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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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당신은 누구에게, 어떻게 ‘나’를 남길 것인가
세상에는 ‘사라진 사람’이 아니라, '발견되지 못한 죽음'이 있다. 〈하루〉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죽음들-미처리 죽음의 접수처인 저승의 리턴서비스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황익주는 저승에서 ‘접수’된 미처리 죽음들을 맡아, 그들에게 단 하루의 시간을 되돌려 주는 ‘치다꺼리’ 역할을 한다. 규칙은 단순하다. 하루가 끝나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거나, 남겨진 것들을 정리하거나, 끝내 말하지 못한 말을 전하는 것뿐이다.
익주가 이승으로 데려오는 이들은 이름 대신 코드로 불리고, 저승의 책방 ‘적요’에 사연 대신 기록으로 묶여 있다. 누구도 찾지 않았고,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고, 그래서 죽음조차 ‘사건’이 되지 못한 사람들. 이승으로 돌아온 그들이 붙잡는 것은 자기 방에 남은 공기, 현관 앞에 쌓인 우편물, 끊긴 연락 목록, 익숙했던 골목의 풍경 같은 사소한 흔적들이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바쁘고,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보지 못한다.
하루의 시간은 짧고, 실패는 반복된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불리고 싶었던 이름, 기억되고 싶었던 순간, 지워지지 않기를 바랐던 감정 하나를 남기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익주는 점점 깨닫게 된다. 자신이 맡는 ‘리턴’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역시 발견되지 못한 죽음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죽음을 ‘처리’하는 동안, 익주는 자신의 삶에서 지워버린 사람과 기억-그리고 아직 끝내지 못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익주가 떠올린 기억 속에는 그가 사랑한 여자 ‘시요’와, 유일한 친구였던 헌책방의 주인 ‘김 사장’이 남아 있다. 사랑하는 연인과 새로운 출발을 꿈꾸던 그는 왜 죽었을까. 그리고 어쩌다 발견되지 않은 시신으로 남았을까.
〈하루〉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에게, 어떻게 ‘나’를 남길 것인가.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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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미조

세상에대한호기심이남달라,글쓰기에서도‘장르의경계’를스스로허물어온사람이다.소설을쓰는한편,인문서를기획하고,마감이끝나면마치또다른삶을살듯여행을떠난다.소설·에세이·인문서·뮤지컬대본까지넘나드는이유도결국한가지,‘사람을깊이이해하고싶어서’다.
그의소설은특히현실에서소외된이들의아픔을섬세한언어로길어올리는데강점을지닌다.그래서인지그의작품에는늘외로움의끝에서빛을찾거나아무도몰랐던아픔을견디는존재들이등장한다.
저승의리턴서비스를소재로한이번장편역시‘소외된죽음’이라는주제를통해,보이지않은곳에서죽어간사람들의이야기를기발한방식으로표현하고있다.
소설집
〈천국의우편배달부〉,〈피노키오가묻는말〉,〈니는혼자가아이다〉
수필집
〈엄마의비밀정원〉
인문서
〈10대와통하는자본주의이야기〉,〈국제분쟁,무엇이문제일까〉,〈국제기구없으면세계가망할까〉
편역서
〈니체의슬기로운철학수업〉,〈쇼펜하우어의슬기로운철학수업〉
포천시주관뮤지컬대본
『화적연-용신과도깨비공주의신비로운사랑이야기』

목차

1장.부디,나를찾아줘
냉장고문을열었더니
시뻘건얼굴을한책
옥탑방의시신
나름탄탄했던계획
너도네가뭔지모르지?엇갈린바람
거짓말
마주한죽음

2장.망치를든신
빈소에서
그여자,시요
두번째미처리시신의주인붉은물웅덩이
포장마차에서
주인을잃어버린황금의외의만남
하얀여왕의냉장고

3장.도깨비,끝나지않은이야기
〈치다꺼리지침서〉제2권
모기를죽였던소년
새편집자,알
문저편의여자
푸13,도깨비를만나다
소원을말해봐
사람이되고싶지않은도깨비기다림
끝나지않은이야기

출판사 서평

아무도보지않으면,죽음도사건이되지않는다
고독사·사회적고립·관계단절-우리가만들어낸현실의고증

〈하루〉는고독사와사회적고립,관계단절을특별한‘사건’으로소비하지않는다.대신그것이어떤과정으로‘평범해졌는지’를보여준다.김미조작가는‘저승의리턴서비스’라는장치를통해,누군가를보지않아도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오늘의현실을차갑도록정확하게고증해낸다.이작품에서가장잔인한것은귀신도,저승도아니다.무심함이축적된일상그자체다.
공동현관의비밀번호와택배문자,월세납부일과자동이체,단절된주소록과무음모드.이처럼생활의편의가늘어날수록관계가얼마나얇아지는지를집요하게드러낸다.그리고그얇아짐이결국누군가의마지막을통째로삼킨다.죽음은개인의비극이지만,그죽음이아무도모르게‘방치’되는순간,비극은사회의구조가된다.작가는누군가의죽음이뉴스가되지않고,이야기조차되지못한채사라지는구조를감정없이,그러나집요하게추적한다.이것은남의이야기가아니다.이사회의구조안에서누구든‘나’가될수밖에없는시스템의이야기다.
죽음이‘정지’가아니라는감각,기록과정보가인간의형체를대신하는세계는단순한상상이아니다.이는데이터와효율이우선되는현대사회에서,인간의존재가어떻게숫자와코드로환원되는지를비추는냉정한거울이다.그러나작가는미처리죽음을결코‘불쌍함’으로단정하지않는다.끝까지개인의의식과존엄을따라가며,교훈대신‘아무것도하지못했던슬픔’이라는정서를남긴다.김미조작가의문장은차갑게건조했다가도,어느순간서늘한시적이미지로독자의숨을멎게한다.
〈하루〉는또한날카로운세태풍자를놓치지않는다.‘열심히살면된다’는말이얼마나쉽게타인을고립시키는지,‘각자도생’이얼마나손쉽게공동체의책임을증발시키는지,그리고그결과가누구의문앞에서조용히멈추는지를보여준다.그래서이소설은무섭다.귀신이나와서가아니라,우리의현실이이미저승의접수처와닮아있기때문이다.
이소설은독자를위로하지않는다.외로움을극복의대상으로도다루지않으며,고통을성장의재료로삼지도않는다.다만발견되지못한존재들이어떻게끝내기록으로환원되는가를끝까지따라간다.그래서이소설의마지막은따뜻하지않다.다만정확하다.
작가는〈하루〉를통해말한다.아무도보지않으면,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다고.세상은평등하지않지만,적어도‘그사람이존재했다’는사실을기억할권리만큼은누구에게나주어져야하지않을까.이질문은곧,우리가서로를어떻게살아있는동안‘발견’할것인가로되돌아온다.그리고이사실을인식하는순간,이이야기는더이상‘남의일’로바깥에머물수없게된다.
지금이순간에도,미처리죽음의주인들은묻는다.
아주가까운어딘가에서,자신들의삶이정말아무것도아니었는지를.