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사람,낯선환경이필요해집을떠나홀로내려간곳에서
만나지말아야할사람을만나버렸다.
불편한마음은어느새다른감정이되어자라나고.
“혹시제가언니랑아무관련없는사람이었어도,
그래도전안되는건가요?”
그녀와의관계를굳이정의하자면,그냥이웃사촌이라는것.
그이상은절대될수없는관계.그래서는안되는사이.그뿐이다.
“그질문에대답한다고달라지는게있나?
대답듣고,마음아프지않을자신있어요?”
사랑하면서도겉으로드러낼수없는마음.
축복받을수없는인연.
우리는왜이렇게힘든사랑을택해야만했는지.
그럼에도우리는…….
“가요.끝까지함께가봐요.”
출판사리뷰and만든이코멘트
형부가될뻔했던남자와처제가될뻔했던여자.혹자는그들의만남이막장,혹은치정이라할지도모른다.하지만첫만남이남자와여자가아니었기에그들은많이아파했고또그만큼괴로워했다.이루어질수없는관계,만나서는안되는사람들,서로를마음에담고도세상의눈이두려워감추어야만했던그들은결국그마음하나만으로모든걸이겨내고자한다.먼저용기를낸서윤과끝내제마음을외면하지못한기주의안타까운이야기에나도모르게그들을응원하게되었다./편집자L
사회적으로문제가되는관계가아닌인의로예의로가능하지않는남녀의관계로시작된인연,가족들의반대,관념의이해를넘어서는절절한두남녀의마음이돋보이는작품이다.흔들림없는마음에대한정의가두사람의이야기를더욱아름답게만들어주고있다./편집자C
여전히눈앞에생생하다,서윤을그리던기주의마음이.당장에라도그녀를품에안고픈마음을억누르며그는입술을깨물고주먹을불끈쥐었더랬다.참자,참아보자.하루만더.한시간만더.십분만,일분만더…….하지만그는자리를박차고일어서서윤이있는청주로밤새내달려갔다.우연같기도운명같기도한힘겨운사랑에읽는내내그들과함께질주하고,쿵쿵쿵심장이요동쳤다./편집자G
책속으로추가
[언니왜안들어와요?무슨일생긴거예요?]
멍하니앉아있던서윤이정신을차린건지영의전화를받고서였다.그녀는힐긋손목시계를들여다보고점심시간이한참이나지났음을그제야인지했다.
[그여자누군데요?언니아직카페에있어요?제가내려갈까요?]
“어,아냐,지영씨.곧들어갈게.”
전화를끊은서윤은가까스로자리에서일어섰다.그리고느린걸음으로카페를나섰다.
사무실로돌아가기위해엘리베이터에올라탔다.하지만손가락이이성을거스르고건물꼭대기층버튼을눌렀다.
옥상에선서윤은하늘을올려다보았다.티없이맑고구름한점없는파란하늘.그래서더잔인하게느껴지는그하늘을바라보며그녀는몇번이나크게숨을들이쉬었다.그리고휴대폰을열어단축번호1번을꾹눌렀다.지난6개월동안,그녀에게늘첫번째였던사람.기쁜일이있어도,힘든일이생겨누군가에게기대고싶을때에도가장먼저생각났던사람.강민우그남자였다.
[어,서윤씨.점심은먹었어?]
너무나태연한목소리와말투.그리고여전히자상한음성.조금전에있었던일들은잠깐졸다가꿈을꾼것이아닐까싶을정도로그의목소리는다정하고부드러웠다.
“네,먹었어요,팀장님.”
[그렇게부르지말라니까.그럴때마다거리감느껴지는거알아?]
그의말에서윤은헛웃음이새어나오려는것을가까스로참아냈다.만일그여자가다녀가지않았다면,저는분명미안함을가득담은얼굴로그가느끼는거리감을좁히기위해애를썼을것이분명했다.
“우리……오늘저녁에영화볼래요?일곱시에주차장에서기다릴게요.”
우리라는단어에새삼목이막혔다.아니라고말해주길.그여자가말한약혼따위다거짓이라고말해주길.그여자혼자의연극이라고,그렇게말해주길.그렇다면눈으로직접확인한사진이라도잊어줄수있다.단하루의일탈이어도용서할수있고,저를알기전의과거라면문제도되지않을일이었다.하지만…….
[어?오늘……저녁?음,어떡하지?어머니께서몸이조금안좋으셔서.집에일찍들어가봐야할거같은데.]
아,당신의어머니는그래서그렇게몸이자주아프셨던거구나.이제야깨닫게된사실에서윤은기가막혔다.그러고보니가끔씩집안일을핑계로휴대폰을꺼놓았던것도모두그여자와함께있었기때문이었을까?저는깊게잠들지못하고그의전화를기다릴때,이사람은그여자와침대에서그렇게뒹굴고있었던것일까?
“그래요,집에…….알았어요.어쩔수없죠,뭐.”
종료버튼을누르는손길이거칠었다.서윤은무겁게한숨을내뱉었다.
이제야화가났다.미칠것만같았다.놀았다,라니.우리가단순히놀았다는표현을쓸만큼의그런관계였던가.강민우에게나는고작그정도였던가.난정말그가가지고논상대에불과했던것일까.
“하!무슨썩은동태눈도아니고.”
사람보는눈이겨우이런수준이었다니.그를철석같이믿었던제자신이부끄럽고실망스러웠다.
엄마의말이모두맞는모양이다.인생이,사랑이,그렇게쉬운게아닌데.만만한게아닌데.
눈시울이뜨겁다.서윤은눈물을참아내기위해하늘을올려다보며이를악물었다.하지만누구를탓하고또누구를원망하겠는가.눈에콩깍지가씌어서진심과거짓을구별하지못한제잘못이지.
사무실에들어서자제일먼저지영과눈이마주쳤다.그녀는무슨일이생긴거냐며입을벙긋거려물었고,김과장은어디에갔었느냐,일은안하고뭐하는짓이냐며서윤을나무랐다.하지만서윤은대꾸도하지않은채서고로들어가커다란상자하나를들고나왔다.
서랍을열고상자에물건을쓸어담는서윤을직원들이모두일어서서바라보았다.너무갑작스러운일이라그런지다들입을벌린채멍하니쳐다만볼뿐이었다.
“언니,뭐하세요?이상자는뭐고요?짐은왜싸는데요?”
이제야사태를파악한지영이들고있던볼펜을집어던지고서윤의자리로달려왔다.그녀는휘둥그레진눈으로상자에물건을담는서윤의손길을좇으며발을동동굴렀다.
“미안,지영씨.우리나중에얘기해.내가연락할게.”
짐을모두챙긴서윤은양식하나를출력해이름옆에사인을했다.그리고곱게접어봉투에넣고김과장에게가져갔다.
“이게……뭐야?”
글자를못읽어김과장이묻는건아니겠지만,서윤은순순히대답했다.
“사직서요.사람새로뽑아서인수인계할때까지붙어있는게도리라는건알지만,사람우습게알고기만하는사람들주머니불려주기위해서일을한다는게열받고화가나서요.그래서더는자리에앉아있을수가없습니다,과장님.이유는팀장님이아주잘,아실거예요.”
서윤은가방을어깨에걸고물건을쓸어담은상자를들어올렸다.그리고몸을돌려문밖으로나가려다가우뚝멈춰섰다.
뭔가억울하다.이대로,바람처럼흔적도없이사라져주기에는너무억울하다.진심과거짓을제대로구별하지못한제잘못이라고애써치부해버렸지만,그렇다고이렇게끝을내기에는정말억울했다.
인생의가장황금기였던이십대.칠년이라는적지않은시간의흔적이이곳에고스란히묻어있었다.하지만오너의아들을쫓아낼수는없음을알기에옥상에서한숨을쉬며미련없이떠나기로마음을먹었었다.
그렇지만……그래도이건너무억울하잖아.
서윤은상자를다시바닥에내려놓았다.그리고성큼성큼걸어강민우팀장의자리로다가갔다.
주인이자리를비운책상은종이쪼가리하나없이깨끗했다.깔끔한그의성격이그대로드러나보이는,딱주인을닮은그런모습이었다.깨져버린두사람의관계처럼,그런흔적을남겨줄만한것이없을까생각하다가,문득그의책상위에놓인커다란명패가서윤의눈에들어왔다.
그녀는반짝반짝빛을내고있는크리스탈명패를주저없이집어들었다.그리고두팔을하늘높이치켜들었다가바닥을향해힘껏내려쳤다.와장창,커다란파열음이들리며여기저기로파편이튀었다.그순식간의상황에놀란사람들은크게비명을질러댔다.
“꺅!최대리!왜이래,미쳤어?돌았어?그게얼마짜린데!”
“네,미쳤습니다.돌았어요.저지금꼭지까지완전히돌았거든요.이깟명패,해봐야얼마나한다고요.아무리비싸봐야고작몇십만원짜리,그게사람진심보다중요해요?있는사람들은사람가지고장난치고놀아도된대요?”
크게내지르는그녀의목소리에직원들은입을꾹다물었다.장내는언제소동이일었냐는듯아주작은소리하나들리지않았다.그나마바닥에흩어진크리스탈파편들만이방금전에있었던큰소동을대신말해주었다.
“그동안감사했습니다.”
안녕,나의칠년.그리고6개월의짧고허무한사랑.
목구멍까지차오른울분을억누르며마지막인사를건네고그녀는다시상자를집어들었다.그러고는큰보폭으로사무실을나섰다.
?
“네가이시간에웬일이니?그짐은또뭐고?”
거실에앉아빨래를개던미경이커다란상자를들고들어오는서윤을보며눈이휘둥그레져물었다.연애를하는지,야근을하는지,매일같이밤늦게들어오던작은딸이훤한대낮에집에들어오니의아한건당연한일이었다.대답도없이쿵쿵거리며방으로들어가는서윤을그녀가뒤따랐다.
상자를방에내려놓은서윤은장롱을열어한구석에넣어두었던커다란배낭을꺼냈다.그러고는손에잡히는대로옷을꺼내담기시작했다.
“얘,너지금뭐하는거야,응?”
놀란미경이큰목소리로물었다.하지만서윤은여전히입을꾹다문채짐을꾸렸다.알수없는딸의행동을그냥두고볼수만은없었던지,미경은바쁘게움직이는그녀의손목을붙잡았다.
“나,한달만여행좀다녀올게,엄마.”
서윤은고개를숙인채엄마와눈을마주치지않기위해애썼다.왠지엄마의얼굴을보면왈칵눈물이쏟아져나올것같았다.아무것도아니라고,재수가없어그냥똥밟은것뿐이라고,집에오는길내내스스로를다독였지만자꾸가슴이아팠다.
“한달?회사는어쩌고?”
“그만뒀어.짐싸가지고나오는길이야.”
“뭐?아니,너……그동안잘다니던회사를왜.무슨일있었니?누가너한테해코지라도했어?아침에도아무말없이잘나갔잖아.”
미경이떨리는목소리로다급하게말을쏟아부으며두손으로서윤의얼굴을잡아올렸다.이제야겨우마주한얼굴.운것같진않았지만벌겋게달아올라있는것이무슨일이있었음에틀림없었다.현관을들어서는순간부터은근슬쩍피하더니다이유가있었던모양이다.
“그냥,엄마.그냥좀쉬고싶어서그래요.너무지치고힘들어서,그냥좀쉬고싶어서그만뒀어.오늘휴대폰정지시킬거야.연락안된다고걱정하지말아요.잘살아있다고일주일에한번씩전화할테니까.”
“대체무슨일이야?연락까지끊고잠적할일이라도있어?뭐크게잘못했어?엄마가뭘알아야어떻게든해줄거아니야.”
그냥이라는어설프고허술한거짓말은역시나먹히지않았다.표정만봐도,눈빛만마주쳐도귀신같이마음을읽어내는엄마인지라,칠년이나불평없이다닌직장을그만두며추궁을피하는건애초에불가능한것이었다.하지만사실대로말할수도없지않은가.팀장이랑연애를했는데,아침에본막장드라마처럼그남자는약혼녀가있는몸이었다고.물론그사실을알고만난것도아니고,또자신도피해자라고는하지만,그렇다고아무일도없었다는듯철판을깔고회사에서그얼굴을마주할수는없는일이니까.
“그런거아니라니까.엄마,내가어디가서사고치고다니는사람이야?엄마딸이나쁜짓하고다니는거봤어?그냥쉬고싶다고.아무도모르는곳에가서,모르는사람들속에섞여서,그냥좀쉬고싶다고.그러니까제발그냥나좀놔둬요,응?연락은꼭할게.그리고요,회사에서전화오거나누가찾아오거든아무것도모른다고해요.언제올지도모른다고.”
“맞네.회사에무슨일있는거맞네.뭐야,돈문제야?크게손실이라도냈어?얼마나되는데?알아야갚아주든말든할거아냐.”
서윤은순간피식웃음이흘렀다.산산조각이나버린그크리스탈명패를보며얼마짜리인줄아느냐고방방뛰던김과장이떠오른탓이다.금전손실이라면겨우그정도.그게무서워서도망치는건아닌데.그러고는또갑자기눈물이차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