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탑과 두 개의 노을

하얀 탑과 두 개의 노을

$21.16
Description
국립해양박물관장/김종해

어두운 바다를 밝혀온 37년, 영혼을 울리는 빛의 기록 세상의 가장 외딴곳, 밤이 오면 비로소 숨을 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등대입니다.
우리는 흔히 밤하늘의 별을 보며 길을 찾지만, 칠흑 같은 밤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는 등대의 불빛이야말로 유일한 생명의 밧줄이자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약속입니다. 『하얀 탑과 두 개의 노을』은 1952년 4월, 모두가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던 비극의 시대에 등대원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한 인간의 37년에 걸친 고결한 기록입니다.

저자는 인천 앞바다의 월미도에서부터 서해 최북단의 고립된 섬 소청도에 이르기까지, 거센 바람과 넘실거리는 파도 속에서 청춘과 인생을 바쳤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미개했던 등대 시설이 현대화되고 우리나라 해양 발전의 당당한 역사가 되는 과정을 그는 온몸으로 겪어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물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딴섬, 세상과 단절된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오직 바다를 지키겠다는 사명 하나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낸 한 인간의 깊은 고독과 헌신이 담겨 있습니다. 거친 풍랑 속에 가족을 그리워하던 밤, 등대의 등기를 닦으며 흘렸을 땀방울, 그리고 침묵의 바다를 바라보며 견뎌낸 무수한 외로움이 나직하고도 진솔한 목소리로 녹아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이 가슴을 뭉클하게 울리는 이유는, 아버지가 한평생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기억의 조각들을 아들이 따뜻한 손길로 정성껏 적어 내려간‘부자간의 대화’이자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구술하고 아들이 기록한 이 수필집은, 한 개인의 자서전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장 숭고한 사랑의 증표입니다.
‘두 개의 노을’은 어쩌면 수평선 너머로 저무는 바다의 노을이자, 등대원으로서 보낸 뜨거웠던 삶의 황혼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화려한 조명 뒤편에서 37년 동안 오롯이 타인들을 위해 불을 밝혔던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 거대한 하나의 등대였습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한 사람의 숭고한 여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위로를 줍니다.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독자 여러분에게 이 책이 마음속 깊은 곳을 밝혀 주는 따뜻한 등불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소중한 기록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됨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며, 기꺼이 일독을 권합니다.
저자

조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