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비랑 한약국 (이영희 장편소설)

이랑비랑 한약국 (이영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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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화가야」 시리즈 제2권 이영희 로맨스 장펴소설 『이랑비랑 한약국』. 이랑비랑 한약국, 그곳에 이 년 만에 손님이 찾아온다. 이 년 전 이곳에서 함께 살았었던 윤세! 빈유 오라버니부터 동무인 미우까지 어머니를 제외하고 모두가 반기는 그를, 어째서인지 빈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진 두 사람. 하지만 미우가 윤세를 좋아해도 되냐고 묻는 말에 빈하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리고 불현듯 찾아온 잃어버린 이 년 전의 기억! 믿고 싶지 않은 기억의 진실에 빈하는 충격을 받고 윤세를 피하는데……. 그리고 빈하의 오라버니 빈유는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이어지지 못할 인연에 괴로워한다.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화가야, 신비한 꽃의 나라에서 또다시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

이영희

저자이영희는
경남진주거주.
꽃을사랑하는글쟁이.
사람들의삶과닿아있는꽃의이야기,야생화향기가나는글을쓰고싶습니다.

2011년<영남문학>중편<배꽃이울다>신인상수상및등단
2012년제3회통일부주최창작동화<북에서온지니>수상
2013년대한민국e작가상가작수상
2016년5월<배꽃이울다>출간
2016년10월<화인의꽃달>출간

현재화가야시리즈계속집필중

<출간예정작>
<미행어사꽃사건일지>,<온새미로화원>

작가블로그
http://blog.naver.com/jjjgarden

목차

1.달맞이꽃
2.봉숭아꽃
3.까마중
4.엉겅퀴
5.물매화
6.황국
7.차꽃
8.여우꼬리꽃
9.동백꽃
10.개나리
11.비비추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꽃의나라화(花)가야!
꽃으로가득한신비스러운나라에서펼쳐지는
화가야시리즈두번째이야기.


이랑비랑한약국,그곳에이년만에손님이찾아온다.이년전이곳에서함께살았었던윤세!빈유오라버니부터동무인미우까지어머니를제외하고모두가반기는그를,어째서인지빈하는전혀기억하지못하고있는데.
시간이흐르고다시예전처럼가까워진두사람.하지만미우가윤세를좋아해도되냐고묻는말에빈하는어쩐지마음이불편해진다.그리고불현듯찾아온잃어버린이년전의기억!믿고싶지않은기억의진실에빈하는충격을받고윤세를피하는데…….
그리고빈하의오라버니빈유는이룰수없는사랑과이어지지못할인연에괴로워한다.
사시사철꽃을피우는화가야,신비한꽃의나라에서또다시아름답게피어나는꽃의이야기가시작된다.

유월이되니온산천에비비추가피어올랐었습니다.
그리워서,보고파서견딜수가없었습니다.
참아보려하였습니다.
잊어보려고도하였습니다.
하지만빈하는참아지지도,잊혀지지도않았습니다.

일년내내얼음이어는얼음폭포에서
빈하에대한기억을얼려보려고도했습니다.
하지만빈하는저에게언제나봄같은이름이라서
살얼음한번도얼지가않았습니다.
그래서비비추꽃잎이벌어질때마다
제심장도칼로쪼개듯벌어졌습니다.

돌아오는일이저에게는
죽을만치용기를내야하는일이었습니다.
하지만죽는것보다는낫겠지싶어서,

그래서돌아왔습니다.

※편집자코멘트

꽃과사람이어울려사는환상의나라화가야에서펼쳐지는두번째이야기.본의가아닌업보를짊어지고떠나야했던이,그리움과애절함을떨쳐내지못하고돌아오면서이야기는시작된다.사랑을이겨내려하려는남자와사랑의기억을지웠던여자는다시만나사랑을완성할수있을까?독자님의눈으로확인을해보시길바란다./편집자C

전작,화가야시리즈1편이꽃과인간의사랑이야기였다면이번이야기는인간들끼리의이야기이다.기억을잃어버린빈하,이년만에돌아온윤세.그들사이에숨겨진비밀과이루어질수없는연모를시작한빈유의안타까운마음역시갖가지꽃들로인해아름답고향긋하게풀어나가는이야기.전작과마찬가지로꽃을좋아하신다면이글역시마음에들것이라자신한다./(편집자L)

꽃의작가,이영희작가님이꽃향기가듬뿍나는또다른이야기로돌아왔다.한편의향긋한시를읽는듯한문체는몇번을곱씹어도아름답다.돌쟁이때선택한꽃을평생의반려화로삼아몸에새기고,그꽃말처럼삶을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힐링받고싶다면꽃잎이이랑이랑흩날리는이랑풍같은글에마음을맡겨보자./편집자G

책속으로추가

“빈하야,한여름에웬기침인게냐?”
“기후오라버니.”
빈하는입을가리며진료실로다가갔다.지금은약국의점심시간이었다.
삼년에한차례태양궁에서는약사를선출하는과거를시행했다.여기에서삼위안으로급제를해야약국에‘한’이라는이름을붙이는것이허락되었다.국읍(수도)에서도‘한’이붙은약국은몇되지않았다.
“혹또그꿈을꾼게야?”
기후가손에든약재를가지런히내려놓았다.기후는중간쯤되는키에마른몸을지녔다.반으로묶은풍성한머리카락은유난히탐스러웠다.
“네.”
“한낮에웬꿈을?”
내용까지는몰라도빈하가이년동안같은꿈을꾸고있다는것을기후도알았다.
“낮잠에잠시들었는데어지러운꿈을꾸었어요.”
“이리앉아보거라.고약사는잠시출타를하였다.”
빈유는나간모양이었다.기후는약재상자를열더니사간,길경(도라지뿌리)과감초를꺼냈다.일대일같은양으로덜어서일부는유리항아리에담고일부는그자리에서차를우리기시작했다.
“빈하야,이사간이뭔지알지?”
“범부채꽃의뿌리줄기가아닙니까?”
“그럼쓰임에대해서도아느냐?”
“인후질환에가장많이쓰이는약재이지요.길경,감초와함께요.봄가을에캐서수염뿌리는제거하고햇볕에말린후사용합니다.열담으로기침이나고숨이찰때담도제거하고통증을가라앉히지요.”
“약사인나만큼이나잘알고있구나.약학생이되어도되겠어.”
약국에는과거를준비하며약학공부를하는문하생들이있었다.그들을약학생이라고부르는데빈유의약국에는약학생없이빈유와기후둘이서만환자를보았다.
“그렇기야하겠어요?”
“부지런히음용하거라.인후화농(가래)을예방하여줄터이니.혹시게을리먹으면효과를못볼수도있어.”
“명심할게요.”
기후도점심시간을틈타저자에볼일이있다며약국을나섰다.
“어찌그리도오래같은꿈을꾸는것이냐?”
약국을나서며기후가근심스럽게물었다.끓기시작하는찻물을보면서빈하는소리없이웃었다.

한번피기시작한꽃은첫서리가내리기전까지지지않는꽃의가야.봄꽃과여름꽃이어우러진길가에이랑풍을타고내리는꽃잎까지가세하여꽃향기가온몸에저몄다.
윤세는꽃향기에묻혀서그길을걸었다.많이그리웠던풍경이었고,이년만에다시돌아온거리였다.저자길끝에드디어빈유의약국이보였다.윤세의걸음이빨라졌다.문을열고발소리를죽이며약국안으로들어섰다.
“계십니까?아무도안계십니까?”
아무도대답이없었다.윤세는입구를한참둘러보았다.그러다가안쪽으로더들어갔다.진료실이나왔다.문을밀어서열었다.안을천천히둘러보았다.
‘참오랜만이다!이친근한약재냄새도.’
잠시기억속에잠겨있던그의시선이한곳에머물렀다.강인해보이는눈매가살짝찌푸려졌다.
눈을내리깔고미동도없이앉아있는빈하를발견한것이다.일렁이는촛불빛이빈하의속눈썹그림자를길게늘이고있었다.미인은아니지만전체적으로동그란귀여운얼굴.
‘빈하야!’
윤세의입술이소리도없이빈하를불렀다.그의심장에서바스라진돌멩이들이떨어져내리며흙먼지가일어났다.
윤세가자신을쳐다보는줄도모르고빈하는찻잔에서김이오르는것을보고있었다.한잔을더마신후에본채로돌아가려던참이었다.그런데갑자기차를끓이던불빛이일렁였다.
‘웬바람이?’
의아한빈하가고개를돌리니닫아놓았던진료실문이열려있었다.그리고열린문너머에서있는윤세가보였다.처방실의문지방에맞닿게큰키,반만묶어어깨위로늘어진거친머릿결,검게그을린얼굴에날카로운눈매,곧은콧대와강인한입술,옷위로드러난단단한상반신.
어깨너머로는이랑풍의꽃잎이떨어져내리는데윤세에게서는시린겨울이풍겼다.마치얼음폭포를타고내려온한마리늑대같았다.빈유나기후와는완전히다른모습이었다.
“누구……세……요?”
괜히말소리가떨렸고빈하는윤세를알아보지못했다.
“진료를받으러오셨습니까?”
윤세는답이없었다.
“아직점심시간이끝나지않았어요.이각(30분)후에다시오시지요.”
빈하가문쪽으로다가가며손짓으로밥먹는시늉을했다.문고리만잡고선윤세는여전히말이없었다.
“혹여말을알아듣지못하세요?”
빈하가진료실을완전히나오자빈하와윤세가마주보고서게되었다.윤세가잡고있던문고리에서손을뗐다.빈하가계속고개를갸웃거리자둘사이에침묵이흘렀다.
그때윤세의왼쪽소매에서꽃다람쥐한마리가기어나왔다.화가야의다람쥐답게줄무늬대신분홍색해당화꽃무늬를지녔다.하지만보통의꽃다람쥐는갈색털에각각의꽃무늬를지닌것에비해서머리부터꼬리끝까지온통붉은색털이었다.
붉은꽃다람쥐는윤세의가슴을타고올라가어깨에앉았다.윤세처럼빈하를빤히보는데눈동자가까망과빨강으로두가지색이었다.몸도눈동자도처음보는색깔이었고빈하는그것이신기했다.
“빈하야,잠시약국에다녀오마하더니어째한나절이냐?기다리다지쳐서찾으러왔다.수는언제놓을참이야?”
본채와통하는쪽문이열렸다.수놓을거리를손에든미우가약국으로들어서고있었다.
“미안하구나!차한잔마시고가느라고.오라버니들은다출타를했고나도그만안채로가려는데약국에손님이오셨어.”
“그래?지금은점심때인데.”
“모르고찾아오신모양이야.”
“가셨다가다시오시라고말씀드리지않고?”
“얘기했는데.이분,말을알아듣지못하는모양이야.”
“그래?”
미우가빈하쪽으로다가왔다.그러자윤세가미우쪽으로고개를돌렸다.윤세의얼굴을확인한미우의눈이화등잔처럼휘둥그레졌다.손에서수놓을거리가떨어졌다.
“윤,세……오라버니?”
더듬거리며윤세의이름을부르는미우의얼굴이하얗게질렸다.
“어째너는아는분이냐?”
빈하의고개가한쪽으로더기울어졌다.하지만의아한빈하의물음에미우도답을못했다.
“미우야.”
그제야윤세가미우를소리내어불렀다.그의입술이서글프게구겨졌다.붉은다람쥐는다시윤세의소매속으로숨어버렸다.

이틀째이랑풍이불었다.꽃잎이쉼없이휘몰아돌며꽃대사이를스쳤다.바람에싸여이랑이랑흩날리는꽃잎이담장안을훔쳐보며지나갔다.
“오라버니!소녀빈하예요.부르셨어요?”
“그래.들어오너라.”
잠시건너오라는부름을들은빈하가사랑채빈유의방으로들어섰다.약국도문을닫았고곧저녁밥을먹을시간이었다.
윗목에빈유가앉아있었다.하루종일약국일을보았는데도구김이별로없는바지저고리가빈유의조심스러운성격을보여주었다.눈에확띄는미남인데스물세살의나이임에도앳된모습은빈하와마찬가지였다.
그리고옆에는겨울의기운을몰고왔던윤세도있었다.빈하는갑자기저고리앞섶이서늘해지는것을느꼈다.
“왜그리서있는게야?앉거라.”
빈하는빈유앞에놓인방석에가서앉았다.
“인사하거라.내오랜지기인설윤세야.”
“안녕하세요?”
빈하가그제야윤세에게아는척을했다.붉은다람쥐는윤세의옆에앉아있었다.
“네.”
서늘했던첫인상만큼이나윤세의음성도서늘했다.
“어제는결례를하였어요.저랑전에알고지냈던분이시라는데.”
“괜찮습니다.연유는고약사에게들었고요.”
짧게답하는윤세의입김에서도서리가뚝뚝떨어지는것같았다.
“당혹스러우셨겠어요.”
“아닙니다.”
답은빈하에게하면서도윤세는빈유를보았다.
“차를좀준비해주겠니?이씨아주머니는손이바쁘시다는구나.”
“알겠어요.마루에서차를나누시지요.이랑풍이불고있으니함께보시면좋을것이에요.”
야무지게대답을하고빈하가나갔다.윤세의시선이방을나서는빈하의뒤를따르다가원망이담긴눈으로빈유를보았다.
“아주머니도계신데일부러빈하를불렀는가?”
윤세의손이파르르떨렸다.
“그러는자넨왜다시돌아왔는가?”
가늘게떨리는윤세의손을빈유는알아차렸다.
“빈하때문에돌아온것이아닌가?내가잘못알았는가?”
“……그렇지.”
망설이면서도확고한대답이었다.
“하면빨리부딪치는것이자네에게도,빈하에게도좋을것이네.”
“내게도,빈하에게도시간이필요하네.”
“벌써이년이지났네.”
“이년이라?”
윤세의굵은눈썹이움찔거렸다.
“상처만주고떠났던나일세.이년이라는시간을벌써라고말할수는없겠지.”
“해서,시간이더필요하단말인가?”
“글쎄…….”
“언제까지객사에머무를텐가?기숙실이비어있으니속히약국으로들어오게.”
“안채어머니께서도아시는일인가?”
“어머니야약국의일에는상관치않으시네.어머니를배려하지않았다면자네를약국이아닌사랑채로들였을것이고.”
“본채와붙어있으니늘마주치며봐야할텐데.나는그냥객사에머물러도아무상관이없네.”
“내가상관이있어.오랜벗을객사에머물게할수야없지.”
“생각해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