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뜻대로 (다인 김민경 장편소설)

신의 뜻대로 (다인 김민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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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악마의 문장을 타고났다고 저주받은 공작 영애라고 불린 제인 웨슬럿은 문장이 희미해지는 시점에 맞추어 화려하게 사교계에 등장한다. 그곳에서 영광스럽게도 황태자에게 라이벌인 다른 영애를 제치고 첫 춤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그 악마의 문장을 새긴 이가 바로 눈앞에 있는 황태자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공작의 영애인 제인은 천사이고, 황태자인 리처드는 악마들의 왕이었다. 그들은 신에게 받은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고자 인간으로 환생하였던 것이다.
그런 사연이 있는 그녀에게 황태자는 얄밉기 그지없는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신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와 만나게 되면서 감정이 얽히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인연은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가!
저자

다인김민경

저자다인김민경

이글을읽는당신이항상즐거웠으면좋겠습니다.

작가블로그
http://blog.naver.com/novelist100

출간작:<신녀의서>,<야행,그들의밤>,<사또와미인도>

목차

1.뜻밖의재회
2.악마의유혹
3.희한한거짓말
4.위험한밀회
5.천사의헌신
6.마지막유리병
외전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저주받은공작영애,제인웨슬럿.

소문만무성하던그녀가사교계에처음등장하던날
귀족들은경악을금치못한다.

당돌한제인과황태자리처드의충격적인만남.

유일하게그의정체를알고있는제인은
모든것이신의농간이라확신하기에이르는데…….

“나랑결혼합시다.”
“미쳤어요?”
“……그런반응은좀섭섭하군.”
“오,신이시여!이악마가지금뭐라는겁니까!”

악마의유혹에넘어가지않으려는천사,제인
천사에게빠져상사병까지얻은악마,리처드

우아한그들의치열한로맨스,신의뜻대로.

※편집자코멘트

과연신의뜻이라는것이어떤것일까?꼭신이악마와천사라는존재로모든것을이등분했을까?여기천사에서악마의문장을가슴에품은채인간으로환생한여자와악마들의왕인마왕에서천사의문장을품고인간으로탄생한남자가신이준임무를완수하고자만났다.과연이둘이해야되는임무라는것은무엇일까요?어떻게하면신의뜻대로이루어질건지궁금하지않으신가요?저와같이작품속으로빠져보시길추천드립니다./편집자C

편견이란게얼마나보잘것없는지,하지만그편견을깨는게얼마나어려운일인지를보여주는이야기이다.천사와악마,서로대칭점에서있는그들은서로를천사,악마라는편견으로만바라본다.하지만서로의입장이바뀌었을때,그편견은그대로무너지고말았고그것을인정하기위해서는배로더많은노력이필요했다.이것을그냥사랑의힘이라고만말할수있을까?/편집자L

사랑은서로의다름을인식하고인내하고인정하는과정입니다.내가갖지않은무언가,나와반대인어떤것에대해은근한반감을가지면서도눈을완전히돌려버릴수없는이유는,이미자연스럽게그과정이시작되는문앞에서있기때문이겠고요.여기,천사인제인과악마인리처드도예외는아닙니다.극과극에서있던제인과리처드가어떻게거리를좁혀서로의온기를느끼게되는지확인하고싶으시다면,지금,두사람이올려다보고있는이거대한문의손잡이를잡아주세요.문이열리기가무섭게둘의발걸음소리가당신의귓가에내려앉을거예요./편집자Y

[책속으로추가]

“이자리를빛내주어고맙소.기쁘게즐기길바라오.”
우렁찬박수가쏟아짐과동시에제인은몸을팩돌렸다.더는이공간에있고싶지않았다.예의고나발이고당장떠나려는데,붉은드레스가앞을가로막았다.겉치마를커튼처럼묶어올려서언더스커트일부를드러낸폴로네즈드레스는금발의미인과매우잘어울렸다.
“엘리스스튜더입니다,제인공녀.”
엘리스는치마를잡고무릎을살짝굽혔다.그러다가반쯤드러난제인의가슴을보고남몰래침음을삼켰다.저도몸매에는자신이있었지만,막상눈앞에서보니조금은비교되었다.무엇보다그녀의가슴에있어야할‘악마의문양’이깊은골에파묻혀보이지않았다.십구년간괴소문을퍼뜨린그것이떡하니드러난곳에있었다면좋았으련만,아쉽게도우윳빛가슴언덕만고혹적인자태를내보였다.
못내아쉬운마음을숨기며생글생글웃는엘리스의태도에제인도억지로미간주름을펴려노력했다.
“반가워요,레이디엘리스.좀더긴대화를나누고싶지만,오늘은적합하지않은듯하네요.공녀와의춤을고대하는신사분들이계시니저는이쯤에서자리를비켜드리는게좋겠어요.”
부드럽게포장하긴했으나더는말섞기싫단소리였다.
엘리스도제인의속뜻을모르지않았지만놔줄생각따윈없었다.그녀는부채를펼쳐들고입가를가리며웃었다.
“신사분들의뜨거운시선은제가아니라공녀께향하고있는걸요.아아,그러고보니이번이데뷔무도회지요?어디,어떤분이웨슬럿공녀님의손을잡는영광을누리게될지,다들궁금하지않나요?”
엘리스가뒤에서있던패거리들을돌아보며말하자그녀의신호를받은네명의젊은여성들이호들갑을떨며호응했다.
“저희도궁금하네요.”
“웨슬럿의공녀님인데당연히인기가하늘을찌르겠지요.”
그녀들의방정스러운행동에무도회를즐기려던귀족들의관심이다시제인에게로쏠렸다.사람들의이목을성공적으로집중시킨엘리스는제인이거부의사를밝히기도전에선수를쳤다.
“자자,오늘무도회의주인공은누가뭐라해도웨슬럿의공녀님이시지요.공녀님의외모에마음이흔들리는신사분이많을겁니다.그럼,어느분이영광을얻을까요?”
엘리스는마치경매하듯이제인을두고춤상대를찾았다.그것이얼마나예의없는행동인지모르지않았으나,그녀는유력한차기황태자비후보인자신의지위를아낌없이이용했다.결과적으로그녀의예상은들어맞았다.누구하나선뜻나서서그녀를질책하거나제인에게춤을신청하는이가없었다.
무도회에와서춤신청을받지못하는레이디는말그대로못난이취급을받았다.그런엘리스의무례한의도를모두눈치챘음에도귀족들은쉬쉬하며사태를관망했다.제인의웨슬럿가문이엘리스의스튜더가문보다더막강한권력을지녔지만,제인에대한소문이워낙좋지않은탓에다들쉽사리나서질못했다.
민망하리만치고요한정적속에서제인은가만히있었다.엘리스의속내도꿰뚫지못할그녀가아니었으나먼저나서서춤을좀춰달라고할수는없었다.그녀가아무리예뻐도‘악마’라는꼬리표가달린한,사람들은쉽사리다가오지못할터였다.엘리스는그부분을정확하게파고들었고,얄밉게도완벽하게안타까운얼굴을하고제인을바라보았다.
“어머나,어쩜이리용기있는신사분이안계시나요.공녀,너무상심해말아요.신사분들이…….”
한껏조롱하려던엘리스는말을끝맺지못했다.근처에서있던귀족들이일제히양옆으로갈라서고,그들이터준길로황태자가걸어오고있었다.흰셔츠에검은제복이무척잘어울리는리처드는엘리스를놀라게하기에충분했다.그녀는지난일년간그의눈에띄기위해노력해왔다.황제가춤을추도록종용해도꿈쩍도안하던그였는데,오늘은스스로단상아래로내려온것이다.
황태자의등장에귀족들은숨을죽였다.
현황제는웨슬럿보다스튜더를지지해주는편이었다.웨슬럿의권력이하도고강하니황실마저위협할지경에처한탓이었다.균형을맞추기위해스튜더공작가를밀어주었지만,황태자는중립을지킬뿐이었다.그러니오늘그가두공녀중에누구의손을잡느냐에따라앞으로연줄을댈가문도정해질터였다.
리처드의발걸음이두공녀사이에서멈추고,엘리스는기대를품은얼굴로그를바라보았다.제인의파트너를찾는중에제게손을내민다면웨슬럿가문에제대로망신을줄수있었다.황제도그걸바랄테고,황태자도부친의뜻에부응하리라믿어의심치않았다.그것이정치였다.
반짝이는눈으로그를바라보는엘리스와달리제인은리처드의존재를완전히무시했다.극과극의반응을보이는두공녀사이에서그의시선은오로지한명에게만고정되어있었다.
“저와춤을추시겠습니까?제인공녀.”
듣기좋은중저음의목소리가고요한홀에퍼졌다.그의춤신청은무척이나담백했지만,그말이뜻하는바를모르는이는아무도없었다.
황태자는엘리스가아닌제인을,스튜더가아닌웨슬럿을선택했다.마치이순간을위해지난일년을기다린사람처럼매우당연하게.그사실을믿을수없는엘리스는눈을부릅떴고,스튜더가를지지하던귀족들은망연자실해했다.
제인은제앞으로내밀어진,큼지막하고잘빠진손을지나그의얼굴로시선을옮겼다.그는여전히무감정해보였다.그표정이더화를돋운다는걸모르는것일까?그에게도최소한의인격이란게있다면,자신에게이런태도를보이는건옳지못했다.
귀족들이다보고있으니참아야만하는데,속에서는열이부글부글끌어올랐다.
“황태자,전하아?”
어이없음과비웃음이섞인소리가제인의입에서흘러나왔다.
이딴놈이황족이라니,그것도황태자라니기가막혀미칠지경이었다.보는눈만없었더라면당장무기를뽑아들고저기막힌얼굴을두동강내었으리라.그도아니라면배에검이라도박아주든가.하지만애석하게도지금은그럴수가없었다.
화를억누른제인은풍성한치마폭을살포시잡아올리고몸을돌려그를정면에서똑바로바라보았다.머릿속에서그의손을잡고춤을추라는소리가빽-빽-들리는듯했다.그소리를무시하며제인은리처드를향해환하게웃어주었다.
눈부실만큼아름다운미소에그의눈매가슬쩍찌푸려지고그순간,제인의발이허공을갈랐다.
퍽-둔탁한소리가리처드의정강이에서울렸다.근처에서신경을곤두세우고있던귀족들은무슨일이일어난건지혼란스러워했다.그러나그들은곧이경악스러운사건을인지했다.
황태자가태어나처음으로한춤신청이민망하리만치모질게까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