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나타 (차소희 장편소설)

여름 소나타 (차소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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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봄과 여름, 그 언저리에서 만난 남녀, 상처 입고 침잠되어 가던 그들은 ‘빛’이 되어줄 서로를 만나게 된다.
모교로 교생 실습을 가게 된 채민은 사 년 동안 사귄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다. 모든 것이 좋았고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의 돌변으로 인해 헤어날 수 없는 아픔에 힘들어 하고 있던 중, 여름의 시원한 바람 같은 청량함이 느껴지는 선우를 만나게 된다. 선우는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유급하여 미성년도 아닌, 그렇다고 성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그때 여름 햇살처럼 눈부신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든 것을 걸고라도 그 사람 옆에 있고 싶다.
저자

차소희

저자차소희는봄오는날,입춘(立春)생
상상을좋아합니다.상상과현실을융합하는것을더좋아합니다.
상상이지만현실과같은글을쓰는것을가장좋아합니다.

출간작
단향-색을탐하다1,2,죽은탑에도꽃은핀다,환상야화,新황궁연애담,조선여우스캔들,봄,여섯가지에피다,재배소년1,2

목차

01.Dolente
02.Contabile
03.Gradatamente
04.Bravura
05.Acceso
06.Inquieto
07.Fin
08.Loso
09.Dacapoalfine
Conalcuna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절불쌍하게봐줘요.세상그어디에도없을만큼불쌍한애라고생각해줘요.그렇게생각해서…….”

너에게함부로사랑을강요할수없노라고누누이생각하고다짐했다.
네게욕심을부리지않겠다고수없이결심했다.
그렇지만,

“절버리지말아줘요.”

이미부풀어버린마음은사그라지지않는다.
막을수가없었다.

“사랑해요.”

방류된마음으로인하여,그녀를에워싸고있던둑이와르르무너져버렸다.

사랑은별것이아닙니다.그저무(無)에가까운감정입니다.실상,아무것도없어야지만그를사랑하고있는것과다름없습니다.

나는그렇게당신을사랑하고있습니다.

상처받은사람들이있다.서로가서로를끔찍이사랑한다고믿었던연인에게버림받은여자.부모의불화를보며자라고끝내떨치지못할죽음까지목도하게된소년,아니,남자.끝내지못한사랑속에서허우적거리며죽어가던여자는너무나밝고눈부신남자를만나게된다.사랑하고싶어서,자신을사랑해줄‘빛’을찾던남자는벚꽃같은여자를만나게된다.상처입고,끝내그상처를딛고일어서기위해또다시아프고눈물흘려야했던시간들을지나회색빛구름가득한세상이드디어맑고새파란,눈부신하늘이되기까지그들은서로맞잡은두손을놓지않았다./편집자L

거짓과기만이난무하는사랑이아닌서로를믿고보듬어주는사랑을찾기위해힘겨운시간을보내고만나게되는두사람.비록세상의잣대로는힘겨운관계이지만,결국그모든것을뛰어넘게해주는것은바로사랑이라는것이었다./편집자C

반박하기참어려운,사랑에관한몇가지명제들이있습니다.‘헤어짐이있어야만남도있다.’,‘사랑은타이밍이다.’,‘사랑은다른사랑으로잊혀진다.’이소설은이마에그런문장들을구슬땀처럼달고사부작사부작,의연하게도당신의여름속으로걸어들어갑니다.때를놓쳐버린우진의사랑도,과거를딛고일어서려는선우와,막노크를시작한새마음에게선뜻문을열어주지못하고망설이는채민의사랑도,힘껏땀방울을훔친뒤맑은물한번끼얹고나면,그때다시보드라운솜털과마주하여각자의소나타를완성시킬수있을테지요./편집자Y

[책속으로추가]

민채민은자신의시간에갇혀있었다.눈물을흘리고있는이시간에,아니어쩌면눈물을흘리게되었던그시간에.
그녀가뒤집어쓴이불밖으로빼꼼튀어나온발가락이새빨갰다.흡사심장의색이그곳으로옮겨간것처럼보였다.발가락을제외하면그녀의온몸이새하얗게보였으니말이다.
마치,신기루와같은눈의색깔처럼.
채민은눈물로인해퉁퉁부어버린코를이불에파묻었다.더듬더듬오른손을움직여널브러져있던휴대폰을붙든다.
상처란맞닥뜨리면맞닥뜨릴수록무뎌진다하던데,이런말은이별의고통에한해통용되지않는가보다.그러니메신저화면을볼때마다시야가뿌예지지.
평소와다름없는싸움이었다.너는왜연락이안돼,이번주말에도못보는거야?우리못만난지두달이된거알고있어?나를사랑하기는해?내가보고싶기는하니?
단지투정이었다.
만나지는못하여도그저나는아직도너를사랑하고있노라고말해주기만하면되었다.그렇다면네가바쁜것도,만나지못하는것도,연락이되지않는것도모두다용서할수있었다.하지만돌아온것은사랑의화답이아닌너무도쉬운이별이었다.
[잘지내.]
네가없는데내가어떻게잘지낼수있어,라고대답했던것같다.하지만사년의세월을함께했던서우진은그시간을부정했다.메시지를읽지않는다.몇번이고다른말을보내보아도메신저의1은사라지지않는다.전화를해보았다.신호음이얼마가지않았는데도금세사서함으로넘어갔다.다시해보았다.수없이전화를반복해도결과는달라지지않았다.그제야채민은깨달았다.
아,끝났구나.
내사년의시간이사라졌구나.내이십대의절반이사라졌구나.내사랑이사라졌구나.모든것이사라졌구나.
그때부터였던것같다.막을수도없이무너진것이.
마음이,몸이,시간이,기억이,모든것이무너졌다.
분명현실의초침은째깍째깍움직이고있는데마음의시계는뒤로가기시작했다.
우진과마지막만남이되었던때,그의부모님을만났을때,그와함께교정을노닐던때,밤을지새웠을때,입맞춤을했을때,포옹을했을때,손을잡았을때,고백을받았을때,첫데이트를했을때,그를처음마주했을때.
마치비디오를되감듯시간이거꾸로거꾸로흘러갔다.눈을감아도떠도생생하게펼쳐지는기억에채민은그만울음을터뜨릴수밖에없었다.
이렇게아픈거였냐고.이렇게힘든거였냐고.이런고통을줄것이었으면너는나를왜사랑했느냐고.아니,나는너를왜사랑했느냐고.하지만발악하고또발악해보아도달라지는것은없었다.더욱현실적이게변한현실이그녀의가슴을무자비하게헤집었다.
그녀가웅크리고있는침대옆바닥에는고등학교교육실습에대한예비공고문과앨범세개가활짝펼쳐져있었다.우진과함께찍은사진들혹은그가찍어준채민의사진을모아둔앨범이었다.
사진을전공하던그는데이트를할때마다항상카메라를들고와채민을찍어주곤했다.처음,그의앵글에담기던순간얼마나벅차올랐던가.
그의앵글에담기던난,얼마나행복했지.
나를사진에담던그는,얼마나행복했지.
언제부터였을까.대체언제부터그는나의사진을찍을때행복하지않았던걸까.언제부터나는그의앵글에담길때불안함을품었던걸까.
짐작할수없었다.사실,짐작할수없으니더슬픈것이지만서도.
“……차라리.”
말은나오고있는데,소리의실체가존재하는데,그녀의입술은움직이지않고있었다.어쩌면그것이마음의소리가아닐까.
차라리,차라리.채민은소리를읊조리며입술을꽉깨물었다.어디서부터인지모르겠지만어딘가에서부터올라온뜨거운기운이얼굴을가득채웠다.마치부풀어오르는물풍선처럼그녀는눈물로가득차게되었다.
“죽고싶어…….”
스르륵감기는눈을따라눈물이흘러내렸다.그것이투명하게아니새하얗게보였다.창문을덮지않은신기루가그녀의눈에내려앉은것처럼보였다.
공기가적막했다.적막했기에건조했다.건조하기에갇혀있다.

이렇듯,끔찍하게도추운어느겨울날이었다.

세상이푸르렀다.봄이막개화를했다는듯하늘은먼지하나없이깨끗했다.근근이불어오는바람은포근하다못해따스하게느껴졌다.까끌까끌한아스팔트를디딤돌삼아올라오는아지랑이가사람들의다리를간질였다.코끝을톡톡건드는꽃가루가퍽달가웠다.
드라마에서는여자주인공의마음에따라날씨가달라지던데.바짝마른빨래가널려있는베란다에서있는채민은생각했다.
지금내마음이날씨로구현된다면이렇게포근한날일수없을텐데.
따뜻하기는커녕비가주룩주룩오지않을까,폭풍이오는날처럼홍수가일어나물이범람하지는않을까.
하지만현실은잔인했다.바깥은비구름한점없는해맑은날씨였다.
현실,이기때문에잔인한것이겠지.채민은한숨을짧게내쉬며신발장쪽으로어기적어기적걸어갔다.
전신거울에몸을비춰본다.딱떨어지는재킷과하얀블라우스와정장치마가꽤어색해보였다.경직되어있는입매도,힘이바짝들어가있는눈가도그러했다.거울가까이얼굴을붙이며입술을움직인다.아,에,이,오,우.얼굴근육을이리저리움직이며피부에서린긴장감을떨치고자노력해본다.
민채민.24살.서울모대학의윤리교육학과학생.교육학과답게그녀는교사가되고싶어했고,오늘은몇개월전신청했던교육실습의오리엔테이션이있는날이었다.때문에그녀는옷장깊숙이넣어두었던정장을꺼내입은것이었다.치마는불편하긴했지만,이런날편한차림으로갔다간가뜩이나자신을달가워하지않는모교의선생님들에게눈살을받을수도있으니말이다.
정말모교로는가고싶지않았었는데.채민은콧잔등을찡그리며중얼거렸다.
거울을한번더바라본다.그런데참이상한일이다.거울은분명있는그대로의모습을비춰주는사물인데,거울에담겨있는자신의모습은스스로가기억하는모습과너무나도상이했다.
얼굴이새까맸다.눈밑의그늘과피부의거침이,갈라진입술이도드라졌다.자지도않고먹지도않고내내눈물만쏟았던지난시간이담겨있는것만같았다.
저게정말나일까.내모습이저렇게변한걸까.
이럴줄알았으면어제팩이라도하고잘걸.채민은다시혼잣말을읊조리며검은구두에발을넣었다.넣자마자아릿한통증이느껴졌다.그간구두는커녕슬리퍼조차신지않고맨발로다녔던걸음에대한결과였다.
그녀는데일밴드몇개를가방안주머니에집어넣은뒤다시심호흡을길게하며경직된어깨를들썩였다.그리고문고리를잡으려할때,그녀의시선이어느한곳으로고정되었다.신발장위에놓여있는작은달력이었다.
달력은오늘이벌써3월의마지막주라는사실을알려주고있었다.그말인즉슨우진과헤어진후세달이라는시간이지났다는말이었다.
……세달.
채민은웃음을터뜨리며입술을달싹였다.세달,세달,벌써세달.
마음의시간으로는아직삼일도되지않은것같은데세상의시간으로는구십일이지나고있었다.내마음은아직시간이느리다며아우성치고있는데세상은내마음쯤이야개의치않다는듯시계바늘을째깍째깍움직이고있었다.
괜찮아야하는데.이제는정말괜찮아야하는데.이쯤시간이지났으면생각나지도않아야하고얼굴도잊어야하고그목소리도행동도따뜻했던손도잊어야만하는데.
왜나는아직까지도아침에눈을뜰때네생각이제일먼저나는걸까.왜나는아직까지도거울을볼때네가이모습을어떻게볼까부터고민하는걸까.왜나는아직도네가내생각을하고있으리라굳게믿고있는것일까.왜,나는,아직도…….
‘채민아.’
환청이귓바퀴를맴돌았다.이렇게환상으로네목소리를듣고싶지않았어.
전파를타고,혹은얼굴을맞대고듣고싶었어.
‘채민아.’
두귀를틀어막았다.위잉,하는이명소리와더불어다시금그의목소리가들려왔다.채민아,민채민,채민아…….
그녀는자신도모르게털썩주저앉았다.살색스타킹에뿌연먼지가묻는다.마치그녀의마음에쌓인두꺼운기억과도같아보였다.
“……제발.”
채민은두눈을감았다.울고싶지않았는데,
“제발…….”
정말오늘만큼은울고싶지않았는데.
“그만해줘.”
결국에또울고야말았다.

“1층은1학년1반부터7반까지있습니다.8반과9반은1층별관에있고,본관2층에는2학년전체학급이있습니다.3층본관은3학년5반까지,별관2층에는나머지학급이다있고요.”
채민을포함한교육실습생세명을인솔하는3학년학년부장신경록의말이었다.그가말한것쯤이야모두알고있는채민은듣는둥마는둥하며고개를끄덕였다.
“본관1층에는학생주임실이있습니다.여러분들이머물교무실은2층,면학실은3층에있습니다.별관1층에는매점이있고요.또나가보면알겠지만본관을기준으로우측에는샤워실,좌측대강당에는식당이있습니다.참,대강당지하에는수영장이있고요.체육실습선생님,아시겠죠?”
“아,네.기억하겠습니다!”
긴장감이역력한목소리다.하긴,신선생님이깐깐해보이기는하지.채민은자신의옆에서있는체육교생을힐끗쳐다보며생각했다.그들에게보이지않을법한작은웃음을흘리고는창밖으로시선을돌린다.
교정은채민이졸업하였을때와비교하건대훨씬깔끔해졌고또한화려해졌다.언뜻보이는안내판에는후원자명단이주르륵적혀있다.국회의원이라든지,대기업임원이라든지,몇급공무원이라든지하는사람들의이름이보인다.과연소문난명문고라는뜻이었다.
채민은이러한명문고생들중에서유명한별종이었다.학교는죽어라안나오는데이상하게도성적은잘나오는,공부는죽어라안하는것같은데이상하게도수행평가는만점을받는,그렇게이상한학생.
때문에교사들은채민을눈엣가시로여기곤했다.출석을하지않는것은물론이거니와어쩌다한번학교에나와도수업시간내내곯아떨어져있는학생을그어느누가좋아할수있겠는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