는 화인이 있다. 꽃의 정령인 화인과 그곳을 다스리는 왕과의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사랑과 인연 그리고 운명을 노래한 작품이다. 화가야 시리즈 중 첫 번째인 화인의 꽃달! 여러분들도 함께 아름다운 화가야에 빠져 보시길 바랍니다. / (편집자 C)

꽃으로 시작되어 꽃과 함께 절정에 오르고 꽃으로 끝난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꽃의 나라 화가야, 꽃과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꽃처럼 향기롭고 꽃처럼 우아하지만 또한 꽃처럼 슬프기도 한 이야기이다. 꽃을 좋아한다면 매회 등장하는 꽃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 (편집자 L)

흰나리 문양을 가지고 태어난 화가야의 유일 왕자 겸과 그를 사랑하여 사람이 되고 싶은 백일홍 솔나의 애절한 사랑! 꽃이 사람이 되었다는 ‘화인’의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신비의 나라, 화(花)가야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판타지 로맨스! 글 전체에서 물씬 흘러나오는 꽃향기에 취해보시라! / (편집자 G)

※책 속으로(발췌)

꽃달이 뜨는 밤.
화(花)가야의 밤하늘 위에 꽉 찬 둥근 달이 걸렸다. 그리고 달의 주변으로는 하얀 달무리 대신 갖가지 꽃송이의 꽃무리가 떴다. 달만큼이나 밝게 제각각의 빛을 내는 꽃송이들. 밤은 까만데 꽃달 주변은 온통 불꽃놀이라도 하는 듯 화사했다.
매달의 마지막 날, 화가야의 밤하늘에는 꽃달이 떴다.
화가야의 궁궐인 태양궁.
그중에서도, 유일 왕자 겸의 궁실인 양화관(陽花館)의 내실.
내실의 방문이 열리고 한 여인이 들어섰다. 하얀 자리옷을 입은 여인은 이부자리에 누운 겸의 곁으로 다가갔다.
물끄러미.
여인은 잠이 든 겸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몸을 낮추어 앉았다. 그리고 옷자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겸은 잠에서 깨어났다.
여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얼굴을 알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겸의 심장 가운데로부터 찌릿찌릿 전율이 퍼져 가기 시작했다. 겸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여인의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겸의 손길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오슬오슬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익숙한 향기가 겸의 코끝에 와 닿았다. 마치 수백 송이의 꽃잎을 향낭에 넣고 흔들어대는 것처럼 짙고도 어지러운 향기. 세상 그 어느 꽃향기보다도 더 매혹적인 향기가.
그리웠다. 네가 많이 그리웠어. 기다렸다. 내 너를 오래 기다렸어.
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인의 얼굴이 겸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왔다. 여인의 붉은 머리카락은 마치 족쇄처럼 겸을 가두고 겸은 여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잠시 후, 겸의 숨결이 달뜨기 시작했다. 여인의 몸을 밀어내며 가만히 쳐다보더니 여인에게 입을 맞추었다.
맞닿은 입술은 달았다. 마치 꿀을 찾아서 더듬이를 팔랑이는 나비처럼 겸의 입술이 여인의 입술 위에서 미끄러졌다. 여인의 목덜미를 안아 쥔 겸의 손가락 사이에서 윤기 나는 붉은 머리카락이 흘렀다.
우수수!
여인의 머리카락에서 꽃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처럼 붉은 꽃잎이었다.
떨어져 내린 꽃잎들은 겸의 어깨 위에, 팔뚝 위에, 가슴팍에 쌓여갔다. 겸과 여인 사이에는 놀랄 틈도 없이 커다란 꽃자리가 만들어졌다.
순간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겸은 여인의 옷자락이라도 잡아보려고 했지만 웬일인지 손끝 하나 달싹일 수가 없었다. 발소리도 없이 여인은 겸에게서 멀어져 갔다.
“가지 말거라! 가지 말아!”
겸이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여인의 몸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었다.
“가지 마! 제발!”
겸의 목소리가 어느새 물기에 젖었지만 멀어지는 여인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았다. 겸의 심장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 극심한 통증은 목이 마르게 치밀어 올랐다.
“제발!”
비명 같은 절규를 내뱉으며 겸은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간에 내실을 둘러보았다. 넓은 내실 안에는 겸 혼자 잠들어 있었다.
그랬다. 그것은 겸의 꿈이었다.
밝게 빛나는 꽃무리를 거느린 꽃달이 뜨는 밤이면 늘 꾸었던 꿈.
어김없이 자신을 찾아오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
겸은 손을 들어 올려 얼굴을 만져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에 양 볼이 흥건히 젖었다.
“도대체 누구냐? 넌……?”
아직까지도 심장의 통증이 얼얼했다. 주인을 찾지 못한 달뜬 숨결은 여전히 가쁘게 오르내렸고 입술에 남은 여인의 향기도 그대로였다.
여인을 향한 겸의 갈망은 잠까지 깨뜨릴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봄의 셋째 달, 오월의 하늘에는 연노랑의 구름이 떴다. 겸은 시종장과 함께 내화원(內花園)을 산책하고 있었다.
머리 뒤로 반만 묶어 어깨를 따라 늘어진 겸의 머리카락은 윤기가 흘렀다. 한쪽만 쌍꺼풀이 진 눈의 먹물 같은 눈동자에는 긴 속눈썹이 그늘을 드렸다. 얼굴 가운데에 오똑하게 자리한 콧날은 반듯했다. 단정하게 맞물린 입술은 꽃빛이었다.
가야의 복색을 그대로 따른 왕자포의 가슴에는 흰나리(백합)를 수놓았고 양어깨에는 왕실 문장인 수정나비가 내려앉았다.
팔랑! 팔랑! 팔랑!
겸의 흰나리(백합) 향에 홀린 나비 떼가 수풀처럼 날아들었다. 팔가리개를 했는데도 나비 떼들은 겸의 향기를 놓치지 않았다.
갑자기 성큼성큼 놓이던 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어깨 위에 앉은 수정나비 한 마리를 검지에 앉히더니 입 쪽으로 가져갔다.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뭐라고 속삭였다.
팔라라라랑-!
겸이 손을 한 번 젓자 손가락에 앉았던 수정나비가 공기 중으로 날아올랐다. 겸을 감싸고 있던 모든 나비들도 동시에 몸을 날렸다.
“무어라고 말씀하신 것이옵니까?”
매번 보는 풍경인데도 시종장은 볼 때마다 넋을 놓았다.
“내화원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을 찾으라 했네.”
“네? 온통 꽃 천지인 꽃 궁실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라니요?”
내화원은 태양궁의 꽃 궁실이었다.
“가르치지 않아도 꽃은 나비를 부르고 나비는 꽃을 찾는 법. 꽃의 아름다움을 제일 공평하게 평가할 이는 바로 나비가 아닌가?”
“짓궂으시옵니다.”
“하하하! 수정나비들의 섬세한 눈을 믿는 것이라네. 꼬박 이 년이 넘도록 와보지 못한 내화원이 아닌가? 혹 진귀한 꽃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적이 궁금하네.”
“꽃가루 염증병은 참말 괜찮으신 것이옵니까?”
“이렇게 꽃 사이를 걷고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것을 시종장도 보고 있지 않은가?”
한창 말이 오가는 중인데 저만치 공중에 나비 떼가 벌써 멈추어 있었다.
“어떤가? 시종장! 나비들이 벌써 찾아내었네.”
손을 들어 가리키는 겸의 입가가 부드럽게 풀렸다.
“가보세. 우리 수정나비들이 얼마나 섬세한 안목을 지녔는지.”
겸이 앞장서 걸어가자 시종장은 조금 떨어져 뒤를 따랐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나비 떼는 동그라미를 그렸다가 팔자를 그렸다가 하면서 한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나비들이 모여든 곳은 꽃잎 위가 아니었다. 나비 떼가 가리키는 곳에는 등을 돌린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이런! 오늘은 수정나비들이 실수를 하였군!”
겸의 입술이 더 부드럽게 풀리면서 발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각! 사각!
하며 겸의 심장이 소리를 냈다. 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각! 사각! 사각! 심장이 다시 소리를 냈다.
뭐야? 왜?
겸이 앞으로 나가질 못하고 주춤거렸다. 심장에 손을 얹으며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겸은 가던 길을 바꾸어 여인을 바라보았다.
설마, 저 여인 때문에?
겸의 인기척을 느낀 여인도 몸을 돌렸다. 겸을 발견한 여인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휘둥그레졌다.
여인은 스물이 갓 된 듯 보였다.
단을 드리운 머리카락은 밤처럼 까맸다. 방금 씻은 듯 말갛고 투명한 피부에 양 볼과 입술은 요사스러울 만큼 붉은색을 지녔다. 세상의 여인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그와는 대조적으로 드러난 얼굴 밑과 목, 손등이 온통 퍼런 멍투성이었다.
“누구냐? 넌?”
여인은 궁녀의 옷차림이 아니었다. 민가의 백성들이 입는 치마, 저고리를 입었다.
“…….”
한낮의 화가야 태양궁에 왕족도 아니고 궁녀도 아닌 여인이라니?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없는 내화원에? 게다가 저 멍투성이의 모습까지?
“왕자님! 오셨나이까? 꽃가루병이 다 나으신 것이옵니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서 있는 겸의 곁으로 다선이 다가왔다. 내화원의 화원장인 다선은 스물네 살인데 겸만큼이나 수려한 외양을 지녔다. 일을 하다가 왔는지 팔에는 토시를 끼고 있었다.
“다선! 도대체 이 여인은 누구인가?”
다선의 대답이 쉽게 건너오지 않았다. 다선 또한 겸만큼이나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어찌 답이 없는 것인가?”
“궁 밖에서, 데려, 온 저의, 사람, 이옵니다.”
당혹스러움을 걷어낸 다선이 망설이듯이 여인을 소개했다.
“태양궁에 있는 여인이 어찌 화원장의 사람이란 말인가?”
“기억을 잃고 저자를 떠돌던 아이이옵니다. 내화원의 일손을 도우라 제가 거두었습지요. 태양궁의 녹을 먹지 않사옵니다.”
“그래?”
“예를 갖추거라. 화가야의 유일 왕자님이시니라.”
겸을 지나온 다선의 말은 여인에게 와 닿았다. 여인이 고개를 숙여 예를 올렸다. 그러자 알 수 없는 향기가 진동을 했다.
사각, 사각, 사가가가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