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영광 (전은정 장편소설)

하늘에 영광 (전은정 장편소설)

$16.49
Description
평범한 제빵사 민영, 변태 살인마에게 쫓겨 죽기 직전 차원이동으로 다른 세상에 떨어진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곳에서 민영은 판고를 만난다. 생에 처음 유유자적하고 마음 편한 삶을 살던 민영은 어느 날 자신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를 줍는다.
외모와 기억이 망가진 남자에게서 민영은 인연을 느끼고, 대신 판고는 민영과 연을 끊고 떠난다.
민영은 남자에게 '천령'이라는 이름을 주고 사랑을 키운다. 행복한 신혼생활도 잠시, 민영을 위해 깜짝 선물을 마련하려고 마을로 내려가 노역을 하던 천령이 사로고 변을 당한다.
천령이 떠나고 3년, 민영은 그가 남겨준 아들 건융과 의동생으로 삼은 채명과 씩씩하게 새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모종의 일로 도성으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자꾸만 천령을 떠올리게 하는 남자, 율기 대장군을 만나게 된다.

난 머리털 나고 세상에 저렇게 잘생긴 사람 처음 봤어.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고장 나는 줄 알았다니까? 그래. 나 미남 밝힘증 있었나 봐. 인정! 하지만 저 사람에겐 비밀이다?”

세상은 그녀에게 각박했다. 마지막까지 미친 살인마에게 쫓겨 끝나는가 싶은 순간 다른 세상이 그녀를 초대했다. 관대하게도 새로운 세상은 그녀에게 아버지를 선물해 주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남자가 떨어졌다. 외모와 기억조차 사라진 그를 살리고 이름을 주었다. 대신 아버지와의 인연을 대가로 내놓아야 했지만 그래서 더욱 그는 오롯이 그녀의 것이었다.
너는 내 거야, 천령.

“내 여자와 내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목숨도 바칠 수 있다.”

평생, 종속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투쟁했다. 아주 잠깐, 자유의 순간 만났던 그녀는 그의 인생 전부가 되었다. 그녀를 위해, 아들을 위해 인내하고 기다렸다. 굴레를 완전히 끊어내는 순간 온전히 네게 가리라.
나는 영원히 네 거야, 민영.
저자

전은정

저자전은정
게으름탈출을꿈꾸는몽상가

*적토의달
*발칙한청혼
*가시연꽃
*강희
*동쪽숲의백작(전자북)

목차

여는이야기

1.하늘에서떨어진남자
2.도성으로
3.율기장군
4.무하
5.부엌데기
6.차가운유혹
7.독(毒)
8.그의여자
9.누굴까
10.실마리
11.되찾다
12.너를위해
13.자유
14.함께
15.호노하
16.제자리
17.축복,그리고……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여느로맨스판타지처럼여주인공인민영은낯선세계로떨어집니다.하지만민영은그곳에서의지할수있는아버지를만나게됩니다.하지만다른인연을만나면그인연과의연도다한다고하고떠난아버지,새롭게만난자신만의남자.하지만그인연도어느순간큰사고로끝나버립니다.
낯설지만낯설기만하지않는세계에서민영을다시금살아가고자노력합니다.그러나사실그녀에게는단순이이세계에서온존재가아닌특별한운명을가진이였습니다.그운명과인연으로인해민영의앞에벌어지는사건과사고,그리고인연과관계들.과연그녀의이야기는어떻게펼쳐질까요?
사랑하는이와의이야기는어떻게전개가될까요?과연인연이끝난다고관계마저끝나는것일까요?이궁금증의해답은작품속에서찾아보실수있으실것같습니다./편집자C

낯선세상에서,내것이라믿었던인연을놓치게되었을때여자는마냥좌절하지만은않는다.소중한이가남겨준더소중한존재를지키기위해고군분투한다.그리고남자는스스로를사지로내몰면서까지제목숨보다더소중한존재들을지키기위해노력한다.서로가서로를운명이라말하고,함께하기위하여시련을이겨내는과정을지켜보며응원하고싶은마음이커진다./편집자L

무언가를간절히바랄때,우리는자연스럽게신을찾곤합니다.그런데이책을읽고나면여러분역시저처럼이런생각을하게될지도모릅니다.우리가신의도움또는축복으로여기곤하는그모든기적과도같은일들이,사실누군가의간절함에서비롯된건아닐까,하는생각이요.
어느날다른차원의세계로뚝떨어진여자주인공과,그런그녀의새로운삶속에풍덩빠져버린남자주인공은순식간에서로를자신의소유물로선언하는데에이르지만,곧운명의장난처럼이별의순간을맛보게됩니다.
그럼에도두주인공은,요괴,귀신,욕심많은인간들의방해를모두이겨내고그들만의행복을손에넣죠.두주인공이겪는모든행복은,신의작은손짓과그들의간절함이더해진결과물이아닐까,합니다./편집자Y

[본문속으로이어서]
“네입으론제대로된답이나오지않겠구나.네기억을읽어도되겠느냐?”
“우와……!그런것도하실줄아세요?어떻게요?전뭘하면돼요?”
눈을빤짝이는민영에게판고는코웃음을쳤다.
나중에판고가말하길,그럴땐가능여부가아니라거부감과두려움이먼저아니겠느냐고했다.기억을읽다가조금만달리마음먹으면백치가되거나죽을수도있었다고설명했지만민영은그부분에서다시한번감탄만하다가꿀밤을먹었다.
“그냥가만히있으면된다.”
다음순간그는민영의머리위에손을얹었다.그가제인생전체를한눈에훤히들여다보게되었는데도민영은그에게머리를맡긴채그저눈만감고있었다.시간이얼마나흘렀는지는잘가늠이되지않았다.아주길었던것도같고,찰나였던것도같고.마지막엔무언가머릿속으로들어오는것이느껴지면서그가손을떼었다.눈을뜨면서민영은감탄을내뱉었다.
“앗,제게상식을주신건가요?우와,와……!”
민영은마냥신기해하기만했다.이미제가살던세상과의단절을받아들인것이다.이런존재를부르는말이있었다.
“너는공간의미아로구나.”
“공간의……미아요?”
“그래,너도짐작하다시피이곳은네가살던세계가아니다.”
“……네,주신기억을보니그런것같았어요.”
민영은시무룩하게대답했다.이전세상에큰미련이없으니그곳에서떨어져나온건그리서러울게없다.하지만미아라는말이통렬하게가슴에와닿았다.
“그리고넌‘꿰뚫는자’이기도하다.”
꿰뚫는자란인형을갖춘이의본질을보는이를말한다.그가준상식속에있는말이었다.덕분에그의본모습을볼수있었다는것도.
“공간의미아는꿰뚫는자가되는건가요?”
“아니다.꿰뚫는자는이세상에도있었던이다.네가꿰뚫는자이기에나와인연이되었는지도모르지.”
“그러면꿰뚫는자는드문가요?”
“수백년에한번씩나타나니너희시간으로치면드물다고할수도있겠지.”
내리깐그의눈을마주쳤다가또간이졸아들었다.생김새도이질적이지만그가얼마나오래살아오고또얼마나오래살아갈존재인지그가준상식으로헤아려도아득하니짐작도할수없었다.
“그런데지금은모습이다르게보여요.”
민영은고개를갸웃했다.그의모습이달라졌다.푸른머리와뿔은어디가고반백의회색머리에평범한중년남자가서있었다.
“필요없으니내가눌러놓았다.말하자면두번째금제다.하지만그건언젠가네게필요할때풀어질것이다.”
그거야당장필요한것도아닌데아무래도상관없었다.어깨를으쓱하는민영에게그가갑자기정색한얼굴로말했다.
“너,말해보아라.”
“네?”
“내가어찌아비처럼느껴지느냐?”
“네?”
또다시반문하던민영은얼굴을새빨갛게물들이고말았다.
그랬나?그랬다.생각을다읽었으니그것까지알았던모양이다.정말뜬금없이왜그를보고아버지를연상한걸까?아버지와는정말한치도닮은점이없는데.두렵고무섭고심지어인간이아닌데도그에게서느껴지는아련한향취가너무도그립고애달파저도모르게아버지라부르고싶었다.
“그게…….그게…….”
눈물이똑흘렀다.갑자기떨어진낯선곳이이세계라는충격보다기억을내주면서속마음까지읽히고만것이서러워지고말았다.뭐라할말이없어서아득해진채눈물만뚝뚝흘리고있는데그가짐짓야단치듯말했다.
“어이,내가싫다고하지도않았는데왜우느냐?”
무슨간덩이가이렇게고무풍선처럼늘었다줄었다하는지모르겠다.그의말한마디에냉큼대꾸가나왔다.
“네?이,이름도안불러주시면서…….”
“……고얀녀석이로고.그래,민영아.애비라불러도좋다.”
“정말요?”
받아들여졌다.새인연이생겼다.너무나기쁘고행복해저절로웃음이나왔다.마치아이로퇴행한듯생각이어려지고유치한저가우스웠지만그래도좋았다.나중에정신만퇴행한게아니라실제로모습도퇴행했다는걸알게되어놀라긴했지만세상이뒤바뀐것도어깨만으쓱하고말았는데뭐.민영은당장제소원풀이부터했다.
“아버지!아버지!”
“계집애가목소리하고는.어험,나는판고다.너는이제부터판민영이라고하면된다.”
“판민영…….판민영.저는이제아버지와함께살수있는건가요?”
“그래,하지만네가새인연을찾는다면그날로끝이다.”
“왜…….”
민영은말하다말고입을다물었다.그가기억을읽고나서넣어준상식에이곳에도세상을지배하는대부분은인간이었다.하지만인간만사는건아니었다.판고처럼인형(人形)을했지만사람이아닌존재들과수인과신수와영물,요괴와마물들이각자영역을나눠살았다.신분제가있고공력과주술을사용해초인을방불케하는이들이있고시간축도다르다.한달이28일이고일년이열네달에,백년에한번,열다섯번째달도있었다.일반사람을제외한그외의존재들이백년을넘겨수백년까지사는건놀라운일도아니었다.
마지막으로금제도있었다.그녀가살던세계에대해말하거나그곳의상식,문물같은건아예입밖으로내거나기록할수없다.민주주의나컴퓨터에대해선말할수없지만비행기를말하는건가능한걸보면아마도이곳세계를흔들수있는다른문명에관한금제인것같았다.많은것이불편하여중세시대를연상케했지만과학을능가하는주술의효율에감탄하는곳이기도해서여러모로모순이느껴졌다.
“음,여기서아버지와오래오래살래요!”
“흥,인연이라는거안만들생각은없구나?”
“헤헤헤.”
‘오래오래’라지만영원히는아니다.그말을비꼬는판고를민영은눈물꼬리를단채웃으며덥석손을잡았다.
“아버지?”
“아무리아양을떨어도공짜는아니다.우선청소하고밥부터지어라.”
“네,아버지!”
민영이떨어진호수옆멀지않은곳에작은오두막이있었다.어째딸이아니라식모로취업한듯했지만아무래도좋았다.여기가내자리다.내집,내가족,내가살아갈곳.민영은이세상의첫번째보금자리를향해씩씩하게뛰어갔다.그리고마지막보금자리가될그곳에서판고가말한인연을만나기까지삼년이란시간이흘렀다.

1.하늘에서떨어진남자
풍덩!
무언가호수에떨어지는소리가들렸다.민영이있는부엌까지들리려면실제론굉장히큰소리가난것이었으리라.민영이달려나가자호수위에선파문이일고있었다.그저파문만은아니었다.호수중간에떨어진존재로부터피가흘러나오고있기도했다.호수에떨어진건작은동산만했다.그커다란몸체가호수속으로가라앉으며떨어져나온작은존재를발견한순간민영의눈이크게벌어졌다.
“사람이잖아!”
그사람도호수로가라앉으려했다.매일그녀가일용할양식을제공하는호수에서사람이죽어나가는꼴을두고볼수는없었다.더큰존재가더큰문제긴하겠지만제능력밖은아예논외였다.지금은하필판고가집에없어서도움을받을곳도없었다.제가수영을할수있는지에대해떠올린것은허우적거리며그를끌어낸다음이었다.
“맙소사!”
뭍으로끌어올린그는살아있다는것이기적같이처참한모습이었다.가슴언저리가무언가에뜯겨있었고허벅지와팔다리에깊은상처가나있었다.무엇보다얼굴의반이험하게긁혀있었다.옅은숨을쉬기에시체가아니란건알았지만가슴에서계속피가새어나와곧죽을것처럼보였다.
“안돼,죽지마요!”
이남자가죽는꼴을보고싶지않았다.왜인지모르지만이남자를살리면제것이된다는생각이머릿속을점령했다.마침그녀는지혈하는약초를잘알고있었다.
외모는한끼에소한마리도찜쪄먹을것처럼생겼지만의외로판고는육식은전혀하지않았다.대신그의식성을맞추기위해민영은집주변을샅샅이뒤져재료를조달해야했다.입맛까다로운판고의식성을맞추느라온갖종류의나물을덖고찌고말리고삶아온민영은풀에관해거의도사가되었다.집주변에한해서라지만그녀가모르는풀이없을정도라적어도남자를이대로보내진않을수있을것같았다.그를반드시살리고싶었다.
급히피가흐르는곳만동여매고약함을뒤지자지혈과상처에듣는약초들이후두두쏟아졌다.쏟아진약을다시정리할경황같은건없었다.필요한것만찾아뛰어갈때까지남자가살아있지않을수도있었다.다행히남자는민영이치료를마칠때까지살아있었다.하지만복병은따로있었다.외출에서돌아온판고는그를보자마자냉정하게말했다.
“버려라!”
“아버지!”
“네가버리기어려우면내가버리리?”
“제발,아버지.아직살아있어요.살리고싶어요.이사람버리면제가나갈거예요!”
판고는거역할수없는이였지만가끔민영의풍선간은외출도하곤했다.식모가나가면누가아쉬운지모르느냐는식으로대들고나서야헉했다.금방이라도불호령을맞을까,움츠린그녀에게그가고개를저으며말했다.
“또귀찮은일에휘말릴순없다!”
“제가다할게요.그냥살릴수있게만해주세요!”
그땐너무경황이없어‘또’라는말의연유를물을수없었다.그리고생각났을때는물을상대가없어진후였지만.
“이놈을살려내면이놈목숨은네것이다.이놈과연이생긴다는말이다.그렇게되면너와나와의인연은이렇게끝난다.”
첫번째말은어쩌면저가어렴풋이한생각과비슷했다.하지만그때문에아버지를잃게생겼다.민영은양자택일을하라는판고의말에겁이덜컥났다.‘오래오래’라는말은겨우삼년을뜻함이아니었다.그러나정신을잃고제손에생이좌우되는그를죽게놔둘수는없었다.

“네것이다.”

그것이오히려그를더욱살리고싶은이유가되었다.
“이사람,살릴래요.살리고싶어요.하지만아버지,당장떠나지는마세요.이사람깨어날때까지만곁에같이있어주세요.”
민영의마지막애원에판고는웃었던것같다.제가사는곳이누구의집인데인연을끊는다면그가이곳을떠날거라는민영의확신에웃었는지도모른다.아무튼,판고는그녀의마지막바람을저버리진않았다.
정말판고는그를살리는데터럭도도움을주지않았다.그와함께떨어진거대한괴생명체는감쪽같이없앴지만,민영이조잡한들것을만들어그를싣고땀을뻘뻘흘리며옮기는데도손하나까닥하지않았다.그를간신히방에옮기고나서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