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조은희 대표의 책에 추천의 글을 쓰는 것이 어느덧 세 번째다. 『비건을 경영하다』에 이어 『미래식품을 경영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달콤함의 가격, 그 대가는 체중계에만 찍히지 않는다』이다. 한 사람의 책에 연이어 추천사를 쓰는 일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조 대표와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왔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 공부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도 가까이에서 접해 보는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한 가지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앞선 책들에서 새로운 먹거리와 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했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갈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제 조 대표에게 식품은 새로운 제품이나 산업의 대상만은 아닌 듯하다. 사람들의 일상과 기업의 선택, 정책과 사회가 만나는 지점에서 식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분명해졌다.
조 대표는 하나의 이론을 증명하기보다 서로 다른 영역에 흩어진 자료와 사례를 연결하고, 그 안에서 현실적인 질문을 끌어내는 데 익숙하다. 산업의 변화와 소비자의 생활을 함께 보고, 해외에서 작동한 제도가 우리에게도 같은 의미를 갖는지 다시 묻는다. 무엇보다 답을 먼저 정해놓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펼쳐 놓고 실제로 무엇이 움직일 수 있는지를 살핀다. 이번 책에서 그런 저자 특유의 접근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며 이십여 년 전 태국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태국은 과도한 설탕 . 소비로 인한 성인병 증가는 물론 어린이 비만까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던 라마 9세 푸미폰 대왕은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최대 국경일 ‘아버지의 날’ 행사에서 “정부가 제대로 일하지 못해 우리 아이들이 비만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각료들을 강하게 질책했고, 정부는 이에 화답하여 학교에서 정크푸드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곧 바로 단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질책의 강도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이의 비만을 한 아이나 부모의 책임으로만 보지 않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과 그것을 정책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다.
나는 국민건강을 이야기할 때마다 먹거리와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건강은 병이 생긴 뒤 병원에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먹고 얼마나 움직이는가라는 평범한 일상이 오랜 시간 쌓여 한 사람의 건강을 만들고, 그것이 모여 한 사회의 건강을 만든다.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와 만성질환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고,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물론 비만의 원인을 설탕 하나에서 찾을 수는 없다. 식생활과 신체활동, 생활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과 신체활동 부족이 누적되면 그 결과는 개인의 질병에 머물지 않는다. 의료제도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되고,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달콤함의 가격』은 제목은 가볍게 말을 거는 듯하지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설탕세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도 저자는 서둘러 찬성과 반대 어느 한쪽에 서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는지를 살피고 다시 우리의 현실에 놓아본다. 국민의 건강과 산업의 현실, 과학적 근거와 제도의 실행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하나의 정책을 만들고 끝내지 않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제품이 달라졌는지, 구매가 변했는지, 섭취와 건강으로 그 변화가 이어졌는지를 계속 살펴야 한다. 저자가 정책의 결과를 ‘성적표’가 아니라 다음 결정을 위한 ‘나침반’에 비유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세 권을 이어 읽으면서 나는 조 대표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건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시작한 관심은 미래식품과 푸드테크로 넓어졌고, 이번에는 식품을 둘러싼 사회의 문제로 이어졌다. 첫 번째 책의 추천사를 쓰면서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시각으로 많은 이들을 초대하기를 기대한다고 썼는데, 세 번째 책을 앞에 두고 보니 그 초대는 계속되고 있지만 저자가 서 있는 자리는 달라졌다 이제는 새로운 . 먹거리를 소개하는 사람을 넘어, 먹거리를 둘러싼 문제를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 가는 식품 전문가를 만나게 된다.
오래전 태국에서 들었던 그 질책처럼, 이 책이 우리에게도 작은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 정책을만드는 사람에게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산업에 있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건강을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두고 있지는 않은지를 묻는 책이 되기를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김강립
前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前 보건복지부 차관
현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회 부의장
현 법무법인 김앤장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