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1 (개정판)

옷소매 붉은 끝동 1 (개정판)

$17.28
Description
도깨비보다 무섭다는 왕이 있었다.
가늘고 길게 살고픈 궁녀도 있었다.
이상스레 서로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다가섰다. 그래도 다가서지 않았다.
어렵고 애매한 한 발자국씩을 나누며 습관처럼 제자리를 지켰다.

알쏭달쏭한 시절은 기쁨과 배신으로 어지러이 물들어 이지러지고,
이별과 재회는 어색한 질투와 상실감을 동반하였다.
잊은 척은 할 수 있어도 잊을 수는 없었다.
이윽고 무너진 감정의 둑은 운명을 뒤흔들 홍수가 되었다.

“내 천성을 거스르면서까지 너를 마음에 두었다. 그래서 너여야만 한다.”

하지만 선뜻 붙잡지 못할 붉은 옷소매가 달콤할 수만은 없고,
오히려 그 끝동은 오래도록 별러온 양 새침하게 밀고 당길 따름이었다.
저자

강미강

출간작『옷소매붉은끝동』,『잔나비공주애사』(eBook),『속임수왕후』등

목차

1부.동궁과생각시
-1장뒷모습
-2장갈림길
-3장도깨비전각
-4장동궁과생각시
-5장널생각하고있다
2부.왕과궁녀
-6장청년임금
-7장밀고당기기
-8장감또개
-9장파국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그의첫인상은혜빈의첫인상만큼이나예상과달랐다.존귀한국본이라기에눈이라도한쌍더달려있나싶었는데의외로평범했다.키는덕임과비슷했고,또래보다길쭉한팔다리는몸통에얌전히붙어있었다.눈치껏흘끔살펴본얼굴도특별한구석은없었다.눈썹은짙었고코는우뚝했다.그리고속으로삭이는울화라도있는지입술은앙다물고있었다.
다만눈만은제법인상적이었다.짙은밤색이었다.그리고고을서덕임과어울려놀던사내애들과는전혀달랐다.깊고여물기가꼭어른의것과같았다.
“학문에만너무골몰하는것같아놀이친구를데려왔다.”
혜빈이말했다.
“……궁녀이옵니까?”
딱한마디를툭던지며그가덕임을보았다.그시선에선흥미나호의가요만큼도느껴지질않았다.어째예감이썩좋지않았다.
“소자는소환과도어울리지않는데궁녀라니요.”
아니나다를까,동궁은효심어린말투로도용케싫은티를팍팍냈다.
“이제막궐에들어온아이라재미있을것이다.”
혜빈은장난감을내미는양덕임을동궁에게떠밀었다.
“한번어울려보아라.어미의명이다.”
그는차마토를못달고부루퉁한표정만지었다.
두아이를정자에덩그러니남겨놓고혜빈은멀찍이비켜섰다.덕분에덕임은태어난이래가장어색한순간을맞이했다.두근두근기대하는마음으로지켜보는웃전을의식하며,적대감만내뿜는낯선소년과마주하였으니실로가시방석이따로없었다.
한참이지나도록동궁은입을열지않았다.버티다보면누군가가이끔찍한자리를끝내주리라믿는지,불만스러운눈빛으로덕임을빤히보기만했다.
“어,저기,간단하게놀이라도하시겠사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