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김선민 장편소설)

봄이 온다 (김선민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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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수연은 고된 서울 생활에 지쳐 빈껍데기만 남기 일보 직전에 고향 오성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생전에 운영하던 오성 해뜰시장의 ‘해뜰찬’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그동안은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 이제는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면서 조금만 덜 최선을 다해 살기로 하고, 지금보다 아주 조금만 더 행복해지자는 목표를 세우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간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이방인 도건우. 수연의 가게와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카페 ‘그늘나무’를 운영하는 건우는 특유의 밝은 기운으로 수연에게 서슴없이 다가온다. 매사에 유연하고 긍정적인 건우의 모습은, 수연이 되고 싶었던 사람의 모습이기도 했다. 한편, 수연의 할머니가 생전에 친 손자처럼 아끼던 건우는, 할머니로부터 수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에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낯설지가 않았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 빈자리를 말없이 메우며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데 이골이 난 듯한 그녀가 안쓰러웠다.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울어도 된다고 말해준 것도, 그녀를 위로해 준 것도 그였다. 서로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이 되고, 호기심은 호감이 된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동안 하루가 다르게 자라가는 마음은 봄날의 선물이 되어 잊고 지낸 설렘을 가져다준다.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던 건우는 수연은 만나 사랑을 배우고, 수연은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겪는 사랑과 이별을 지켜보며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깨닫는다.
저자

김선민

저자김선민
[출간작]
사랑,너에게분다.따뜻하게안아줘.외다수

목차

프롤로그

01.봄이온다
02.울어도돼요
03.이름불러도돼요?
04.5분
05.우리의시간
06.온기
07.연애하는사이
08.내가있잖아
09.봄날의선물
10.Home

에필로그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모두의기대와관심을받고살아왔다.
아주어렸을땐딱한가정환경때문이었고,커서는공부를잘해서,
지금은멀쩡한직장때려치우고고향에내려와반찬을팔아서다.

“부담스럽긴했지.근데이젠너무익숙해져서잘모르겠어.”
“어깨가무거웠겠다.”
“조금?”
“궁금한거많은데,나중에또물어봐도돼?”

그가늘호기심가득한눈으로바라보는이유가무엇인지대충은알고있다.
상대에대한호감이없다면애초에무언가를궁금해할이유가없으니까.

나도실은너에게묻고싶은게아주많다고,
더많은이야기를나누고싶고친해지고싶다고말하고싶었지만,
수연은차마입술이떨어지질않았다.

봄처럼포근하게따뜻하게다가온남자.
과연수연의인생에봄이오게할수있을것인가?

모든것이완벽한사람은없다.모두들어떤한가지씩은부족하거나갈구하는것들이있다.그것이돈이던가족이던,혹은애정이던지말이다.여기등장하는두사람역시마찬가지였다.하지만모름지기무언가바뀌려면용기를내야하는법!용기를내어움직이니세상이인생이바뀌었다.과연어떻게바뀌었을까요?어떤인생의깨달음을얻었을까요?그런그들의이야기가궁금하시다면,함께읽어보아요.아기자기하면서도예쁜이야기.가슴이따뜻해지는이야기속으로여러분들을초대합니다./편집자C

제상처안에갇혀세상밖으로나가길두려워하던여자와,그런그녀를알아본세상가장따뜻한남자.두사람이사는마을,두남녀가운영해나갈그가게에놀러오세요.주력상품은힐링과평온이랍니다.따스한관심과넘치는애정은덤으로드려요.첫방문이라모든게낯설어서때때로깜짝깜짝놀랄지도모르겠지만사실여기담긴이야기처럼다그렇게배워가는거잖아요,사람사는게말이에요./편집자Y

[책속으로추가]
가로등불빛아래가장환한곳에앉아,손톱달이걸린새까만하늘을보며긴한숨을내쉬었다.
수연은난생처음으로담배딱한모금만피우고싶다는생각을했다.필터를깊게빨아들였다가내뱉고나면마음속에부유하고있던정체를알수없는감정의찌꺼기들이연기와함께빠져나갈것만같아서다.
수연은오늘,시간이어떻게흐르는지도모를만큼정신없는하루를보냈다.몇시인지도모르고조문객을받고,인사를나누고,대접을하고,끊임없이분주히움직였다.도와주는사람들이아니었다면버텨내지못했을것이다.생각만해도아찔했다.
수연은시큰해진코끝을살짝쥐었다가놓으며걸치고있던코트를단단히여몄다.
다음주면3월인데봄은더디게오고있었다.차가운밤공기와커다란나무아래녹지않은눈무덤이그증거였다.
수연에게버티고견디는건너무나익숙하고,가장잘하는일중하나였다.하지만할머니의죽음앞에서까지초연할순없었다.
다만,내색하지않을뿐.
수연은누군가의눈에딱하고안쓰러워보이고싶지않아서안간힘을다하는중이다.알량한자존심때문이아니라그것은그녀의본성이었다.
그런수연을너무도잘아는사람들은눈물어린위로보다는곁에서일을돕고밥을챙겨주고,잠깐이라도쉬었다오라며그녀의빈자리를대신해주었다.그것은말로전하는위로보다더진하고뜨거웠다.
“여기계셨네요?”
그때,수연의시선안으로손이불쑥튀어나왔다.정확하게는종이컵을쥔손이었다.
고개를들어보니그남자였다.아까대성통곡을하던두남자중형이라고자신을소개한도건우.
수연이건우가건넨컵은받은후옆으로살짝비켜앉았고,그가그녀의옆자리를차지했다.
“고맙습니다.”
손바닥에전해지는따스한온기가수연을조금말랑하게만들었다.
간만에마셔보는달달한자판기커피한모금에수연은뜬금없이코끝이찡했다.
“어떤위로의말을전해야할지…….”
“위로받을사람은내가아니라도건우씨같던데요?”
“네?”
“아까,많이울던데.”
수연의말에건우는머쓱한듯뒷머리를긁적이고는쑥스러워하며웃었다.
“죄송해요.너무볼썽사나웠죠?”
“아뇨.오히려고마웠어요.”
대신울어주는것같아서,수연은그런건우를보며오히려속이시원하기도했다.
수연역시그렇게무너져앉아펑펑울고싶었는데,그게마음처럼되지않았다.그렇게하지못하는제자신이답답했다.
“할머니가저희형제를많이예뻐해주셨어요.끼니때마다밥이며국이며다챙겨주셨고요.”
“우리할머니가원래그래요.누가밥굶는걸못봐.”
오래전본인이수도없이굶어봤기에배고픔이진절머리나게싫어서그랬을수도있고,아들이병을얻은게제대로챙겨먹지못해생긴탓이라고여겨서일수도있다.
할머니는항상만나자마자묻는게‘밥은?’이었고,마지막으로하는당부도늘‘밥잘챙겨묵으라.’였다.
“시장분들이랑빨리친해질수있었던것도다할머니덕분이었는데…….”
건우는조용히아랫입술을꾹깨물었다.말갛게빛나는그의눈동자는조금젖어있었다.
사실수연은궁금했다.젊은사람들이왜굳이이시골까지내려왔는지.
하지만수연은묻지않았다.그건조금더시간이지난후에물어도된다고생각했다.
“전에할머니가건우씨가만들어주는미숫가루엄청맛있다고말씀많이하셨어요.”
“그거할머니가가르쳐주신거예요.검은콩가루섞으면훨씬더맛있다고.과일청담그는것도,생과일맛있는거고르는법도다가르쳐주셨어요.”
“그랬구나.”
우리할머니,참다정도하시지.얼마나예뻤으면그렇게살뜰히챙겨주었을까.
수연은살짝고개를숙여건우의옆모습을빤히보았다.
내눈에도예뻐보이긴하네.
그순간수연은,제가별생각을다하는구나싶었다.잠을며칠동안못자서정신이오락가락하는가보다생각했다.
할머니는수연이서울에서내려올때마다요앞카페에총각이타주는미숫가루가맛있다며같이가자고하곤했다.하지만일이바쁘다는핑계로내려와얼굴보자마자다시올라가기바빠서한번도함께가보지못했다.
수연은그게못내마음에걸렸다.할머니가좋아하시던거하나사드리지못한것도,차한잔마시는그짧은시간조차함께보내지못했던것모두.
“다음에꼭먹으러갈게요.”
“언제든지오세요.기다리고있을게요.”
건우는이내말간미소를지으며수연을바라보았다.짙은속쌍꺼풀이자리한크고또렷한눈매가휘어지면서강아지처럼온순하고순진한얼굴이되었다.
“우리할머니랑친구해줘서고마워요.”
수연의말에건우가입술을꾹다물며고개를끄덕였다.수연은그의얼굴에서서히번지는슬픔이안쓰러웠다.
수연은그런건우의모습에서눈을떼지못했다.저표정은가식이아니라진심이었다.
이방인에게쉽게마음을열지않는편인작은시골마을,그틈에자리를잡을수있었던건어쩌면저런모습때문일지도모른다고생각했다.
수연은자판기커피가차갑게식어버린후에도그자리에앉아건우의옆을떠나지않았다.대신슬퍼해주는그로인해큰위로가되었다.

***

여자는울지않았다.
아니,울지못했다.그럴겨를이없어보였다.어쩌면참고있는건지도…….
건우는평소할머니를통해수연에대한이야기를귀에딱지가앉도록들어왔다.
유독달이커다랗던밤,스무시간이넘는진통끝에태어났고,어렸을적열경기를자주일으켜울보엄마를더울보로만들었으며,철물점황씨아저씨가요구르트를너무많이먹여서빨대자리대로앞니가썩어서났다는이야기까지도모두알고있었다.
학교다닐때단한번도1등을놓친적없다던이야기도,우리나라에서제일가는대학에장학생으로들어가졸업하자마자좋은직장을다니고있단얘기도들었다.그리고이젠그저반듯한사람만나결혼하는걸보고싶다던할머니의소원도들었다.
수연은할머니의가장아픈손가락임과동시에생각만해도가슴이미어지는손녀이자자부심이고,자랑이고,삶의근원이었다.
그래서낯설지않았다.경계를늦추지않던수연은할머니에대한이야기를나누면서조금씩말랑해졌다.
그러나어느선이상으로본인이야길하지않았고,사람들이타인에게별망설임없이질문하는것조차수연은묻지않았다.건우가예상했던대로조심성이많고신중해보였다.
건우는,그동안할머니에게들었던이야기를토대로제멋대로그려본모습그대로인수연에왠지모를친근함까지느껴졌다.물론그녀는자신을전혀그렇게생각하지않을테지만…….
건우는아무런말없이옆에앉아가만히생각에잠긴수연의모습을슬쩍훔쳐보며생각했다.
조금더이대로있었으면…….
왜그런생각이들었는지는,건우자신도정확하게알수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