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흐드러진 란꽃송이 2 (이미은 장편소설)

붉게 흐드러진 란꽃송이 2 (이미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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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미은 장편소설 『붉게 흐드러진 란꽃송이』 제2권. 자하국의 공주님 설란. 그녀는 날 때부터 몸이 약해 왕실의 금지옥엽으로 자란다. 그녀 나이 열여덟이 되어 혜조는 뒤늦게 가례를 준비하고, 그 상대는 자하국에서 제일가는 가문인 최가의 둘째 도령 지환이다. 천재로 이름 높았지만 과거를 보지도 않고 집 밖으로 두문불출하는 덕에 아무도 실체를 본 적이 없다는 그이를 부마로 삼겠다는 왕명이 떨어진다. 그 일환으로 세자의 스승이 된 지환을 처음 본 설란은 그이의 미모에 깜짝 놀란다. 아무 문제없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혼인은, 그러나 정작 지환의 거부로 난관에 부딪치고 여린 공주님일 줄로만 알았던 설란은 의외의 모습을 보여 지환을 당혹스럽게 한다. 지환이 숨기고 있는, 그리고 설란이 감추고 있는 비밀은 두 사람 사이에 큰 고난을 예고한다.
저자

이미은

저자이미은은
사랑하는가족과,DS그리고PS가있기에
오늘도포기하지않고도전중

목차

1.도약
2.폭풍전야
3.백여우
4.필연
5.모든일의시작
6.정명대비
7.굴레
8.붉게흐드러진란꽃송이
외전

출판사 서평

자하국공주님과최가의도련님,
두사람이감추고숨긴비밀이드러나며
파란이시작된다.


자하국의공주님설란.그녀는날때부터몸이약해왕실의금지옥엽으로자란다.그녀나이열여덟이되어혜조는뒤늦게가례를준비하고,그상대는자하국에서제일가는가문인최가의둘째도령지환이다.천재로이름높았지만과거를보지도않고집밖으로두문불출하는덕에아무도실체를본적이없다는그이를부마로삼겠다는왕명이떨어진다.그일환으로세자의스승이된지환을처음본설란은그이의미모에깜짝놀란다.아무문제없을것만같았던두사람의혼인은,그러나정작지환의거부로난관에부딪치고여린공주님일줄로만알았던설란은의외의모습을보여지환을당혹스럽게한다.지환이숨기고있는,그리고설란이감추고있는비밀은두사람사이에큰고난을예고한다.

그때였다.바람이분것은.
그순간이었다.거짓말처럼고통이자취를감춘것이.
“그날은제게기적이일어난날이었습니다.”
지환은남은손을뻗어설란의얼굴을감쌌다.
기적을말하는이의얼굴은금방이라도울음을터뜨릴것만같이일그러져있었다.
“처음으로살아있다는감각을느꼈습니다.고개를돌리자당신이있었고,그자리에서서나를보는시선에깨달았습니다.”
부인이나의기적이라는것을.

※편집자코멘트

정치적상황과더는무거운짐을가지고갈수없는공주설란은가장명예롭고이득을취할수있는최가의사내를부마로맞으라는왕명을받는다.피할수없으면즐기기로한설란과달리저주로인해가정을꾸리는것을생각할수도없는지환은이사태에기겁한다.하물며왕실과의혼례라니!지환은어떻게든이결혼을피하려고하지만물러설수없는이유와주변의상황들이둘을결국부부로인연을맺게하는데,과연지환의저주는풀수있는것인가!이저주의근본적인죄는누구인가!/편집자C

[인당수에핀연꽃송이]와[랑을품은나리송이]를잇는세번째시리즈.신과인간이공존하는세상에서신의후손은백여우의저주를받은사내와만난다.저주,혹은천벌에얽힌비밀이드러나면서진짜죗값을치러야하는이는누구인가를생각하게만드는글이다.스스로의잘못이아님에도벌을받아야하는이유,원하지않는이를위해하는희생,권력을위해손에쥔것들을모두내버리고나서야드는후회,누구도완벽한가해자도없고완벽한피해자도없는세상에서그래도행복해지기위하여그들은과거를인정하고앞으로나아가고자한다./편집자L

‘기적’은기척도,표정도없이누군가의어깨에고요히날아들고는하는것같습니다.어쩌면누군가가먼저손을내밀어주기를,그래서언젠가스스로를소중히여길수있는날이오기를간절히바라왔을남자지환과,참으면참을수록더깊은상처로번지는비밀을품에안은여자설란.두사람이느끼는감정도그것과크게다르지않을겁니다.이글을읽을누군가의옛사연과닮아있을지도모르는이야기.정말로운명이라는게존재하는것일지도모른다고,그때문에여생이예상밖의길로내달리는일도생기는거라고,그렇게믿고싶어지는이야기./편집자Y

[책속으로추가]
“과인이그래도장남을내놓으라하진않지않은가.”
그래도양심은있어서.어깨를쭉펴고말하는혜조의모습이참으로당당해보여,서내관과박내관은고개를저었다.물론속으로만.
그도그럴것이최가가어떤가문이던가.개국공신가문에대대로뛰어난인재들을배출해내는걸로도모자라언제나왕의편에서는충신이었다.게다가현최가의장남이자차기가주는현재서파의미래라불릴정도로수재였다.어린나이에과거를장원으로통과하고등청해재능을뽐내고있는최지문은세간에서도유명한존재였다.
그러니그를공주의부마로삼게된다면대신들의원망이끝도없이늘어질게뻔했음에도이를입에담는혜조에겐조금의머뭇거림도없었다.그뿐이랴.왕은주먹을불끈쥐곤소리높여주장했다.
“우리공주를데려가겠다는사내가자하국수도를빙빙돌고도남음에도!내!오랜친우인재원자네를생각해!우리공주를눈물을머금고보내겠다이말이네!”
되레청하는이가더당당한,참으로기이한혼사가아닐수없었다.혜조의딸자랑에말이빙빙돌았지만결론은단순하고도명쾌했다.
‘네아들내놔!’
재원은왕의깊고도심오한속내를짐작하며숙였던고개를들어올렸다.
반은센머리칼,인자한얼굴이모습을드러냈다.무언가생각에잠겨있는듯한두눈엔복잡한것들이가득들어차있었다.그것만으로도그가그저아들이아까워이런다는게아님을짐작할수있었다.
현서파의수장이자,왕의오랜친우인최재원은반백년을알고지낸혜조에게도털어놓지못할얘기를속으로삼키며가까스로입을열었다.한번,두번.왕과술상을마주한것이헤아릴수없을정도로많은그는,그렇게가까운이앞에서어렵사리입을떼었다.
“등청,혹은가례이옵니까.”
바짝마른목소리에혜조는미간을좁혔다.언제그랬냐는듯딸자랑을늘어놓던아비의낯은사라지고왕이그자리를대신했다.
“과인은인재를썩히고싶지않음을말하고자함이네.자네도자네야.성인이된지오래인아이를대체언제까지끼고살텐가.”
“그리하지못할연유가있다해도말이옵니까.”
또다시같은말의반복이다.
연유가있다는데그연유가무엇인지는말해주질않는다.스무고개를하는것도한두번이지,이제길고도굵은왕의인내심도한계였다.혜조는답답함에성큼성큼재원의앞으로걸어갔다.
재원의바로앞에멈춰선그는,화를내는대신한쪽무릎을굽혀눈높이를낮췄다.갑작스러운왕의행동에다들놀랄법도했건만그상대가다른누구도아닌최재원이라면흔히있는일이라,하나같이그저고개를돌려못본척할뿐이었다.혜조의깊게가라앉은두눈이재원을담아냈다.
“연유를말해보아라.서풍-재원의호-,과인은친우의문제를헤아려주지못할만큼속좁은군주가아니다.”
심려가득한왕의목소리에재원이고개를떨궜다.왕의손이늙고주름진제것을꽉붙드는것이약해진마음을잡아흔드는것만같았다.살갗을타고넘어오는온기에재원은턱을악물었다.속에묻은얘기를꺼내자면시작해야할곳이너무도명백했다.그리고그것은다름아닌왕가(王家)를겨눈날붙이인지라,재원의턱이가느다랗게떨렸다.
원망한적도있었다.
매일밤,매일낮홀로있을때는가슴을치고,왕과마주할때는바짝마르는속을달래며견뎌온세월이그리도길었다.
그러나하루에도수십번씩극단적인생각을향해달려가더라도고개를들어올리면그곳에는저를살피는왕의낯이있었다.반백년을알고지낸친우가있었다.재원은천천히고개를들었다.그러자보이는것은따뜻이저를바라보는왕의두눈이었다.
무슨말을하건서기관은그것을기록하지않을것이며혜조는저를문초하지않을터다.또한내관들의입은돌덩이보다무거우니말이새어나갈리도없었다.그것을재원은누구보다도잘알고있었다.
그럼에도,
“아니옵니다,전하.소신이……실언을했나이다.”
재원은오늘도목끝까지차오른말을삼켰다.평생제가지고가겠다다짐한고통을다시금속에파묻었다.그러나말하지않으면상대방은답답할뿐이다.자하국의왕은끝없이이어지는대화에진절머리가나고말았다.혜조는쇠심줄보다도더질긴친우의고집에두손두발다들었다.
포기했냐고?그럴리가.혜조가포기한것은재원의협조를얻는것이었다.
“그마음,바꿀생각이없다는게지?”
“송구하옵니다.”
이렇게된다면최후의수단이다.
안되면되게하라.설득이불가능하다면명령하면그만인일.권력만세인것이다.
혜조는굽혔던몸을바로세우곤말했다.
“좋다.그럼이렇게하지.마침세자의스승중하나가노쇠해고향에내려가쉬고싶다청해그자리가비게되었다.어명이다.최지환은부마가되거나,과거를치르기전까지세자의스승이되어미래의군주를위해분골쇄신해야할것이다.”
근엄한목소리에재원은참담함을느끼며더욱고개를숙였다.
오랜친우이자주군인자하국의왕이,최후의수단을빼든것이다.
어명(御命).
거절할수도물릴수도없는왕의명령에,신하에불과한재원은한숨을삼키며그명,받잡을수밖에없었다.이모든것이혜조의시꺼먼속내를가리기위함이라는것을눈치챈서내관과박내관만이재원을안쓰럽게바라볼뿐이었다.

봄꽃이막움트는이월.
혜조와재원의대화를알리없는설란은둥근창밖으로시선을던지고있었다.그런그녀의곁에서바삐움직이던도아의발걸음이일순우뚝멈췄으니,
“가례야.”
골몰히생각에잠겨있던설란이무척이나가벼운어조로툭뱉어낸한마디가어마무시한발언이었기때문이다.바로앞에있는도아의표정이경악으로물들었으나,생각에잠긴설란에게그낯이보일리없다.툭,툭,턱을괸채아랫입술을두드리던설란은몸을일으켰다.말로뱉으니확신이더욱커졌다.방안을빙빙돌던그녀는이번에는꽤나비장한표정으로목소리를높였다.
“가례를올려야해.”
그단호한말에도아는슬쩍설란의눈치를보며물었다.
“혹……무언가들으신건아니시죠,마마?”
“듣다니무얼?”
“아니어요!그런데무얼하신다하시었죠?”
“가례를올려야겠다했어.이제더는힘들다그리말씀드려도고려조차하지않으시니출가외인이라도되어야지어쩌겠니.”
“마,마마……설마다짜고짜사내하나를붙잡아서도망치실생각은아니시지요?”
“그럴리가.”
그렇게되면왕실이발칵뒤집어질일이다.왕실뿐이랴.아마자하국전역이난리법석을떨것이다.그정도로열렬히사랑하는사람도없었고,있어도그정도의희생을치러야할필요가있을까싶었다.
그녀에게있어가례란,이답답한궁을벗어날방법에불과했으니말이다.설란은검지로경대를톡톡치며말을이었다.
“족쇄하나를풀고자벌이는일인데,다른족쇄를차면수지가맞질않아.어차피그리머지않았을터.올해는어떻게든얘기가나오고야말테지.”
“그렇지요.성년식을치르시니까요.”
도아는솜씨좋게설란의머리를땋아내리며맞장구치다,걱정가득한표정으로말을이었다.
“그런데마마……정녕야반도주는생각에없으신거지요?”
그리말하는도아의낯에는정말설란이야반도주라도할까걱정하는기색이가득했다.설란의행동력을누구보다잘알기에나오는걱정이었다.그런도아의시선에담긴의미를읽어낸설란이씩웃었다.
“걱정말래도.……믿고있기도하고.”
“무엇을요?”
모든혼사가그렇다지만,왕실의혼사는왕실어른들의손길하나닿지않는곳이없었다.백년가약을맺을상대부터예식하나하나에얼마나많은것들을따져묻는지모르는바아닌설란은잠시침묵했다.
“그정도는들어주시지않을까.”
“전하께서요?”
“그래.정말최선을다했으니아주작은소원하나정도는들어주실법도하잖아?”
값어치를따져묻자면야그녀가해온일과비교했을때그렇게큰소원도아니었다.설란은둥근면경너머로비쳐보이는제모습에시선을두었다.촘촘히땋아내린머리칼이그녀의나이를짐작케했다.둥근이마와,그아래에자리잡은색이진한눈썹과눈동자가맑았다.
천생여인의얼굴이었으나그속에다른모습이있음을그녀는누구보다잘알고있었다.설란은보고있자면제하나뿐인오라비가떠오르는얼굴을한참이나응시하다말을이었다.
“흐음……과한욕심이려나.”
권력과는먼곳으로시집을가한적한곳에서여생을살고싶다는소망은.설란의중얼거림속에들어있는본심을알기에,도아는침묵했다.쉬이대답해줄수없는소망이었다.머리를땋는도아의손길이느려지자설란의눈동자가데굴굴렀다.그녀는장난스럽게웃으며말했다.
“어찌되었건가례야.”
그녀의목소리가툭튀었다.
“어마마마께서도아셔야지.이제더는속일수없다는걸.사실몇년전부터한계였다고.안그러니도아야?”
“그럼요!물론세자저하께서도어여쁘셨지만,제눈에는마마께서훠어얼씬아름다우셨는걸요.그걸못알아보는이들이눈이삔게분명해요!”
발을구르며어쩜그럴수있냐고목청을높이는도아의모습에,설란이조용히중얼거렸다.
“……도아야,너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