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정원의 마리오네트 2 (유미엘 장편소설)

그림자 정원의 마리오네트 2 (유미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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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형에 갇힌 소녀와 은둔하는 인형사, 우연이 겹쳐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오래된 저택을 떠돌던 영혼, 헤이젤은 우연한 사고로 저택의 주인이자 인형사 워렌이 애지중지하는 오토마타(Automata) 미녀 인형 안에 영혼이 갇히고 만다. 원치 않은 동거를 하게 된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만, 헤이젤이 잊어버렸던 생전의 기억을 되찾을수록 인형 안에서 눈을 뜨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데……. 불청객을 쫓아내려는 인형사와 인형에 빙의된 소녀 유령이 엮이는 로맨스 판타지!
저자

유미엘

저자유미엘은아주나이많은고양이와하루하루를소중하게살고있습니다.

출간작
[잠든새들의노래]

목차

1.꿈꾸는마리오네트
2.어떤일이있더라도
에필로그
외전

출판사 서평

소녀는황폐한정원에서그가보여준아름다운그림자연극이계속되기를꿈꿨다.

과거를기억하지못하는소녀헤이젤.
그녀는자신이유령이되었다는사실도깨닫지못한채오래된저택안을떠돌다괴짜인형사워렌이만든아름다운인형속에깃들게된다.
낡은저택에서보내는조용한시간속에서서로를향한감정을키운두사람은절대로불가능할것같던마음의빗장을서서히열어가는데…….

“내년봄에도이곳에있을수있을까?”

들어왔을때만큼이나우연히,바람이불듯다시사라지게되는건아닐까.
한시라도빨리인형에서벗어나기를바라던소녀는언젠가부터이낡은저택과냉정한인형사의곁에조금이라도더머물게되기를기원하게되었다.
그리고시간이흐를수록점점인형과의연결고리를잃게되는헤이젤을지켜보기만해야하는인형사의안타까움은깊어져만간다.

‘너마저잃은내게는살아갈이유가없어.’

그는아름다운시계탑인형극을마지막으로그녀곁으로갈결심을하게된다.
엇갈리듯스쳐가는안타깝고다정한운명의사랑이야기.

※편집자코멘트

큰사고의충격으로유령의모습으로떠돌던한소녀는폐허같은집에너무나예쁜인형에반해잡혀있던중에우연한사고로인해인형안으로들어가게된다.이렇게되면서인형이살아움직이게되고그인형을만든인형사와의이야기가펼쳐진다.이이야기에서는사랑이라는감정과그진실함은외모에서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는것을말해주는듯하다.분명유령의모습으로그리고인형같은모습으로만나감정을키우지만그모습은본모습이아니어서본모습일때만나도모를수도그리고실망할수도있지만,진실한사랑은그모든것을뛰어넘을수있다는것을이야기한다./편집자C

[그림자정원의마리오네트]는스팀펑크세계관을기반으로한다.증기기관,기계,태엽등과거의향수를자극하는아이템으로가득한세계에는실물사이즈의정교하게움직이는인형도있다.자신이누구인지모르는유령소녀헤이젤은인형사워렌이만든‘신부’인형에빙의하게되고외로워하던두사람은서로에게의지하며어느새마음을나누게된다.인간과인형의사랑,말도안되는이야기라고할지도모르지만이세계에서는가능해진다.따뜻한동화같은이야기를좋아한다면이이야기속헤이젤과워렌의맞닿은마음이어떻게이어지게될것인지궁금해질것이다./편집자L

공들여꾸민정원한가운데서서,눈을뜨고도꿈을꾸는것만같아요.쉽게무너지는마음,불안함,기약도없는뒷모습을거름삼아달콤한향이솔솔나는정원을가꾸는꿈을요.박하사탕한알을입에문그의입김과표지가반질반질한새앨범을품에안은그녀의미소는각각바람과해가되어줄테죠.정원의문은,수줍은당신의눈이그들을엿볼수있을만큼열려있어요./편집자Y

[책속으로추가]

아가씨가앉아있는소파곁에자리를잡은헤이젤은오늘도넋을놓고그녀를바라보았다.어쩌면이렇게예쁜사람이있을수있을까.봐도봐도질리지않는미모였다.바다처럼찰랑거리는파란눈동자는보는이를사로잡는매력이있었다.플래티나블론드의곱슬머리를리본으로묶고가녀린어깨와허리를강조한우아한실크드레스를입은모습을보며헤이젤이되뇌었다.
‘웃으면더예쁠텐데…….’
눈을뗄수없을정도로아름다운아가씨는결코웃는법이없었다.조각처럼단정한얼굴에드리워진긴속눈썹의그림자는애수에젖은표정과어우러져금방이라도눈물을떨굴것만같은분위기를자아냈다.헤이젤은그슬픔을곁에서지켜보는것만으로도가슴이아팠다.
무슨일이있었을까?
아가씨를보러얼마나자주이곳에왔는지이제셀수도없었다.우연히그녀를발견한뒤로는홀리듯날마다이곳을찾은것을보면한달,아니어쩌면그보다더오랫동안찾아왔는지도모르겠다.그러나헤이젤이아가씨에대해아는것은극히작은것들이었다.그녀는작은소녀에게자신의고민을상담하는일없이담담히슬픔을억누를뿐이었다.
그러나가까이가거나말을나누지못하면또어떤가.그저지켜보고또봐도지루하지않을만큼그녀는아름다웠다.
‘민트와닮았어.’
문득예전에어머니가생일선물로사다주신곱슬머리인형이떠올랐다.물론민트는눈앞의아가씨만큼아름다운얼굴이아니라동그랗고통통한볼이사랑스러운아기인형이었다.닮은기분이드는건아마도저뽀얀우윳빛피부와홍조를띤도톰한입술이닮아보였기때문이리라.
이렇게매일같이찾아오는헤이젤을봐서라도눈인사정도는건네도좋으련만,아가씨는미동조차없이소파에몸을기댄채생각에잠겨있었다.팔걸이에한쪽팔을올리고등을곧게세운채애수에젖어있는모습이어딘가걱정이있는사람처럼보이기도했다.슬쩍내리뜬시선이문쪽을향한걸보면누군가애타게기다리는사람이있는걸까.그래서주변을둘러볼여유가없는지도몰랐다.
헤이젤은뒤늦게그녀손에들려있는것이꽃다발이라는걸알았다.
「부케.그렇구나.웨딩드레스였구나.」
미녀가입은하얀색가운(Gown)이단순한흰드레스가아니라는걸깨달았다.보고다시보아도,그녀가입은옷은결혼식예복이었다.왜지금껏그생각을못했을까.새하얀방안에사는아가씨라흰옷을입은게당연하다고받아들이고있던제단순함에어이가없었다.몇번이나보러와놓고는이제야알아차리다니.시야가좁은걸까,생각이짧은걸까아니면그두가지모두일까.이러니아가씨가저를쳐다봐주지도않는거라고소녀는중얼거렸다.
“또너냐.”
멍하니인형을들여다보는소녀의등뒤에서낮고건조한목소리가들려왔다.문이열리는소리에도헤이젤은고개를돌리지않았다.신기한듯유리너머를바라보는그녀를발견한누군가가짜증을내며혀를찼다.
“쫓아내도매일같이오는군.그렇게마음에들어?”
저음의남자는지긋지긋하다는투로말했다.그것이혼잣말이아니라자신에게한질문이라는걸깨달은헤이젤이겁에질려고개를끄덕였다.
「아주예뻐.」
“어디가마음에드는데?”
「전부다.이곳에서가장예쁜언니야.」
여전히남자쪽은쳐다보지도않고대답했다.남자역시무시당하는것에그리신경쓰는눈치는아니었다.오만하게팔짱을낀상태로손가락을두들기는그는귀찮은아이를쫓아낼생각에몰두해있었다.
“하,조막만한게보는눈은있어서.그래.여기서가장예쁜건사실이지.그래도네가가질순없을거다.내인형은비싸거든.”
아.헤이젤이입을동그랗게만들어감탄사를뱉었다.이제야왜지금껏그녀가자신을아는체해주지않았는지알게되었다.
‘저예쁜언니는인형이었구나.그래서민트랑닮았다고생각했던거였구나.’
소녀의혼잣말을들었는지남자가물었다.
“민트?”
「내인형이야.어머니가사다주신.」
“비스크인형인가보군.”
비스크가뭘까.처음듣는단어에고개를갸웃한소녀가뒤늦게뒤를돌아보았다.애쉬브라운색머리의키가큰남자가그녀를내려다보았다.위압감이느껴지는젊은남자였다.키만이아니라체격또한남달리큰남자는눈매가사나워얼핏보면화가난듯보였다.아니,남자는헤이젤이방에들어온것을발견하고이미화가난상태였다.
「언니랑닮았어.」
“언니?저인형을말하는건가?웃기는소리를하는군.이아가씨랑닮은인형은이세상에존재하지않아.”
「맞아.민트는작아.품에쏙들어오는아기인형이야.얼굴보다도,분위기가닮았어.」
“얼굴과팔다리만도자기처럼딱딱하고몸은헝겊이라푹신할테지?안기좋게하려고그리만든거야.비스크돌들은특성상비슷한분위기를갖고있어.이아가씨는그런인형과달라.전신이특수재질로만들어진최고급인형이지.우리애들과얼굴이닮았다면네인형도어느정도가격대가있을거야.”
「얼마인지는몰라.」
“애들은그런거몰라도돼.”
「그래.」
남자는소녀를무시하는투로설명했지만헤이젤은개의치않았다.어머니가인형을주며해준말도비슷했다.금액같은건신경쓰지않아도된다고했다.남자의말을듣고다시보니하얀드레스를입은아가씨는소파에앉아누군가를기다리는신부같았다.그녀를위해흰방을준비한건가,하며인형에게서눈을떼고방을둘러보다가,소녀를바라보는남자와시선이마주쳤다.남자는귀찮음과호기심이적당히섞인목소리로물었다.
“풀스케일인형이낯선가?”
「풀스케일…….」
“라이프사이즈라고도하지.실물크기인형은이제꽤흔히보잖아?백화점의마네킹같은거.”
「무슨말인지모르겠어.」
“……요즘애가아닌건가.죽은지좀되었을지도모르겠군.”
「뭐라고했어?」
남자가알수없는말을중얼거렸다.무슨소리를하는지이해가가지않았다.헤이젤은고개를갸웃거리며남자의다음말을기다렸다.
“뭐가어떻게되든이제좀나가.누가멋대로들어와도된다고했지?”
「더있으면안돼?」
“안돼,이제나가!”
「방해하지않을게.」
“네존재자체가방해다.썩꺼져!왜안떠나고이런데박혀있는거야!”
「가라고?어디로?」
“말귀도못알아듣고.순순히내쫓기는글렀나,귀찮게됐네.”
남자가짜증이섞인짧은숨을토했다.이런데허비할시간이없다며손으로머리를거칠게헤집던그는시선을흰드레스의아가씨쪽으로옮겼다.
“재미있는걸알려줄까.저인형에게는숨겨진비밀이있어.”
「비밀?」
“그래.엄청난비밀이지.어때,얌전히나간다고약속하면보여주마.”
그는조끼주머니에서금장이화려한열쇠를꺼냈다.철제울타리의자물쇠를열고그안에한겹더둘린두꺼운유리전시장문도조심스럽게열었다.철망과유리문이전부열리자그안에앉아있는실물크기인형이모습을드러냈다.
남자는신부가앉아있는의자를앞으로당겼다.소파밑에바퀴가달려있었는지의자와인형은부드럽게앞으로밀려나왔다.카펫이깔린바닥덕분에움직이는소리도거의들리지않았다.인형을조금더가까이에서볼수있다는기쁨에헤이젤이활짝웃었다.설레는마음으로조심스레곁으로다가가자세히들여다보았다.유리전시장너머가아닌,실물로직접보는인형은차마만져볼엄두가나지않을정도로아름다웠다.
「저기,정말예뻐.」
“나도알아.”
감격한소녀가내뱉는환호성에남자는건방진대답을했다.그러면서도소녀의반응에내심만족했는지줄곧일자로굳어져있던입꼬리를슬쩍올렸다.그는소녀가인형에게섣불리손을대거나덤벼들지않고조심스럽게지켜보자안심한눈치였다.
“그녀는오토마톤(Automaton,오토마타의단수형)이야.”
「오토마톤?」
“그래.움직이는인형이지.동작도아주섬세해.”
「움직인다고?」
“손대면가만안둔다.”
차가운한마디에헤이젤은손을냉큼뒤로감췄다.쫓겨나지않으려한걸음뒤로떨어져눈치를보면서도기대에차얼굴이반짝였다.평소라면귀찮은일을무엇보다도경멸했을남자역시,무슨바람이불었는지오랜만에인형을움직여볼생각을하는듯싶었다.
그는소파옆으로다가가인형뒤에섰다.긴백금발머리카락이풍성하게늘어진인형의옆구리쪽에손을대고는무언가를찾았다.손가락이조심스레머리카락사이를헤집었다.허리에서조금윗부분을더듬던남자의커다란손가락이숨겨져있는태엽을감자,위잉―하는작은신호음이들렸다.한참태엽을감는가싶었던잠시후,놀라운일이벌어졌다.
「세상에!」
한곳을응시하던인형의눈에빛이들더니천천히고개를움직였다.내리뜨고있던눈꺼풀이바짝들리며반가운사람이찾아온양자리에서일어났다.문쪽으로몸을돌린신부는양손으로부케를쥐고수줍은듯살짝고개를숙였다.그동작으로그녀가기다리던사람이마침내돌아왔다는걸알수있었다.입꼬리에걸리는부드러운호선,예쁘게접히는눈매까지.신부가바라보는저편에서연인이다가와그녀에게키스해주는장면이절로연상되는,섬세한몸동작이었다.단순한동작몇개로감정변화를이토록풍부하게표현할수있다니믿을수가없었다.
「대단하다.대체어떻게한거야?정말행복해하는모습이야!」
인형의움직임은간단하지만아름다웠다.연인의부름을들은듯고정되어있던눈동자와고개가살포시돌아갔다.곧이어물흐르듯자연스럽게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