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의 구슬 1 (정오찬 장편소설)

여미의 구슬 1 (정오찬 장편소설)

$13.36
Description
환상의 땅 환국, 상업과 유흥의 도시 개락, 짐승 도깨비들이 사는 치우, 고시조가 전해져 내려오는 하부동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인간과 도깨비의 여행.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도깨비와 인간의 진짜 이야기 『여미의 구슬』 제1권. 도깨비와 인간이 대립하며 살아가는 땅 환국, 환국 최고의 도깨비 사냥꾼 서신율은 우연히 갓 태어난 도깨비 여미와 만나게 된다. 도깨비를 보는 즉시 사냥해야 하지만, 신율은 순수한 여미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 못하고 그녀를 보호하기로 결심하는데…….
저자

정오찬

저자 정오찬은 최선을 다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출간작
프로작 로맨스
그녀는 구세주
악마, 카미유
백조 아가씨
멜팅하트의 영주님
여미의 구슬

출간예정작
당신이 나빠요
악한 여왕

목차

1. 도깨비 씨앗
2. 벽파(劈破)
3. 비애(悲哀)
4. 치우(値遇)
5. 하부동 도깨비 암시장

출판사 서평

도깨비와 인간.
긴 시간 동안 대립해 오던 그들은
함께할 수 있을까?


도깨비와 인간이 대립하며 살아가는 땅 환국,
환국 최고의 도깨비 사냥꾼 서신율은 우연히 갓 태어난 도깨비 여미와 만나게 된다.
도깨비를 보는 즉시 사냥해야 하지만, 신율은 순수한 여미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 못하고 그녀를 보호하기로 결심하는데…….
환상의 땅 환국, 상업과 유흥의 도시 개락, 짐승 도깨비들이 사는 치우, 고시조가 전해져 내려오는 하부동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인간과 도깨비의 여행.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도깨비와 인간의 진짜 이야기.

환국 최고 도깨비 사냥꾼 가문인 서씨 가의 삼남, 서신율.

도깨비 소탕을 하고 돌아오던 길에
도포 소맷자락에 붙은 도깨비 풀을 만났다.
털어버리면 그만일 그것.
그러나 버리지 못하고 자개함에 담아왔다.
그것이 운명이 시작이었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려 하지만,
도깨비와 인간은 공존할 수 없다.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선, 감정은 점점 깊어져만 가는데…….

과연 도깨비와 도깨비 사냥꾼은 이어질 수 있을까.

[편집자 코멘트]
도깨비와 도깨비 사냥꾼이라는 이어질 수 없는 관계로 만났다. 놓아버리면 되는데 왜 놓을 수 없는 것인가, 훌쩍 떠나 버리면 되는데 왜 떠날 수 없는 것인가로 시작된 둘의 인연, 먼 과거의 인연이 이 둘을 떨어질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의 은원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여미와 신율이 펼치는 로맨틱한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시길 바라겠습니다! / 편집자 C

도깨비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하지만 서로 대립하기만 하는 그들은 서로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서로를 죽고 죽인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자와 도깨비 중 가장 연약한 이가 만남으로 인해 도깨비와 인간의 관계는 변화가 시작된다. 너와 나는 틀려, 에서 너와 나는 달라, 로 이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그럼에도 함께 있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비로소 도깨비와 인간의 세상은 아름다운 빛을 맞이하게 된다. / 편집자 L

[책속으로 추가]
“도깨비…… 풀이로군요.”
이무기의 피에 젖은 소매 안쪽에 도깨비풀 하나가 꽉 매달려 있었다. 민들레 꽃씨 정도 되는 작은 크기에 갈색 지지대를 가지고 있고, 끝에는 발처럼 보이는 세 갈래 갈퀴가 보였다. 숨만 훅 불어도 날아갈 작은 갈퀴로 신율의 소매 안쪽에 달랑 붙었다.
“도깨비와 싸우는 중 도깨비풀이 붙다니, 재미난 우연이구나.”
신율은 이무기의 소굴로 들어가는 도중 도깨비바늘 꽃을 지나친 기억이 났다. 기괴한 식물들 틈에 노랗게 피어 있는 것이 어여뻐 잠시 시선을 주는 틈에 소매에 매달린 모양이었다. 분명 이무기와의 싸움으로 주변이 엉망이 될 만큼 격렬하게 움직였는데, 용케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탈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무래도 불길하니 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도겸이 신율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신율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도깨비 사냥만 이십 년을 해왔다. 이런 평범한 도깨비풀이 이탈도깨비일 리가 없다.”
이탈도깨비들은 기이한 외형을 가진 걸로 유명하다. 그들은 식물 도깨비에도, 동물 도깨비에도 속하지 않는 돌연변이 도깨비들이었다. 신율이 잡은 것처럼 이무기나 사악한 두억시니 등, 이탈산에는 괴수 형태의 도깨비가 살았다.
신율은 도깨비풀이 뭉그러지지 않도록 살짝 손에 올렸다. 도깨비풀을 만지자 따뜻하고 발랄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단풍잎 같은 작은 손으로 신율의 엄지를 잡고 꼬물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우 작아 이대로 내버리기 불쌍하지 않느냐.”
도겸이 당황한 얼굴로 신율을 올려다보았다.
“자개 장식함을 가져와라.”
도겸이 은색 선학 무늬 사이로 오색 빛을 내뿜는 고아한 함을 가져왔다. 신율은 붉은 천으로 마감된 자개함 안에 도깨비풀을 넣으며 걱정스러워했다.
“물과 흙이 없어 본가에 가는 중 시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구나.”
“괜찮습니다. 이것은 꽃이나 잎이 아니라 씨앗이니 잘 버틸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신율이 웃었다. 깨끗하고 눈부신 미소였다. 도겸은 놀랐다. 십칠 년이 넘는 긴 세월 주인을 섬겨왔지만 신율이 무언가를 가엾이 여기는 것은 처음 보았다.
서씨 가문의 삼남이자 대륙 최고의 무사인 신율은 다정한 생김새와 달리 얼음처럼 차가운 속을 가진 사내였다. 아장아장 걷던 시절에도 결코 동물이나 식물, 하다못해 집 안 연못에서 키우는 잉어에도 관심을 준 적이 없었다. 그걸 알지 못하고 달려든 많은 여인들이 피눈물을 삼키며 아픔을 맛보았다.
이상한 끌림이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소매에 붙어 있는 게 전부인 작은 풀인데 신율은 알 수 없는 어여쁨과 가엾음을 느꼈다.
마치 도깨비풀이 살아 있는 소녀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신율은 스스로가 도깨비풀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이상하다는 걸 자각했다. 그러나 큰일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는 육 년 전에 약관이 지났고, 오히려 여태까지 애착 가는 대상이 없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신율은 이무기 도깨비와의 혈전을 치르고 자신이 약간 감정적이 된 거라 생각했다.
“한낱 식물이지만 이것도 인연이니 내 너를 본가로 가져가 심어주겠다.”
신율은 이탈산 가까이에 있는 마을로 일행을 이끌었다. 마을이 매우 작았지만, 그럭저럭 신율의 식솔들이 머물 만큼은 되었다.
신율이 가져온 커다란 이무기 도깨비 시체를 본 마을 사람들이 경외감에 가득 차 그가 가는 길에 엎드려 절했다.
마을 주술사의 도움을 받아 이무기 시체를 구슬로 바꾸는 동안 신율은 마을에서 가장 큰 기와집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이무기 사냥으로 지친 식솔들이 하룻밤 쉬고 나면 내일 바로 수도에 있는 본가로 출발할 예정이다.
신율은 오랜만에 들떴다. 아무도 잡지 못했다는 이무기를 잡아서가 아니었다. 작은 자개함 속에 있는 도깨비풀을 본가 마당에 심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자개함은 다른 귀한 짐들과 함께 가장 안쪽 방에 두었다.
밤 사이 자개함이 떨어지기라도 할까 가장 안쪽에 밀어 넣고 세 번이나 확인한 후에야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감정이 이리도 뒤흔들릴 만큼 이무기 사냥이 큰일이었나.’
스스로도 이상하긴 이상하다 생각하며 신율은 잠을 청했다.
여미는 의식을 가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신이 도깨비라는 걸 알았다.
도깨비는 모두 그렇다. 도깨비는 어디서든 태어난다. 나무, 바위, 풀, 동물, 심지어는 인간의 꿈이나 감정에서도 태어난다. 무엇이든 인간이 아닌 것에 의식이 깃들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의식이 성숙하면 그것은 도깨비로 다시 태어난다. 본체에 의식이 깃드는 순간 도깨비들은 자아를 깨닫고 완전한 형체를 얻어 도깨비로 태어나길 숨죽여 기다린다.
여미는 도깨비풀에 깃든 의식이었다. 몇백 년간 의식을 쌓아온 여미는 탄생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여미는 서서히 밝아오는 시야를 인식하며 생각했다.
‘이제 나도 도깨비로 깨어날 때가 된 건가?’
그런데 사방이 좁았다.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여미는 몸을 이리저리 부딪쳐 보았다. 멋모르고 날뛰다가 머리를 박았다. 알 수 없는 푹신한 물체에 휩싸인 여미는 한참을 고생했다.
기와집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방, 선반 위, 자개함 속에서 여미는 몸을 웅크리고 끙끙 앓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도깨비 산 안쪽 안전한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감옥 같이 작고 답답한 곳에 갇혀 있었다. 중간에 서늘하고 아늑한 비단에 탄 듯, 꿈결 같은 기분이 들어 정신을 놓고 있었더니 멋모르고 들짐승의 털에 붙어 이동한 모양이다.
탄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봉변을 당할 줄이야. 도깨비 수장의 기운을 받지 못한 도깨비의 탄생은 인간으로 치면 난산과 같다. 밀려오는 고통에 몸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여미는 고통을 참았다.
“아프다, 아프단 말이다!”
여미는 비명을 질렀다. 작은 도깨비풀의 비명은 상자 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여미는 몸의 뼈가 뒤틀리는 고통을 겪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사방에 산재한 부적과 인간의 기운이 여미의 탄생을 방해했다.
“이걸 부수어야 내가 살겠구나!”
여미는 자개함에 새겨진 인간의 문자를 부수었다. 그러자 조금 심신이 편안해졌다. 동시에 탄생이 급격히 진행됐다.
달보다 진한 황금색을 띠는 신비로운 눈이 뜨이고 아담하고 오똑한 코와 보드라운 뺨이 드러났다. 다리를 모으고 양팔로 어깨를 감싼 여미의 몸은 가녀리고 말랐지만 품위가 있었다.
마침내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까지 완성되었을 때, 여미는 도깨비로 각성했다. 여미는 답답한 상자를 박차고 나왔다.
“어지럽다. 여기는 대체 어디기에 균형을 잡기가 이리도 힘든가?”
상자를 나오자마자 여미는 갈지(之)자로 휘청거리며 방 안을 돌아다녔다. 중간에 한 번 넘어져 장식장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몇 분이 지나자 제법 균형을 잡으며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초식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일어서서 걷고 뛸 수 있다. 포식자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도깨비도 마찬가지였다. 도깨비에게 인간들은 포식자와 같다. 도깨비들이 인간들의 소굴에 들어가면 감각의 혼란을 겪으며 약해진다.
인간들의 소굴 한가운데서 태어난 여미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모두 신체에 집중했다. 걷기에 집중하느라 도깨비가 부릴 수 있는 도술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게 최우선이라 어쩔 수 없었다.
여미가 박차고 나온 상자는 무참히 부서져 상자 안에 있던 붉은 천이 어지럽게 흩어졌고 조개 장식은 조각조각 나뒹굴었다. 여미는 미련 없이 상자를 치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인간 소굴이로구나!”
여미가 있는 곳은 커다란 기와집의 가장 안쪽 방이었다. 조심스레 창호지를 바른 문턱을 흔들어 보니 문도 세 겹이다. 사방이 인간들의 기운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