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조선판) (이한월 장편소설)

오만과 편견(조선판) (이한월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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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때는 조선. 중전의 조카이자 왕의 밀명을 받은 심도헌은 황해도 장연으로 향한다. 한적하지만 아름다운 그곳에서 도헌은 가난한 종친의 딸 이연리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편견에 사로잡혀 서로에게 최악의 첫인상을 남기고, 서로를 밀어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도헌은 연리의 매력에 끌리는 스스로와 갈등하고, 그 사이 연리는 집안의 빚으로 인해 모자란 사내와 혼인할 위기에 처한다. 그에 질투한 도헌은 급작스럽게 연리에게 청혼하는데…….
저자

이한월

목차

1장첫인상
2장끊어진갓끈
3장매화꽃나리는징검다리
4장달밤의복도각
5장김용복과손서강
6장오만과편견
7장도헌의편지
8장한양행
9장재회(再會)
10장불미스러운실종
11장풀리는운명의실타래
12장용서와허혼
13장청선과홍선사이
14장내외명부회의
15장첫새해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중전의조카이자세도가집안의자제인심도헌.
청렴하고바른종친의여식인이연리.
사는세계가너무도다른두사람은서로를마음에들어하지않는다.
하지만점차서로에게끌리는두사람.그러나서로의가슴에상처만남기게된다.

“제가소저의지체낮은집안마저연모한다고했어야했습니까?”
“제가나리의거만함을연모한다고말하길바라셨어요?”

후회하는도헌과뒤늦게자신의마음을깨달은연리.
다시는못만날줄알았던두사람의재회.

“왜그대가여기있소?”
“정말몰랐어요.나리의집인줄은……정말.알았다면들어오지않았을거예요.”

하지만달콤한재회도잠시,불행은예고없이찾아와두사람을갈라놓는다.

출판사리뷰and만든이코멘트

제인오스틴의[오만과편견]이200년이넘는동안사랑을받아온데에는이유가있다.그리고여기,위대한작품을다른버전으로읽어보게된것이기쁘다.[조선판오만과편견]은원작[오만과편견]의줄거리를차용하여조선시대판으로훌륭하게오마주했다고해도과언이아닐정도로짜임새있는글이라장담한다.이제독자들이엘리자베스와다아시가아닌이연리와심도헌의이야기를궁금해하게되길바란다./편집자L

처음작품을접했을때오만과편견을조선시대판으로만들었다고하기에그저시대만옮겨놓지않을까우려를했었습니다.하지만그런우려와달리잘오마주를한작품이라는것을알게되었습니다.익히잘알고있는작품을작가님만의신선한시각으로유교적인사회의오만과편견그리고사랑을잘풀어낸작품이라고생각합니다.어떤면이다르고같은지를느껴보시는것도좋을것같습니다./편집자C

어떤오해는검붉은안대와도같아서서로를향해피어나는작은호감을가려버리기도합니다.환경,주변인,때로는자존심이이안타까운극의비중있는엑스트라로등장하곤하지요.이는기품있는세도가집안의자제도,올곧은성품을가진여인도쉽게피해갈수없는장면입니다.그러나비온뒤무지개,긴고난끝에오는행복이가장값지고아름답게느껴지는이당연하고도단순한만국공통의극의진리는!어김없이도헌과연리,설과이명이라는주연배우들을찾아옵니다.이윽고거센비가멎는날,주연과관람객모두가자연히깨닫게되는것입니다.다사랑이었구나,하고요./편집자Y

[책속으로추가]

“그게우리와무슨상관이란말이요.”
양현수는정말로백이명의혼인여부가자신과상관이없다고생각했다.그는딸이다섯이나있기는했지만그런훌륭한사윗감은자신의집안과연이없다고판단했기때문이었다.왕자군의중증손인그가가진종친계품계는허울에불과하고,단지종친으로서받은토지에서나오는소작료로간신히품위만유지하고있었다.그러니권력이나큰재물과는당연히거리가멀었다.
“나리,정말몰라서그러십니까.백이명,아니백진사가우리애들중에서그집안주인을고를수도있지않습니까.”
그러나혜인홍씨는가난한종친의자식인자신의딸과백이명같은사내가맺어질수있다고믿는것같았다.양현수는허영심가득한아내를한심하게한번쳐다보고는서책으로눈을돌렸다.
“나리께서백진사를집으로좀부르셔요.나리께선이마을에하나뿐인종친어른아니십니까.고을에새사람이들었으니당연히보셔야지요.”
“그건약조할수가없소이다.”
“딸들을위한일인데그것도못하십니까?아니이촌에서어떻게다시저런사윗감을구한답니까.”
도저히책을더읽지못하게하는아내의조름에별수없다는듯양현수가종이를펼쳐들었다.
“그럼내편지를한통적어줄터이니우리딸들중에한명에게선물을들려보냅시다.우리는아들이없으니딸을보내도개의치않을것이오.내생각에는우리귀여운둘째연리손에보내면되겠구려.편지에우리딸들중누구든부인으로골라가도된다고미리적어주리까?”
양현수가딸들을시집보낼생각에눈이붉어진아내를놀리기위해한말이었다.물론딸이다섯이나있기에가능한농담이기도했다.잔뜩비꼬는말에홍씨가단호하게거부했다.
“예쁜데다가온순한첫째설이를두고왜꼭연리입니까.나리께서는다른아이들다두고서항상연리를더예뻐하시지요.”
홍씨는둘째연리(聯裏)보다는첫째인설(設)이났다며투덜거렸다.확실히그녀의말대로미모는다섯딸들중에서맏이인설이가장좋았다.둘째인연리도설이못지않은미모를가지고있었지만,말끝마다논어니공자니하는책들의구절을읊으며옳은말만해대는통에홍씨의미움을좀받고있었다.셋째인가람도책읽기와남에게훈계하기를좋아했지만방밖외출을꺼리고,말수가적어그녀와자주부딪칠일은없었다.
“설이는얌전하기라도하지만명진이나가연이는틈이나면사내뒤꽁무니나?아다닐연구를하니어쩌겠소.그에비하면연리는머리에든것이있어영리하고내세울만한구석이있으니예뻐할밖에.”
양현수는객관적으로자신의딸들을평가했다.그와는반대로연리보다넷째인명진(明眞)과다섯째인가연(嘉聯)을더좋아하는혜인홍씨는남편의말에동의할수가없었다.명진과가연은홍씨처럼마을소문에민감하고뒷담화를좋아해서그녀와잘맞는편이었다.
“서방님딸들을그렇게욕보이시면시원하십니까.지금내세울아들을못낳았다저를구박하시는게지요?”
“나는그런이유로부인을구박한적이없소.”
양현수이결은과장되게눈물을찍으려는부인을감흥없이달래었다.그리곤정말로백이명에게보낼선물에동봉할편지를먹물묻힌붓으로적어내려갔다.
“서방님은제고통을모르십니다.”
“그고통잘견디시오,부인.그래야안집에금붙이가넘쳐나는그백이명이라는사내의얼굴이라도볼게아니요.”
양현수가말을마치면서간단하게적은서신을아내의앞에내밀었다.혜인홍씨가그편지라도챙겨둬야겠는지눈을흘기며편지를빼앗듯이받아들었다.
“흥!그런신랑감이와봤자나리께서나서지않으시면무슨소용이랍니까.”
비꼬시는재주는여전하다며결국홍씨는사랑채를휙떠났다.스물세해를함께살아온혜인홍씨조차도남편의속내는당최알수가없었다.남편과달리성격이단순한그녀는딸들을시집보낼사내를찾아수소문하는것이취미였고,특기는남의딸이혼인하면배아파하는것이었다.그런와중에간만에백이명이라는쓸만한사윗감후보를찾은홍씨는남편이적은편지를들고서딸들이있는별당으로빠르게향했다.

황해도장연현은앞에는푸른바다가,등뒤에는독수리가많이살아수리봉이라불리는산이이있어정경이아름다운곳이다.수리봉아래쪽에는화평언덕이라는작은둔덕이있었다.그곳은햇빛을피할만한너른그림자를드리우는큰나무가자리잡고있어그아래서책을읽기안성맞춤이었고,나무의큰가지에걸어놓은그네는연리자매들의재미중하나였다.
오늘도여느날처럼연리는화평언덕위그네에걸터앉아책을읽고있었다.그네아래로나온작은발이땅을딛고흔들흔들그네를흔들었다.봄기운이스민바람에잔머리가이마를간질이는것을느끼며연리가눈을감고바람을맞았다.이평화롭고한가로운시간이연리에게는그어떤시간보다좋았다.그런데바람을타고미세한말소리가연리의귀를간질였다.목소리가굵고큰것이사내의목소리였고한사람의것이아니었다.점점크게들려오는목소리들은그들이화평언덕을올라오고있다는것을알려왔고,연리는급하게그네에서내려와쓰개치마(장옷과비슷한상류층의가리개)를집어들었다.
하지만연리가미처쓰개치마를머리위로두르기도전에목소리의주인이모습을드러냈다.언덕을막올라온사내는큰키에보랏빛도는도포를입은선비였다.그선비는자신을보고굳어있는연리를발견하고멈춰섰다.그도이곳에여인이홀로있을줄은몰랐던모양이었다.
“마을이지대가낮아이쯤이면한눈에보일걸세.”
“…….”
“응?왜가만히있나.”
백이명이대답없는친구를보며의아하다는듯되물었다.
“먼저온사람이있군.”
그말에백이명도연리를발견했다.연리는훤칠한키에뚜렷한이목구비를가진두젊은선비가낯선얼굴들이라는것을알았다.연리는서둘러쓰개치마를쓰고사내들을빠르게지나쳐언덕을내려갔다.
“우리가저소저를놀라게한모양인데?”
백이명이언덕위로마저올라서며말했다.그사이도헌은연리가붉은치맛자락을흩날리며언덕을내려가는모습을눈으로좇았다.아직겨울의기운이남아갈색으로말라있는언덕에연리의치마는지나치게눈에띠었다.연리가언덕을다내려가서야도헌은그녀에게서눈을뗐다.
“여하튼,딱보기에도작은고을이지?저기보이는것이장연관아고,마을로들어오는입구는우리가들어온산길과저기반대편몽금포바다로이어지는길두개가전부일세.”
도헌이이명의설명을들으며장연의모습을찬찬이눈에담았다.
“그리고내기억이맞다면저멀리보이는기와집이아마종친이신양현수나리의집일걸세.이마을에우리외조모님의집을빼면저집이가장크지.”
장연에서가장큰기와집은당연히백이명의외가였고,그다음이종친양현수의집이었다.도헌과이명은한참이나언덕에서서마을에있는길들과지도를비교하고,호구조사표를죽훑었다.물론시간은좀걸렸지만도헌은대충이나마장연의길들과산길,밭의넓이와초가집의수까지파악할수있었다.그만큼오랜시간동안언덕에머물러있었기때문에저멀리종친양현수의집으로붉은치마를입은연리가들어가는것까지볼수있었다.

연리가막집에들어갔을때,연리의언니인설이기다렸다는듯이나와서그녀를붙잡았다.
“연리야!어디갔었어.어머니께서널얼마나찾으셨는데.”
“잠깐화평언덕에다녀왔어.무슨일인데?”
연리가쓰개치마를벗으며설에게말했다.
“연리야!어딜그리쏘다니는게야!”
무슨일이냐묻던연리가뒤에서들려오는어머니의불호령에화들짝놀랐다.연리는어머니가가까이다가오기전에쓰개치마사이에서책을숨기려고꼼지락거렸다.서책을읽고왔다는것을들켰다가는하나혼날것을둘로혼날터였다.그런데감추려고보니몸어디에도서책이없었다.연리가텅빈자신의양손을내려다보며아-하고소리를냈다.화평언덕에서낯선사내들을보고놀란마음에그네에책을그대로두고온것이었다.
연리가서책을걱정하고있는동안혜인홍씨는안채에서종종걸음으로뛰어나와연리를별당으로잡아끌었다.
“얼른들어가옷갈아입고나오너라.”
“옷은왜요?”
다짜고짜옷을갈아입으라는어머니의닦달에연리가그제야언니인설의옷차림을발견했다.못보던새비단옷에꽃신을신고있는설은자기도모르겠다며어깨를으쓱였다.결국은어머니에등쌀에못이겨언니처럼비단옷을갈아입은연리가딱딱한새꽃신에발을욱여넣었다.새신발이불편해발을꼼지락대는연리의손에혜인홍씨가비단보자기로싼보따리를들려주었다.
“너희아버님께서참판부인댁에가져다드리라한거다.그집외손주가한양서내려왔다는구나.”
홍씨는그외손자를집에초대하지못할바엔정말남편의말대로선물이라도들려보내야겠다고생각했다.하지만연리는그집외손주가내려왔는데옷은왜갈아입어야하며,선물은왜줘야하는지이해할수없어보자기를들고어리둥절해했다.
“너희가시집을잘가야동생들도길이트여시집을잘갈게아니니.”
그러니까홍씨의말은선물을주고오는김에그집외손자와눈도장을찍고오너라,그말이었다.혼기가꽉차가는언니와자신을시집보내기위해눈에불을켜고있는어머니를아는지라연리는말귀를알아듣자마자설을이끌고후다닥대문밖으로나왔다.괜히꾸물대다가는또한소리를들을게분명했기때문이었다.
“놀러간다생각하고천천히걸어갔다오자.”
매사에긍정적인설이가기싫어하는티를내는연리를다독였다.다행인것은연리자매들이걷는것을상당히좋아한다는것이었다.가마를타는것보다도말을타거나걷는것을더좋아했다.가마는몸을움직일수가없어다리에쥐가나기십상이었고,하늘구경도할수없어답답했다.
부드럽게불어오는바람에쓰개치마대신쓴너울립(羅尤笠,전모에망사천을드리운모자)의너울이하늘거렸다.연리와설이얼굴을간질이는너울을붙잡고서참판부인댁으로향했다.참판부인댁은연리가방금전까지책을읽던화평언덕을지나징검다리가있는개울을건너야갈수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