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화: 요괴의 꽃 (김선정 장편소설)

요화: 요괴의 꽃 (김선정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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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요화(妖花). 북쪽의 요화를 이제야 찾았다.”
김선정 장편소설『요화: 요괴의 꽃』. 휘영청 밝은 달이 뜬 오밤중, 설산을 내려가다 산적을 만나게 되는 홍이. 그런 홍이를 구해준 사내는 다름 아닌 설산의 요새를 다스리는 북쪽 요괴 무연이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운명의 반려, 요괴의 꽃이라 불리는 요화(妖花)임을 운명적으로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북쪽의 요새에는 오래도록 그를 마음에 품어온, 선대 두령의 딸 화람이 있었다. 무연과 홍이, 그리고 화람의 주변으로 거친 눈보라와 같은 운명이 휘몰아치는데…….
저자

김선정

88년황금용띠.라믿고싶은여자.수다쟁이,유리멘탈.그리고넘치는잔정.글을잘쓰는사람도되고싶지만,가장먼저마음에남는글을쓰는사람이되고싶다.손가락이닳아없어질때까지글을쓰는게목표.출간작《화영:꽃의그림자》(E-book),《그녀를두드리다》(E-book)출간예정작《구미호의색》(E-book),《낭의가시》(E-book),《은조해성전》(E-book)《야수의정원》

목차

서장.그대,눈처럼내게젖어들라
제1장.새싹이움트다
제2장.얼지않는꽃
제3장.비틀리는바람
종장.설산에피는꽃
설산에남은이야기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눈보라가휘몰아치는북쪽의설산.
그곳에는아주아름다운요괴들이살고있다.

“나는너를……아주오래기다렸다.”

북쪽의요새를다스리는두령,무연.
운명의장난인지,무연이찾아낸요화는평범한인간여인인데…….

운명처럼조우한북쪽의요괴무연과무연의요화로서태어난인간홍이.
요괴와인간,그들이그려내는매혹적인꽃과같은이야기.

※편집자코멘트

태초의어둠에서태어나북쪽요괴두령이된무연은요화를만나지못해완전한힘을사용하지못한다.어느날인간들의세상에나왔다가눈산에서한인간여자를만나고,그녀가자신의반려인요화임을알아본다.무연은그녀의의지를반하고강제로취하고싶지만않아그사실을숨기고다가간다.서로에게끌리는둘에게넘어야할산이있다면전대두령과요화의사이에서태어난화람이었다.한인간과두명의요괴,얽히고설킨인연과그실타래를풀어나가는이야기의첫번째에피소드!이후외전에서보이는다음이야기의실마리!여러분들도함께상상해보길바랍니다!/(편집자C)

인간이면서요괴의반려로태어난홍이.태어나자마자어미와아비에게버림받고길러준할아버지마저세상을뜬후에만나게된요괴에게홍이는마음을줘버리고만다.그리고그녀를아주오랫동안기다려왔던요괴무연.운명처럼,혹은우연처럼만나게된그녀를마음에담은무연은스스로의진심을알아차리지못한채다른요괴의습격으로부터요새를지키기위해고군분투한다.요괴와인간들이사는세계,시시각각위험이닥쳐오는위험앞에선그들의첫번째이야기가시작된다./(편집자L)

각기다른요술과생김새로동서남북사방으로나뉜요괴들이사는세상.새하얀피부,반짝이는금발,물색눈동자를가진설산북쪽요괴의두령무연과인간이지만두령의운명의반려,즉요화의증표인붉은눈을갖고태어난인간홍이의가슴설레는로맨스가펼쳐진다.매력적인2세들이등장해회수되지않은떡밥이즐비한소책자외전까지!대서사시가시작되는1부로부족함이없다.다음이야기가기다려진다./편집자G


책속으로추가

야산에딱어울리는낮은목소리가홍이의귓가를스쳤다.아니,그것은스치는것보단흘러들어오는느낌이나다름없다.휘익날카로운휘파람이그녀의곁을지나간다.뒤를돌아보라는듯,이리오라는듯.
“거,여자혼자두고사내가여섯이라니.어지간히굶주렸나보아?”
낄낄,웃음을터뜨리는목소리에홍이가뒤를돌아보았다.두꺼운음색이마음까지파고들어그녀의머리를홀린탓이렷다.
“뭐야?허참.야이놈아!나와서얼굴을보고말해,얼굴을!”
그의말마따나,구름에파묻힌달빛덕에사내의모습이보이지않았다.어둠으로가려있던그의모습이드러나려면구름이움직여야할터인데,그것의행렬이어찌나긴지달빛이드러날생각을않은채꽁꽁숨어있었다.
산적들의웅성거림이거세지던그때였다.거짓말처럼구름이걷히고,달빛이아래로훤히드리웠다.
“저,저놈머,머리색을좀보,보게!”
“히익!서,설마.설마.”
산적들의목소리가바들바들떨리기시작했다.잔뜩겁을집어먹은그들이히익-괴상한소리를내며뒷걸음질치는소리가들렸다.뽀득,뽀드득.그소리의간격이좁아질때마다사내는그들의앞으로한걸음,또한걸음을옮기고있었다.
“누,눈요괴다!다,다들피해!피해!”
“서,설산요괴!설산요괴가나타났다!”
달빛에드러난사내의모습에산적들이줄행랑을치기시작했다.방금전까지홍이에게치근덕거리던태도는간데없고,그녀만을오도카니남겨둔채저들의발을움직이기에바빴다.
하지만그들이모두달아나던그순간에도,홍이는그에게서눈을떼지못했다.
금색의머리칼이달빛아래에서휘날리며춤을추고있었다.하늘색을닮은눈동자가하얀눈발에반사되어반짝이는데,그것이어찌나아름다운지홍이의입이다물어질생각을않았다.
요괴,라불리는것도이상할것이없는모습이었다.마을사람들에게전해져내려오는이야기로만알고있던,그런모습.
“그대는왜도망가지않고.”
뽀드득.
사내의걸음이홍이를향해왔다.희미하게떠오르는조소가유독아름다워보인건왜였을까.
“나를그리뚫어져라……쳐다보는가.”
또다시뽀드득.눈을밟는소리와함께사내가홍이에게가까워졌다.하늘색,혹은물색과같은눈동자는날카롭게찢어져있었다.손을베어버릴듯날렵한눈매와흩날리는금색물결이퍽잘어울렸다.
“요괴…….”
“그렇다면,더욱도망가야할터.”
길게뻗은그의손가락이홍이의턱을부드럽게쓸어내렸다.손톱의끝이와닿는느낌이어쩐지오싹했지만,그녀는여전히도망갈생각을하지않았다.
다리가꽁꽁굳어버렸다거나,두려움에잔뜩젖어도망가지못하는게아니었다.그저그자리에서떠나고싶지않았다.그뿐이었다.
“저를……잡아먹으실건가요?”
하나그두려움은감출수없는법.바들바들떨리는그녀의목소리에사내가비죽웃음을그렸다.그리고차갑게얼어붙은손톱을바짝세워그녀의얼굴을하나하나훑기시작했다.
맨처음으로는뽀얀살갗을,
“내가요괴라고하여,인간을먹어치운단소리는어디에서퍼졌는지모르겠네만.”
그다음으로는붉은입술을,
“나는……인간을먹지않아.”
뒤이어높은콧대를어루만지던그가한쪽입술을비스듬히말아올렸다.
“네들의생기를빨아먹으며사는것뿐.”
마지막으로사내가홍이의눈을유심히바라보던순간이었다.
“네이름이무어냐.”
그의목소리가괴상하게비틀어지는가싶었다.묘하게꺾인그음색에홍이가몸을흠칫,떨었다.눈을깜빡거리는것과동시에숨을크게들이마셨다.
“워,원래이름은모릅니다.저를주워키워주신조부께서홍이라이름을붙여주셔서…….”
“주웠다?”
날카로운눈매가더욱사납게찢어졌다.저를바라보는그눈매에홍이의몸이또다시흠칫거렸다.잔잔한물이흐르던눈동자가매섭게빛을발했다.당장에라도홍이의몸을찢어발겨죽인다하여도이상할것이없는일이었다.
“당장말하라,그노인이어디에서너를주웠느냐.”
홍이는노인,이라는말에울컥화가차올랐지만지금은자신이가타부타할수없는상황이라는걸잘알고있었다.거세지는바람이라던가,더욱굵어지는눈발이그를말해주고있었다.
꿀꺽,마른침을삼키던그녀가저를뚫어져라바라보는사내를향해입술을달싹였다.흡,숨을들이켜는괴상한소리가괜히거슬릴까지레겁을먹고말았다.
“요……요앞에있는제단에서……데려왔다고했습니다.”
“그계절이겨울이렷다?”
“예…….지금,지금처럼눈이오는…….”
홍이의마지막한마디에사내가히죽웃음을그렸다.손을뻗어그녀의손목을꽉움켜쥔뒤,다른한쪽손으로는홍이의얇은목을덥석잡았다.차디찬감촉에화들짝놀란그녀가그를뚫어져라쳐다보았지만,왠지모르게그를향해입한번뻥긋할수없었다.
“잠시너의기억을들여다볼것이다.”
안돼!소리를지르고싶지만목끝이꽉막힌것같아아무런말이터져나오지않았다.아아,목을긁는신음만이새어나와그녀의마음을전달할뿐.
“만약내예상이옳다면.”
저먼산중턱에서거센바람이몰아쳤다.그녀의얼굴위를내려치고,사내의머리칼을흩뜨렸다.그바람안에담긴건날이잔뜩선칼이분명했지만,어쩐지홍이는춥다는생각이들지않았다.제목을잡고있던그의손이전해주는냉기때문일것이다.
“네가나에게너무늦게온것이겠지.”
도통알수없는소리를남기던사내가홍이의이마에제이마를가져다대었다.그찰나,둘의주위로거친눈바람이일었다.그들을볼수없게하려는듯,아무도접근하지못하게하려는듯.
그렇게나매섭게치던눈바람에둘의모습이파묻혀가고있었다.
매듭달,열이레에일어난일이었다.


가느다란피리소리가구불구불한선율을그리며낮은기와를타고흘렀다.여인들의높은웃음소리와사내들의호탕한웃음소리가그선율에뒤엉키면서주변의공기는묘한흐름으로뒤바뀌었다.
홍등가처럼-물론인간들이만드는홍등가와는전혀다른의미였다.도깨비와는다르게요괴들은붉은색을좋아했다-여기저기붉은빛을비춘기와집은아주넓게,또길게분포되어몇이그곳에머무는지짐작조차할수없었다.
더불어올려다보기만해도온몸으로오도도소름이돋는절벽.그까마득한아래에위치해있던기와집들은뿌연안개를지붕삼아,저들의모습을꽁꽁숨겨놓고있었다.
긴담뱃대를문채,소소하게이야기를나누고있던그들은사람들과는사뭇다른모습을하고있었다.뾰족하게솟은귀와금색머리칼,더불어설산의눈을꼭닮아창백하게느껴지는하얀피부까지.그들은세간에서말하는요괴,다른차원에서태어난존재였다.
그들이살고있는곳은북쪽,살을에는추위만이지속되는지역이었다.간혹날이사납거나,눈보라가휘몰아치는경우가빈번한것은아마그들의영향이크지않았을까.동쪽과남쪽,서쪽에있는요괴들과는다르게거친이들이많았기에더더욱날씨마저도짓궂게변해버린것이었다.
그들에게있어하루의낙이란,긴담뱃대를문채뻐끔거리는것이유일했다.의미없는하루속에,늘반복되는삶을살아갔다.담뱃대를무는것외에또하나의낙이있다면,그것은저들의이야기보따리를풀어놓는것이었다.
인간들의세상에섞여지내다들통이나혼쭐이난일,혹은그들의세상에조화롭게섞여도와주다그욕심에지쳐저들의세계로내려온일등이야깃거리는끝도없이쏟아져나왔다.
물론요즈음화두가되는이야기는따로있었다.
“이번에도요화가태어나지않았다지?”
동서남북.각자의위치에서살아가는요괴들을통솔하는요괴들의두령,그가응당가져야할여인에대한이야기였다.
“서쪽에는진즉태어났다는데,왜북쪽엔여직소식이없을꼬.”
그여인은요괴들의꽃이라하여요화라불리었고,대부분새로운두령이탄생함과동시에함께태어난다하였다.조금늦는경우가있다고했지만,북쪽의요화는벌써이십년째코빼기도보이지않았다.
“흐응,요화의흔적이조금은늦게나타날때도있다던데.내가아닌지몰라.”
콧소리를내던여인이요염하게몸을배배꼬았다.요화가태어나지않을시,가장적합한여인에게그징표가나타난다고하였다.징표는다름아닌붉은눈동자.더불어길게흐르는찬란한흑색의머리칼과눈처럼하얀피부라했다.
물론그들은여인의말에코웃음을쳤다.모두가그러한환상을하나씩갖고있었지만,그것은모두‘환상’에그칠뿐.만약누군가요화였다면,진즉그징표가나타났어야옳은일이었다.
그러나좀처럼나타나지않는징표에오늘도내가요화일것이다,네가요화일리없다옥신각신하는여인들의시샘가득한목소리만더해지고있었다.
뿌연안개를뚫고하얀눈발이소복소복쌓이고있음에도요괴들은아랑곳하지않았다.홍등가에오밀조밀모여저들나름대로의향락을즐기던그때,우렁찬목소리가들렸다.
“두령께서돌아오셨다!”
요새로들어올수있는유일한입구,어둠이집어삼킨뻥뚫린굴로그들의시선이향했다.그곳은바깥과이어져있는제법복잡한굴이었다.간혹호기심에인간이들어오곤했지만,길을잃어목숨을잃는일이부지기수였다.오롯이요괴만이통과할수있지만,북쪽의두령이허락하지않으면요괴라해도쉬이들어올수없는요새의입구였다.
두어달전,인간들이사는곳을둘러보고오겠다며홀로바람처럼떠난그들의두령이돌아온단다.언제오려나,오매불망손을꼽아가며기다렸기에그반가움은배가되었다.
침묵은긴장을불러일으키고,그사이를유독크게가로지르는것은거칠게내뱉는그누군가의한숨소리였다.많은이들이숨죽여요새의입구를주시했을때,낮게깔린어둠을가로지르는금색의빛이보였다.
“두령이다!”
그순간,와아!하는함성과함께수많은요괴들이동굴앞으로달려나갔다.여인들은서둘러치장을하였고,사내들은두령을반기기위해걸음을재촉했다.
조금씩금색의빛이선명해지고,머리칼에이어그의윤곽이서서히드러났다.곱게빛을내는남색의두루마기가그끝자락을살랑거리며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